나는 바람이다 1 - 빨간 수염 사나이 하멜 일공일삼 85
김남중 지음, 강전희 그림 / 비룡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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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김남중 작가강연에서 하멜의 탈출 경로를 따라 여행하고 온 사진을 보고 구상중인 작품 얘기를 들었다. 10여년 전엔 강진 병영에서 하멜기념탑을 보았고, 어쩌면 하멜이 걸었을지도 모를 마을 돌담길을 걸어보았다. <하멜표류기>를 읽고 작품을 구상했다는 작가의 상상이 궁금해서 하멜 이야기를 담은 그의 작품을 기다렸다.

 

흔히 '바다'는 호연지기를 기르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말하는데, 촌에서 자란 나는 호연지기의 바다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쩌다 배를 타고 섬으로 여행하면 거칠것 없는 바다와 뼛속까지 스미는 바닷바람이 무조건 좋았다. 빌딩숲에 갇혀 사는 도시인에게 망망한 바다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무작정 떠나도록 유혹하는 여행의 아이콘이다. 하멜과 함께라면 타이타닉호 같은 호화여객선이 아니어도 기꺼이 모험에 동참할 수 있겠다.^^

 

'나는 바람이다'로 시작된 소설은 하멜일행의 조선탈출 항해의 모험과 일본살이의 어려움에 더하여 '기리시딴'이 등장한다. 스페인어 '크리스땅'의 일본식 발음인 '기리시딴'은 '죽여도 좋은 자'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카톨릭을 등에 업은 스페인과 포루투칼 상선들이 들어와 기독교를 전파하고, 기리시딴을 처형하며 기독교 전파를 막은 일본 기독교 박해 역사를 엮어나간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태어난 곳에서 백리 밖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조선 중기. 1653년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동인도회사 스페르베르 호가 제주 해안에 좌초하고, 하멜을 비롯한 일행은 한양으로 압송되었다가 일부는 전라좌수영에서 살게 됐다. 빨간수염, 빨간 털쟁이로 불리던 그들은 해풍이 가족과 얽히게 되고, 열세 살 해풍이는 스물 다섯이 된 작은대수 데니스 호버첸과 친해진다.

 

빚을 내어 배를 지어 바다에 나간 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해풍이 가족은, 김씨의 빚독촉에 누나 해순이가 그의 후처로 가거나 해풍이가 머슴으로 팔려가야 할 위기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 해풍이는 솜장사를 떠난다는 하멜일행에 끼워달라 사정하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해풍이는 아버지가 살아 있으면 만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무조건 하멜의 배에 숨어들었다. 솜장사로 위장했지만 조선을 탈출하여 일본 나가사키로 가려던 하멜일행에 몰래 숨어든 것은 해풍에게는 목숨을 내놓는 모험이었다. 하멜일행은 해풍이를 받아들였지만 바다는 호락호락 해풍과 일행을 받아주지 않았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바다는 하멜일행에게도 버거운 상대였다.

 

'바람이 불었다. 고양이 숨결처럼 간지러운 바람이었다. 새벽까지 미쳐 날뛰던 폭풍은 아침이 되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낮게 밀려온 파도는 지난밤 미안했다는 듯 바닷가를 향해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11쪽)

 

'배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암초였다. 높은 파도는 넘어설 수도 있지만 낮게 숨어 있는 암초는 피할 수가 없었다.'(115쪽)

 

'해풍이는 어릴 적 남의 집 송아지 등에 몰래 올라탔던 기억을 떠올렸다. 얌전히 있던 송아지가 약이 오르면 앞달 뒷발을 들고 몸부림을 쳐 댔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몸이 자기도 모르게 공중에 붕 떴다가 덜퍼덕 땅에 떨어지곤 했다. 지금은 배가 거대한 송아지 등에 올라탄 것 같았다. 문득 공중에 떴다가 철썩 바다 위로 떨어지곤 했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또 다른 파도가 배를 쑤욱 위로 밀어 올렸다.' (127쪽)

'높은 파도일수록 배의 정면으로 맞아야 했다. 피하려고 허둥대다가 옆이나 뒤에서 파도를 맞으면 배는 힘없이 뒤집어진다.'(128쪽)

 

미지의 대상이기만 한 바다와 파도의 디테일한 묘사는 작가의 경험세계가 녹아든 듯 실감나게 다가왔다. 거대한 파도와 싸우고 소금만 넣고 뭉친 주먹밥을 먹으며 견딘 항해, 일본 나가사키에 닿았지만 하멜일행과 떨어지게 된 해풍, 낯선 땅에서 귀에 착 감겨온 조선 말을 쓰는 사람들. 해풍이를 떼어낸 하멜일행은 나가사키에서 일본관리의 조사를 받고 데지마에서 지내며 홀란드로 돌아가기를 희망하지만 돌아가지 못한다.

 

1592년 임진왜란과 1597년 정유재란 때 포로로 잡혀 온 도공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마을을 이루고 산다. 조선말을 하고 조선 음식을 먹으며 조선 옷까지 입을 수 있는 특별 자치구역이며 일본인과 격리된 마을이다. 해풍이는 히라도의 도예촌에서 비밀스런 존재로 살게 된다. 도예촌 연수의 고백으로 기리시딴의 비밀을 알게 된 해풍이는 관리자인 기무라에게 발각된 숨막히는 상황으로 1권이 끝났다. 17세기 일본의 기독교 박해를 그려낸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 떠오르며 작가의 종교관도 가늠해본다. 기무라에게 발각된 해풍이의 운명은 어찌될지 걱정과 근심으로 2권을 펼치게 만드는 작가의 노련한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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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10-2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와 소설을 잘 버무린 작품 같아요. 보관함으로 일단 직행합니다.^^

순오기 2013-10-22 01:43   좋아요 0 | URL
아직 2편을 못 읽었지만... 꽤 흥미로운 작품이죠.^^
 
[으랏차차 뚱보클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으랏차차 뚱보 클럽 - 2013년 제19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83
전현정 지음, 박정섭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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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땐 뚱뚱한 사람은 사장님이나 사모님 같다고 좋아하는 분위기였는데, 시대가 변해서 현재 대한민국은 뚱보들의 수난시대다. 날씬하다 못해 빼빼한 몸매를 기준으로 뚱보를 폄훼하는 사회적 편견도 모자라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기도 한다. 뚱보는 뭇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을 만큼 죄인가? 뚱보의 개인 건강이 문제는 되겠지만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의문에 해답을 제시하며 뚱보를 편들어 통쾌한 박수를 보낼 만한 동화가 나왔다.

 

19회 황금도깨비 수상작 <으랏차차 뚱보클럽>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맞서 당당하게 살기로 작정한 고은찬 가족이야기다. 사회적 편견에 주눅들었던 뚱보들의 정체성 찾기이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비난의 손가락질을 보탠 사람들에 대한 통쾌한 반란이기도 하다.

 

편모가정의 은찬이와 육상선수였지만 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전학생 예슬이는,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의도적인 설정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어른스런 아이들 모습도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지만, 분위기를 밝게 풀어가는 전개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뚱보 은찬이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네가 십인분이냐?"
"네."
"진짜 이름은 뭐냐?"
"은찬, 고은찬인데요."
"음, 이름 한번 좋구나. 고은찬, 나 좀 들어 봐라."
"네?"
다짜고짜 자기를 들어 보라고? 뭔가 잘못 들었나 싶어 나는 다시 물었다.
"짐을 들 때처럼 날 한번 번쩍 들어 보라니까."
갑작스러운 주문이 당황스러웠지만 딱 잘라 싫다고 말하기도 어색했다. 엉거주춤 무릎을 굽히고 몸을 낮춰, 공을 받을 때처럼 팔을 동그랗게 말아 들어 올릴 자세를 취히기가 무섭게 코치님이 내 목을 휘감고 팔 위로 사뿐히 올라탔다. 키가 작고 땅딸막한 코치님은 보기와 다르게 꽤 무거웠다. 나는 숨을 크게 몰아쉰 뒤 코치님을 단숨에 안아 올렸다.

"이제 앉았다 일어났다 세 번 해 봐."
드는 것도 모자라 앉았다 일어나기까지 하라니 말문이 막혔디만 분위기상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내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음, 순발력도 좋고, 힘도 좋고, 유연성도 이만하면 됐고 합격!" (으랏차차 뚱보 클럽, 32~33쪽)

 

 

십인분이라 불리는 초등학교 5학년 고은찬, 몸무게 79킬로그램, 햄버거는 큰 걸로 세 개는 기본, 피자는 라지 한 판, 치킨은 한 마리, 몇 끼 굶었다 싶은 땐 삼겹살 십인분쯤은 한 번에 먹어 줘야 '배가 좀 파는구나.' 싶은 아이. 먹는 거 뿐 아니라 힘도 좋아서 1대 10의 줄다리기에서도 단숨에 이겨버린 아이다. 아무리 뚱보래도 또래 아이들 10명과의 줄다리기를 이길 수 있을까? 작가는 비슷한 경우를 실험을 해봤을까? 딴지를 걸고 싶었지만, 당당한 뚱보를 살겠다는 선언이 좋아서 작가도 좋아졌다.^^

 

은찬이와 엄마가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당당한 뚱보로 거듭나는지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100킬로에 육박하는 아빠를 둔 우리 딸들은, 어떤 위험에 처했을 때 아빠가 우리를 구하지 못할거라는 현실을 인정하며 스스로 자기 몸을 지켜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대체로 뚱보들은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고 민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뚱보라서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고, 장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뚱보라서 주눅들었거나 속이 상할 뚱보 가족들과, 뚱보를 향한 사회적 편견에 동참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는 성숙한 인간미를 갖기 위한 독자들은 일독을 권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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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6-24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하면 500원~ ^^
 
[검은 후드티소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검은 후드티 소년 북멘토 가치동화 6
이병승 지음, 이담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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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즈의 약속>,<여우의 화원>,<잊지 마, 살곳미로>,<차일드 폴> 등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준 이병승 작가의 <검은 후드티 소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철필로 긁은 이담 화가의 독특한 그림도 묵직한 주제와 분위기를 잘 전해준다. 

 

이 책은 20122월 미국 플로리다주 샌포드에서 발생한 트레이본 마틴 사건을 소재로 차별과 폭력을 이야기하는 인권동화다. 주제가 뚜렷하여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책읽기 단계의 초등고학년들이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미국인들의 인종차별을 따져보고 비판하면서 논리적인 사고력도 키우고, 올바른 가치관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제이는 한국에서 미국 가정에 입양된 13살 소년이다.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아빠가 자신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제이가 친형처럼 따르던 마틴은, 아버지를 만나러 샌포드에 갔다가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 자경단장이 쏜 총탄에 죽었고, 총을 쏜 짐머만은 누구든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면 죽여도 좋다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에 의해 무혐의로 풀려났다.

 

마틴은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친절한 형이었고, 제이에게도 넌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부모님의 사랑으로 발견된 아이라며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늘 제이를 괴롭히는 덩치 큰 하비를 혼내달라는 부탁에도 눈에는 가슴, 이에도 가슴!’이라며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신념을 가진 비폭력 주의자였다. 이런 마틴 형이 먼저 폭력을 휘둘러 총을 쏘았다는 짐머만의 증언을 믿을 수 없었고, 잘못된 판결에도 침묵하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제이는 마틴 형의 죽음에 감춰진 진실과 명예회복을 위해 샌포드로 간다.

 

제이와 동행한 니콜과 하비는 으르렁대는 사이다. 니콜은 하비가 괴롭힐 때마다 저항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하비는 니콜과 제이를 괴롭히는 걸 당연시한다. 하지만 비겁한 겁쟁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함께 할 뿐, 정의감에 불타는 녀석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와 니콜과 하비는 큰일을 해낸다.

 

트레이본 마틴 사건을 담당했던 베어 경위는 무자비한 흑인차별주의자이고, 어른들은 생각보다 겁쟁이고 비겁하다는 걸 확인한다. ‘힘이 없으면 정의도 없다는 흑인 경찰 존. 용의자와 직접 대치하거나 충돌해선 안 되는 규정을 어긴 짐머만을 고발하지 못하는 911 상담원 수잔. 마틴의 죽음을 목격했지만 용기내지 못하는 휠체어 할머니. 설득하고 애원해도 꿈쩍 않는 어른들의 침묵에 아이들은 눈물 흘린다.

 

행여나 자신에게 해가 될까 봐 침묵한 어른들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군중심리에 편승해 떠들어대지만, 정작 앞으로 나설 일에는 슬그머니 숨어버리는 이기심과 패배주의에 빠져 버린 어른이라 부끄러운 책읽기였다. 어른들이 손익을 저울질하며 행동하지 않는 동안 세상은 차별과 편견과 폭력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제이, 흑인을 차별하면 팔뚝을 물어뜯기보다 마음을 물어뜯는 게 나을 거라고 깨달은 니콜, 아빠가 흑인을 싫어하니까 무조건 괴롭혔던 걸 사과한 하비. 잘못을 깨달은 아이들의 양심에 따른 행동이 바로 희망이다. 어른들의 비겁함에도 꺾이지 않고 경찰서 앞에서 후드티 시위를 벌인 제이와 니콜과 하비를 응원한다.

 

부끄럽게 침묵한 존과 수잔과 휠체어 할머니까지 후드티 시위에 동참할 때는 눈시울이 뜨거웠다. 마틴의 고백에 소문이 두려웠던 에일리가 늦게라도 후드티를 입고 마음을 전한 것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저울질하지 않는 아이들 행동은 세상을 밝혀주는 촛불이다. 20085, 우리나라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처음으로 촛불을 든 것도 10대 여학생들이지 않은가! 실화와 작가의 상상이 빚어낸 <검은 후드티 소년>은 세상에 비일비재한 차별과 편견에서 나를 발견하고 반성케 하며, 용기 있는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는 진실을 일깨워 준 작품이다.

 

흑인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대하는 우리 태도에는 차별과 편견이 담겨 있다. 국적과 인종, 여성과 남성, 빈부, 학력, 직업, 거주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소수자에 대한 시선 등 사회 곳곳에 차별과 편견이 가득하다. 차별과 편견은 결국 폭력을 부르고, 그 폐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라는 걸 기억하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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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5-2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순오기 2013-05-28 16:23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네요~ 감사!^^

바람돌이 2013-05-2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아이들과 뉴스를 보는데 결국 꺼버렸어요. 완전 뉴스가 19금이예요.
아이들과 뉴스를 보다보면 민망하고 미안할때가 많아요. 세상을 왜 이렇게밖에 못만들어나싶어...
이런 책을 아이들에게 읽힐때도 아이들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 행동을 이해를 못해요. 그런게 어딨어라고 물어보죠.
설명을 해주다가도 참 부끄럽고 막막해집니다.

순오기 2013-05-28 16:25   좋아요 0 | URL
요즘은 뉴스도 신문도 잘 안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모르겠어요.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데 힘을 보태야죠, 우리 모두~

수퍼남매맘 2013-05-2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인 리뷰네요.

순오기 2013-05-28 16:25   좋아요 0 | URL
^^

세실 2013-05-2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이와 친구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끔은 제가 참 부끄러운 어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목욜 뵈어요~~~

순오기 2013-05-28 16:26   좋아요 0 | URL
나도 부끄러운 어른~ ㅠ
목욜 만남 기대해요!^^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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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뉴베리 (Newbery Medal)은 미국 국적이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 중 해마다 가장 뛰어난 아동 책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2012년 뉴베리상 수상작 금빛 메달을 붙인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표지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소녀가 사이공에서 앨라배마로 옮겨 갔으며, 파파야 나무와 병아리가 소녀의 삶에 관련돼 있음도 감지된다. 더구나 책 한권이 온통 시로 쓴 소녀의 일기라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기대와 호기심을 부채질한다.

 

우리의 주인공 '하'는 야무지고 똘똘하며 자부심이 충만한 열 살 소녀다. 1975년 새해 명절 '뗏'에서 다음해 뗏까지 1년을 시로 쓴 일기책이다. 술술 읽히는 운문 일기는 '하'의 가족과 베트남 상황이며 하의 성격과 자부심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와 가족이 왜 사이공에서 앨라바마로 가게 됐는지, 그곳에서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다 읽혀진다.

 

1975년 고양이의 해

.

.

.

하지만 어젯밤에는 속상했어.

엄마가 그러시지 뭐야.

 

올 한 해 재수가 좋으려면

오늘 아침

오빠 중에 한 명이

제일 먼저 일아나야 한다고.

 

그건 오직 남자 발만

행운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래.

 

오래 묵은 마음속 응어리가

내 목구명 밖으로 부풀어 올랐어.

 

 

그래서 결심했지.

먼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서

누구보다 먼저

내 엄지발가락으로

타일 바닥을

톡톡 두드릴 거라고.

 

 

이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

옆에서 주무시는 엄마도

모르시지.

 

 

남자 발만 행운을 불러들인다는 엄마의 말에 발끈하며 야무진 작심을 하는 당찬 소녀 '하'는 베트남이 오랜동안 전쟁중이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았다. 터울이 많은 세 오빠들은 '하'를 놀려대는 것으로 애정을 표현했는지, 그 덕분에 하는 고집도 있고 자기 생각이 분명한 소녀로 자란 듯하다. 하가 돌이 되기 전에 해군으로 징용돼 생사도 알 수 없는 아빠, 남베트남의 항복으로 미국으로 오게 된 하의 가족은 자존감을 갖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하는 영어를 잘못하는 유색인으로 놀림과 따를 당하는 등 학교생활이 만만치 않고, 오빠들과 엄마도 갖가지 어려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똘똘하고 야무진 소녀가 점점 자부심과 자존감을 잃어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하의 가족이 앨라배마에서 당하는 차별이나 무례한 대우는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근로자들 상황과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됐다. 그 시대 미국사회에서도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형성되지 않았던 듯. 그러나 후견인 카우보이 아저씨와 이웃의 워씨-잉턴 아주머니는 하의 가족이 앨라배마의 주민이 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힘을 낼 수 있도록 용기도 북돋운다.

 

누구나 자기 앞에 주어진 길을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하의 가족도 고통은 따랐지만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찾는다.

 

새로운 시작

 

.

.

.

 

"완벽하게 말하려고 고집하면

영어가 유창해지기 힘들어.

연습이 중요해!

실수를 많이 하면 할수록

실력이 점점 더 쌓이는 거야."

 

"애들이 비웃는 걸요."

 

"부끄러워해야 할 쪽은 그 애들이야!

그럴 땐, 저도 아이들한테

베트남어로 되받아치고

곧바로 비웃어 주렴."

.

.

.

(272~273쪽)

 

 

워씨-잉턴 아주머니의 조언대로 자신감과 긍정의 마인드를 되찾은 하는 펨과 씨-티-반이랑 좋은 친구가 되고, 놀려대는 핑크보이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자부심과 자존감을 회복한다. 하와 가족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내일을 꿈꾼다. 

 

솔직하고 섬세한 감정을 담아낸 일기는 많은 부분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의 어린날 경험이라 아이다운 천진함도 배어나지만, 너무 조숙하고 어른스러운 생각이다 싶은 부분도 감지된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묘사했기에 한 편의 소설이나 영화처럼 장면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그리지 않으면서 전쟁의 폐해를 그려내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공감을 끌어낸 작품으로 초등고학년 이상 읽어보라 추천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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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2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순오기 2013-04-24 06:42   좋아요 0 | URL
수고하십니다~ ^^
 
연이동 원령전 상상의힘 아동문고 4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상상의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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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5월 광주의 진실을 이렇게 풀어 낼수도 있구나!

책을 덮으며 무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2008년 4월의 봄날이 떠올랐다.

 

"엄마, 정말 놀랄 일이 있어.

3월에 전국 대학생 시위에 참가한 우리과 학생은 제주, 마산에서 온 친구와 나... 이렇게 딱 셋이었어!"

 

제 생일을 맞아 두 달만에 집에 오는 큰딸이, 늦은 밤 광주고속터미널에서 만나자마자 들려준 첫 말이었다.

나는 딸의 얘기를 들으며 머리 끝이 쭈뼛 전율이 일었다.

제주, 마산, 광주가 어떤 땅인가!

제주 4.3사태, 부마사태, 광주사태... 오랜동안 '사태'라 불렸던 핍박의 땅에서 자란 아이들만이 시위에 참가했다니

그 아이들을 키워낸 땅의 역사 인식이 유전자에 새겨진 것 같아 눈물겹게 고마웠고,

아이들이 어떤 환경과 토양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걸 무섭게 체감했다.

 

 

80년 5월 인천에 살면서 몰랐던 사실과 진실을 88년 신혼여행길에 들른 망월묘역에서 뒤늦게 깨달았고,

89년 광주로 이사와 지금까지 스물네 해를 살면서 광주에 빚진 '산자의 죄의식과 부채감'을 잊지 않았다.

2000년부터 시작된 독서회 엄마들과 해마다 5월이면 그해 5월을 증언하는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진실을 증언하는데 게으르지 말고, 광주의 진실을 잊지말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5월 광주에 빚진 산자들은 진실을 외면하기 일쑤였고, 서서히 기억에서도 지워갔다.

 

그렇게 기억에서 지워버린 광주에 빚진 자들은 <연이동 원령전>을 읽으며 기억을 되찾아야 하리라.

학살자 전두환을 떠받드는 추종자들은 그를 '장군님'으로 부르고, 그가 사는 연희동을 '연이동'으로 명명했다.

정의가 실현되기를 기다리다 지친 5월 원령들은 직접 살인자의 목숨을 거두러 오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세상은 지옥이 되므로 그것을 막으려는 자들과의 대결구도가 펼쳐진다. 

 

"죽어도 잊히지않는 고통을 아는가? 우리는 이땅에 자식들을 남겼고 이제 그 자식의 자식들이 자라고 있다. 여전히 힘센 장군과 그 부하들 앞에 우리 자식들은 기가 죽어 있지. 그 꼴을 그냥 지켜보라고?..."

 

"이 땅의 법과 정의는 치매에 걸렸다. 이 아이들조차 장군이 겨우 몇십년 전에 저지를 짓을 모르지 않는가. 우린 그를 데려가야겠다. 장군이 결국 죗값으로 심판 받았다고 세상이 알게 해야겠다.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다. 결국 세상을 위해서다..... "(174쪽)

 

"우리가 그날 어떤 꼴로 죽임을 당했는지 모르는가? 죽음도 씻지 못할 한을 저승까지 품고 갔는데 환생이나 제대로 할 것이며, 환생한들 어떻게 인간이 될 것인가?..."

 

"덧없는 욕심 때문에 수만 번 죽어도 씻지 못할 업보를 쌓은 장군을 단 한 순간이라도 공포에 떨게 할 테다."(175쪽) 

 

맑은 영과 눈으로 '무릎에서 피가 줄줄 흐르며 절뚝이는 다리로 연이동 골목을 걷는 남자'를 보게 된 무진이와 용도는 영들의 대결에 동참한다. 밤마다 만나 정이 든 친구 영지를 위해서도... 주인공 이름인 '무진'은 광주의 옛이름이다. 공지영의 '도가니'에서도 사건의 배경이 된 도시를 '무진시'로 명명했고.

 

"반성하지 않았는데 누가 용서를 말한다 말이냐?"

 

"이승의 법에 따라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면 장군 같은 자가 또 나타나겠지. 공짜라고 생각하면 뭐든 저지르른 것이 인간이야. 세상 사람들이 장군 같은 인간에게 또 당하게 내 버려둘 수는 없어." (190쪽)

 

 

<연이동 원령전>은 강풀 만화 <26년>의 어린이 버전으로 읽힌다. 

만화 <26년>은 80년 5월 이후 26년이 흐르고 희생자의 자녀들이 살인자를 처단하기 위해 총구를 겨눈다면,

<연이동 원령전>은 장군으로 지칭되는 그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이들에게 진실을 알게 한다.

80년 5월 광주에서 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알았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정말 장군이 저지른 일을 몰랐니?"

 

"지금은 알아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정말 우리를 기억해 줄 테냐? 장군을 기억할 테냐?"

 

"원령들이 적군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할게요. 장군과 군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꼭 이야기할게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때까지 그럴게요. (195쪽)

 

 

광주에 빚진 산자들은 모두 치매에 걸렸다. 모두 5월의 기억을 지워버렸다.

광주 민주화 운동 32주년이 되는 올해, 내가 출강하는 중학교에서는 그날 진로체험의 날 행사를 가졌다.

복도에 떨어진 행사 안내문을 주워든 나는 정말 경악했었다. 어떻게 광주에서 이럴 수가 있는가?

 

우리 딸 대학교 1학년 때 모둠별로,

연간 중요 행사에 맞춘 커리큘럼을 짜는데 누구도 5.18 기념일을 말하지 않아서 놀랐다고...

소위 초등 선생님이 될 친구들의 인식이 이런 정도라 당혹스러워 하던 딸의 말도 기억한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도청 진압작전이 행해지기 전날 밤새 거리를 돌면서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절규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밤새 그 절규를 들으면서도 숨죽여야 했던 광주시민들과

영화를 보는 내내 한없이 울었던 산자의 부끄러움을 우린 정녕 잊고 살 것인가?

 

29만원 밖에 없다던 그 인간은 오늘도 출타하려면 교통신호 통제기를 조작하여 논스톱으로 달리는 권세를 누리는데...

 

"나는 할아버지가 옛날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요."

"나도 알아요. 부하들 시켜서 사람 죽인 거 다 봤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5월 광주의 진실을 알게 하는 것,

이런 오욕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도 광주에 빚진 우리들의 몫이다.

만약 광주에 빚진 우리가 증언하지 않는다면, 돌들이 소리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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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8-1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주에 빚진 산자들은 모두 치매에 걸렸다.... 네...... 정말.

오기 언니, 여름에 조금 여유있게 지내시나요?
광주는 많이 더워요? 경기도, 서울은 엄청났는데, 오늘 바람이 불어 너무 좋아요.

순오기 2012-08-12 23:39   좋아요 0 | URL
광주도 엄청 덥지만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잠들기에 좋아요.^^

수퍼남매맘 2012-08-10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끝났던 드라마 <추적자>에서 손현주씨가 재판장에서 하던 말. "죄 지은 자들은 많은데 벌을 받지는 않는다. 그래서 저는 죄 지은만큼 벌을 받겠다." 그 대사를 들으면서 진짜 공감이 되었습니다. 죄 지은 자들은 버젓이 떵떵거리고 잘 사는데 나라를 위해, 정의를 위해 애 쓴 자들은 원령이 되어 이 땅을 떠나지도 못하고 있겠죠.
우리가 잊지 말아야죠.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진실"을 알려 줘야죠. 그게 그들에게 빚진 우리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저도 담아갑니다.

순오기 2012-08-12 23:40   좋아요 0 | URL
예~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죠. 그리고 진실을 증언해야 하고요.

2012-08-10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8-12 23:40   좋아요 0 | URL
구례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