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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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남동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영주가 서점을 차리고 경험하는 것은 필자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경험하는 것과 굉장히 유사했다. 우선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도 같아서 더 매료되어 읽었던 것 같다. 특히 항상 해보고 싶었던 북토크, 북미팅 장면도 좋았다. <일하지 않을 권리>란 책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자처해서 바보가 된 꼴'이라 생각하는 승우 작가처럼 말주변도 없는 내가 유튜버라니. 작가가 돼야지! 하고 작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승우 작가도 나도 어쩌다 보니 작가 데뷔를 했다. 강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도 너무 비슷한 고민을 했던 터라 과거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우리의 주인공 영주는 휴남동이라는 곳에 서점을 차리고 이것저것을 활동한다. 쉴 휴休. 좋다~

바리스타 민준을 직원으로 고용하며 맛난 커피 운영은 오롯이 그에게 맡기고, 영주는 서점을 통해 하고 싶을 일을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종종 동네 서점을 오픈하는 것을 꿈꾸어본 적이 있다. 단순하다. 책을 좋아하니까. 그런 책 속에 파묻혀 있으면 마음에 안정감을 느끼니까. 그런데 서점도 사업이니 그렇게 낭만만 찾기엔 너무 현실을 알아 무모하게 뛰어들 생각은 1도 없었다. 사실 금정적인 것은 둘째치고 육아와 병행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 크다. 아직도 '독박 육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그래서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유튜브를 선택했다. 육아와 자녀교육, 그리고 나의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 말이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이지만 현실은 '잠을 안 자가며'가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뭔지 하나도 모르는 유튜브였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단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나중에 영상 편집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그때부터 독학을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니 책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에 담고 싶었고, 영어를 좀 아니까 영어에 대해서도, 영어원서를 추천하고 싶었고, 구매한 책에 대한 수다도 담고 싶었다. 누군가는 나처럼 책 수다를 재밌어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보니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 채널에 하나둘 올리게 된 지 벌써 2년이 넘어 3년이 지났다.


영주처럼 나도 '2년'을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뚜렷한 목표나 기획을 거창하게 만들어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2년만 해보고, 그 후에 어떻게 되나 지켜보자. 바람 따라 생각 따라 움직여보자.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영주처럼 고정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상 내용이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더 쉽게, 다소 무모하게 시작을 했던 것 같다. 


이미 소장하고 있는 핸드폰과 처음 구매한 오디오 마이크 만 이천 원, 그리고 만원 정도 했던 삼각대가 전부였으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그땐, 영주가 '서점을 자리 잡는다'라는 의미가 무의미했던 것처럼 나에게 '유튜브 채널이 자리 잡는다'라는 의미 따위를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 자녀 이야기, 자녀 교육에 빠질 수 없는 책 이야기를 하다 보니 출판사, 유통사, 수입사, 공급사와 연이 닿았다. 공구 시장이 있다는 것도, 책 소개 영상을 제작하면, 영상 제작비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업체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영상은 글과 다르기에, 내가 소개할 수 있는 책만 협업계약을 하고, 할 말이 없는 책은 정중히 거절을 해야한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정말 신기한 시장이었다. 더불어 내가 대표이니 다 내 맘대로, 누구의 눈치 하나 보지 않고 오롯이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영주가 운영하는 서점처럼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점처럼 책을 팔 생각으로 채널을 개설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연결해 주는 창구의 역할을 최근 많이 했다는 생각이 이 책을 보며 들었다.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이야. 일반 서점보다, 동네 서점보다 무조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정보를 나눌 수 있어서, 신기하고 놀랍고 뿌듯했다. 더불어 이러한 책을 나와 아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영주는 지난 2년 알고 지내던 동네 책방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걸 지켜봐왔다. 어떤 서점은 서점 주인의 속도에 맞춰 느릿느릿 걷다가 문을 닫았고, 어떤 서점은 서점 주인의 역량을 넘어선 속도로 걷다가 문을 닫았다. 돈이 안 돼 문을 닫는 경우, 돈은 어떻게든 맞출 수 있는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과속으로 달릴 수 없다는 생각에 문을 닫는 경우, 여기에다가 이름이 꽤 알려진 한 서점이 문을 닫은 것에서 볼 수 있듯 과속에서 불구하고 생활이 되지 않아 문을 닫는 경우가 있었다.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건 길 없는 길을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영주는 생각했다. 어떻게 운영해야 좋을지, 그 누구도 확신에 차 조언해 줄 수 없는 사업 모델. 그래서 동네 서점 사장들은 하나같이 '오늘만 사는 삶'이라며 미래를 예측하길 조심스러워했다.(...)


그럼에도 동네 서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어쩌면 동네 서점이란 사업 모델은 지나갔거나 다가올 꿈같은 개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영주의 머리를 스쳤다. 누군가 삶의 어느 시점에 꿈을 꾸듯 동네 서점을 연다. 1년을, 아니면 2년을 운영하다 꿈에서 깨듯 서점을 닫는다. 뒤를 이어 또 누군가가 꿈을 꾸듯 서점을 열고, 그렇게 계속 서점이 늘어나는 가운데, 서점을 한때 꾸었던 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난다. 10년 된 동네 서점, 20년 된 동네 서점을 찾기는 어려워도,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동네 서점은 존재하는 것이다."

pg 189


이 문장에 계속 마음이 간다. 서점을 유튜브 채널로 대체하면 너무 똑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장에서 맴돈다. "어떤 서점은 서점 주인의 역량을 넘어선 속도로 걷다가 문을 닫았다." 지금 내가 딱 그렇다. 나의 역량을 넘어선 속도와 열정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비난과 푸념을 들을 때면, 서점 문을 닫듯, 채널도 닫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유튜브 채널은 서점처럼 처분할 것도 없다. 정말 쉽다. 그냥 사업자등록증 폐업 신고하고, 매년 내야 하는 세금만 안 내면 그만이다. 그게 6만 원이었던가. 채널도 글 한 줄이면 된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채널 문 닫습니다." 캬~~ 이렇게 쉽다. 그래서 꾸준히 새로운 채널이 생성되고 소리 소문 없이 닫는다. 물론 공지하고 닫는 곳이 더 많겠지만. 동네 서점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유튜브는 사라지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은 내가 일단 애정하는 공간이었고, 휴남동 서점에 찾아와주는 분들이 늘어간 것처럼 채널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함께 만들어간 공간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묘사일 것이다.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며, 과정이 즐거웠다면 결과를 따질 필요 없고, 무엇보다 영주는 지금 서점을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애쓰는 이 시간이 좋았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pg 190"


채널을 통해 만났던 좋은 사람들, 열심히 나누었던 정보, 나의 진심을 쏟을 수 있는 작은 놀이터에서 그동안 잘 놀았으니,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바쁘게 살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고 알찼고, 물론 육아와 살림을 함께 하느라 체력이 고갈되었지만, 뿌듯함과 감사함이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다. 숨통이 트였달까.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때 정말 뿌듯했다. 


우리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거든.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 사람들도 다 힘드네? 내 고통은 지금 여기 그대로 있지만 어쩐지 그 고통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른 우물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없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들어.pg 193


​우아한 육아, 행복하기만 한 결혼 생활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SNS를 많이 보면 우울해진다는 연구 논문에서처럼 나의 채널과 글이 누군가에겐 우울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깨끗한 부엌, 정리된 집 뒤에는 결국 집주인이 다 쓸고 닦고 개고생을 해야 하는 것을 어찌하여 생각하질 못하는 것인지. 우리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나 교재를 소개하기 위해 분석하고 공부하고 아이와 경험해 보고, 업체들 섭외하고 가격 네고 하고, 기획하고 스케줄 짜고, 그 와중에 불필요한 감정 낭비, 에너지 낭비를 하는 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잠 부족으로 체력이 고갈되며 다시 워커홀릭의 진상을 부리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더 이상 행복감과 거리가 먼 하루하루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무력감, 무료함, 공허감, 허무에 빠지게 되었다. 자기혐오는 말할 것도 없고.

우물에 빠졌다. 물론 우물이 그리 깊지는 않다. 그래서 이렇게 책을 통해 힐링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을 한다. 영주가 어떻게 서점을 꾸려나가며 성장하는지를 통해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독서모임 멤버 중 무신론자 여자의 말처럼 '모든 일엔 일장일단이 있다', '일희일비하지 말자.'란 말을 회상하며 천천히 쉬면서 생각해 봐야겠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초심을 잃지 않고,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하며. '정제된 예의와 적당한 관심' pg 221을 담아 나를 바라봐야지. 무슨 일을 하든 고민을 사라지지 않을 터.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해야지.


​나의 채널이, SNS 공간이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곳이길 바랐는데, 여전히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안주하기 싫어 새로운 도전을 실행한 후, 나와 나의 가족,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거창한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잠시 찾아들 수 있는 행복감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재밌게 읽어야지'란 생각만 했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통해 생각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받아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고 음미하며 읽었다. 추가로 읽고 싶은 책 목록도 엄청 길어졌다. 


​그냥 이런 맛에 책을 읽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님과 작가님 글은 닮았나요?'란 질문도 여운이 남는다.

'나와 나의 글은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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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 딸기는 내 거야
아이노 마이야 메트솔라 지음, 강나은 옮김 / 별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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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러운 생쥐 이르마가 눈에 확 띄는 책!


처음 책표지를 보았을 때와 읽고 나서 받은 느낌이 너무나도 다른 책이기도 하다.



아이 눈에는 보이는데 왜 부모인 내 눈에는 안 보였을까?



이르마는 밭 가꾸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열심이다. 내 밭이라며 파리 커플도 내쫓고, 심지어 부러워하는 것이라고 일관하며 자신의 소중한 밭을 가꾸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르마가 열심히 일구어 놓은 딸기밭에 불청객이 왔다. 누군가가 베어먹은 자국을 묘사한 그림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여기저기 움푹 패어 있는 딸기를 보며 필자는 그저 '범인이 누구지?'라는 생각에 집중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딸아이에게 책을 다 읽어주고 나니, 결말은 황당 그 자체였다. 난 무슨 그림책을 보았던가? 내용이 이게 뭐징?



그런데 놀라운 건, 함께 읽은 딸아이가 이 책의 의미에 대해 해석을 해주는데 입이 딱 벌어졌다.


결론은 혼자 밭에서 기른 과일을 먹는 것보다 같이 먹는 것이 더 맛있어서 달팽이와 나누어 먹는 것이라고 했다. 형제를 그리워하니 나중에 형제들에게 연락을 할 것 같다는 상상까지 곁들여서.



이야기를 듣는 중, 내가 정말 고약한 어른이 되어버렸나 보다~ 란 생각이 들었다. 결과에만 집중하고, 범인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집 없는 달팽이도 무미건조한 감정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제아무리 완벽한 밭과 과일(식거리)가 잔뜩 있더라고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면 너무 쓸쓸하고 외로운, 즉, 완벽과 거리가 먼 삶을 사는 것이리라. 기쁨도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은 진리이다.



그림책을 읽고 한동안 시간이 지났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었을까?


그러다 책 소개에 '편견'에 관한 이야기라는 문장에 또 한 번 멈추어 섰다. 편견이라고?


나눔, 공유 부분은 이해를 하겠는데 편견이라고?



초반에 이르마가 자신의 밭에 자부심을 갖고 가꾸는 모습이 어찌 보면 우리가 나만의 틀, 사고를 형성하며 세상밖에 관심이 없는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안 보이는 벽을 치며 나를 방어하는 것,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자기만족에 열중인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 완벽이란 없는데 우리는 어쩌면 완벽함을 추구하고 자기애에 빠져, 주변 사람들이 안 보이는 실수를 범하고 있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견'의 사전적인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달팽이가 돌아갈 집이 없다'라는 뤼앙스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해 '침략자'이란 표현을 사용한 트럼프가 회상이 되었고, 믿기지 않지만 아직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생각났다. 우리는 원래 다 같은 '지구인'이었을 뿐인데 우리끼리 땅을 가르고 민족을 나누고 편견과 차별을 일삼으며 역사를 만들었다. 이르마가 물론 열심히 일구어 놓은 밭일지라도 날씨와 땅과 씨앗이 없었다면 이러한 수확을 할 수 없었을 터, 갈 곳이 없는 달팽이를 만약 내쫓았다면 이것은 공정한 것인가. 이런 측면으로 '편견'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을까?



아이 입장에서 나눔의 기쁨을 만끽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이 구역 딸기는 내 거야>는 좋았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어른 입장에서 '편견'에 대해선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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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어딨어? - 아이디어를 찾아 밤을 지새우는 창작자들에게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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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트 스나이더 작가의 글과 그림을 사랑한다. 무심코 던지는 말 같지만 마음속에 콕콕 박힌다.

글뿐 아니라 그림도 생각을 잘 도식화해 그린다는 생각에, 이 작가는 천재? 하던 차였는데, 책 제목이 <천재가 어딨어?>라길래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으려고 자주 스케치북을 들고 다닌다. 아침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커피를 마셔대고, 작업대에 앉은 채 어렴풋한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보일 만한 장면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pg 7

역시 천재도 노력을 하고 있으며, 모든 시작은 백지였어~라는 위안도 조금은 생긴다. 어떤 일을 하든 창의력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창작의 기쁨을 만끽하기 전에 누구나 좌절을 경험한다는 것에 의심을 갖지 말자. 원래부터 잘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이 책을 읽노라면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글과 그림이 한가득이다. 나중에 쉽게 꺼내보고 싶어 마음에 드는 페이지 사진을 찍겠다고 마음을 먹고 책을 읽으면, 이 책의 반 이상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냥 내곁에 가까이 두고 자주 펼쳐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핸드폰 안에 찍은 페이지가 한가득이다)


인생은 직성, 원, 통제 불가 나선형, 아름답고 소중하며, 고약하고 잔인하고 게다가 짧다.

인생의 의미는 뭘까?

그거야 본인에게 달려 있지.

pg 43



인생은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생을 안다는 자만심이나 환상은 금물.

소신껏 사는 것이 제일이지 않을까? 결국 내 맘대로. 정답입니다!!

미니멀리즘이 가능은 한 걸까? 난 그냥 이쯤 되면 포기하는 것으로. 이유는? 불필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ㅋㅋㅋ 아, 책 정리는 좀 하긴 해야 하는데... ㅋㅋ

공간의 미니멀리즘보다 생각의 미니멀리즘이 더 절실할지도 모르겠다.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미니멀리즘.

책장을 한 장 한 장씩 넘기며 작가의 생각을 들으며, 혼자 이런저런 생각 하는 것이 재미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덜 좋아하는 사람 모두에게 선물하면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작가의 모든 책은. 특히 나 자신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책!!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서 올까? 애초에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겼을까?

당신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전문가든, 학생이든, 꿈을 꾸는 예비 예술가든 이 책은 창작의 기쁨과 좌절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선사한다. (...)

꼭 천재가 아닐지라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주하는 숱한 좌절과 열망의 밤, 마침내 찾아오는 창작의 기쁨은 우리를 언제나 근사한 예술가로 만든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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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와 이야기꾼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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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와 친구들이 함께 사는 바닷속, 허풍쟁이 험버트가 인기쟁이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큰 깨달음을 주는 귀여운 동화책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험버트, 왜 자꾸 거짓 이야기를 꾸미는지... 모두들 험버트의 거짓말에 그냥 무시해버리지만, 배려심 많은 우리의 무지개 물고기. 험버트의 이야기 꾸미는 재주를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한다. 거짓말을 하거나 겁주려고 과장한 이야기가 아닌, 재미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말이다.

재미난 이야기꾼이 되어버린 빨간 지느러미 험버트는 이제 인기가 많은 물고기가 된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주변에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물론 거짓말쟁이도 참 많다. 특히 척 쟁이들.

그러다 문득, 나는 그냥 그런 사람들을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예전에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어느 토크쇼에 나와 유년시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엄청난 병적인 거짓말쟁이 pathological liar 였다고. 이야기를 꾸미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prank 장난 치는 것을 좋아해서 참 많이 골탕먹이기 놀이를 했다고 했다. 남의 흉내내는 것도 좋아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인성 논란에 종종 구설수에 오르지만 여전히 잘 먹고 잘 사는 듯 보인다. ㅋㅋ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러 사람도 있다. 뭔가 나만의 잣대를 두고 사람을 판단하려 하거나 사귀는 것 말고, 모두 다 같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난다.

남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신경쓰고 그 행동에 대해 투덜대기 전에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먼저 돌아보는 것이 먼저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는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을 하나 둘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은 본보기를 보이며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야지!라 다짐도 해보게 된다.

그림책은 언제나 너무 좋다. 아이보다 어른인 나에게 더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우리의 무지개 물고기.

그림책을 열며 '인쇄비가 만만치 않게 들었겠군' 이란 생각부터 했지만, 마냥 반가와하고 기뻐하는 아이를 보니 부럽고 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땅의 많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볼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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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여자 넷이 한집에 삽니다 - 프로 덕질러들의 슬기로운 동거 생활
후지타니 지아키 지음, 이경은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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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기엔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불안한 여자 넷이 모였다.

일본도 한국만큼이나 집값이 살벌할 터, 쉐어 하우스에서 동고동락한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나 사랑으로 맺어진 연인이 아닌, 취미 성향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친구와 함께 사는 건 고령화나 비혼화 같은 사회 문제 측면에서도 희망적인 얘기가 아닐까 싶다." pg 8 너무 공감되는 말이다. 점점 결혼도 출산도 안 하는 요즘 시대에 이런 방법도 있겠군! 꼭 혼자 살아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 란 생각을 하니, 저자를 포함한 친구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엿볼 수 있어 재밌었다. 내가 해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며 읽어나갔다. 


대학시절 한때 룸메이트와 살아본 경험이 있다. 그때 참 재밌었는데...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낳아야 하고, 나 같은 경우는 꼭 아들이었어야 했고, 아들을 낳았는데 혼자는 외로울 수 있으니 둘은 있어야 한다고... 누가 심어 놓은 어불성설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맞는 것이라며 살아왔다.


​그런 면에서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라고 되묻는 요즘 세대 아이들이 부러우면서도 걱정이 되는, 묘한 꼰대 같은 생각이 들어 만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그냥 이렇게 살 수도 있다고, 뭔가 정형화된 삶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솔직히 혼자 맞는 죽음이 싫다는 게 아니다. 죽고 나서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채 썩어 문드러진 시체가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 발견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나 때문에 '사람 죽은 집'이 되는 것도 싫고, 관리인이나 시체 처리업자에게도 미안하고.... pg 24 


​굉장히 현실적인 고민이다. 미국에서 혼자 사는 시누이와도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결혼을 안 해서 싫은 게 아니라, 외로울 까봐도 아니라고. 고독사에 대해 생각을 종종 해본다고. 그래서 코로나 때, 친구들끼리 서로 3일에 한 번씩 꼭 서로 무슨 일이 없나 문자/전화를 하자고 약속을 했다는 말을 듣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었다.


​결혼을 하더라도 이 걱정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내가 꼭 배우자보다 먼저 죽는다는 보장이 없고, 아이들과 함께 살 생각은 전혀 없으니, 결국 노년에 내가 죽더라도 발견이 될 수 있는 어떠한 장치가 필요하겠다, 란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더 나아가 만약 배우자가 내가 아픈데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면 굳이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는 게 맞는가, 란 심각한 생각마저 든다. 내가 '이혼'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 때가 항상 이런 상황이었기에, 이 문장에서 잠시 멈추게 되었다.


나는 무엇과 함께 살아야 할까? 란 질문에서 유형을 나열한다. 그러면서 난이도, 정신적 불안 해소 가능성과 경제적 불안 해소 가능성을 별점을 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부분이 있다. 


웃기면서도 너무 이해가 되고, 나중엔 나도 꼭 이용해 봐야겠다, 란 생각마저 들었다. 뭔가 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이런 방법 너무 좋다. Pros and Cons를 보통 사용하는데, 이런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다.'해보자 한번, 후회하지 말고'란 소제목으로 저자는 중대한 결정을 한다.


이 논리를 항상 내 인생에도 적용하며 살려 노력하기에, 반가웠다. 그렇다. 후회할까 봐 못하는 바보 천치는 되지 말자.

어떤 삶을 어떻게 살든, 당신을 응원합니다! 란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었다.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엔딩곡인 <따쓰함에 안겨진다면>을 찾아 듣게 하고, <너의 이름은> OST 도 찾아 듣게 해주는 이 책,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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