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삶은 수도사를 방불케 했다.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얻은 뒤에도 그는 하루에 빵 한 쪽과 포도주 한 병으로 연명했다. 좀처럼 씻지 않았으며 신발을 신은 채 자는 게 예삿일이었다. 그는 우정과 연애를 포기한 채 오로지 예술을 위해 살았다.

 유진이 에스프레소를 석 잔째 홀짝거리며 말한다. "돈은, 진짜 돈은, 돈의 소유는 그에게 의미가 없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돈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가 죽은 뒤 침대 밑에서 상자가 발견되었는데 거기에 피렌체를 살 만큼의 현금이 들어 있었죠." (중략)

 사실, 개인적 천재와 개인적 부의 관계에 대한 최고의 지침은 아굴의 잠언이다. "나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마옵소서." 역사를 통틀어 절대다수의 천재가 중류층과 중상류층 출신이었다. 그들이 가진 돈은 열정을 좇기에는 충분했지만 현실에 안주하기에는 부족했다. -p165-166


 흥미로운 이야기라 소개해봅니다. 예술가나 천재라고 해서 꼭 미켈란젤로같이 수도승처럼 사는 것은 아닙니다. 모짜르트는 돈을 벌기 위해 작곡했습니다. 




 흄은 젊은 나이에 이미 최고의 저작을 써냈다.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를 썼을 때 아직 이십대였다. 흄이 훗날 "인쇄기에서 사산되었다"라고 회고할 정도로 이 책은 실패작이었다. 하지만 젊은 철학자 흄은 여느 천재가 그렇듯 잉글랜드 안팎에서 금세 이름을 날렸다. 오늘날 <논고>는 가장 위대한 철학서로 손꼽힌다. -p240 


 흄은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이고 그의 철학을 좋아하는 그의 저서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주워들은 정도입니다.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 이번에 구입해서 꼭 읽어보겠습니다.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는 3부작으로 되어있습니다. <오성에 관하여>, <정념에 관하여>, <도덕에 관하여>



  천재들에게는 사랑을 주지 않는 부모가 늘 하나 있는데, 둘 다 그럴 대도 있다. 천재성은 정서적 위안의 결여에서 자라며, 이를 좋은 식으로든 나쁜 식으로든 벌충한다. 미국의 극작가 고어 비달의 말처럼 "부모에 대한 증오는 폭군 이반을 만들 수도 헤밍웨이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헌신적인 부모에게 사랑으로 보호받은 사람은 결코 예술가가 될 수 없다." 

-p307


 물론 반례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그럴듯한 이야기입니다.




 왜 역사책에는 여성 천재가 그렇게나 전무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세상이 이를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확히 우리가 원하고 우리에게 걸맞은 천재를 가진다. 창조적 천재의 형성에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는 뭔가가 있다면, 바로 만신전에 여성이 확연히 적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창조적 탁월함에 필요한 자원 그러니까 멘토, (내적 및 외적)보상, 후원, 청중을 얻지 못했다. 대부분의 천재가 주목받을 만한 업적을 처음으로 내놓는 이십대에 여자들은 아이 양육과 집안일에 시달렸다. 프루스트처럼 코르크로 방음한 작업실에 틀어박힐 수도 없었고 볼테르처럼 음식이 들어올 때만 문을 열수도 없었다. 

 로마에는 '책이냐 아이냐' 라는 속담이 있었다. 역사를 통틀어 여성에게는 이러한 선택이 허용되지 않았다. 물론 마리 퀴리를 비롯한 예외도 있었지만 노벨상을 두 차례 수상한 퀴리는 안타깝게도 규칙을 입증하는 예외다.

 여자들에게 기회가 있었다면 이는 반드시 예외적 환경 덕분이었다. 의학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 로절린 얠로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직후인 1941년 일리노이 대학원에 입학이 허가되었을 때 자신이 두번째 여성 입학생이었다고 술회한다. (첫번째 여성은 1917년 입학했다.) 그녀는 농담조로 말했다. "남자들이 전쟁을 해야 했기에 제가 대학원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p368 


 훌륭한 분석입니다. 우리는 정확히 우리가 원하고 우리에게 걸맞은 천재를 가집니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세상에서는 여성 천재를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여성 천재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은 여성 천재들이 등장해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방금 <오성에 관하여>를 주문했습니다. 오랜만에 책을 주문하고 가슴이 뛰네요. 흄의 저작을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읽어볼 수 있겠네요.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다음 달 초에는 <바가바드 기타>를 주문해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읽고 싶은 책들은 미루지 말고 생각날 때 바로바로 사서 읽어야겠습니다. 어떤 이는 인도가 인류에게 준 최고의 선물로 <우파니샤드>, <바가바드 기타>를 꼽았다고 합니다.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 떠난 여행이 끝났습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천재가 남긴 책이나 예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진 천재는 없었습니다. 천재들에게도 스승, 멘토, 영감을 주는 책이나 존재들은 항상 있었습니다. 천재는 관계 속에서 탄생합니다. 모짜르트에게는 바이든이 있었습니다. 뉴턴 역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서 내다본 거 뿐이다."


 천재가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이제는 천재들을 만나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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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8-30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파니샤드랑 바가바드기타 읽어보고 싶어요. 그런지 꽤 되었는데도 아직도 못 읽는게 문제네용~ 고양이라디오님 리뷰 쓰시는 것 보고 시기를 결정해야겠습니다.ㅎㅎ
미켈란젤로 이야기 흥미로웠어요!

고양이라디오 2021-08-31 09:34   좋아요 0 | URL
<우파니샤드>, <바가바드기타> 제가 꼭 읽어보고 리뷰남기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21-09-01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흄을 젤 좋아합니다.
반면 칸트는 흄을 반박하기 위해 거의 평생을 받쳤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며칠 전 칸트 책을 구매했습니다.
과연 칸트가 흄을 극복했을지 의문이 들지만, 그럴수록 그를 더 잘 알아야 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즐거운 독서 되세요. ^^

고양이라디오 2021-09-02 10:24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 북다이제스터님 흄을 젤 좋아하시는군요!!!

즐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의 지도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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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개정판이 나왔군요. 에릭 와이너의 책들 모두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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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릭 와이너의 철학을 찾아나선 기차 여행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이어 행복한 나라를 찾아나선 세계 여행 <행복의 지도>를 읽었습니다. 그의 책을 더 읽고 싶어서 이번엔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 떠난 여행을 함께 했습니다. 


 역사 속에서 짧은 시기 동안 천재가 무수히 많이 방출된 도시들이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오스트리아의 빈, 르네상스 시기의 피렌체, 그리고 현재의 실리콘밸리 등등.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걸까요? 갑자기 천재들이 범람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도시들의 어떤 요인이 천재를 만들어냈을까요? 제게 이 질문은 흥미로운 질문이었습니다. 에릭 와이너와 함께한 흥미로운 여행이었습니다. 


 

 에릭 와이너는 먼저 천재 전문가인 사이먼턴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이먼턴이 내게 이렇게 말한다. "천재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더니 정신나갔다고 하더군요. 제 논문이 실리지 않을 학술지 목록을 보여준 사람도 있었습니다." 자칭 고집불통인 사이먼턴은 그들이 틀렸음을 입증하겠노라 다짐했다. -p20 


 저는 이런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자신이 옳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람들. 1960년대와 1970년대만 해도 창조성과 천재성은 진지한 학문 주제로 취급받지 못했습니다. 


 워런 버핏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인생이란 자신이 옳고 남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구글이었나 아마존이었나 아무튼 어떤 기업에서는 면접에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실을 말해달라고. 혁신은 이 지점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대부분은 엇나가겠지만요. 




 투키디데스는 여느 천재와 마찬가지로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아테네에서 추방된 그는 명성을 얻지 못하고 죽었으며 걸작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완성되지 못했다. 로버트는 미완성작임에도 이 작품이 빼어나다며 번역본을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p89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도 죽기 전에 꼭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이런 책이 너무 많습니다. 어느 알라디너님의 글에서 본 거 같은데 이 책이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고 합니다. 고대인을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합니다. 사마천도 그렇고 투키디데스도 그렇고 천재 중에 비극적인 삶을 살거나 역경을 겪은 사람이 많습니다. 역경은 때론 천재를 만듭니다. 




 왜 아테네였을까? 이 신기하고 경이로운 사람들에 대한 수많은 책 중에서 플라톤의 한 문장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라에서 존경받는 것이 그곳에서 양성될 것이다." 이 간결함에 놀란다. 명백하고도 심오한 진실을 전하고 있음에 감탄한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고 우리에게 걸맞은 천재를 가진다. -p102 


 아마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을 꼽으라면 저는 플라톤의 저 문장을 꼽겠습니다. "나라에서 존경받는 것이 그곳에서 양성될 것이다." 




 아테네를 거쳐 에릭와이너는 송나라의 항저우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소동파를 만납니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무엇 같을까?

 멀리서 생각해보니 이따금 닮은 것도 있는 것 같네.

 아득히 멀리 있어 알 수 없으매

 나를 길게 탄식하고 한숨쉬게 하네.   


 소동파의 시에는 이런 경이감이 거듭 등장한다. 그리스인들과 마찬가지로 소동파 또한 경이감이야말로 모든 과학적 탐구의, 삶 자체의 핵심이라고 믿었다. 깊고 꾸준한 경이감은 천재성과 불가분의 관계다. 막스 플랑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한스 베테 등 위대한 물리학자 중 상당수는 실험실이 아니라 우뚝 솟은 알프스산맥 아니면 소동파처럼 별하늘을 바라보다가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모두 막스 베버의 표현처럼 '놀랄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자였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천재는 이 능력을 갖췄으며, 영국의 철학자 앨런 와츠 말마따나 이러한 능력이 "인간을 그 밖의 동물과 구별 지으며 지적이고 예민한 사람을 바보와 구별 짓는다" 라는 사실을 안다. -p122


 경이감, 놀랄 줄 아는 능력. 어린 아이때는 이러한 능력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데 나이가 들 수록 이런 능력을 잃어버립니다. 아이들의 창의성이 성인에 비해 더 높은 사실도 이런 능력과 관련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우리는 반복된 학습으로 인해 틀에 박힌 사고만 하는 데 반해 아이들은 이런 학습과 틀에 박힌 사고가 없어서 우리가 보기에 창의적으로 보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아이들은 타고난 과학자, 타고난 천재들입니다. 




 오늘은 이만 마치고 다음에 뵙겠습니다. 천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아이들을 천재로 키우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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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7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7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발 하라리부터 조던 피터슨까지' 라니요. 제가 좋아하는 두 분의 이름이 언급되어서 구매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선 이 책의 저자 비카스 샤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134인의 거물급? 지성인들과 인터뷰를 했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이 책은 정체성, 문화, 리더십, 기업가정신, 차별, 갈등,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인터뷰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기업가 출신이라서 리더십과 기업가 정신의 파트가 포함되어있는 거 같습니다. 


 저는 현재 파트1. 정체성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쟁쟁한 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전에 책으로 뵌 적이 있는 반가운 분들이 많습니다. 생존전문가 베어 그릴스, <12가지 인생의 법칙>의 조던 피터슨, <모든 순간의 물리학>의 카를로 로벨리, 유발 하라리, 제인 구달 등의 인터뷰 내용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단점은 인터뷰가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무릇 인터뷰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해야하는 거 아니겠습니다ㅎ? 대부분 한 저자당 하나의 문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단순한 것이 좋다. 다만 너무 지나치게 단순하면 안된다. 제게는 이런 하나의 문답으로 인터뷰하는 방식 너무 지나치게 단순한 쪽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 


 예를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라는 추상적이고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10줄(10페이지가 아닙니다!) 정도의 답변이 이어지는 식입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책으로 답변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저는 수박 겉이라도 핥자는 주의라서 크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다만 아쉬움이 남긴 했습니다. 뭐 더 심층적으로 알고 싶은 내용은 질문에 대한 저자의 책을 찾아보면 좋을 것입니다. 


 아래에 좋았던 문답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곧 우리 자신이다.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과 함께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의 생각이 이 세상을 형성한다."

-붓다


 이 글은 인터뷰는 아니고ㅎ 책 첫머리에 있는 문장이었습니다. 생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구절입니다. 항상 붓다의 글을 접할 때마다 이분은 진정으로 천재시고 깨달은 분이셨구나를 많이 느낍니다. 채사장님은 장난인지 진담인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붓다를 꼽았습니다.(진담이었던 거 같습니다) 


 왜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다르다고 혹은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낄까? 이에 대해 세계적인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유발 하라리에게 의견을 물었다.


유발 하라리 : 인간은 다른 종을 지배하고 착취하기 때문에 이것을 정당화하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우월한 생명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다른 모든 동물과 구별되는 큰 차이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농업혁명 이전에 수렵 채집인은 자신들이 다른 동물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들은 자신을 자연 세계를 구성하는 일부로 여기며 주변의 동식물 및 자연현상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조화롭게 지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농업혁명으로 다른 동물을 지배할 힘이 생기자 인간이 동물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지위를 다른 창조물보다 숭고하게 격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종교를 발명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가 위대한 신들을 신성시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종교가 인간 역시 신성시했다는 점에 대해선 간과하죠. 사실 신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인간의 우월성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p58

  

 유발 하라리의 글은 항상 통찰력이 있습니다. 저도 종교가 신들을 신성시한다고 생각했지 인간 역시 신성시했다는 점은 간과했습니다. 그리고 농업혁명, 동물에 대한 지배, 인간의 우월성이 종교와 연결된다고도 생각치 못했습니다. 


 우리가 동물은 다루고 착취하는 것을 생각하면 만일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해서 똑같은 방식으로 지구인을 다룬다고 했을 때 변명할 여지가 없을 거 같습니다. 지구인을 노예 혹은 식량으로 사용하고 동물원에 가둔다해도요. 이는 많은 SF 소설에서 다루기도 하는 이야기입니다. 스티븐 호킹박사였나? 그 분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외계에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소통하기 위해 전파를 보내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우월한 우주인들이 전파를 수신하고 지구를 찾아왔을 때 과연 그들이 평화적으로 우리를 대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벌레나 동물, 혹은 다른 민족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그들이 평화적일 거라 안심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아래는 유발 하라리가 인류의 정체성과 관련해 커다란 변화가 있을 거라 예고하는 말씀입니다. 


  유발 하라리: 장차 인간은 기술을 사용해 기존에 신의 영역으로 간주했던 능력들을 습득하게 될 겁니다. 비유법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조만간 인간은 각자 취향대로 생명체를 설계해서 창조하고, 머릿속과 직접 연결된 가상현실을 넘나들고, 수명을 과감히 연장하고, 원하는 대로 자신의 윤체와 정신을 개조할 것입니다. 그간의 역사에서 수많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혁명이 일어났지만 오직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죠. 바로 인간입니다.

 우리의 육체와 정신은 로마 제국이나 고대 이집트의 조상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을 만큼 인류 자체가 급진적인 혁명을 겪게 될 거예요. 인간의 육체와 정신도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의해 변화될 겁니다. 육체와 정신이 21세기 경제를 대표하는 상품이 될 수도 있어요. 대개 미래라고 하면 우리와 생김새가 같은 사람들이 레이저건, 지능형 로봇,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우준선 등 지금보다 더 발전한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세상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미래 기술의 혁신적인 잠재력은 우리 몸과 마음을 포함한 호모 사피엔스 자체의 탈바꿈에서 나타날 거예요. 미래의 가장 신기한 기술은 우주선이 아니라 우주선에 타고 있는 생명체가 될 거란 의미입니다. -p60


 역시나 통찰력이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위 글의 내용은 하라리의 인류 3부작 중 마지막 <호모 데우스>의 주제와 일맥상통합니다. 인간은 신을 숭배하는 단계를 넘어서 신이 될 것입니다. 신의 영역으로 간주했던 대부분의 능력들을 습득하게 될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요. 생명체를 설계하고 창조하고, 수명을 불멸에 가까울 정도로 연장하고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향상시킬 겁이다. 


 생각해보면 SF 영화나 소설을 보면 상상력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몇 백년이 흘러도 인류의 모습은 그대로니까요. 사실상 가장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될 것은 인류가 될 것이라 하라리는 말합니다. 아이언맨, 슈퍼맨, 배트맨, 헐크, 스파이더 맨 등 슈퍼 히어로는 미래 인류의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대한 SF 소설 작가인 아서 클라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만약 1만년 전 유목 채집인, 아니 1900년대 초의 누군가를 지금 세계로 데려온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들을 마법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앞으로 100년 후의 모습은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이상의 모습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서 클라크의 과학 3법칙'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1법칙: 어떤 뛰어난, 그러나 나이든 과학자가 무언가 "가능하다" 고 말했을 때, 그것은 거의 확실한 사실에 가깝다. 그러나 그가 무언가가 "불가능하다" 고 말했을 경우, 그의 말은 높은 확률로 틀렸다.


2법칙: 어떤 일의 가능성의 한계를 알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불가능의 영역에 아주 살짝 도전해 보는 것 뿐이다. 


3법칙: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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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8-23 2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흥미 돋네요~ 저도 유발 하라리 좋아요~ 통찰력을 준다는데 공감합니다! 붓다는 진심 천재가 맞는 거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21-08-24 10:09   좋아요 1 | URL
유발 하라리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하고 생각치 못했던 방식으로 생각하게 해줘요ㅎ

붓다 진심 천재ㅎㅎㅎ

캐모마일 2021-08-23 2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관심책으로 보관함에 넣어놨는데 덕분에 구성이 어떤지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08-24 10:10   좋아요 2 | URL
캐모마일님 오랜만입니다^^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1-08-27 1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발 하라리! 저도 완전 좋아해서 작년까지는 인터뷰 동영상 안 뺴놓고 다 찾아 들었는데, 고양이라디오님께서 요렇게 소환시켜 주시니 좋습니다.
1:1 1인 1문항의 인터뷰라면, 완전 core 중의 core 질문이겠네요^^

고양이라디오 2021-08-27 17:37   좋아요 1 | URL
대단하시네요b 인터뷰 영상 찾아보시는 걸 좋아하시군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ㅎ

계속 읽다보니 1인 1문항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 거 같아요ㅎ 유발 하라리리는 2문항ㅎ
 


 잔인한 영상을 보는 사람은 잔인해질까? 잔인한 사람이 잔인한 영상을 더 잘 볼까? 

 이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을 듣고 싶다. 궁금하다.


 최근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았다. R등급의 영화였다. 상당히 잔인한 장면이 많은 영화였다. 약간 불편할 정도였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잔인한 장면을 보여줘도 되나? 성인에게는 상관없나? 


 잔인한 영화나 잔인한 장면은 보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얼마나 끼칠까? 일단 선정성, 폭력성 등에 따라 관람등급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보면 분명 이런 장면들은 보는 이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최근에 읽었던 책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부탄은 불교국가이다. 불교에서는 살생을 금지한다. 부탄은 살인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나라라고 한다. (기독교나 이슬람도 살생을 금지하지 않나? 아무튼) 이런 부탄에 텔레비전이 보급되자 역시나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개미 한 마리 죽이지 않는 국민들이 과연 TV에서 총질하고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봐도 괜찮을까 하는 우려였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부탄에서도 개봉했을까? TV 도입이후 부탄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증가했을가?  


 아주 오래 전 있었던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20살 때쯤 수능이 끝나고 잠시 영어 회화학원을 친구랑 다녔었다. <쿵푸허슬>이란 영화이야기가 대화 도중에 나왔다. 한 여성 분은 그 영화가 별로였다고 했다. 이유는 너무 잔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쿵푸허슬>을 무척 재밌게 봤었다. 그 정도의 잔인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했다. 정도의 차이일까? 나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잔인함이 불편했지만 다른 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철학자 칼 포퍼의 메스 미디어에 대한 우려가 떠오른다. 그는 메스 미디어의 악영향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했다. 그에겐 어떤 근거가 있었을까? 


 여러 심리학 실험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은 무의식 중에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노인이란 단어나 영상을 보면 우리의 걸음걸이는 느려진다. 설령 우리가 우리의 걸름걸이가 느려졌는지 왜 느려졌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인지할 수 없을 정도의 짧은 영상에 노출되도 그 영상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광고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잔인한 영화가 폭력을 조장하거나 살인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는지 우리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의 잔인함이 있을까? 로마 시대 때 시민들은 검투사들끼리 서로 죽이는 것을 즐겨보았다. 순교자가 사자나 호랑이에게 뜯겨 먹히는 것을 보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거리나 광장에서 죄인을 목 매달거나 갖가지 창의적인 방식으로 처형했다. 단두대와 화형도 있었다. 이는 훌륭한 구경거리였다. 


 우리는 이제 문명화 되어서 이런 것들을 허구적인 영상으로 즐기는 것일까? 아니다. 정신차리자. 너무 쉽게 일반화하려 하고 있다. 인류에겐 잔인한 면도 있지만 그 반대되는 면도 분명있다. 아마도 잔인한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꺼려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애덤 모턴의 <잔혹함에 대하여>란 책에 눈이 간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에 소개되었다고 하고 AgalmA님의 리뷰를 보니 더욱 신뢰가 간다.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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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8-19 19:1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부분에 관심이 좀 있는데 얼마전 범죄심리 프로에서 프로파일러가 그러더군요. 잔인한 장면을 봐도 정상적인 사람은 별 영향을 받지 않지만 사악하고 잔인한 사람은 영향을 좀 받을 수 있다구요. 영화가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향이 문제라고 이해했는데 그럼에도 지나치게 과도한 연출들이 분명 어떤 영화에서는 있고 미성숙한 청소년들의 그로인한 모방범죄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봐요.
그런데 문학은 같은 장면이라도 심리묘사와 서술에 따라 그 영향이 또 다른것 같아 신기해요.ㅎㅎ
고전 필독서라는 작품들에 사실 범죄를 비롯해 부도덕한 일들이 많이 담겨있지만
그런 고전을 읽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은 아마 거의 없을듯하니 말이죠.🤔

고양이라디오 2021-08-20 10:07   좋아요 2 | URL
미미님 반갑습니다^^ 맞아요! 잔인한 장면은 정상인에게는 큰 영향은 없지만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 저도 본 기억이 납니다.

고전과 강력 범죄라 안어울리는 조합이긴하네요ㅎ 문학작품을 보면 공감능력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타인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건 안어울리네요ㅎㅎ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8-19 20: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나 작품이 새로운걸 창조한다기 보다는 현실의 반영?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니 그런것만은 아닌거 같아요~

그리고 확실히 영상? 의 영향력이 쎈거 같아요. 그렇다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나쁜걸 모방하지는 않겠지만요😅

고양이라디오 2021-08-20 10:09   좋아요 2 | URL
그렇죠. 정상적인 사람이 모방을 하거나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사실 그렇게 자주 노출되지도 않고요. 역시 다른 분들의 생각을 접하니 훨씬 생각의 중심이 잘 잡히는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08-20 00: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잔인한 걸 잘 못 보는 1인이지만, 잘 본다고 더 잔인한 사람일 거 같진 않았어요~ 몰입도의 차이도 있는 거 같아요. 그런거 잘보는 사람 얘기 들으니 ‘그냥 영화잖아‘라고 하더라구요~ 음~ 그럼 실제는 잘 못 보려나?(볼 기회는 없겠지만~) 궁금증이 꼬리를 무는 밤입니다~ㅎㅎ

고양이라디오 2021-08-20 10:11   좋아요 2 | URL
몰입도의 차이! 맞아요. 공포영화를 잘 본다고 더 공포스러운 사람이 아니듯이요ㅎ 저도 잔인한 장면 봐도 ‘그냥 영화잖아‘ 라고 생각했던거 같은데. 이번에는 너무 살해당하는 사람들에 감정이입 됐나봐요ㅠ

보통 영화에서는 희생자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지 않는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희생자들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합니다ㅎ 꼬꼬무네요ㅎㅎ

얄라알라 2021-08-20 00: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예 잔인한 장면 차단하느라 볼 여지를 만들지 않는다(스스로 생각하지만) 범죄수사물 보는 취미가 있으니 모순이네요.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평소 저도 비슷한 궁금증 있었거든요^^

고양이라디오 2021-08-20 10:12   좋아요 3 | URL
범죄수사물은 못 참죠ㅎㅎㅎ 추리, 미스테리는 호기심을 자극하니까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