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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 계보도 - 1970~90년대를 관통하는 헤비메탈을 추억하다
사은국 지음 / 도서출판 11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국내 출판가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기쁨을 느끼는 경우가 이 책처럼 어찌보면 주류에서 벗어난 서브컬처의 영역도 다루는 책들이 꾸준히 나온다는 점이다. 트로트가 대중 문화에 새로운 유행을 일으키는 요즘, 트로트 팬들에게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장르인 헤비메탈은 나처럼 1970년대 초반 세대에겐 청소년기를 관통한 대중음악이었다.
미스터트롯, 미스트롯을 잘 안본다고 하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많은 시기지만 여전히 난 청소년기를 함께해 준 헤비메탈을 좋아한다. 배나오고 얼굴 네모지고 거무튀튀한 모습에 출근길 강남 한복판에서 사무실을 눈앞에 두고 흘러나오는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과 그런지록의 대표 그룹 사운드가든의 ‘Tycobb’은 일상의 시작을 위협하는 매너리즘을 쫓아내 주는 나만의 루틴이 되었다.
<헤비메탈 계보도>는 예의 나처럼 헤비메탈을 듣고 즐기며 젊음을 보내온 저자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중음악계를 사로잡은 레드제펠린, 메탈리카, 딥퍼플, 건즈앤로지스 등 기념비적인 앨범을 남긴 헤비메탈 그룹을 연대별로 정리해 서술한 책이다.
각 그룹별 결성과정과 맴버 변화, 앨범 제작 과정에서 겪었던 개인사들을 빠짐없이 소개해주는 이 책은 헤비메탈 팬들을 과거로 보내주는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국내 대중음악을 정리한 <대한민국 100대 명반>책을 소중히 여기듯 이 책 역시 고이 모셔두고 오랜만에 헤비메탈을 다시 들을 때 하나씩 찾아볼 것이다. 매일 음반 하나씩 들어도 평생 다 못들을 정도로 재즈 앨범을 갖고 있듯이...헤비메탈 음반들도 다시 매일 한 장씩 틀으며 캔맥주 하나 큰 호흡으로 들이 마시고 싶은 마음 뿐이다.
비록 육체는 오래되고 시들어버려 반응의 정도는 사그러 들었을지 몰라도 마음은 여전히 격한 일렉트릭기타의 비트를 호흡 삼아 떨릴 준비는 되어 있다. 내일은 임영웅이 누군지 알고 싶지 않고 스콜피온스의 홀리데이를 듣는게 훨씬 더 가슴을 울리고 눈물이 솟구친다는 누님과 오랜만에 한잔 하며 헤비메탈 얘기 좀 해야겠다. 이제는 명맥조차 잇기에 숨이 차버린 헤비메탈 레전드들에 대한 헌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