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어릴 적 나는 손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핸드볼을 한 탓인지
원래 큰 손이 더 큰 왕손이 되고 말았지요.
중 2 때, 큰형부가 집에 처음 오시던 날,
"처제, 우리 악수 한번 할까?" 하며 손을 내미셨어요.
큰 손이 부끄러웠던 난 당황하여 얼른 손을 등 뒤로 감추었죠.
그리고선 형부가 무안해할까봐,
"전 손이 너무 못생겼어요." 하며, 우물쭈물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만큼 나는 크고 못난 내 손을 부끄러워했어요.

그런데, 작년 여름, 갑자기 손에 통증이 느껴지더니,
엄지손가락이 이유도 없이 부어오르면서, 서서히 굳어가는 것이었어요.
참 묘한 병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수술을 받느라 한달여 동안 병원 신세를 졌지요.
참으로 긴 고통의 시간, 그 때야 비로소 깨달았어요.
건강한 손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다운 것임을...
혹독한 수술 뒤에야 나는 처음으로
내 손을 만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게, 어제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담임하는 반 아이 중에 은경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손톱 검사를 하느라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손을 보니,
손가락이 세 개 밖에 없는 것이었어요.
미처 그 사실을 몰랐던 나는 무척 당황했어요.
은경이가 친구들에게 숨기고 싶어할 것 같아, 은근슬쩍 고개를 돌렸죠.
하지만 은경인 자신 있게 손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제 손 좀 보세요. 손톱 참 깨끗하게 깎었죠."
빙그레 웃는 은경이의 얼굴을 보며 내 가슴은 마구 고동쳤습니다.
당당하게 손을 매릭고 있는 은경이의 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웠어요.
한편으로는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진실로 아름다운 손은 건강한 마음을 가진 바로 은경이의 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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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시골의 작은 마을에 사는 가난한 집 막내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막내는 하루라도 빨리 구질구질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날마다 두시간씩 걸리는 기차 통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기차 시간에 맞추러 새벽부터 일어난 딸은 뒤져봐야 헐어 빠진 옷들뿐인

옷장에서 아껴두었던 치마를 찾아 입었습니다.

"좋아, 이만하면..."

그런데 스타킹이 문제였습니다. 몇 개 되지도 않는 스타킹이 하나같이 구멍 나고

헐고 올이 나가 있었던 것입니다. 벗어 놓을 때까지만 해도 말짱했었는데 말입니다.

딸은 스타킹을 들고 다짜고짜 엄마를 다그쳤습니다.

"엄마, 이거 다 왜 이래?"

"아이구 저런, 내가 빨다가 그랬나 보다. 이놈의 손이 갈퀴 같어서 원. 이를 워쩌냐"

딸은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 하는 엄마 앞에 스타킹 뭉치를 팽개쳤습니다.

"엄마, 다시는 내 스타킹에 손대지 마. 이제부터 내가 빨 테니까"

엄마는 그 억지투정을 말없이 받아 넘겼지만 그 후론 딸의 스타킹에

정말 손도 대지 않으셨습니다.

그 해 여름 방학이 되어 딸이 집에서 빈둥대고 있을 때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 우리 엄마 지문이 다 닳았다구요?"

엄마의 주민등록증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문이 닳아서 지장을 찍을 수 없으니

제발 며칠만이라도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딸은 잠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왜 스타킹을 못쓰게 만들 정도로 거칠어진 엄마의 손을 단 한번도 잡아드리지

못했을까 딸은 밭으로 엄마를 찾아갔습니다.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기역자로 굽은 등.

평생을 그렇게 논 매고 밭 매며 억새풀처럼, 질경이처럼 살아 온 엄마였습니다.

딸은 말없이 다가가 엄마를 끌어안았습니다.

"엄마... 흑흑흑"

"어이구, 우리 막내가 웬일로 밭엘 다 오고"

영문도 모른 채 엄마는 딸을 감싸 안았습니다.  

엄마의 손은 비록 땡볕에 그을리고 패이고 흙 묻은 손이지만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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