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떠나기 법정 스님 전집 2
법정(法頂) 스님 지음 / 샘터사 / 2001년 8월
절판


산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가을이 되면 다람쥐들은 겨울철 양식을 준비하느라고 아주 분주하게 내 닫는다. 참나무에 오르내리면서 도토리를 턱이 불룩하도록 입안에 가득 물고 열심히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혹은 밤나무에서 알밤을 물고 땅속의 굴로 들어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그 절에 살던 한 비구니가 다람쥐의 이런 추수秋收하는 광경을 지켜보다가 그 굴을 파보았다.
그 땅굴에서 도토리와 알밤이 소두 한 말 남짓 저장된 것을 발견하고, 이게 웬 떡이냐 싶어 도토리 묵을 해먹을 요량으로 죄다 꺼냈다. 그 다음 날 아침 섬돌 위에 벗어놓은 신발을 신으려고 했을 때 섬뜩한 광경을 보고 그 스님은 큰 충격을 받았다. 겨울 양식을 모조리 빼앗긴 다람쥐는 새끼를 데리고 나와 그 비구니의 고무신짝을 물고 죽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다람쥐를 어찌 미물이라고 지나쳐버릴 수 있겠는가. 그 비구니는 뒤늦게 자신의 허물을 크게 자책하였다. 자신의 고무신짝을 물고 자결한 그 다람쥐 가족들을 위해 이레마다 재를 지내 49재까지 지내주었다고 한다.-91~92쪽

자신의 몸을 보신하기 위해 개를 때려잡아 먹는 일이 아직도 우리 둘레에는 여름철마다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개를 그냥 죽이지 않고 목에다 밧줄을 걸어 나무에 매달아놓고 몽둥이로 패 죽인다는 것이다. 그래야 개고기가 맛이 있다고 하니, 이러고도 우리가 이성과 양심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말 못하는 짐승을 거저 잡아먹는 것도 끔찍한 일인데, 자기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 산 채 매달아놓고 몽둥이로 때려서 잡아먹다니 얼마나 잔인 무도한 짓인가. 개들한테는 미안한 표현이지만, 거죽은 인간의 탈을 썼으면서도 하는 짓은 개만도 못한 인종 말자들이 아닐 수 없다.
인과가 있고 윤회가 있다면, 짐승한테 그런 몹쓸 짓을 한 인종들은 이다음 몸소 그런 짐승의 몸을 받아 자신들이 행한 잔악한 행위만큼 되돌려 받게 된다는 그런 인과의 가능성도 한번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한국 가톨릭 신부들이 걸핏하면 개고기 파티를 하는 걸 보고, 외국인 사제들은 깜짝 놀란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낙태까지도 반대하고 있는 가톨릭의 입장에서 반성해 볼 일이 아닌가 싶다.-9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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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5-11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싶어 찜하고 갑니다.^^

후애(厚愛) 2010-05-11 05:51   좋아요 0 | URL
넵~ 재밌습니다.^^
 
버리고 떠나기 법정 스님 전집 2
법정(法頂) 스님 지음 / 샘터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점점 빠져드는 법정스님 책들이다. 그래서 겁이 난다. 다 읽을까봐서..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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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0-05-1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법정 스님 책 읽고 있어요.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을 선물 받았거든요. 법문집이라 한 번에 다 읽기는 그렇고 생각날 때 마다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후애(厚愛) 2010-05-11 05:52   좋아요 0 | URL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구매하려고 했는데 다음으로 미루었어요.
저도 법정스님 책을 조금씩 읽는다고 했는데 그만 푹 빠져버려서 저도 모르게 다 읽고 마네요.^^ ㅎㅎ

글샘 2010-05-10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돌아가신 분 책인데 좋은 책을 만나면, 심장이 쿵! 하죠.
근데 저보다 어린 사람 책을 만나면, 참 좋더라구요.

후애(厚愛) 2010-05-11 05:53   좋아요 0 | URL
법정스님 책을 처음 보는 저인데 너무 좋더군요.
될 수 있으면 다 구매해서 보려고 합니다.^^
 
서 있는 사람들 법정 스님 전집 1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1년 3월
절판


우리에게 자연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한 흙과 나무와 물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정복의 대상은 아니다. 몇 시간만 비를 내려도, 몇 치만 눈이 쌓여도 벌벌 기는 우리 주제에 정복이 가당이나 한 말인가. 그 질서와 너그러움 앞에서 인간은 분수와 능력의 한계를 알고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 인간의 배경은 피곤한 도시 문명이 아니라 '그대로 놓인' 자연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사람답게 사는 법을 거듭거듭 배워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위대한 종교와 사상이 교실이 아닌 숲에서 나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자연은 인간에게 영원한 어머니이다.
그런데, 요 근래 우리 둘레의 자연은 무슨무슨 구실로 말할 수 없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다시 회복될 길이 없기에 안타까움이 더하다.
주말 같은 때 산사 주변을 살펴 보라. 거기서 우리는 오늘 이 땅의 뒤뜰을 넘어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문득 이란 생각이 들곤 한다. 그 나라 국민의 자질은 수출이나 소득의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들의 자연을 얼마만큼 아끼고 사랑 하느냐를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17~18쪽

모든 것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 이치를 자기 몸에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죽게 하지 말라.

모든 생명은 평화를 바라는데
폭력으로 이들을 해치는 자는
자신의 평화를 구할지라도
그는 끝내 평화를 얻지 못한다.-230쪽

허술하게 덮은 지붕에
비가 새듯이
수양이 덜된 마음에는
욕망의 손길이 뻗치기 쉽다.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249쪽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지 말라
미운 사람과도 만나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애써 만들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커다란 불행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얽매임이 없다.-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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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 물은 물 - 성철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민음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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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에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였다. 계속 미루고만 있었는데 작년에 알라디너 분한테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게 되었다. 읽을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책장에 꽂힌 이 책이 나를 자꾸 유혹을 하는 바람에 집어들게 되었다. 난 한 번도 성철 큰스님에 관한 책들을 접해보지 못했다. 물론 다른 스님 책들도 마찬가지고... 성철 큰스님은 1912년 지리산 산봉우리가 보이는 경호강변에서 태어나셨고 출가는 25세에 하셨다고 한다. 1993 11 4일 아침 7시에 입적하시고 세상 나이 82, 스님이 되신지 59년째라고 한다.

<산은 산 물은 물> 이 책을 읽으면서 성철 큰스님이 남기신 말씀과 스님을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데 죄송스럽게도 난 그러지를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스님이 아닌 아버지 생각이 났던 것이다.  어릴적부터 자라오면서 들어 온 할머니와 고모들의 이야기... 

할머니에게 딸이 일곱명이고 아버지가 막내다. 아들이 귀한 김씨 집안이다. 조상님들께 제사를 지내 줄 아들이 아버지밖에 없었던 김씨 집안. 할머니는 불심이 깊고 스님이 하신 말씀이면 무조건 듣고 들어주었던 할머니셨지만 아버지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린 아버지를 보신 스님은 속세와 인연이 없고 중이 될 상이라고 하시면서 절로 보내라고 하셨단다. 하지만 할머니는 스님 말씀에 고개를 흔드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스님은 할머니를 설득하려고 했었지만 할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결혼을 절에서 하고 스님이 주례를 서 주셨다고 한다. 어릴적에 난 아버지의 결혼 사진을 딱 한번 본 적이 있다. 곱게 한복을 입고 고개를 숙인 나의 엄마…….

차라리 할머니가 고집을 꺾고 스님 말씀대로 아버지를 절로 보냈다면 어땠을까…….  할머니도 그렇고 나와 언니는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아버지도 세상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절에서 마음의 공부를 하면서 편한 생활을 하셨을까……. 나의 생각이지만 그랬을 것 같다. 세상보다 절에서 배우는 게 더 많고 세상이 아버지를 속이지 않았을 것이면, 고달프게 사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와 자식들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스님 말씀대로 속세와 속가에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그런데 하는 사업마다 실패를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사기를 당하고……. 여자들한테 상처를 주고 받고……. 그리고 엄마와 자식들을 버리고……. 차라리 스님이 된 아버지였다면 마음속에 아버지라는 이름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갈텐데……. 아버지를 볼때마다 안 좋은 소식을 들을때마다 할머니는 스님 말씀을 들을건데…….예전보다 더 자주 절에 가시곤 한 할머니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서 그렇다고 하시면서 눈물 흘리시는 걸 보면서 자란 난…….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상처를 준 아버지다. 스님들처럼 속세에 미련을 버리고 자식들에게 차갑고 매몰차게 한다해도 난 아마도 아버지를 사랑하고 좋아했을것이다. 평생을 아버지를 미워하면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힘이 들고 상처가 되는지 아버지는 알까……. 마음을 다 비우고 용서를 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산은 산 물은 물>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리뷰 아닌 리뷰를 쓰면서 많은 생각을 했으면, 많은 걸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론은 용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절에 가서 마음을 비우고 삼천배를 올릴까……. 아니면 부처님깨 답을 달라고 사정을 해볼까……. 하지만 삼천배도 아니고 부처님도 아니다. 바로 나의 마음인 것이다. 정말로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적고나서도 뭔가가 허전하고 뭔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은 왜 드는걸까……. 가끔씩 아버지가 스님이 되었다면 가족 모두가 편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아버지도 편하게 세상을 살아갔을텐데... 하고 언니랑 이야기를 하곤한다.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을 것이다. 그 때는 아버지가 아닌 성철 큰스님을 생각하면서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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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멋진날 2010-05-0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애님께 선물 받은 책들 아직 리뷰를 못 썼네요. 죄송해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오늘두 멋진 하루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0-05-04 06:3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죄송하다니요.. 공부하시느라 많이 바쁘다는 걸 아는데요.^^
님도 멋진 하루 보내세요~ ♥
 
산은 산 물은 물 - 성철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민음사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성철 스님의 구수한 사투리가 정겹다. 많은 걸 생각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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