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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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지식여행자 요네하라 마리의 세계문화기행이다. 일본에서 났지만 공산주의자인 아버지 덕분에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소녀시절을 보냈고,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상 러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문화를 접했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마리여사가 부러웠다.

문화편력기라는 제목이 좀 거창하게 생각됐는데, 실제 담긴 이야기들은 소소한 에피소드로 접근하는 세계의 문화 이야기다. 먼저 '프라하의 소녀시대'와 '미식견문록'을 읽어서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그녀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을 알고 있으니 책내용도 쉽게 이해됐다. 어디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았는지, 아주 짧은 글도 많아 편집이 널널하고 부담없이 가볍게 읽힌다.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깔깔 웃거나 빙그레 미소 지을 수 있는 에세이로 유고집이라는데,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된 순서는 다른 듯. 

러시아 동시통역사답게 러시아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동유럽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러시아나 일본 속담을 인용하는데, 속담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알아야 온전히 말뜻을 알 수 있다. '꽃보다 경단'은 우리의 '금강산도 식후경'과 통하는 속담이다. 두한족열도 추위 나름이고, 축구광 옐친과 푸슈킨 미술관 이야기는 러시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음식이 도자기가 아닌 플라스틱 그릇에 담기는 순간 먹이로 전락한다는 건 의미있는 말이다. 닭고기를 금지한 나폴레옹에게 용감하게 닭요리 내놓은 요리사의 자신감, 맛있는 버섯=무난한 인생, 맛없는 버섯=생명의 위험이라는 철학적 이야기도 재밌다. 어떤 버섯도 먹을 수 있지만, 버섯에 따라 한 번밖에 먹을 수 없다는 독버섯 이야기는 서늘한 유머다. 성찬식에서 흑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카톨릭에서 그리스 정교회가 분리됐다는 건 새로운 발견이고, 전쟁으로 메밀이 전파됐다는 건 좋은 정보다. 

통역에 관한 에피소드를 '심장에 털이 나 있는 이유'라는 세번째 챕터에 묶었다. 말과 문자의 차이, 러시아와 일본의 언어습관 차이로 통역의 내공을 발휘하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페레스트로이카 1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동시통역을 하며, 고르바초프를 지칭할 때 절대 같은 단어를 쓰지 않는 화자의 말을 일본어로 통역하면서 무조건 고르바초프로 대체했단다. 러시아식 언어 습관을 일본식 언어 습관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는 말이 이해됐다.

첼리시트 로스트로포비치가 야마하 음악학원생들의 작곡 작품을 심사하고 평할 때, 멋지다는 의미의 뉘앙스가 다른 낱말을 무조건'우와 멋지다'라고 통역했더니, 로스트로포비치씨도 '우와 멋지다'라고 멘트했다는 글에 깔깔 웃었다.ㅋㅋ 또한 발화자의 말을 끝까지 다 듣고 나서 통역할 수가 없어 구절 단위로 처리하는데, 마지막에 의미가 다른 말이 될때는 미묘한 차이가 나도 어쩔 수없이 다른 말로 대체한다고. 그래서 동시통역자의 심장이 뻣뻣한 털로 덮여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은 유럽이나 미국인에 비해 정보를 비논리적으로 나열하는데, 그것은 단답식 암기 위주로 평가하는 일본과, 구술이나 논문으로 평가하는 서구 학교 교육의 차이로 생각하는데 공감이 됐다. 언론매체의 뉴스 전달방식에 대한 비판도 귀가 쫑긋거렸다. 

요네하라 마리는 참 재밌고 대단한 여자다. 네번째 챕터 '욕망과 그것을 실현하기까지의 거리'는 문화적인 문제들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적었다. 욕망과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이 문화라고 정의하고, 욕망과 그것을 실현하는 사이에 놓인 거리가 100년 전보다 더욱 짧아지고 있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마리 여사의 이해와 존중하는 태도가 맘에 들었다. 제아무리 우아한 폼으로 다도와 꽃꽂이를 해도 기본적인 소양이 부족한 일본의 다도와 꽃꽂이를 하는 여성들의 에피소드는 참 안습이었다. 문화편력기라는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마리여사였기에 '맞선남' 다카하라씨를 이해할 수 있었을 듯, 그 남자 완전 빵 터지는 사람이다.ㅋㅋㅋ

다섯번째 챕터 '드래건 알렉산드라의 심문'은 마리의 추억이다. 프라하 학교 2학년 때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어를 익히려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주로 빌려봤는데, 사서인 드래건 알렉산드라는 책을 반납할 때, 즐겁게 읽은 책 내용을 들려달라고 해서 독서를 하면서도 들려줄 내용을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독서에 집중하고 러시아어 표현력의 폭과 깊이가 확장되어 드래건에게 감사한다고.^^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참칭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루소'아이를 망치는 법은 간단하다.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을 몽땅 사주면 된다'고 한 반어적인 표현도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것은 격리된 교실이 아니라 어른들과 함께 하는 노동을 통해서 배운다'는 말씀도 공감했다. 후반부는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집팔하게 된 동기를 밝혔는데, 먼저 그 책을 봤기 때문에 이해하고 공감했다. 

 

서비스로 가장 웃겼던 153쪽의 이야기를 옮긴다.^^ 

어느 레스토랑에서 세 쌍의 커플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있다고 하자. 미국인 남편이 아내에게 말한다. 
"Give me the honey, my Honey!" (꿀 좀 집어주오, 나의 허니!) 

영국인 남편이 아내에게 말한다.
"Give me the sugar, my Sugar!" (설탕 좀 집어주구려, 나의 슈거!) 

일본인 남편도 아내에게, "햄 좀 집어주쇼......" 하고 말을 꺼내기는 했는데, 입을 다물고 한참 고심하더니 덧붙였다.
"나의 새끼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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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10-08-2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나라를 여행하는 작가가 정말 부럽군요.^^
책도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 것 같구요.^^

순오기 2010-08-23 14:52   좋아요 0 | URL
가볍고 재미있고 부담없이 읽혀요.^^

책가방 2010-08-2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어쩜 이리도 감칠맛나게 쓰시는지.. 그저 부럽네요.
전혀 관심없던 책도 순오기님 리뷰를 읽으면 꼭 읽고 싶어질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8-23 14:54   좋아요 0 | URL
이거 사흘에 나눠 읽으며 독서마라톤에 남겼던 600자평의 종합판 리뷰인데...
괜찮았나요?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양철나무꾼 2010-08-23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부분에서 낄낄거렸는데...^^
이 책을 읽은 제가 보기에,
마리 여사보다 순오기님의 리뷰가 더 통통,재치만점이십니다~^^

순오기 2010-08-23 14:55   좋아요 0 | URL
히히~ 정말 재밌죠.ㅋㅋ
에이~ 마리여사보다 통통, 재치만점이라는 말은 비행기에요.^^

마녀고양이 2010-08-2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캡쳐하신 저 부분에서 한참 낄낄거린 기억이... 아하하.
일찍 돌아가셔서 참 가슴아파여.

순오기 2010-08-23 14:55   좋아요 0 | URL
낄낄, 큭큭~ 재밌게 있히죠.
그러게요~ 아까운 마리 여사 56세는 너무 짧았어요.ㅜㅜ

꿈꾸는섬 2010-08-23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캡쳐...정말 ... 배꼽잡고 웃었어요.^^

순오기 2010-08-23 15:52   좋아요 0 | URL
ㅋㅋㅋ

같은하늘 2010-08-25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웃겨서 어쩌나...

순오기 2010-08-26 00:45   좋아요 0 | URL
정말 웃기죠.ㅋㅋ
 
미술시간에 가르쳐 주지 않은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공주형 지음, 조장은 그림 / 동녘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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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은 101가지라는 제목에 끌려서 펼쳐보다가 미술관과 갤러리의 차이를 설명한 짧은 글이 번쩍 띄어 빌려왔다. 오호~ 미술관과 갤러리는 이런 차이가 있었군!^^

전시장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미술관과 갤러리는 다르다. 
 미술관은 소장품 100점 이상에 학예연구원로 해석되는 큐레이터 한 명 이상 그리고 일정 크기의 건물 및 토지에 전시장과 수장고 사무실 또는 연구실과 자료실, 도서실, 강당 중 한 개 시설 이상을 갖추어야 설립될 수 있고, 이 조건을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전시장이 갤러리라고 한다.(82쪽)     


왼쪽엔 간단한 삽화가 있고 오른쪽엔 짧은 글을 담은 미니북이다.
잘 몰랐던 미술에 관한 지식과 상식을 알게 돼서 좋은데
책의 두께나 담긴 내용의 양으로 보나 일만원의 정가는 좀 비싼 거 같다. 



미술은 어떻게 감상해야 하나? 미술감상법이 따로 있을까?
라는 질문에 정답이 없다는 막연한 대답뿐이라, 이 책을 내게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술은 암기 과목이 아니고 정보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자유와 상상으로 생각의 힘을 키우는 장르라고 한다. 공감되는 말씀이다.  

퍼포먼스 1950년대 미국에서 해프닝(happening)으로 출발하여 지금까지 이어지는 즉흥적이고 우연적인 서구 미술의 한 형식이다. 퍼포먼스(perfomance)가 추구하고자 한 것은 결과를 만드는 것보다 과정 그 자체였다. (30쪽)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예술은 정의 불가능하다. -와이츠- (40쪽)           

이와 같은 짧은 글처럼 예술과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명언이 많다.   

미술은 비상식량이 아니라 간식이다. 인생이라는 고단하고 지루한 산행에서.(97쪽)    
좋은 그림은 이름 있는 작가의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니다. '나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는 그림이다.(100쪽) 
미술은 큰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다. -데미언 허스트-(101쪽)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삶이 팍팍할수록 미술을 감상하는 여유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림을 그린 조장은 <하하미술관>에서 '골 때리는 스물 다섯' 그 시절로 돌아가면...으로 만났던 화가라 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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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8-2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그리 근사한 책을 잘 도 뽑아 내시나요

순오기 2010-08-23 14:57   좋아요 0 | URL
도서관을 이용하면 좋은 게 생각지도 못한 책을 볼 수 있다는 거죠.^^
 
꽃할머니 평화그림책 1
권윤덕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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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의 작가들이 함께 하는 평화그림책 시리즈 첫번째 책이다. 만희네 집의 권윤덕 작가 그림이라,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표지를 들추는 순간 찌르르 전율이 일었다.  

전쟁 무기들 속에 나신으로 누운 여자, 그리고 파란 꽃잎... 이것만 보고도 작가의 마음을 알 거 같았다. 글을 읽기도 전에 그림을 보면서 그 절절한 아픔에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내 이웃의 와일드 보이 엄마도 너무나 아파서 눈물났다고... 차마 어린 아들에게 보여주고 읽어줄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 아이들보다 어른이나 청소년들이 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작가에게도 감사한다. 이 책을 본 독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외로움을 외면하는 현실에 같이 손잡아 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되었으면...

  

무언가 잔뜩 그려져 있는 그림 속에 무심한 배경처럼 얼른 알아채기 어려운 슬픈 눈동자... 웃을 일이 없었다는 꽃할머니. 그래도 꽃이야기를 하실 때는 활짝 웃으신다고...



  
요렇게 예쁜 처녀였던 꽃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열세 살 무렵,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을 때 태평양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고... 총독부는 조선의 젊은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곡식이며 놋숟가락까지 거두어 갔어요. 사람들은 나물을 캐다 죽을 쑤어 먹고 살았지요.  

바로 그날도 언니와 함께 나물을 캐러 나갔다가, 군인들에게 잡혀 트럭에 태워져 어디론가 끌려 갔어요.

 

 
 
빨간 댕기머리의 소녀, 꽃할머니는 언니와 다른 여자들과 함께 배에 태워졌어요.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밤낮없이 가다가, 언니와 헤어져 차에 태워졌어요. 언니는 꼭 찾으러 갈테니 울지 말라고 했지만, 그날 이후 두번 다시 언니를 만나지 못했지요.  

  

그리곤 방 한 칸에 한 명씩 여자들을 집어넣었지요. 꽃할머니도 작은 방으로 떠밀려 들어갔고...

  

아~~ 열세 살 꽃할머니의 아랫도리는 피로 물들고, 방문 앞에 줄 선 군인들은 셀 수도 없었어요.
대체 그 작은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총을 든 군인들, 무수히 떨어져 내린 파란 꽃잎들... 절절한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의 마음까지 느껴집니다.

  

파란 꽃잎의 꽃할머니...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 그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이었고, 파란 꽃잎의 여자들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겠지요.

 

그곳에서 꽃할머니가 당한 일들은 차마 말할 수 없겠지요. 그저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말 밖에는....

  

일본군 위안소가 확인된 곳을 지도에 표시했어요. 1932년에서 1945년 사이에 일본군이 주둔했던 거의 모든 지역에 위안소가 있었고, 위안부 피해를 입은 여성은 최소 4만에서 최대 30만으로 추정하는데, 80~90%가 식민지 조선의 여성들이었고 대만, 중국, 동티모르, 필리핀 여성들과 소수의 네덜란드 여성들과 일본 여성도 있었다지요.

 

전쟁이 끝나고 그 뒤 20년을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꽃할머니는 기억하지 못했어요. 어떤 사람이 한국으로 데리고 들어와 절에 맡겼다는 것 밖에는... 

 

절에 불공을 드리어 왔던 여자가, 아무래도 자기 언니 같다며 돌봐주겠다고 데려가서 정성껏 돌보았어요. 약초를 구해 즙을 먹이고, 기왓장을 달구어 찜질해주고 정신이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었지요. 그 동생이 병을 얻어 죽고 나서야 꽃할머니는 정신이 돌아왔지만 고향엔 아무도 없었어요.

 

꽃할머니는 날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집 밖에도 나설 수가 없었어요. 아무도 꽃할머니의 아픔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것도 가슴 속에 꼭꼭  묻어 두었지요.  

50년이 지나서여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꽃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고 아픔을 나누고 싶어했어요. 할머니는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 놓았어요.  

지금 세상에는 그런 일 없어야지.
나 같은 사람 다시는 없어야지.
내 잘못도 아닌데 일생을 다 잃어버리고....
 

 

꽃할머니는 몸이 아픈 이웃들을 도우며, 일주일에 한번씩 원예치료사와 꽃누르미를 하지요.

"난 꽃이 좋아! 이렇게 꽃을 만지고 있으면 기분도 좋고 아무 걱정 안 하고 참 좋아!
사람들이 꽃 보고 좋아하듯이 그렇게 서로 좋아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는 꼭 열세 살 같대요.

이제 할머니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 슬픈 눈동자에도 얇은 미소가 떠오르네요.
 

1940년 열세 살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었답니다. 이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고통받았던 꽃할머니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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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8-16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이 넘 좋아요.
정말 '승화'라는 표현이 딱이네요~

순오기 2010-08-16 18:34   좋아요 0 | URL
그 아픔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했는데~ 보는 순간 '이거다'했다는...

희망찬샘 2010-08-16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책들에서 꽃할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위안부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동화를 이번에 보내 주셨더라구요. 앞부분은 그저 그랬는데, 할머니의 이야기 부분은 긴장감 있게 읽혀요. 아, 민족의 아픔이에요.

순오기 2010-08-16 18:35   좋아요 0 | URL
민족의 아픔인데 외면하는 정부가 야속하죠.ㅜㅜ

오월의바람 2010-08-1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복절을 즈음해서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좋겠어요.이번에 연수를 받았는데 고등학생들까지도 동화책읽기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동기유발차원에서 상상력 넓히는 차원에서 공고에서는 수업진행이 안되서 동화책이나 만화책으로도 수업을 하신다고 하네요. 동화책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8-16 18:36   좋아요 0 | URL
그림책은 1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보는 책이지요.^^

마녀고양이 2010-08-16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색, 나무색, 바다색은 너무 아름답고..
할머니들의 슬픔은 너무 처절하고..

너무 아파서, 도리어 멀리하는게 사람의 이기적 마음인가 봅니다. 우리의 무관심은 아마 미안함의 표현인 듯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할머니들의 아픔이 너무 크네요.

(갑자기 연예인 머시기 양이, 위안부 그린 사진 찍는다고 반누드 촬영한 기억이 납니다........ 더욱 화가 납니다.)

순오기 2010-08-16 18:38   좋아요 0 | URL
그림에서 그 아픔이 느껴지죠...작가가 얼마나 고심했을지 짐작이 가요.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할 줄 아는 어른이 돼야 해요.
오늘 영화 '아저씨'를 보고, 어른들은 정말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해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ㅠㅠ

같은하늘 2010-08-17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힘든 부분을 알려주기 위해 작가도 참 많이 힘들었을것 같아요.
하지만 꼭 알아야할 일이기도 하지요.ㅜㅜ

순오기 2010-08-17 05:35   좋아요 0 | URL
작가도 많이 아팠을 거 같아요.ㅜㅜ

lo초우ve 2010-08-1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위안부꽃할머니 두달전에 알라딘에 구입해서 조카에게 선물해줬어요 ^^
당시 겪은일들이 구구절절 가슴아프게 하더군요.

순오기 2010-08-17 18:53   좋아요 0 | URL
조카가 몇학년일까요?
얼마나 참담한 일이었는지 이해하겠죠.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 - 홍길동전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3
류수열 지음, 이승민 그림 / 나라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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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장성 홍길동 생가를 중심으로 문학기행 예정이라 홍길동을 읽는다. 고등학생들과 같이 볼 책으로 나라말 책을 선정했지만, 민음사의 홍길동전은 완판 36장본과 경판 24장본이 수록돼 있어 챙겨 볼 계획이다.

중고등생을 위한 고전읽기 시리즈 홍길동전으로, 완판 36장본을 중심으로 이본의 내용을 조금씩 가져와 짜임새 있게 만들었고 밝혔다. 시대적 배경은 1433년 세종이 왕위에 오른지 십오년으로 시작된다. 청렴하고 강직한 재상 홍문이 군자를 얻을 신령한 꿈을 꾸었으나, 부인이 거절하자 하녀 춘섬을 품어 길동을 낳았다. 당시는 적서 차별의 신분제라 호부호형할 수 없는 길동은, 신분제도의 부당함과 입신양명 할 수없는 운명과 생명의 위협에 집을 떠난다. 길동이 집을 떠나면서 모친에게 '장길산'을 얘기하는데, 장길산은 숙종 때 사람이라 결코 세종대에 나올 수 없는 인물이다. 17세기 말의 실존인물 장길산을 1618년에 처형된 허균이 홍길동전에 썼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허균이 홍길동전의 원작자란 걸 의심하지만, 많은 이본이 있으니 원작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삽화도 있고 챕터 사이에 재밌는 자료도 많이 나와, 중고생이 공부하기에 좋은 책이다.

 

홍길동전은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문학적 가치와 영웅적인 인물을 형상화시킨 소설이다. 허균의 스승 이달이 서출이었기에 그의 영향을 받아, 적서차별의 신분제도를 부당하게 생각했을 듯. 하지만 홍길동전에서 다른 사회 제도와 이념은 그대로 존중된다. 도둑의 우두머리가 된 길동이 '활빈당'을 이끌며 부패한 관리나 제욕심만 차리는 사찰의 재물을 털어 굶주린 백성을 구제한다. 당시 민중들의 억눌린 욕구와 소망이 길동을 통해 구현된다고 볼 수 있다. 도적의 괴수가 된 길동을 잡아 들이기 위해 아비와 형 길현을 내세우지만 신통력을 가진 길동을 잡아들이지 못했다. 임금은 길동의 요구대로 병조판서를 제수한다. 조용히 지내던 길동은 임금께 나아가 적서차별의 모순과 인재등용의 실패, 부패한 관리에 의한 민중들의 고통을 고하고 조선을 떠난다.   

 

이상향을 꿈꾸던 길동은 임금께 벼 삼천 석을 얻어 삼천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망망대해로 떠났다. 율도국에 상륙한 길동은 나라의 기틀을 세우고 왕이 되어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길동은 요괴에 잡혀간 백룡의 딸과 두 여자를 구하여 아내로 맞고, 아들 셋과 딸을 둘을 두고 일흔 들의 나이에 왕위를 물려준다. 길동이 술에 취하여 칼을 쥐고 춤을 추며 부른 노래에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소설 막간에 삽화도 나오고 실존인물 홍길동에 대한 역사기록(연산군일기와 중종실록) 일부를 제시하며 각주를 달아 이해를 돕는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일어났던 임꺽정, 홍경래, 전봉준 등 인물을 소개한다. 또한 실존인물로서의 길동과 상상속의 나라 율도국을 역사기록과 학자들의연구를 토대로 길동의 삶을 정리해 도움이 된다. 중고생들이 꼭 읽어야 할 우리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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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길동이 꿈꾼 세상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12-08 15:27 
    10월 24일 홍길동 생가를 중심으로 한 문학기행을 앞두고, 고등학교 독서회 토론도서로 선정했다. 전에 나랏말에서 나온 청소년용을 읽었지만 민음사에서 나온 건 완판본(전주에서 판각한 목판)과 경판본(경성에서 판각한 목판)이 다 실렸다.   경판 24장본은 내용이 간략해서 완판36장본과 비교해보면 좋을 거 같다. 내용이야 뻔히 아는 거지만, 고전소설의 상투어인 화설(話說)-이야기를 처음 시작할 때, 차설(且說)-이야기를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 생각이 술술 풀리는 46편의 초간단 생각 창조법
황인원 지음 / 흐름출판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이 술술 풀리는 46편의 초간단 생각 창조법이란 부제가 붙었는데,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CEO들이 왜 시를 즐겨 읽는지 밝혀 놓은 책이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재테크나 외국어 등 스펙 쌓기에 올인하며, 시를 읽으면 밥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고 타박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한다. 흠~기획의도는 좋았으나, 멋진 제목에 좀 낚인 느낌. 반짝이는 아이디어 창고인 청소년과 직장인들이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  

이제는 재테크나 외국어 실력보다 더 많은 밥과 떡을 만드는 것이 '시'라고 말한다. 시를 읽으면 다양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만날 수 있고,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활용해 기업이나 삶의 경영에 적용하고,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상상력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지만, 어느날 갑자가 확 찾아드는 것도 아니고 수학문제를 풀듯 연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란다.  

상상력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 시에 있고, 세계적인 리더들은 그런 사실을 먼저 깨달은 이들이라며 시읽기를 권한다. 단순한 시 감상에서 벗어나 ‘실용적 시 읽기’로 남과 다른 차별화된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며, 시인은 발견과 창조의 천재라며 구체적인 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인용된 시 중에 중학교 1학년 국어에 실린 정일근 시인의 '바다가 보이는 교실'과 김수영의 '풀' 이정록의 '의자' 등 낯설지 않은 시를 만나는 반가움과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는 프레젠테이션 할 때,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목이 'What's in it for me (나를 위해 무엇이 담겨 있는가)라고 한다. 그는 시를 읽으며 '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생각이 막힐 때 시 한 줄에서 답을 찾는다'고 한다.

저자는 시인들이 어떤 방법으로 관찰하고 생각하며 상상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인들의 생각법과 상상법을 몇 가지로 분류해 설명했다.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관찰법, 통찰로 이어지는 3가지 생각법(의인화, 의미부여, 단순화), 창조성을 빛내는상상법,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깨달음 방법을 소개한다. 시인처럼 관찰하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법을 배우고, 시에서 경영 아이디어를 얻으라고 한다. 예로 든 시를 읽고 저자의 설명을 읽으며 공감은 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진 않았다.ㅜㅜ  

장과 절 사이사이 시원한 상상놀이터에 소개된 사진을 보면서 아이디어에 감탄하는 건 덤이다.^^  

 

인용된 문정희 시인의 <참회 詩>를 읽으며 시의 시대가 다시 오기를...
 

참회 詩1     -문정희-

말로써 우리가 감동되던 시대는 갔다.
우리들은 모두 어두움 속에서 더욱 빛나는
별이 되어
몸으로 울라
몸으로 울라
온몸으로 통곡하는 것이
이 시대의 감동이다. 

봄이 오면
내 기다림과 부끄러움을 말하리라
새벽이 오면
나는 끓어앉아 기도하리라. 

손풍금 소리 같은 나이 어린 自由
눈멀고 힘 잃은,
결코 순백해야만 하는 우리 어머니 앞에
바람 따라 쏠려다니던
죽은 말들의 서러움을.
말이 다시 노래가 되고,
노래는 흐르고 흘러서
아, 감동의 푸른나무로 부활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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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8-06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특강이 낫죠? ㅍㅎㅎ
저도 시의 시대가 오면 좋겠단 생각을 요즘 하면서 글 쓴답니다.
더운 여름 잘 나고 계시죠?

순오기 2010-08-06 18:15   좋아요 0 | URL
예~ 글샘님 특강이 훨~ 나아요!^^
더운 여름에도 열심히 책 읽고 살아요.
오늘은 밀린 시특강 공부하러 갈게요.ㅋㅋ

페크pek0501 2010-08-0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무척 좋아해서 한때 30편 정도를 외워본 적이 있어요. 김기림의 <길>이란 시는 지금도 기억해요.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대신 차라리 시에서 비유적인 표현, 참신한 표현을 배우는 게 좋을 듯한대요. 시인 출신의 소설가들, 또는 시를 아는 소설가들이 문장력이 좋습니다. 시를 공부해서죠.
제 생각엔 스티브 잡스 같은,성공하는 인물이 되려면 시보다 소설을 읽는 게 좋을 듯해요. 어떤 기업이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인간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판매전략을 써야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등을 아는 게 중요해요. 인간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죠.
식물에 관한 공부를 하려면 식물학을 공부해야 하고,
사회에 관한 공부를 하려면 사회학을 공부해야 하고,
인간에 관한 공부를 하려면 인간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소설은 인간학입니다.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죠.
인간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면 아마 스티브 잡스처럼 사회적인 성공은 물론, 연인관계에서도, 친구관계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걸요. ㅋ
여러 인물의 내면을 마치 남의 일기장을 보는 것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은 인간을 아는 데에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오기 2010-08-06 18:17   좋아요 0 | URL
시를 외는 것도 나이 먹으니 힘들어요, 돌아서면 다음 구절이 깜깜하다는...ㅜㅜ
그래도 학창시절에 읽은 건 기억창고에서 불쑥 나오는게 신기하죠.ㅋㅌ
소설은 인간학이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소설은 술술 읽히기도 하고요.^^

양철나무꾼 2010-08-06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 한편을 갖고 엉뚱한 상상을 했었는데...
저런 사진 속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도 하는군요~

저,저런 책도 좋아요.
슬쩍 건드려만 줘도 무한상상이 가능한~^^

순오기 2010-08-06 18:18   좋아요 0 | URL
시 한편으로 엉뚱한 상상~ 양철나무님은 창의력이 뛰어날 거 같아요.^^

잘잘라 2010-08-06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읽는 순오기님..
이런 리뷰를 쓰는 순오기님..
문정희 시인을 인용하는 순오기님..
사랑해요~~

순오기 2010-08-06 18:20   좋아요 0 | URL
하하~ 사랑은 언제라도 좋아요.
문정희 시인을 좋아하시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