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 봄과 여름도 안 왔는데 벌써 가을을 생각하는 나... 가을비가 떠올라서 올려본다. 수북히 쌓여 있는 낙엽들... 그리고 가을비... 낙엽을 밟고 가을비를 맞으면...한번쯤은 거닐고 싶어진다. 저런 곳에서...
가을비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봄 꿈 -강애숙-
내 곁에 오세요 향기로운 미풍을 드릴께요 간지러봐요 웃음꽃이 피고 있잖아요 내 곁에 오세요 달콤한 속삭임을 드릴께요 귀 기울여봐요 희망의 노래가 들리잖아요
내 곁에 오세요 부드러운 입맞춤을 드릴께요 눈을 감아봐요 사랑의 기쁨이 있잖아요
-봄비 내리면 - 이훈자 비는 촉촉이 숲을 적시고 숲은 비에 젖어 물이 오르면 물 오른 숲은 봄이 꿈틀거릴 거야 꿈틀거리며 봄은 숲에 안기고 숲은 솔가지에 봄을 풀어 놓으면 싹들은 움트며 춤추고 싶을 거야 춤추는 싹 장단 맞추며 긴 잠에 취한 개구리 기지개 켜면 움츠렸던 시심도 물오를 거야
落花吟(낙화음) - 김삿갓 시 모음집 중-
효기 번경만산홍 새벽에 깨어보니 온 산이 낙화로 붉게 물들었네. 개락도귀세우중 꽃피고 지는 것이 모두 가랑비에 달렸구나. 모단작의이점석 무한한 창조의 힘으로 꽃은 바위로 옮겨 붙고 불인사지도상풍 차마 떨어지기 아쉬운 것은 바람에 날리네. 견월청산제홀파 뻐꾸기는 푸른 산 달빛 아래 홀연히 울음을 멈추고 연니향경축전공 제비는 낙화 향기에 취해 온 하늘을 누비도다. 번화일도춘여몽 봄 한때의 영화는 꿈과 같은 것이라고 좌탄성남백두옹 성터에 걸터앉은 백발노인 가는 세월 탄식하네.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 -김삿갓 시 모음집 중-
일봉이봉삼사봉 한 봉우리 두 봉우리 세, 네 봉우리
오봉육봉칠팔봉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봉우리
수수갱작천만봉 삽시간에 천만 봉우리가 새로 생겨나
구만장천도시봉 온 하늘 아래 온통 산봉우리뿐이로구나.
雪景(설경) -김삿갓 시 모음집 중-
송월개렴소벽봉 지는 달을 보려 발을 걷으니 나타난 앞산의 작은 봉우리 만정의시옥인봉 뜰에 흰눈 가득해서 옥인이 온 줄 알았도다. 명혼쇄입고강조 나그네 어두운 마음 안고 푸른 강물에 낚시 드리우자 냉의첨견모사종 쓸쓸한 생각 더해 주는 절간의 저녁 종소리. 각방매화청아흥 매화 찾아 바라보니 내 흥취 살아나고 능령배옥소기봉 눈 덮인 마을 집엔 부자 가난 차별 없네. 개변파유정신죽 매화 옆에 절개 높은 대나무 솟아 있어 조합시장동활룡 내 시흥 돋우어 활용(活龍)되게 해 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