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 물은 물 - 성철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민음사 / 2002년 6월
품절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거룩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술집에서 웃음 파는 엄숙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밤 하늘에 반짝이는 수없는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꽃밭에서 활짝 웃는 아름다운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구름 되어 둥둥 떠 있는 변화무쌍한 부처님들
바위 되어 우뚝 서 있는 한가로운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물 속에서 헤엄치는 귀여운 부처님들
허공을 훨훨 나는 활발한 부처님들
교회에서 찬송하는 경건한 부처님들
법당에서 염불하는 청수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넓고넓은 들판에서 흙을 파는 부처님들
우렁찬 공장에서 땀 흘리는 부처님들
자욱한 먼지 속을 오고 가는 부처님들
고요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천지는 한 뿌리요, 만물은 한 몸이라
일체가 부처님이요, 부처님이 일체이니
모두가 평등하며 낱낱이 장엄합니다.-581~582쪽

이러한 부처님의 세계는 모든 고뇌를 초월하여
지극한 행복을 누리며 곳곳이 불가사의한
해탈도량이니 신기하고도 신기합니다.
입은 옷은 각각 달라 천차만별이지만
변함없는 부처님의 모습은 한결 같습니다.
자비의 미소를 끊임없이 설법하시며
우주에 꽉 차 계시는 모든 부처님들
나날이 좋을시고 당신네의 생신이니
영원에서 영원히 다하도록
서로 존경하며 서로 축하합시다.-5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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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5-0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할 글들이 더 있었지만 여기까지.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이 많았다.

마녀고양이 2010-05-0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안하네요....... 글귀가.

후애(厚愛) 2010-05-02 05:28   좋아요 0 | URL
네 좋은 글들이 많았어요..
 
산은 산 물은 물 - 성철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민음사 / 2002년 6월
품절


성철은 방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고, 두 행자가 배추밭에 씨를 뿌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그래서 두 행자는 배추씨가 든 그릇을 밭에 두고 추녀 끝에서 소나기를 피했던 것인데, 배추씨는 그만 빗물에 젖고 말았다. 비가 그치고 난 후, 씨를 뿌리려고 해도 씨들이 덩이가 져 뿌릴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지난번 <단감 사건>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이 행자가 꾀를 내었다.
「진 행자, 엉킨 씨들을 불에 말려 뿌리자」
「그래, 내가 풍로를 내올께」
온돌에 말리기에는 너무 젖어서 이 행자는 진 행자와 함께 불에 말리자고 꾀를 내었다. 그래서 이 행자는 풍로에 숯을 넣고, 진 행자는 숯에 불이 잘 붙도록 부채질을 했다. 그제야 성철은 좌선을 풀고 나와 두 행자의 행동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내가 똑똑한 행자를 두었다카이.>
그러니까 풍로불에 배추씨를 볶은 것은 세 사람의 합작품인 셈이었다. 출가를 해서는 씨를 볶으면 씨앗이 죽어버린다는 세속의 일을 까마득히 잊고 산 것이다. 며칠 후였다. 밭에 뿌린 씨가 싹트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성철은 배추씨를 갖다준 마산에 사는 신도를 원망했다.-402~403쪽

소나기가 내리기 전에 뿌린 씨들은 파랗게 싹을 틔우고 있는데, 그후에 뿌린 씨는 감감무소식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산의 신도가 오자, 성철은 버럭 화를 내었다.
「니는 어떤 씨를 사왔길래 저렇게 배추가 나고 안 나고 그러노」
그러나 두 행자를 밖으로 불러내 자초지종 얘기를 들은 그 신도가 도리어 항의를 하자, 성철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우리들은 밭에 볶은 배추씨를 뿌린 바보들이야」
오직 참선에만 관심이 있을 뿐 씨 뿌리는 농사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던 도인과 천진무구한 동자승의 실수담이었다.-4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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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2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또 읽으면서 많이 웃었다.^^

비로그인 2010-04-2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성철스님이시군요.

후애(厚愛) 2010-04-29 07:06   좋아요 0 | URL
성철스님 책들을 나중에 구매해서 봐야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0-04-29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찬주 씨는 전남 화순군 이양면의 조용한 기와집에서 살고 있습니다.도시생활에 찌든 사람은 살기 힘든 곳입니다.얼마 전까지 조광조에 대한 글을 쓰더니 요즘엔 불교쪽 인물에 대한 글을 쓰더라구요.

후애(厚愛) 2010-04-29 07:09   좋아요 0 | URL
가서 뵙고 싶어요. 정찬주 작가님이 쓰신 <산은 산 물은 물> 처음으로 접해 본 것 같아요. 나중에 검색해 봐야겠어요. 최근에 나온 <소설 무소유>도 궁금하답니다.^^
 
서 있는 사람들 법정 스님 전집 1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일일시호일 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 날... 기억해야겠다 마음에 드는 글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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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2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마다 좋은 날. 하루하루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시들한 날이 아니라 늘 새로운 날이라는 뜻이다. 본문 53
 
새롭게 만나는 우리 명작 한빛문고 1~20 세트 - 전20권 한빛문고
이문열 외 지음 / 다림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이 탐이나는 시리즈 세트다 용돈을 많이 모아야겠다. 이 세트를 꼭 구매하고 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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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10-04-0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욕심이 많으신 후애님~~~
이 세트도 정말 좋은책인것 같아요.
꼭! 구매하시길 바래요. ㅎㅎ

후애(厚愛) 2010-04-04 06:27   좋아요 0 | URL
책 욕심이 많아서 큰일입니다.ㅋㅋㅋ
세트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전 역사 동화만 좋아해서요.
감사합니다.*^^* ㅎㅎ
 
세한 소나무 - 정채봉전집중단편3
정채봉 글, 김동성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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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가는 책! 재미있을 것 같다. 세한 소나무 너무 아름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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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4-0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채봉님이 세한도를 가지고 동화를 쓰셨나봐요 저도 궁금하네요

후애(厚愛) 2010-04-04 06:28   좋아요 0 | URL
저두 궁금하답니다. 표지가 참 이뻐요.^^

마노아 2010-04-03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두 분 작가님 이름에 눈 번쩍!

후애(厚愛) 2010-04-04 06:28   좋아요 0 | URL
김동성 작가님 책들을 검색하다가 발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