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듣보잡 작가. 내가 알지 못하는 일류급 세계 문학 작가들. 그냥 나만 모르는 작가들이라 보면 좋겠다. 옛날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세계문학 전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말 희귀템들인데, 대산 세계문학과 을유 세계문학을 통해서 대거 소개되고 있다. 정말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내게 맞는 작가만 있는 건 아니다. 위 듣보잡 작가들 책 중 약 10여권을 소장(많은 거 같았는데 정리해 보니 12권이다.^^;;)하고 있는데, 정말 읽기 난감한 작품이 있긴 하다. 대표적인 예로 알프레드 자리의 심리학 소설 <포스트롤 박사의 행적과 사상>이 바로 그 책이다. 


포스트모던 소설이라 불리우는 작품군 중에서 가장 헛소리만 모아놓은 소설 같다. 이건 뭐 아무 얘기나 씨부려서 활자화한 딱 그런 류의 소설. 뭐, 내가 보기에 그렇다는 거다. 실험적인거라도 재미있으면 그만인데, 이건 플롯이 아얘 없다보니 계속 망상적 얘기만 읽다가 끝난다.


워크룸프레스 소설 중에서 유일하게 갖다 버릴 책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작가 작품을 읽는 행위는 가치있는 도전이다. 자리와 같은 실패한 경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험도 많다. 부차티는 새롭게 내 최애 작가로 포섭되었으니 말이다.


이런 미지의 멋진 작가들을 컬렉션한다는 건 책 모으는 기쁨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읽다가 정말 좋은 작가들을 만나면 길에서 돈 주운 것 마냥 미쳐날뛰게 된다. 심각한 병이긴 하지만 아직 고칠 계획은 없다. 어쨌거나..


1탄, 2탄, 3탄 계속 저장해 놓아야 겠다. 이걸 리스트화 해 놓지 않으면 까먹어서 무슨 책을 사야할지 모를 때가 빈번히 발생하니까. 물론 내가 듣보잡이라고 생각해도 해당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한테는 익히 알려진 작가이니 이는 무조건 개인적인 취향이다. 내가 그만큼 세계문학 작가를 모른다는 반증이겠지.ㅎㅎ




[덧]

1. 내가 듣보잡 세계문학 컬렉션을 하는 나만의 원칙; 중국과 일본작가는 제외..

2. 듣보잡 작가 리스트를 만들려는 건 페크님과 락방 님 의 덧글 덕택이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작가는 내겐 예전부터 아주 익숙한 작가였더랬다.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을 오래 전에 소장했기 때문인데, 물론 읽지는 않고 보기만 했다. 헤르만 브로흐의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을 읽고 비슷한 작품 아닐까 하는 얄팍한 기대로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헌데 이 작가를 매우 생소해 하는 알라디너 분들을 보니 듣보잡이란 매우 개인적이라는 걸 깨닫고 듣보잡 작가 리스트를 어여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문학적 무식이 탄로나는 걸 감수해야 겠지만 말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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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4-15 1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새로운 책을 접하는 것도 좋지만(주로 그렇게 하고 있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니 복습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내 기억력 감퇴로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기도 해서 좋더라고요.
당연히 책을 구매할 땐 새로운 책을 구매하죠. 오늘 올리신 책들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로 을유문화사의 광팬인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글자가 큰 책을 좋아해서 밀렸어요.ㅋㅋ

yamoo 2023-04-16 12:29   좋아요 1 | URL
저도 요즘 작은 배판 책들은 글자가 잘 안보여 읽기가 힘들긴해요. 예전엔 작운책을 매우 선호했는데...^^;;
저는 여전히 재독할 책 보다는 새론 작가를 발굴해서 읽기를 좋아합니다. 예전에 읽었기에 다시 읽으면 새로운 걸 다시 발견할 수 있겠지만 여러 탐색이 뭔가를 쓰려고할때 찾아갈 글감이 불어나는 느낌이라 일단 많이 읽어놓자는 주의입니당~~~ㅎㅎ

붉은돼지 2023-04-15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을유가 단연 많군요....저는 대산에도 많던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세계문학전집 최고 넘버링 찍고 있는 민음사는 한권이군요...열린책들은 없는 것 같고....펭귄도 없네요 ㅎㅎㅎㅎ

yamoo 2023-04-16 12:34   좋아요 0 | URL
민음사와 열린책들은 엔날 리스트의 반복이라 새로운 작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거 같아요. 무론 나는고백한다...작가처럼 새로 소개되는 작가는 있지만 대부분 기존작가의 여타 작품을 번역해 내 놓는거 같아서...주로 대산과 을유 리스트 중에서 골랐어요. 을유와 대산은 정말 놀랍더라구요. 팔리든 안팔리든 꾸준히 출간하는거 겉아요.ㅎㅎ 펭귄역시 새로운 작가가 없어요..ㅎㅎ 내가 몰루는 작가여야하는데...팽귄은 그래서 패쑤햤네욤..ㅎㅎ

stella.K 2023-04-1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는 작가를 알게되는 건 존데
독서에 실패할까봐서리. ㅠ
그래도 도움 좀 받겠습니다. 야무님의 병 저도 있는 듯한데
저도 고칠 생각이 없구만요. ㅎㅎ

yamoo 2023-04-16 12:36   좋아요 1 | URL
독서에 실패해도 대어를 낚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된다고 봅니다~~ 분명히 지루하고 별루인 작품이 있지만....부처티같은 작가를 만나길 희망하면서 읽는거죠!ㅎㅎ

우끼 2023-04-1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어떤 멋진 문학을 발굴하실지!

yamoo 2023-04-16 12:3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좋은 작가 재밌는작가를 발굴하면 공유할게욤~~
 

어제는 피곤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을듯이 피곤했다. 도대체 왜 피곤할까 생각했는데...아뿔싸..출장을 다녔다. 평소보다 더 많이 걸어서 피곤했나보다. 집에 가서 일찍 자야지, 이 생각만 했다.

 

, 근데 자기 전에 낼 무슨 책을 가져가면 좋은지 결정해야 했다. , 물론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하는지도 세팅해 놔야 아침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낼 아침에 무슨 책을 읽을까?’라는 고민에 답해야했다. 으하하하. 일단 로맨스는 패스. 한국 문학도 패스. 두꺼운 책도 패스. 얇지만 임팩트 있는 세계문학을 고르자 하고는 소설이 쌓여 있는 책탑으로 갔다. 뭐 읽지? <미래의 이브>도 읽고 싶은데...너무 두껍다. 얇은 철학서로 갈까, 아니야 그래도 문동 세계문학 하나 더 읽고 지인이 추천해준 행복에 대한 원탑서라는 데니얼 네틀의 저서들을 읽자. 어쨌든 문동 세계문학을 골라야지, 아니야 을유 세계문학을 골라야겠다. , 근데 을유 세계문학은 죄다 두껍네?!

 



여하튼 제목에 끌려 이 책을 꺼내들고 왔다.


<알렉시·은총의 일격>. 이 책에 대해서라면 아마도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저자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세계문학사에서 아주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지 않을까. 아나톨 프랑스보다 더 지명도 있으려나. 어쨌거나..

 


근데, 얇아서, 300페이지 정도 되는데 두 편이나 수록되어 있어서 딱 내취향이다. 이게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이라면 절 대 안 골랐을 거란 말이지. ~ 작품이 시작되는 첫 페이지를 펼쳐서 읽었다!(이 책은 8페이지 분량의 작가 머리말 부분이 붙어 있다. 초기작이라 나중에 작가가 부가했다고 해서 건너 띄었다.)

 

이 편지는, 그대여, 무척 긴 글이 될 거요. 난 글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소. 말은 생각을 왜곡하게 된다는 얘기를 여러 번 읽었는데, 내가 보기엔 말보다 글이 훨씬 심한 듯싶소. 한 텍스트를 중역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지 당신도 알잖소. 게다가 난 어찌해야 잘 쓸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하오. 글을 쓴다는 것은 수많은 표현을 두고 끝없이 이어지는 선택이라오. 그중 어느 것도 날 만족시키지 못하고, 무엇보다 다른 것 없이 홀로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오. 아마도 화음이 연속으로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음악뿐일 거요. 편지에서는 아무리 긴 편지라 해도, 단순화해선 안 될 것들을 단순화할 수밖에 없잖소.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애쓰다보면 명료함이 사라지니까! 나는 이 편지를 진실될 뿐 아니라 정확하게 쓰기 위해 노력할 거요. (19)

 

~~ 뭐랄까, 느낌이 빡~~~!하고 오는 거 있지. 그래서 낙찰. 출근길에 읽으면서 갔다. 읽어가는데, 장이나 절의 구분없는 장편의 편지를 읽는 느낌이었지만, 그 문체와 문장의 힘에 끌려들어간다. 와우! 유르스나르을 처음 읽는 내게 작가는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 걸출한 책을 왜 여태껏 모르고 있었지? ....난 세계문학 잼병이인게 맞구나. 유르스나르를 이제야 맛보다니. 더군다나 알렉시 혹은 공허한 투쟁에 관하여는 작가의 첫 작품이다(세상에나!). 물론 이 전에 습작을 몇 편 썼지만 정식 출간한 첫 작품인데, 이걸 26살에 썼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1929년에 출간되었으니 26살 맞다.(유르스나르는 1903년 생이다.) 탄성이 절로 난다.

 

이거 알라디너 모두 에게 강추드린다. 또 한편의 명작을 골랐구나. 유르스나르 책들을 모조리 모아야 겠다. 소장하고 있는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도 꼭 봐야겠다.ㅎㅎ(근데 출간된 책이 거의 없다! 3작품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구입할 수 있는 전부인듯..)


 

 






[]

3.29. 다락방 님의 페이퍼에 비슷한 글을 쓰겠다고 해서 쓴 페이퍼이다..^^;;

도저히 다락방 님처럼 재밌게 못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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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13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는 저는 모르는 작가인데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불끈!

yamoo 2023-04-13 17:29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오~~~유르스나르...몰루시는군요! 아싸~~
유명 작가 알려드렸네욤...꼭 읽으시고 리뷰나 페이퍼 써주세요! 불끈!!ㅎㅎ

페크pek0501 2023-04-13 23: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모르는 책들이어서 검색해 보느라 바빠질 예정이에요.
알라딘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책을 소개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yamoo 2023-04-15 10:17   좋아요 1 | URL
저도 모르는 책들 많습니다. 요즘 나오는 한국 문학 작가들은 죄다 몰라요..ㅎㅎ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는 의외로 모르는 독자들이 많더라구요.
우리나라애는 현재 2 작품군(3작품)만 달랑 번역되어 나왔는데 번역된 수가 적어서 유르스나르 작품 세계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는 있습니다.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지난 번에 영국 아트페어 출품 소식을 알렸었는데요. 런던에서 진행됐던 리얼팬아트페어는 4월3일 끝이났습니다. 지난 주 아트페어 전시 참여 작가 도록이 나왔는데요, 정말 쟁쟁한 작가들이 많아서, 과연 내가 끼일 자리였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추상화 작가들은 많이 없기에 구색맞추기로 참여됐던거 같다는 생각인데, 그래도 제겐 과분한 자리였던 거 같아요. 어쨌거나 외국 전시에 초짜가 과분한 경험을 했음은 틀림 없었던 거 같아요.


그 연장선을 달립니다. 7월에 뉴욕 아트페어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6월10일까지 10호 작품을 그려야하기에 여유가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7월에 역시 한국미술대전에 출품하기로 했기에 좀 바쁘게 그려야 될 듯합니다.


그리고, 4월17일부터 운좋게 개인전을 하게 됐는데, 오늘 전시 홍보물이 나왔네요~ 아쉬운 점은 A4 2장 반 분량의 원고를 넘겼는데, 글이 짤린 느낌이라...그리고 주제인 '시간의 현재성에 대한 탐구'에 맞는 이미지가 아닌 '순수의 전조' 이미지라서 좀 황당한 느낌입니다.




근데, 뭐 두 주제를 같이 걸어 놓게 되어서 그냥 그러거니 생각합니다. 혹시 홍대 주변에 거주하시는 분이 계시면 한 번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작년에 새로 오픈한 마포리움은 도서관과 미술관 그리고 휴계 공간의 복합공간이라 매우 이색적인 장소입니다. 


책도 보고 미술품도 감상하는(누워서 책보는 공간도 곳곳에 만들어 놨습니다) 색다른 곳이라 한번 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어요~ 마포구 평생학습관 5층 마포리움입니다~




[덧]

1. 런던 아트페어 개인전 부스 하라고 해서 부담스러워서 고사했는데, 개인전을 이렇게 이른 시일에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ㅎㅎ

2. 이번 전시는 소품 위주입니다. F3 사이즈가 주된 크기고, F6 2점, 10S 1점 등입니다.

3. 4월 20일에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에 당첨됐습니다..ㅎㅎ 뭐, 지인에게 양도 받긴 했습니다만..ㅎㅎ

호퍼 전시는 우리나라 첫 전시인만큼 모두 매진됐다네요..^^;;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라 기대가 만빵입니다~



에드워드 호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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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0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서울에서도 볼 수 있군요.
제가 아는 지인중에 미술인은 아직 없는데
이제 야무님 자랑하면 되겠군요. ㅎㅎ
자랑스럽습니다. 축하합니다.^^

yamoo 2023-04-11 19:19   좋아요 1 | URL
네, 서울을 벗어나서 그림을 가져가 설치하고 세팅하는 건 못하겠더라구요~~ㅎㅎ

오~~ 감사합니다! ㅎㅎ 스텔라님의 응원에 힘입어 계속 달려보겠어요!^^

책읽는나무 2023-04-11 0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전 축하드립니다^^
야무 님이 화가이신 줄 처음 알았습니다.
개인전에 사람들 문전성시 이루시길 기원하겠습니다^^

yamoo 2023-04-11 19: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화가는 아직 아니구...개인전과 초대전을 최소 10여번은 충족해야 명암을 내밀까말까입니다..ㅎㅎ

문전성시는 아니구....그냥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그림을 걸어 놓는 거라 일반인들에게 그림이 노출되는 빈도는 좋은 거 같습니다..ㅎㅎ

새파랑 2023-04-11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런던에 이어 뉴욕까지! 완전 셀럽이시군요~!!
마포구 근처 가면 꼭 가보겠습니다~!!

yamoo 2023-04-11 19:22   좋아요 1 | URL
뉴욕도 신청했는데, 포기자가 생겨 대타로 낙점됐어요..ㅎㅎ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3-04-11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전시회 축하드립니다!
야무님 그림 보러 달려가고 싶지만,
제 몸은 일터에 묶여 꼼짝을 못 하네요. ㅠㅠ

yamoo 2023-04-11 19:23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감사합니다~~~
응원만이라도 저는 고마울 따름이에요!ㅎㅎ
 



부르디외의 주저 중 한권이다. 헌데 이 중요한 책이 다시 번역되어 나왔는데 진짜 한국 번역계, 이러면 안 되는 거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김현경. 믿고 보는 역자로 회자되는 사람이란다. 훌륭한 번역 덕분에 어려운 저서를 수월히 읽을 수 있었다.” “술술 읽힌다.” 이 책에 달린 짤막한 리뷰들이다.

 

진짜 열 받는 게 리뷰에 이런 식으로 써 놓으면 정말 믿고 보는 번역이라 생각되어 냉큼 구매하게 된다.

 

내가 이 책을 구매하기 직전에 알라디너 한 분이 작성한 리뷰 때문에 이 책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구매했다가는 다시 읽는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 헌데 이 리뷰자는 이 책의 좋은 번역 때문에 감사하다는 논지로 리뷰를 작성했다.

 

두 부분을 꽤 길게 인용해 놓아서 역자의 번역 수준을 알 수 있었다. 이상하게 원문을 충실하게 번역했다는 사람치고 완벽한 한국어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거의 비문들을 연결해 놓아 번역기 돌린 문장들과 대동소이한 문장들로 번역해 놓고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했단다.

 

알라딘 리뷰자가 인용한 다음 문장들을 보면, 이 책이 왜 믿고 보면 안 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리뷰자에 따르면 다음 부분이 새 번역본에도 똑같이 실려 있다고 언급했기에 인용된 페이지는 구판이다.

 

 


하지만 사회학자들은 또한 대상에 대한 직접적으로 경험된 관계에 따라, 주관주의와 객관주의, 비난과 찬양, 신비화되고 신비화하는 공모와 환원주의적 탈신비화 사이에서 균형을 취할 수 있다. 이는 그들이 객관적으로 문제적인 것을, 다시 말해 지역과 지역주의가 걸려있는 투쟁의 장의 구조를 객관화하지 않고 수용하기 때문이며, 또 지역주의 운동의 방향를 이야기하거나 그 미래를 예측해줄 수 있는 잣대들에 대한 논쟁에 뛰어들면서도, 그 운동의 방향의 결정 및 그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잣대들에 미치는 투쟁논리에 대해(그것은 지역적인가 국민적인가, 진보적인가 퇴행적인가, 우파냐 좌파냐 등) 묻지 않기 때문이다p.283

 

 

 

일단 한 문장씩 나열해 보자. 문장들이 정말 엄청나게 길다.


 

1. 하지만 사회학자들은 또한 대상에 대한 직접적으로 경험된 관계에 따라, 주관주의와 객관주의, 비난과 찬양, 신비화되고 신비화하는 공모와 환원주의적 탈신비화 사이에서 균형을 취할 수 있다.

 

-> '하지만'과 '또한'이 한 문장 안에 열거되어 있다. ‘대상에 대한 직접적으로 경험된 관계는 프랑스어를 그대로 해석한 비문이다. 그리고 ‘ab’는 나열될 때 그 꼴이 같아야 한다. 명사와 명사가 나열되면서 마지막에는 신비화되고 신비화하는 공모와 환원주의적 탈신비화라는 관형절과 관형절의 꼴이 나열된다. 이게 좋은 번역문인가? 이건 애교수준이다. 

 

 

2. 이는 그들이 객관적으로 문제적인 것, 다시 말해 지역과 지역주의가 걸려있는 투쟁의 장의 구조를 객관화하지 않고 수용하기 때문이며, 지역주의 운동의 방향을 이야기하거나 그 미래를 예측해줄 수 있는 잣대들에 대한 논쟁에 뛰어들면서도, 운동의 방향의 결정 및 그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잣대들에 미치는 투쟁논리에 대해(그것은 지역적인가 국민적인가, 진보적인가 퇴행적인가, 우파냐 좌파냐 등) 묻지 않기 때문이다

 

-> ‘묻지 않기 때문이다의 주어가 무엇인가? ‘그들이인가? 문장의 뼈대는 객관적으로 문제적인 것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에 여러 수식어 절이 중간에 끼어든 모양새다. 그래서 수용하기 때문이다의 주어와 논쟁에 뛰어들면서도의 주어 그리고 지역과 지역주의가주어가 모호해진다. 대부분 프랑스 철학 번역서에서 보여주는 문장들이다. ‘문제적이라는 건 우리말에 없다.

특히 이 역자는 투쟁의 장의 구조’. ‘운동의 방향의 결정등과 같이 관형격 조사 를 매우 남발하고 있다. 무슨 일본어 문장쓰기 대회하는가?

 

 

 


게임과 불확실성의 몫인 이 부분은 세계관의 복수성의 기초이기도 하다. 후자는 그 자체가 관점의 복수성과, 그리고 정당한 세계관을 생산하고 강요하려는 온갖 상징적 투쟁과 연결된다. 더 정확히 말해서 직접 볼 수 있는 속성들을 넘어서, 미래 또는 과거를 참조하여 사회세계의 대상들의 의미를 생산하는, 충만(remplissement)의 인지전략과 연결된다. 이러한 참조는 후설이 미래지향(protention)과 과거지향(retention)이라고 부른 것, 즉 과거와 미래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는 전망과 회고의 실천형식 자체와 결합되면서, 암묵적이고 함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명시적일 수도 있다-현재의, 언제나 열려있는 의미를 결정하고, 한정하며, 규정하기 위해, 과거가, 현재의 필요에 맞춘 과거의 회고적인 재구성을 통해('라파예트여, 우리가 왔소'), 끊임없이 원용되며, 무엇보다 미래가, 창조적인 예견과 더불어, 끊임없이 소환되는 정치적 투쟁에서 그렇듯이.p.293

 

 

하여간 역자 김현경은 ‘abc’ 구조를 무척 좋아하는 듯하다. 이런 구가 넘쳐난다. 문학에서 이런 번역문은 절대 볼 수 없는 문장들이다. 이 구의 심각한 문제는 모호성에 있다. 아주 대표적인 문장이 첫 문장이다.

 

1. 게임과 불확실성의 몫인 이 부분은 세계관의 복수성의 기초이기도 하다.

 

-> 이 짧은 번역문에 문장을 모호하게 하는 요소가 대거 들어가 있는데, 역자는 이런 걸 신경도 쓰지 않는다. 번역을 프랑스어와 한국어의 1:1 대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건 철학서 번역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문제이다. 한국어 문장의 기본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고, 프랑스식으로 한국어를 생각하며 번역한다. 그러니 문제의 심각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거다.

 

게임과 불확실성의몫인가 아니면 게임과 불확실성의 몫인가. 모호한데, 뒤이어 이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은 도대체 어디에 걸리는가? 기초가 세계관의 기초인가 복수성의 기초인가. 정말 난감한 문장이 아닐 수 없다.

 

 

2. 후자는 그 자체가 관점의 복수성, 그리고 정당한 세계관을 생산하 강요하려는 온갖 상징적 투쟁 연결된다.

 

-> ‘’, ‘그리고’, ‘생산하고’, ‘등의 연결어 등이 계속 나열된다. ‘연결된다의 주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문장이다. 이건 문장도 아니다.

 

 

3. 더 정확히 말해서 직접 볼 수 있는 속성들을 넘어서, 미래 또는 과거를 참조하여 사회세계의 대상들의 의미를 생산하는, 충만(remplissement)의 인지전략과 연결된다.

 

-> ‘사회세계의 대상들의 의미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모호한 구다. 헌데 사회세계의 대상들의 의미를 생산하는는 수식하는 게 충만인가 인지전략인가? 그리고 충만의 인지전략은 비문이다. ‘충만한 인지전략이겠지.

 

 

4. 이러한 참조는 후설이 미래지향(protention)과 과거지향(retention)이라고 부른 것, 과거와 미래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는 전망과 회고의 실천형식 자체와 결합되면서, 암묵적이고 함축적일 수 있다.

 

-> ‘과거와 미래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는 전망과 회고의 실천형식..인지 아니면 과거와 미래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는 전망과 회고의실천형식.. 인지 모호하다. 그리고 묵적이고 함축적일 수 있는 주어가 참조는인가?

 

 

5. 하지만 명시적일 수도 있다-현재의, 언제나 열려있는 의미를 결정하고, 한정하며, 규정하기 위해, 과거가, 현재의 필요에 맞춘 과거의 회고적인 재구성을 통해('라파예트여, 우리가 왔소'), 끊임없이 원용되며, 무엇보다 미래가, 창조적인 예견과 더불어, 끊임없이 소환되는 정치적 투쟁에서 그렇듯이.

 

-> 줄표 이하 전체 문장의 주어가 없다. 하지만 이하 전체 문장이 앞 문장의 주어 참조는이라면 이렇게 번역해야 분명한 문장이 된다. “이러한 참조는 암묵적이고 함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명시적일 수도 있다.” 이 문장이 4.5번 문장의 뼈대다. 그러면 줄표 이하, ‘현재의 과거가 미래가 그렇듯이는 명시적일 수도 있다는 수식어구인데, 이건 그냥 정보를 나열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줄표 이하의 주어는 참조는인데, 명시적일 수도 있다는 절의 주어도 참조는이다. 이걸 하나의 우리말 문장으로 옮겨야하는데, 그게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문장을 잘라 단문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고민을 거듭해야하는데 우리나라 인문서 번역가들은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문장이 끊임없이 나열되는 불량 한국어본을 갖게 되는 거다.

 

이게 잘된 번역으로 상찬 받는다는 사실이 기가 찰 노릇이고, 그만큼 우리나라 번역 현실이 척박하다는 반증이겠지. 반성하자. 번역할 우리말 깜양이 되지 않으면 번역을 하지 말자. 그리고 제발 번역을 작품으로 인정하자. 번역이 작품으로 대접받지 못하니 이러한 불량 번역본이 양산되는 거다. 무엇보다 이걸 출판사 편집진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도 아주 우스운 일이다. 정말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

1. 이 책 구매할 뻔했는데, 리뷰 보고서 바로 손절했다. 구매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불량 번역서는 불량품인데, 봤다고 반품이 안 된다.

2. 좋은 번역인지 아닌지는 우리나라 소설이나 에세이 작품을 놓고 비교해 보면 된다. 오역을 하지 않는 것은 번역가의 기본이다. 그 기본기 전에 기초도 못 갖춘 번역가는 번역계에서 추방되어야 한다고 본다. 제발 번역으로 명저를 망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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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4-04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너무 좋네요. 일단 인용된 문장만으로 판단해도 진짜 무슨 말인지 진짜 알아먹기 어려운 번역. 번역이란게 정말 말을 그대로 옮기는게 아니라 한국어의 문법과 어법에 맞추어야 되는데 그게 안되는 번역들이 정말 많아요. 특히 철학서로 가면 더 그런듯요. 공감 백개 보내고 싶은데 한개밖에 없어서 아쉽습니다. ^^

yamoo 2023-04-05 17:01   좋아요 0 | URL
음...뭐랄까, 우리나라 인문서 특히 철학서나 사회학 명저 번역본들은 제대로 된 한국어 문장을 보기 매우 힘듭니다. 특히 프랑스 철학이 심합니다. 비문의 보고들이죠. 한 두 권이 아닙니다. 사실 오역이 심각한 문제가 아니에요. 번역하는 사람들이 국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아 우리말 구사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이런 불량 번역본을 가진 나라는 선진국들 중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ㅎㅎ

그레이스 2023-04-05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르디외 자체가 어려운데 번역이 난해하면 ...ㅠ
그런 책에 이런 리뷰를 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 👍

yamoo 2023-04-05 17:04   좋아요 2 | URL
부르디외 사상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은 듯합니다. 번역이 매우 안 좋아 이해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부르디에 저서를 읽기 힘들게 된 거죠. 데리다, 베르그손, 후설, 하이데거 등의 주저들을 보시면 아주 기가막힙니다. 거의 읽을 수 없는 수준의 문장들이 지뢰처럼 깔려있습니다. 모호한 문장들의 대잔치...그러니 읽어도 이해가 안되는 게 당연한 거죠..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현상인데, 책을 산 사람들이 데모도 안해요..^^;;

2023-04-04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5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되풀이
알랭 로브그리예 지음, 이상해 옮김 / 북폴리오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현대소설에서 누보 로망을 창시했다고 알려진 알랭 로브그리예의 유작 <되풀이>(북폴리오, 2003)를 읽었다. 문학 사조에서 누보 로망이라 하면, 내겐 재미가 더럽게 없는 소설로 분류된다. 이건 뭐 편견이긴 하지만, '누보 로망' 하면, 전통적 소설의 형식을 배격하기에 인칭, 서사적 맥락, 주제 등이 전혀 없거나 매우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는 '난해함'이 떠오른다.

 


그래서 누보 로망 어쩌구 하면 나는 아얘 쳐다도 안 봤다. 교과서에서는 반소설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매우 난해한 작품만 나열되어 있어 별로 땡기지 않았다. 내게 소설의 미덕은 재미난 이야기라서 그것 자체가 없는 작품은 나하고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알랭 로브그리예는 그 사조를 태동시킨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작가였기에 읽을 엄두를 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질투>(민음사, 2003)를 살짝 봤는데, 그 한 시퀀스를 묘사해 내는 필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오래 전에 읽지는 않지만 컬렉션 해 온 작품들 중 르 클레지오, 로제 그르니에의 작품들과 같이 구매한 작품이 <되풀이>였다. 제목도 참 맘에 들지 않았지만, 로브그리예라서 그냥 컬렉션했다고 볼 수 있다.

 


헌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집에 있는 책을 주섬주섬 옮기다가(물론 책이 너무 많아 버릴 책을 선별하기 위해서) <되풀이>의 첫장을 펼쳤는데, 보통 헌사가 쓰인 제일 첫 페이지에서 키에르케고의 <반복>의 한 문장을 보게 되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인용한 부분이다.

 


되풀이와 되새김은 동일하지만 서로 반대방향을 지향하는 움직임이다. 우리가 되새기는 것은 이미 있었던 일, 따라서 뒤쪽을 향한 반복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의 되풀이는 앞쪽을 향한 되새김일 것이기 때문이다. -쇠렌 키에르케고, <되풀이>

 


인용한 책은 분명히 키에르케고의 <반복>이었지만, 로브그리예는 되풀이로 번역하여 문장을 인용했다. 사실 나는 오래 전에 분명히 키에르케고의 <반복>을 읽었지만, 인용된 문장이 그 책에 있었는지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단지 반복을 되풀이와 되새김으로 나눈 키에르케고의 탁견에 깊은 인상을 받아 로브그리예를 읽어보기로 했다.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질투>와는 차원이 다른 뭔가가 잡아끌었고, 첩보 소설과 같은 형식으로 시작되는 <되풀이>는 나의 구미를 돋우기 충분했다. (난 첩보 소설 매니아다!) 그리고 에필로그까지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과 불가해한 사건들은 페이지를 지속적으로 넘기게 해 줬다. 불가사이한 사건들의 퍼즐을 맞추는 건 순전히 독자의 몫이었지만.

 


책을 덮고 로브그리예와 누보 로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누보 로망에 관심이 없어서 몰랐지만, 이 작품은 로브그리예가 20년의 침묵을 깨고 근 80의 나이(2001년)에 선보인 작품이란다. 만년의 유작이 된 작품이 흥미진진한 추리기법과 첩보소설의 형식을 띠었다는 거에 놀랐고, 가독성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리고 그가 왜 타이틀을 <되풀이>라 명명했는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무릅을 쳤다.

 


<되풀이>는 표면적 의미가 반복이지만 불어에서는 짜깁기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불가해한 사건들과 분열된 인물(이 작품의 주된 인물은 분열 증상을 보인다)의 퍼즐을 맞추게 한다. 단편적이고 이상한 사건들은 분열된 인물이 불연속적인 시간을 지나며 일으킨 파편들이다. 그 파편들을 다시 맞추는 행위, 그게 바로 <되풀이(짜깁기)>였다.

 


이 소설은 첫째 날부터 다섯째 날까지 시간 순으로 목차가 짜여있지만 시간 순대로 읽으면서 첫째 날을 다시 읽고 둘째 날을 지나 다섯째 날까지 날짜를 한 번 에 쭉 읽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되돌려 읽고 되풀이해서 읽어야 했다. 궁금해서. 이 인물이 그 인물인지, 시간 대가 어제인지 오늘인지 계속 되풀이하며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헌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궁금증이 지속됐기에.

 


결국 에필로그는 프롤로그와 연결되면서(전형적인 메뵈우스의 띠 구조는 아니다!) ‘삶의 부조리한 반복이 어떤 이미지를 띠는지 그려볼 수 있었다. 작품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불가해한 사건과 알 수 없는 기억의 부재 그리고 의식의 혼돈은 삶의 부조리그 자체였다. 그래서 <되풀이>를 짧고 간명하게 표현하자면 삶의 부조리한 반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끝으로 이런 리뷰를 남기게 한 감명깊은 다음 구절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거기에 동일자인 동시에 타자, 질서의 파괴자이자 수호자,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현존인 동시에 여행객인 누군가……. 지금 여기서 말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와 깥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의 우아한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이미 뱉어진 옛 낱말들은 늘 똑같은 낡은 이야기를 이야기하며 반복된다. 세기에서 세기로 전해지는, 한 번 더 되풀이된, 그리고 영원히 새로운 이야기를……” (p212)

 

 

[]

0. 이 리뷰가 <되풀이>의 알라딘 첫 리뷰라는 사실!

1. 이 작품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현실의 모호성과 주체의 분열을 다루고 있다는 데에 십분 공감한다.

2. 여기에도 질리도록 세세한 묘사가 넘쳐난다. 아주 신기한 것은 그 세세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시퀀스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거다.

3. 외디푸스 콤플렉스가 작품의 근간에 흐른다. 뿐만 아니라 소아 성애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이 신선했다.

4. 여아에 대한 에로틱한 묘사가 <롤리타>를 가볍에 압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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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23-03-2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보로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는 이야기 같습니다 예전에 질투를 읽다가 던져버린 생각이 아련히 떠오르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겠네요!

yamoo 2023-03-28 07:40   좋아요 1 | URL
저도 질투를 읽다가 던졌습니다. 치밀한 묘사 때문에 각인된 작가인데, 고민하다가 읽었습니다. 전 되풀이가 꽤 인상깊어서 질투를 다시 읽어야 할 듯합니다!ㅎㅎ 흥미로운 작가의 재발견이었습니다~~ㅎㅎ

stella.K 2023-03-27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질툰가 뭐 하나 읽다 중고샵에 넘겼나 그랬는데
이렇게 쓰시니 읽어보고 싶은데 품절이란 게 잘된 건지 못된 건지 모르겠네요.ㅋ

yamoo 2023-03-28 07:41   좋아요 2 | URL
보통 질투를 읽으면 대부분의 반응이 그렇습니다...ㅎㅎ 읽다가 덮죠..ㅎㅎ
근데 되풀이는 많이 달랐고 읽을만했고 꽤 인상깊었습니다. 근데 이 책이 절판이라 구할 수 없다는 사실도 이책을 읽고나서 알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