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벼리 2 - 애장판, 완결
이지환 지음 / 청어람 / 2011년 3월
품절


"그 어린놈이 가엾다고 생각한다면, 그놈 생명을 구하고 싶다면,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아들이면 어쩌지?"
벼리는 너무나 확고하게 배 속의 아기가 딸이라고 단장한 채 발언하는 사곤에게 되물었다. 그깟 게 무슨 문제람? 그가 아주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였다.
"상관없어. 우리나라에서는 사내끼리도 혼인하니까. 남처(男妻)로 삼으라고 해."
"뭐, 뭐라고?"
"저런, 아직 몰랐단 말인가? 명색이 으뜸 태주이면서? 너 말이지, 우리 단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필요가 있어. 대체 내가 처음에 너 아사벼리를 보고 반한 이유가 무어라고 생각하나?"
"설, 설마...... 너, 그때...... 나를 사내라 생각하고......?"
벼리의 얼굴이 슬슬 분노로 시뻘게지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너 정도의 사내라면 남첩 삼아 평생 끼고 살 만하다 내 생각했지. 그럭저럭 사내 녀석 안는 맛도 각별하거...... 으악!"
"이, 이! 죽어버려엇!"
겁도 없이 나불거리다가 마침내 제대로 날벼락을 맞았다. 그 순간, 사곤은 격노한 아내의 발길질에 채여 보기 좋게 침상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 길로 서옥으로 쫓겨났다. 한동안 벼리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582~5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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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4-2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
<청미래>가 빨리 나오면 좋겠다.
몇 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ㅜ.ㅜ
 
옛이야기 보따리 -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 옛이야기 112가지 살아있는 교육 23
서정오 지음 / 보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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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나무꾼이 살았어. 그런데 이 사람 살림이 너무 가난해. 나무를 한 짐 해다가 불을 때도 빈 솥에 불을 때는 거지. 아, 밥을 지으려니 쌀이 있어, 죽을 쑤려니 쌀이 있어. 양식이 없으니 그냥 빈 솥에다 불을 땐단 말이야. 이렇게 살다 보니 굶는데 아주 이골이 났어. 그렇지만 달리 뾰족한 수도 없단 말이야. 나무꾼이 하는 일이라는 게 나뭇짐 져다 나르는 일밖에 더 있어? 그래서,
"에라, 부잣집에서는 곡식 가마니 쌓아 놓고 살지만, 나는 나뭇단이나 잔뜩 쌓아 놓고 살란다."
하고서 나무를 아주 많이 해다가 산더미처럼 쌓아 놨어. 그런데 하룻밤 자고 나니까 그 많던 나무가 다 없어지고 딱 석 짐만 남아 있네.
"아이고, 어떤 도둑이 나무를 훔쳐 갔나. 훔쳐 가려면 부잣집에서 썩어 빠지는 나무를 훔쳐 가지, 요렇게 지지리 가난하게 사는 집 나무를 훔쳐가. 에이, 오늘은 더 많이 해다 놔야겠어."
하고서 나무를 더 많이 해다가 잔뜩 쌓아 놨거든. 그런데 하룻밤 자고 나니 또 나무가 없어져. 딱 석 짐만 남고 말이야. 아 그다음부터 아무리 나무를 많이 해다 쌓아 놔도 자고 일어나면 딱 석 짐뿐이야.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28~31쪽

그래서 도대체 누가 나무를 훔쳐 가는지 알아나 봐야겠다고 하루는 밤에 나뭇가리 속에 들어가서 숨어 있었어. 잠도 안 자고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야. 그랬더니 밤이 이슥한데 하늘에서 무슨 줄 같은 게 꿀렁꿀렁 내려와. 내려오더니 줄이 저 혼자 스르르슬슬 나뭇단을 묶어. 그러더니 나뭇단이 통째로 움찔움찔 움직이거든. '하, 이거 별일도 다 있다' 싶어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으려니까 이놈의 나뭇단이 사람을 태우고 하늘로 훨훨 올라가네.
올라가서, 어디로 갔는고 하니 하늘나라로 갔어. 거기도 땅 세상처럼 집도 있고 들도 있더래. 나뭇단 속에서 빼꼼히 내다보니까 하늘나라 사람들이 나뭇단을 끌어 올리면서,
"이 나뭇단이 왜 이리 무거우냐? 거 뭣이 들어 있는지 끌러 보자."
하고 나뭇단을 다 끌어 올리더니 묶인 줄을 끌러. 나뭇단을 투둑 끌러 놓으니 사람이 하나 나오거든.
"너는 땅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왔느냐?"
"밤마다 나뭇단이 없어지기에, 누가 훔쳐 가나 보려고 지키고 있다가 달려 올라왔지요."
그러니까 하늘나라 사람들이 하하 웃어.-28~ 31쪽

"너는 타고난 복이 나무 석 짐밖에 안 되는데 자꾸만 나무를 해다 쌓아 놓아서, 나머지는 우리가 가져왔다."
그래서 휘휘 둘러보니까 제가 해 놓은 나뭇짐이 죄다 거기에 쌓여 있더래.
"그럼, 내 복은 평생 나무 석 짐밖에 안 된단 말이오?"
"그렇지."
"죽을 때까지 그렇단 말이오?"
"그렇지."
말을 듣고 보니 기가 막혀. 뼈 빠지게 일을 해도 겨우 나무 석 짐 복이라니, 이렇게 복이 없어 가지고야 무슨 재미로 살겠어? 그래서 하늘나라 사람들을 붙잡고 통사정을 했지.
"나에게도 복을 좀 주시오. 나무 석 짐밖에 안 되는 복으로 어떻게 살겠소? 복 많은 사람 복의 반이라도 좀 주시구려."
그러니까 하늘나라 사람들 중에서 수염이 길고 허연 사람이(이 사람이 옥황상제인가 몰라) 혀를 끌끌 차더니,
"땅 사람 복은 날 때부터 정해져 있으니 우린들 어쩌겠나. 하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 복이 있으니 그걸 좀 빌려 가도록 하게나. 이 복은 '차복'이라는 사람 것이니 그 사람이 태어나면 꼭 돌려주어야 하네."
하더래. 그래서 차복이 복을 빌려 가지고 땅으로 내려왔지.
그리고 힘을 내어 전보다 더 부지런히 일을 했어.-30~31쪽

이제는 나무를 암만 많이 해다 쌓아 놓아도 없어지지 않으니까, 그걸 팔아 논도 사고 밭도 샀지. 밤을 낮 삼아 밭 갈고 씨 뿌리고, 김매고 거름 주고 하니까 농사도 잘 되어서 금세 부자가 되었단 말이야. 고래등 같은 기와집도 짓고 아주 잘 살지.
그런데 하루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웬 거지 내외가 집 앞을 지나가거든. 거지가 우산이 있어, 뭐가 있어. 그냥 비를 홈빡 뒤집어쓰고 내닫는거지. 가만히 보니까 아주머니는 홑몸도 아니야. 부른 배를 싸쥐고 애쓰는 품이 얼마나 가여운지, 얼른 나가서 집으로 불러들였어.
"이렇게 비를 맞고 가실 게 아니라 우리 집에서 비나 긋고 가시오."
방으로 데리고 가서 젖은 옷도 갈아입히고, 따뜻한 밥도 지어 먹였지. 비가 곧 그치지 않으니까 하룻밤 재웠지. 그런데 그날 밤에 아주머니가 애기를 낳았단 말이야.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어.
거지 내외는 좋아서 싱글벙글 야단났고, 집주인도 덩달아 좋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야단났지. 미역국을 끓인다, 새끼줄에 고추를 끼워서 금줄을 친다, 부산하게 한바탕 난리법석을 쳤단 말이야.-30~31쪽

그러고 나서 거지 내외가 아이 이름을 짓는다고 수군수군 의논을 하는데, 가만히 들어 보니,
"이놈 이름은 '차복'이라고 지읍시다."
"그래요. 그게 좋겠어요."
아, 이런단 말이야.
'아하, 하늘나라에서 잠깐 빌려 온 복이 바로 저 아이 것이로구나. 이제 주인이 태어났으니 복을 돌려줘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거지 내외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죽 했어. 이렇게 저렇게 되어서 하늘나라에 갔다가 이 아이 복을 잠깐 빌려 가지고 왔노라 하고서는,
"내가 이렇게 살림을 일구고 살게 된 것도 다 차복이 복을 빌린 덕분이니, 이 재산이 내 재산이 아니오. 이제 주인이 태어났으니 복을 도로 돌려 드리겠소. 이제부터는 당신들이 이 집과 논밭의 주인이오."
했지. 그러니까 차복이 아버지 어머니가 펄쩍 뛰는구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지나가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 거두어 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그게 무슨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까? 그럴 수는 없지요."
서로 받으라느니 못 받겠다느니 옥신각신하다가, 그럴 게 아니라 모두 함께 한집에서 살자고 했지. 그래서 차복이네 식구도 그만 거기서 눌러살랐대. -31쪽

차복이가 무럭무럭 커 갈수록 살림도 늘어나고, 온 집안에 웃음꽃이 피니 좀 좋아. 뭐, 복이라는 게 따로 있나. 부지런히 일하고 마음 곱게 쓰면 그게 복이지.-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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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궁궐 1
이정운 지음 / 동아발해 / 2010년 7월
품절


"덕배야."
응답이 없다. 재야는 다시 한 번, 성까지 붙여 말하였다.
"박덕배."
- 응응, 우리 에엿븐 재야가 날 부른 겨?
등껍질에서 목을 쑥 빼며 거북이 물었다.
북방신北方神 현무. 우울증 상태라면 이름을 듣고 제 신세를 한탄하며 대답도 안할 텐데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을 보니 다행스럽게도 조증 상태인 모양이었다.
현무는 조울증 환자로 우울증과 조증을 번갈아가며 겪는데,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에는 말도 잘 하지 아니하고 등껍질 안에 움츠린 채 가만히 있기 일쑤였다. 반면 조증을 앓고 있을 때에는 기분이 격앙 되어서인지 별 것 아닌 일에도 포복절도는 예사요, 사방신 체면은 어디다가 팔아먹었는지 방정맞은데다가, 무엇보다도 말 못하고 죽은 아낙네 귀신이 붙었는지 듣는 사람의 골이 울릴 정도로 말이 많았다.
- 표정이 왜 그런 겨? 우리 재야,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테니까 얼굴 펴. 음, 수수께끼 하나 넬 테니까 마초(맞혀) 볼 겨? 감은 감인데 못 먹는 감 세 개가 뭔 줄 아는감?
재야는 무표정한 얼굴로 답하였다.
"영감, 대감, 상감."-110~111쪽

특히 마지막. 애초에 먹을 수 있을 리도 없지만 선우공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속이 더부룩하고 찝찝하였다.
- 맞아, 영감, 대감, 상감!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현무는 한참을 꺄르르륵 숨넘어가게 웃더니 이어 말하였다.
- 좋았어. 그럼 하나 더 내 볼 터이니 마초 볼 겨? 동생과 형이 싸웠는데 부모님이 동생편만 드는겨. 이럴 때 사람들은 형의 신세를 어떻게 한탄하겠는감?
"형편없는 세상......"
- 그렇지! 형편없는 세상! 이 빌어처먹을 세상!
그렇게 맞장구 친 현무는 또 한참 동안 배를 잡고 웃는 것이었다. 원래 조증 상태일 때에는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실성한 것처럼 웃어대는 현무였다. 현무를 물끄러미 지켜보며 재야는 자신의 뼈아픈 실수를 인정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재야가 용정차를 한 모음 마신 후 말하였다.
"덕배 나가."
- 뭐? 뭐라? 우리 에엿븐 재야가 지금 나보고 나가라고 한 것인감? 그런 겨? 내 귀가 잘못된 거지? 그런 거지? 지금 우리가 보름 만에 만나는 건데 나보고 나오자마자 돌아가라는 거 아니지?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수수께끼가 맘에 안 든 겨? 다른 수수께끼를 내볼까? 아니, 스무고개가 좋은감? 재미있는 이야기는? -111~112쪽

그도 아니면 실뜨기라도 할까? 이 상태로는 무리니까 사람으로 변해야......
"덕배 나가."
- 남자로 변할까, 여자로 변할까? 우리 재야는 어느 게 좋은 겨?
재야의 표정이 여전하자 현무는 다급히 말을 바꾸었다.
.....................................................................................생략
"박덕배 나가."
- 못난이 재야.
현무는 악담을 하고 사라졌다.-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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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궁궐 1
이정운 지음 / 동아발해 / 2010년 7월
품절


"기덕아."
집밖으로 나온 후 재야는 한 시라도 환수와 떨어져 있으면 안심되지 아니하였다. 허나 백호는 괘씸죄로 당분간 부를 생각이 없는지라 오래간만에 주작을 부른 것이었다. 주작은 나타나자마자 이리 말하였다.
- 나 요즘 우울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덕배한테 옮은 거야?"
- 나는 그저 우울할 뿐이다. 뼛속까지 조울증 환자인 현문와는 비교 자체를 거부하겠다!
버럭 소리를 지른 주작은 제 기분이 좋지 아니함을 보이려고 작정한 듯 고개를 팩 돌렸지만 그래봤자 얼핏 보면 어른 손바닥만 한 붉은 병아리였기에 귀여울 뿐이었다. 재야는 손바닥으로 주작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누굴 부르지?"
- 청룡 녀석 요즘 심심하단다. 그럼 잘 있어라. 나, 간다.
주작이 팽그르르 돌자 주변에 자그만한 불꽃이 생겼다.
"잘 가, 기덕아."
- 그 이름으로는, 부르지, 마!
주작은 사라지는 와중에도 그렇게 대꾸하였다. 이름에 민감한 것은 비단 주작뿐만이 아니었다. 기덕이(주작), 덕배(현무), 춘삼이(백호). 셋은 제각기 자신의 이름에 불만이 많았다. -60~62쪽

재야의 부름에 첫 번째로 응답한 주작은 자신에게 기덕이라는 이름이 붙자 사방신 체면에 어떻게 그런 이름으로 살 수 있냐면 소환에 응한 것을 석 달 열흘 동안 자학하였다. 두 번째로 응답한 현무는 응답할 당시에는 조증 상태여서 좋다좋다 하다가 신계로 돌아간 연후에 우울증이 도져 자살을 준비하였다. 세 번째로 응답한 백호는 춘삼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제 신세가 서러워 울었다. 그런데 이 세마리의 신수가 한날한시에 위안을 얻었으니, 자학의 밤에서 주작을 해방시키고 현무를 자살하지 아니하게 하였으면 백호의 눈물을 그치게 한 거룩한 이름이 있었다.
"개똥아."
청룡 김개똥.-6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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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신부 - 상
현지원 지음 / 가하 / 2011년 1월
절판


도대체 여인의 숙명이 무엇이기에,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남의 손에 이끌려 운명이 좌지우지 된다는 말인가! 여인네란 본디 그런 존재라니, 누가 그런 것을 정해 주었다는 말인가!-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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