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한담 법정 스님 전집 5
법정 지음 / 샘터사 / 2001년 10월
절판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것임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숲 속의 여기저기를 자유롭게 다니듯이, 지혜로운 수도자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우리는 친구를 얻는 행복을 기린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대등한 친구와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친구를 만나지 못할 때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202쪽

롱펠로의 <인생찬가>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말고
죽은 과거로 하여금 그 시체를 매장케 하라
행동하라, 행동하라, 살아 있는 이 현재에
마음속엔 사랑을 품고 머리 위엔 하느님을 모시고......-204쪽

대장경 중 《일야현자경》

과거를 따라가지 말고
미래를 기대하지 말라
한번 지나가버린 것은 버려진 것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현재의 일을
이모저모로 자세히 살펴
흔들리거나 움직임 없이
그것을 잘 알고 익히라.

오늘 할 일을 부지런히 행하라
누가 내일의 죽음을 알 수 있으랴
진실로 저 염라대왕의 무리들과
싸움이 없는 날 없거늘
밤낮으로 게으름을 모르고
이같이 부지런히 정진하는 사람
그를 일러 참으로 일야현자
고요한 분 성자라 한다.

지나가버린 것을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은 것을 동경하지 않으며
현재에 충실히 살고 있을 때
그 안색은 생기에 넘쳐 맑아진다
오지 않은 것을 탐내어 구하고
지나간 과거사를 술퍼할 때
어리석은 사람은 그 때문에
꺾인 갈대처럼 시든다. -205~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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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한담 법정 스님 전집 5
법정 지음 / 샘터사 / 2001년 10월
절판


《삼국유사》권5에는 혜통惠通 스님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가 출가하기 전 그의 집은 서라벌 남산의 서쪽 은천銀川골짜기 어귀에 있었다. 하루는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한 마리의 수달을 잡아 고기는 해 먹고 뼈는 집 뒤 동산에 버렸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동산에 버린 그 뼈가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핏방울이 떨어진 자취를 따라가보았다. 수달의 뼈는 그 전에 살던 구멍으로 되돌아가 낳은 지 얼마 안 된 다섯 마리의 새끼를 안고 있었다. 몸뚱이에서 해체되어 이미 생명이 끊어진 앙상한 뼈가 새끼를 안고 있다니! 어린 새끼들을 두고 죽은 한이 얼마나 모질게 맺혔으면 죽은 뼈마디가 핏방울을 뚝뚝 흘리며 제 집으로 돌아가 새끼를 안고 있었을까. 그는 이 광경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짐승의 지극한 모성애를 보고 크게 깨달은 바 있어 그 길로 세상을 등지고 출가하여 이름을 혜통이라 고쳤다.-150~151쪽

요즘 삼복 더위 속에서 아마 보신탕집과 뱀탕집을 성업중일 것이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현대의 사내들은 정력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세계 속의 한국을 내세우는 판국에 특별시, 광역시, 보통시를 가릴 것 없이 보신탕집과 뱀탕집이 버젓이 문을 열고 있는 걸 볼 때마다 이 나라의 행정은 어디까지나 남성중심이구나 싶다.
사람을 믿고 따르면서 집을 지켜주다가 그 사람에게 잡혀 먹히게 된 것을 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리 보신도 좋고 정력도 좋지만, 짐승과 사람 사이일지라도 최소한의 의리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기야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한 판이니 견공도 이해할 법은 하지만.
뱀을 즐겨 먹는 사람들한테서는 아주 역겨운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아는 사람들을 직접 보고 확인한 것인데, 그들의 눈을 보면 번질번질 징그러운 뱀눈을 닮아가고 있다. 이 몸이 업보신業報身이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151~152쪽

불타 석가모니는 《법구경 法句經》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생명은 폭력을 두려워한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런 도리를 자기 몸에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죽게 하지 말라."-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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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려면 놓아라 - 월서 스님의 산사에서 띄우는 편지
월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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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慈)는 아버지의 마음이며 비(悲)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어머니는 자식들의 괴로움을 덜어 주기 위해 자기의 희생을 달게 받고 있다.'

이것은 중국의 천태(天台) 스님이 말씀하신 부모님의 은혜이다. 또 선도(善導)가 지은《십사행게(十四行偈》에는 '부처님의 대자비를 배워라'는 말이 나온다. 부모님의 마음과 부처님의 마음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무한한 자비심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아무런 조건이 붙지 않는다. 내가 자식들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니 저들도 응분의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바람'도 없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베푸는 은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위대하다.
어릴 때 젖을 먹여 길렀고, 더러운 것을 씻어 주었으며 맑고 깨끗한 자리를 골라 뉘었으며 맛있는 것은 토해서라도 자식에게 먹여 키운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이렇듯이 부모님은 자식에게 그저 무한한 자비를 쏟았을 뿐이다.
우리는 이와 같이 부모님의 한없는 자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의 깊은 자비심을 깨닫지 못하는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374~375쪽

《부모은중경》이나 《효자경》에는 부모의 은혜와 자식의 도리에 대해 많은 것을 전하고 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겠다.
나이 칠십이 넘은 아버지가 병이 들어 임종을 앞두고 사십이 넘은 아들에게 물이 먹고 싶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물을 뜨러 가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밤이 깊어 물을 뜨다가 실족할 수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를 하였다. 아들은 아버지의 말에 그저 안타까워 눈물만을 흘렸다. 이처럼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도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 바로 아버지의 마음이다.-375쪽

우리들은 육신이라는 이 '거짓 나'에게 사로잡혀 좁은 아상(我相)을 고집하고 있으며 모든 것을 '나'라는 여기에 중심을 두고 남을 함부로 무시하고 헐뜯고 남이 잘못되기만을 바라고 헛된 명예를 욕심내고 시기와 질투 속에서 어둡고 어리석은 삶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보현보살은 일체중생을 기쁘게 하여 줄 뿐 아니라 중생들이 기뻐하는 그것을 기뻐할 줄 아는 커다란 자비를 가진 보살이다.-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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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려면 놓아라 - 월서 스님의 산사에서 띄우는 편지
월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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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와 원수끼리는 이렇고 저런 구실로 서로에게 해를 끼치려고 한다. 또한 원한을 품은 사람은 원한을 품게 한 다른 사람에게 여러가지 해를 끼치려고 한다. 이러한 성낸 마음은 나중에 그보다 더한 악한 일도 하게 된다.'
세상을 살다보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해를 입힐 때가 있으며 때로는 해를 입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게 되고 때로는 돌이키지 못할 원수지간이 되기도 한다. 부처님은 이러한 모든 근원이 인간이 가진 분노 때문이라고 하셨다. 남을 원수로 생각하고 급기야 남을 죽이는 돌이키지 못할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화를 참지 못해서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이 있다. 세상을 사는 동안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원수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만든 원수는 단 한 사람일지라도 세월이 지나 돌아보면 그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적이 자신의 주위에 생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 사람의 원수가 생기면 그 사람으로 인해 또 다른 원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모든 기쁨과 고통은 단순한 것이 아닌 두 배수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144~145쪽

이와 반대로 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게 되면 그 복은 두 배수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비란 남에게 무엇인가를 베풀어 주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용서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마음에 끼어 있는 더러운 때를 벗기기만 하면 우주의 대생명체인 진리 본성에 귀일 부합하게 되어 성불을 이룰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한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깊은 나락 속에 빠지고 있다.-145쪽

사람은 몸에 병이 나면 바로 병원으로 가서 약을 먹든지 주사를 맞는다. 그런데 마음속에 든 화냄, 탐욕, 어리석음에 대한 병은 스스로 고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니 아예 이러한 것을 병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이 더 큰 병이다. 몸이 아픈 것만 병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크고 치명적인 병은 없다. 화를 이기지 못하는 병을 더 키우게 되면 그보다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될지도 모른다. 화엄경에 보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뜻한다. 결국 사람이 화를 내고 원수를 만드는 것도 모두 마음이 지어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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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덕 2
김영미 지음 / 산수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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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밖 큰 세계에 머리조차 못 내미니
자식 혼사 마치고도 오악 구경 뉘 하리오.
탐라는 섬으로써 부상과 경계되니
도주는 천년도록 조공으로 귤 바쳤네.
귤나무 숲 깊은 곳 여인네의 몸이건만
의기로써 남극에서 주린 백성 없게 했지.
-443쪽

벼슬은 줄 수 없어 소원을 물었더니
금강산 만이천 봉 오기를 원했다네.

푸른 소매 귀밑머리 돛단배에 올라서는
남극성 비추는 곳 하늘 보며 웃었겠지.
서둘러 말 갈아타 금강산을 향해 가니
불일암의 신선 풍골 패옥이 반짝반짝.

신라 스님 진각眞覺과 일념으로 통한지라
귀한 관상 여인네는 겹눈동자 부합했네.
물결 헤쳐 바람 타고 온 뜻을 알았으니
큰 뜻은 대장부만 품는 것이 아닌 줄을 알았다네.-4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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