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력 - 자녀 교육과 글로벌 리더십
강영우 지음 / 두란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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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막내학교 학부모 독서회 토론도서라 진즉 읽었는데, 독서마라톤에 푸짐한 상금이 없어 기록을 남기는데는 시들하다. 그래서 독서마라톤에 남겼던 기록을 추가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옮긴다.

한국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인 강영우씨의 저서로 자녀교육과 글로벌 리더십을 키워간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았다.
인물은 길러지고 명문가는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시킨 인생 성공담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 축구공에 맞아 망막 박리로 시력을 잃었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마저 세상을 떠나 여동생은 고아원으로, 남동생은 철물점으로 보내고 맹학교에서 어렵게 공부한다.
강영우 박사의 인생을 보면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 실감난다. 
어려울 때마다 돕는 손길이 있어 학업을 계속하고 봉사활동을 하던 석경숙을 만나 결혼한다.
30년 비전을 석의 시대, 은의 시대, 옥의 시대로 나누어 아내에게 석은옥이라는 새 이름을 부여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기까지 그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지 않았으며, 선명한 비전과 목표를 갖고 매진했다.
긍정적인 마음과 남의 고통이나 고난에 동참하고 공감하는 컴패션을 잃지 않았고, 소통의 능력을 더하였다.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놀라운 창의력과 집중력으로 맹인이지만 정안인보다 앞서는 지도자가 되었다.
또한 기독교적 신앙은 일곱가지 원동력을 강화시켰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영우 박사의 일곱가지 원동력과 신앙은 자신의 인생 뿐 아니라 자녀교육에도 큰 영향을 주어 큰아들은 아버지의 눈을 고치기 위해 안과 의사가 되었고, 둘째 아들은 오바마 대통령 입법관계 특별보좌관이 되었다. 그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아니 장애를 통해서도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고, 명문가를 이루었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증인이 되었다.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른 '난사비-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과 국가와 세계에 봉사하는 글로벌 인재가 된 명문가 강영우 박사의 인생행로에 존경을 바친다. 
개인적으로 강영우 박사보다 더 대단한 사람은 시각장애인과 결혼한 그 부인이 아닐까, 후한 점수를 준다.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인생 멘토로 삼아도 좋을 강영우 박사 부부와 두 아들처럼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청소년들이 선명한 비전과 원대한 포부를 갖고 노력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엄청난 노력을 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구나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누구나 이렇게 노력하고 실천하지 못하기에 평범한 사람으로 사는 것에 자족해야 하지 않을까.
부모가 본을 보이지 못하면서 자녀들만 잡아서도 안되겠지만, 자식에게 성공만을 요구하는 부모가 돼서도 안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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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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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예뻤을 때는 언제고, 그때 나는 무엇을 했나? 삶을 뒤돌아보며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한 독서였다.   

80년 5월, 광주 사태로 불리던 그 시대를 겪은 고등학생 진만이, 승규, 만영이, 태용이, 승희, 정신이, 수경이, 경애, 그리고 화자인 해금이까지 '아홉 송이 수선화'들과 그네 가족들의 이야기다. 딸 다섯 중 네째인 해금은 공부를 잘하거나 인물이 빼어나지 도 않고 특별한 재주도 없는 평범한 아이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교편을 잡았던 아버지는 학교를 박차고 나와 학원 강사를 전전하다 텃밭을 가꾸는 농부로 돌아가고, 엄마는 다섯 딸들의 유난스런 일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범했다. 그저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살던 해금이와 친구들은 광주의 5월을 겪으며 인생이 꼬인다.
 

5.18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그네들의 삶은 슬픔과 아픔이었다. 80년 5월 기독병원으로 헌혈하러 가던 경애가 총탄에 맞아 죽었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사는 사람들이 이상해서 도저히 숨 쉴 수 없이 가슴이 아프던 수경이는 목욕탕에서 손목을 그었다.   

 "세상 사람들은 왜 아무렇지 않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나는 너무 이상해.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혹시 말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물에 뭐든지 빨리 잊어먹게 하는 약이 섞여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 공기 중에 누가 죽었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살아가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약품을 살포한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밥먹고 웃고 결혼하고 사랑하고 애 낳고 그러는 게 이상해..... "(76쪽) 

"미안해. 수경아. 미안해. 화내서 미안하고, 웃어서 미안하고, 밥 잘 먹고, 잠 잘 자서 미안해....."

"왜, 왜. 니가 미안한 건데?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미안하다고 하는 건데? 진짜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가만있는데에. 왜, 왜 그러는 건데에. 내가 말했잖아, 난 단지 이상할 뿐이라고. 이상하고 이상해서 숨쉬기가 힘들 뿐이야. 나도 숨을 크게 쉬며 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아. 숨을 크게 쉬려면 가슴이 너무 아파. 여기 이 가슴 한가운데가 터져버릴 것만 같단 말야."(77쪽)

 
80년 5월을 겪은 아홉 송이 수선화들은 가장 예뻐야 할 20대를 아프고 힘들게 견뎠다. 엄청난 폭력에 침묵하는 세상과 사람들을 견딜 수 없어 저수지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 수경이, 아버지가 새여자를 들이자 승희는 가출하고, 승희 하숙집에서 딸을 기다리던 엄마는 뇌출혈로 싸늘한 죽엄이 됐다. 승희는 아빠도 없는 아이를 낳았고, 승희를 좋아했던 진만이는 방황한다. 만영이는 승희의 아들 승춘이를 돌보며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번다. 정신은 대학을 다니다가 노동자로 위장취업을 하고, 해금이는 대학에 떨어지고 학원에 다니다가 고모의 의상실에서 일을 배운다. 작은아버지 제재소에서 만난 환이와 수줍은 연애를 시작하지만 가난한 연인들은 밤새 골목길을 걸을 뿐이다.  

 
5월 도청의 마지막 밤 항전파와 투항파로 갈린 환의 형들은 원수처럼 싸우고,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한 환은 손목을 긋는다. 환은 목숨을 건지지만 다시는 웃지 않고 해금의 손을 잡지도 않는다. 해금은 환을 떠나 서울의 정신에게 가서 방직공장에 취직하지만, 인간을 짐승처럼 대하는 사업장에서 비로소 인간의 존엄을 외친다. 서울대에 간 승규는 정보원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군대로 끌려가 의문사로 짧은 생을 마감한다. 정신과 해금은 만신창이가 되어 고향으로 내려 온다. 진만은 방황을 끝내고 은행에 취직했고, 승희와 함께 살고 싶은 만영은 여전히 방황한다.  

 
처절하게 아름다운 그네들의 청춘은 아픈 만큼 성숙한 인간애를 보여준다. 80년 5월을 관통한 젊은 그들은 꽃도 피우지 못하고 죄의식과 상처로 얼룩진 청춘을 보냈다. 그 나이에는 자신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살기 쉬운데, 그네들은 세상을 염려하고 친구를 돌보며 고단한 삶을 견뎠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80년 5월 광주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밥을 벌어야 하는 현실을 감당해야 했다.
 

어머니독서회 중에 가장 나이 많은 예순 여섯 살 왕언니는 스무 살에 결혼해 사남매를 낳아 키우며, 그해 오월엔 신역(광주역) 앞 광주고속 옆에서 공구점을 운영했단다. 그해 오월, 공수부대의 방망이에 맞아 머리가 깨지고 온몸에 피범벅이 된 학생들이 도망쳐오면 샷터를 내리고 그들을 감춰야 했다며 진저리를 쳤다. 세상 사람들은 얼마나 참혹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금은 다들 잊은 듯이 살고 있다고 말하는 왕언니의 눈가엔 물기가 배어나왔다. 우리도 울컥 눈시울이 뜨거웠던 시간... 가장 예뻤을 나이에 참혹한 현장을 겪었던 그들의 아픔을 없었던 것으로 여기지는 말자. 그해 광주의 5월을, 우리 잊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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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6-08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 겁니다.현충일도 안중근 의사 탄생일이 아니냐고 하는 세상이니까요ㅜ.ㅜ

순오기 2011-06-08 09:05   좋아요 0 | URL
그래도 기억해주는 소수가 있다는 걸로 위로를 삼아야겠죠.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푸른도서관 4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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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31일 박윤규 작가님의 쪽지를 받고, 80년 5월 광주를 다룬 청소년 소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의 출간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표지는 그해 5월의 잿빛 현장을 배경으로 고수의 장단에 맞춰 고운 한복의 판소리 소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소설은 윤상원 열사와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이 진행되는 망월묘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윤상원 열사는 '서른 살 쯤 되어 보이는 곱슬머리 청년'으로 묘사되어, 사진으로 본 윤상원 열사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또한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 공원에 임방울 기념비가 있어, 임방울 선생의 사랑이야기는 더욱 애절하게 다가왔다. 공교롭게도 윤상원열사와 임방울 선생은 내가 사는 지역구 출신이라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오월문학상을 수상했던 작가는 5년 전 망월묘역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그때 동행했던 아들의 "어떻게 이런 짓을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아직도 잘 살고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의 상황을 짧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 자료를 모으고 판소리를 배우며 방울새가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5월 광주를 설명하기 어려운 어른이나, 광주의 진실을 알고 싶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   


표지의 소녀는 전국 어린이 명창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쥔 방울이다. 할아버지가 춘향가의 쑥대머리로 유명한 명창 임방울 선생을 좋아해서 지어준 이름이다. 방울이는 말문이 트일 때부터 쑥대머리를 부르고 판소리를 배우며 자랐다. 80년 5월, 방울은 어린이 명창이 되고 생일과 초경을 맞이했다. 방울이는 북장단을 맞추는 고수 민혁 오빠와 춘향이 같은 사랑도 하고 싶고 국창이 되는 꿈도 가진 조숙한 소녀였다.


하지만, 그해 오월 미처 꽃도 피우지 못하고 스러진 방울이는, 민혁 오빠가 선물한 방울새의 몸을 빌린다. 방울새가 된 방울이는 터미널과 학교 앞, 금남로와 도청지하실까지 날아들어 민혁오빠를 애타게 찾는다. 군인들은 왜 광주시민을 몽둥이로 때리고 총을 쏘아 죽이는지... 시민들은 왜 무자비한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하는지... 광주시민을 학살한 신군부세력과 전두환을 거론하며 오월 광주를 증언한다. 산자의 죄의식에 눌려 있던 민혁은 비로소 득음을 하고, 영령들의 한을 소리로 위로한다. 도입부 영혼결혼식의 노래극 <넋풀이-빛의 사람들>의 주제가 '님을 위한 행진곡'과 마지막 죽은자를 위한 <오월의 노래> 씻김굿 소리로 마무리 된다.  


작가가 구사한 전라도 사투리는 광주살이 20년이 넘은 내겐 제법 익숙한 말이라 입에 착착 붙었다. 거론되는 지명도 어디쯤이고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충장사 길목은 선산이 있어 자주 오가던 곳인데, '작것'이란 별명이 붙게 된 '작고개'는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방울새가 울지 않는 이유는 새들은 눈물샘이 없기 때문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눈물샘이 없는 방울새처처럼 광주시민의 눈물샘은 이미 말라버려 울지 못하는 건 아닐까? 눈물은 흐르지 않아도 '키리키리 찐찐 찌릉찌릉...' 방울새 울음 소리를 듣는 사람은, 하늘과 땅 사방에서 들리는 광주의 통곡도 들을 것이다.



"아따 시상에 몰강스럽기도. 나가 일제 시대도 겪고 육이오도 치렀지만 요로코롬 독하지는 않았어라. 대명천지 사람 사는 시상에 뻔히 보는 데서 마구 찌르고 박살 내고. 이건 안 될 일이제. 암먼, 암먼."(90쪽)
 
"이번 사태의 발발 원인은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군부의 정권 욕심에 있습니다. 그들은 하극상 쿠테타인 12.12 사태로 군권을 거머쥐었고, 그때 이미 정권을 가로챌 기미를 보였습니다. 국민들은 이에 반발했고 정상적인 민주 정부를 세울 걸 요구했지요. 하지만 그럴 의도가 없었던 군부는 계엄을 확대하고 말았습니다."

"그럼 왜 하필 여기 광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광주는 군부에 대한 반발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가장 드높고, 또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다른 데로 확대될 가능성이 적지요. 그래서 광주의 민주화 요구를 눌러 본을 삼기로 작정한 듯이 보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직접 목격했듯이 계엄 군부의 하수인인 공수부대에 의해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무참하게 학살되었습니다. 광주 시민과 전남 도민, 그리고 우리는 이 같은 만행에 맞서 봉기한 것입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자신과 이웃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싸움은 단순히 살기 어려워서 일어난 민중 봉기기가 아니라, 권력을 잡으려는 군인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항쟁입니다." (127쪽)

   

자주 쓰이지 않는 우리말 표현(소소리바람, 머슬머슬, 갈걍갈걍, 아슴아슴, 아령칙하다, 씨억씨억, 소마소마,시망스런, 이마지두, 두억시니, 어둑신한, 찜부럭거리다, 또랑광대, 몰강스런, 오소소, 꿈쩍꿈쩍, 야차, 우렁우렁한, 잠포록, 오살할, 비손...)과 판소리 용어(더늠, 추임새, 중중모리, 계면조, 청구성, 시김새, 비가비, 아니리, 발림, 중중몰이, 종모리, 자진모리...)는 작가의 수고로운 흔적으로 감지되었다.  


작가는 후기에서 '서불진언(書不盡言) 언불진의(言不盡意)-글은 말을 다할 수 없고, 말은 마음을 다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 책으로 광주의 아픔과 역사의 진실을 안다면 작가의 부채감을 덜 뿐 아니라 산자들의 죄의식도 조금은 덜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80년 5월 광주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은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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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2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불진언 언불진의

다하지 못한 글 노래에 싣고
다하지 못한 마음 그리움 되어
구름 되어 바람 되어..

순오기 2011-05-23 13:32   좋아요 0 | URL
구름되어 바람되어~ 오늘은 비를 뿌리네요.^^

마녀고양이 2011-05-2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신지 2주년 되는 날이네요.
벌써 2주년이예요, 언니.
80년 5월 광주처럼 정말 빨리 지나가네요.

이쁜 5월이어야 하는데, 5월의 역사는 참 슬퍼요.
11월이었다면 더 슬펐을까요? 꽃 피는 날, 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다시 먹먹...

우리말이 참 향기롭네요. 머슬머슬, 몰강스런, 불러보기도 좋은 표현이예요. 입에 착 달라붙어요.

순오기 2011-05-23 14:10   좋아요 0 | URL
그래요~ 5월은 행사도 만고 가신 분도 많고...
TTB광고 노짱 추모특집으로 바꾸려고요~
 
멋지다 열일곱
한창욱 지음 / 예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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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참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열일곱 청춘들은 대부분 교실이란 감옥에 갇혀 입시를 목표로 사육당할 뿐이다. 
혹은 그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 자퇴하거나, 불장난으로 몸을 망가뜨리기도 할 것이고......

당신의 열일곱 살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도전장을 내밀듯 청소년에겐 질문을 던지고, 이미 열일곱을 지나온 독자에겐 후회없이 보냈는지 당돌한 화살을 날린다.
그래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때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걸, 그때 조금만 더 인내할 걸, 그 친구와 어울리지 말 걸, 수없이 많은 '~껄 ~껄'을 곱씹게 된다. 

인생에서 열일곱 살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절인가?
맞다, 하지만 당시에는 알지 못하고, 지나온 발자국을 돌아보며 깨닫는 것이지...  
내 인생에도 반전이 필요한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잡고 싶다면 <멋지다 열일곱>을 읽어보라.

청소년을 위한 기획 의도가 돋보이는 자기계발서로 읽히는 소설이다.
작가는 인생의 선배로서, 후회없는 열일곱이 되도록 사랑하는 후배들을 위해 훈수를 둔다. 뚜렷한 목표와 꿈의 설계도를 작성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천해야 성공에 이른다는 걸. 누구나 알고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그 과정을 재하와 드림레이서 친구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챕터 사이의 삽화도 매력적이다. 

 
  

열일곱, 잘나가던 농구선수였던 재하는 부상으로 농구를 접고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도 꿈도 없는 재하는 바이크에 빠지고 공부는 밑바닥이다. 그때 친구 다연은 '드림레이서'가 되기 위한 일곱 개의 미션 수행을 권유한다. 성공한 3%에 들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은근 마음을 두었던 다연의 권유인데 마다할 수 없겠지.^^ 

“세상에는 두 가지 불행이 있대. 예기치 못한 불행과 예정된 불행. 넌 지금 예정된 불행을 향해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는 거야.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너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것 같니? 반전이 없다면 너의 미래는 불 보듯 빤해.” (33쪽)   

“선택받는 삶을 살지 말고 선택하는 삶을 살아라! 외삼촌의 지론에 의하면 진정한 자유인이란 떠돌아다니는 여행자가 아니라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래. 내가 오늘 무슨 일을 할지, 누구와 함께 무엇을 먹을지, 영화를 볼지 연극을 볼지, 어디서 잠을 잘지를 스스로 선택하며 사는 사람이 진짜 자유인이라는 거야!” (60쪽)

"꿈을 이루고 싶다면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살지,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즐기며 적당히 타협하다가 적당한 선에서 꼼을 포기하면서 말이야! 내가 정말 꿈을 이루고 싶다면 다른 사람 눈치 같은 건 볼 필요도 없어. 미친드시 앞을 보고 달려가야만 해."(156쪽)

"우리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행복해야 한다는 거야. 우리가 성공을 꿈꾸는 이유가 뭐니? 행복해지기 위해서잖아, 그런데 그 과정이 불행하다면 성공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208쪽)

재하가 수행할 일곱 개의 미션이다. 
첫째 나의 일대기를 적어보자.
둘째 중.단기 계획을 세우자.
셋째 파워지수를 높이자.
넷째 시간을 관리하자,
다섯째 인맥을 쌓자.
여섯째 교양을 쌓자.
일곱째 생각하는 힘을 키우자,  
(책 뒷면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둬서 좋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관리하는 다연과 친구 태훈의 도움을 받으며, 재하는 단계별 미션을 수행한다. 그러면서 바닥을 치던 재하의 성적이 오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된다. 부잣집 딸 다연의 도움이나 재하가 꿈꾸는 두카티 999R을 소유한 부자 외삼촌의 출현에 살짝 거부감도 들었지만, 설득력 있는 자료 제시에 공감하고 외삼촌의 이력이나 마무리도 괜찮았다.  

공부를 잘했지만 졸지에 소년가장이 되어 진학을 포기하고 꿈을 접었던 창수의 도전, 중학교에선 공부가 바닥이던 태훈이 신의 아들만 한다던 전교 1등에 등극하는 등, 재하와 친구들의 변화와 우정도 감동적이다.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도 실천하기 어려운데, 멘토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변화를 이뤄가는 재하처럼 되고 싶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 특히 중고등 청소년들이 학습에 적용할 구체적인 방법들 인맥 나무 만들기, 꼭 읽어야 할 책 100권,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100곡, 월드 뮤직 100곡, 세계 100대 미술가, 한국 현대 미술가 100인, 세계 영화 100선... 등을 적용한다면 굉장한 힘을 발휘할 것 같다.

고1인 우리 막내는 뻔한 내용일거 같다고 책읽기를 거부했다.
성공한 3%에 들어가기 위한 분투라는 게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분명 이 책을 읽으면 자극과 도전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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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5-2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희 아들이 참 불쌍해요.
근데 참 웃긴게...다른 사지다 싶으면 안 내보낼텐데...
그 구덩이 속으론 밀어넣고 있어요, 에효~ㅠ.ㅠ

청소년 책들, 청소년은 뻔하다고 하는데...어른이 읽고 감동 받기도 하고 그렇죠.
예를 들면 '도무라반점의 형제들' 같은 거요.
참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순오기 2011-05-21 17:24   좋아요 0 | URL
알면서도, 그 구덩이 속으로 밀어넣지 않을 부모가 얼마나 되겠어요~ ㅜㅜ
빤하다 싶어도 배울게 많다는 건 인정하지요~ ^^

글샘 2011-05-2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내미에게 이 책을 권하는 건 전 반대입니다. ^^ 뻔한 내용이기 때문이지요.
토론학교 철학이 나왔더군요. '우리학교 출판사'에서요. 그거 권해 주세요.
토론학교 과학, 토론학교 문학, 토론학교 사회 등도 좋답니다.

순오기 2011-05-22 14:59   좋아요 0 | URL
아들내미가 아니고 막내딸한테 권한다는 말인데
이미 지난주에 봤다고 오늘 독서마라톤에 기록을 남겼답니다.ㅋㅋ
막내는 영문학 동아리에 들어서 그쪽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하더라고요.
권해 주신 토론하교 과학, 문학, 사회....도 살펴볼게요. 고맙습니다~~`^^

2011-05-22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2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05-22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용 책들은 실제 청소년들이 거의 읽지 않는편이죠,공부하기도 바쁜데 이런 책들 볼 시간이 없지요ㅜ.ㅜ
오히려 어른들이 더 많이 보지 않을까 싶어요.

순오기 2011-05-23 02: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우리애들도 청소년 책 별로 안 땡긴대요.ㅋㅋ
그래도 결국 읽긴 하더라고요.^^
 
지상에 숟가락 하나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개정판
현기영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별명이 '똥깅이'래서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바닷게를 이르는 제주도 방언이다. 똥깅이는 냇가에 뿔뿔 기어다니는 민물게로 축축한 흙 구멍에 살아 색깔이 칙칙하고 다리에 털이 숭숭숭 돋아, 생긴 모양이 흉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나무에서 떨어지며 돌에 부딪혀 머리에 난 상처가 꿰매지 않고 저절로 아물어, 마치 젖은 땅에 찍힌 말 발자국과 비슷해 '땜통'이란 별명을 갖게 된 주인공은 '똥깅이|'라고도 불렸다. 


'우리나라가 해방되고 새로운 권력을 형성한 집단이 정치적 야욕의 제물로 삼은 제주 백성들. 한라산과 해변 사이의 중산간 지대 130여 개 노형마을이 불타고, 주민의 절반은 산으로 달아나 폭도라는 누명아래 사살되고, 그 가족이나 마소까지도 처형되는 대 살육'의 4.3사태를 체험한 입장에선 절대로 객관화가 불가능할 것이다. 작가는 정치적 언급은 피하고 똥깅이의 눈높이에 맞춘 추억의 조각들을 늘어놓는 것으로 4.3을 진술한다. 독자들이 4.3의 진실을 알아내기에 더 좋을 듯하다. 


사태의 방홧불에 타버린 식량과 계속되는 가뭄과 흉작으로 먹을 것에 굶주렸던 똥깅이는 '의붓 아이 밥먹듯 늘 배가 고팠다'라고 회상한다. 유격대 대장 이덕구의 시신을 예수의 십자가처럼 높이 들어올려 앞가슴에 꽂아놓은 '숟가락 하나'가 똥깅이의 기억에 강한 이미지로 남아 책 제목이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지 않앰시냐. 그러니까 먹는 것이 제일로 중한 거다."라는 숟갈론으로 굶주림 속에서 자식을 먹이는 일이 최고의 선이었음을 고백한다.


이런 황폐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아이들의 의무는 무조건 자라나는 것이었고, 우리의 똥깅이도 태어나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산자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다. 그 성장기에 자연과의 어울림을 통해 조화를 배우고, 친구들과 싸우며 양보와 타협을 배워나가며, 은밀함을 통해 성(性)에 눈 떠가는 아름다운 추억들~ 그 추억여행을 따라가며 배꼽을 잡기도, 가슴 아린 동감에 눈시울이 젖기도 한다. 


진짜의 이름은 출석부에만 있을 뿐, 기영이는 땜통이나 똥깅이로, 원경이는 웬깅이(왼손잡이), 준영이는 주넹이(지네), 입술 오무라든 모양이 닭의 미주알 같다고 닭똥고망으로, 이름과 상관없이 엉덩이를 '언데니'라고 발음해 붙은 언데니, 그 외에도 돌패기, 쇠똥이등 그 동무들과 어울리는 유년시절이 그려진다.  돼지를 잡으면 돼지오줌통으로 추구를 하고,  양쪽 콧구멍에서 누렁코가 동시에 기어 나와 윗입술에 닿으려는 아슬아슬한 순간에 후루룩 소리와 함께 콧구멍 속으로 도로 빨려 들어가는 신기함. 보리 풍년엔 보리방귀, 고구마를 먹으면 뽀르륵 뽕뽕 줄방귀. 비 오는 날 볶은 콩을 먹으며 어머니가 들려주는 한라꿍 이야기는 일상의 평화와 안식을 느끼게 한다. 때론 제주도만의 특색이라 완전한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들의 성장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너무 재미있어 아무 곳이나 펼치고 읽어도 이해되는 소설이다. 


오랜 동안 아버지의 부재에서 오는 소년의 비애, 그 우울함 속에 문학에 빠져들고, 성깔이 치받쳐 오르면 저돌적 충동에 사로잡히는 혈족의 기질이 드러난다. 어느 날 갑자기 돌아와 한 식구가 된 아버지와의 적대감. 투쟁의 대상으로 삼았던 아버지가 살아서는 늘 실패했지만, 죽음만큼은 모닥불 꺼지듯 자연스럽게 가신 최후의 승리였음을 확인한다. 


이제 살아온 세월이 더 많은 중늙은이가 되어, 똥깅이를 따라 곡괭이로 하나씩 추억을 파헤치며 예전의 똥깅이가 지금의 자신을 낳았노라고...   세월을 살아오면서 생김까지도 아버지를 닮아, 이제는 죽음 앞에 바로 놓인 자신을 자연으로 데려가고자 귀향 연습을 하노라 고백하며 마친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 때론 과장하고픈 허영도 있을진대 자신의 어린시절을 진솔하게 그려낸 작가의 용기가 돋보인다. 우리도 유년의 추억을 두레박으로 퍼 올린다면 똥깅이의 추억 절반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주 오래전(지금 고딩인 막내가 초등 2학년이던 때)에 내가 읽고 썼던 건데 뒤늦게 찾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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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4-1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땜통, 똥깅이, 웬깅이, 주넹이, 닭똥고망, 언데이... 부르는 이름이 재밌어요.
출판사 이름이나 배경 사건이 주는 무거움과 대비되서 더 그런것도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름은 그 자체로 시,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장 짧은 시'인듯..^ ^

순오기 2011-04-19 20:12   좋아요 0 | URL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장 짧은 시... 멋진 표현이네요.^^

2011-04-19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4-19 20:11   좋아요 0 | URL
^^

2011-04-20 0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04-19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주 오래전 읽은 책이네요.
막내가 초등2년에 쓴 글이라니 정말 대단해요!

순오기 2011-04-19 20:10   좋아요 0 | URL
앗~ 아이가 쓴 글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내가' 읽고 썼다고 수정했어요.ㅋㅋ

꿈꾸는섬 2011-04-2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너무 좋지요. 저도 오래전에 읽었어요. 이 책은 남편이 먼저 읽고 읽으라고 주더라구요.ㅎㅎ

순오기 2011-05-03 03:34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을 보면 역사의 사실과 진실을 아는데 도움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