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제대로 알아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와다 히데키 지음, 조기호 옮김 / 리스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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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되신 아버지의 유일한 낙은 근처 산 둘레길을 돌면서 시원한 공기 마시고 내려와 막걸리 한사발 하시고 집에 오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2, 그날도 변함없이 그러리라 여겼다. 하지만 갑자기 왼쪽 눈이 안보이시고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시면서 급하게 모시고 간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뇌경색...비록 많이 호전되셨지만 결국 치매 초기 판정을 받게 되었다. 암울하다. 어릴 적 정말로 벽에 인분을 칠하시던 할머니의 악몽같은 모습이 다시 떠오르며 아버지가 안쓰럽고 또 어떻게 잘 간병할지 고민의 밤을 보내고 있다.

 

<치매, 제대로 알아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은 이런 과정에서 선택한 책이다. 치매 전문가인 저자의 조언을 통해 막연히 공포감만 갖고 있는 치매에 대한 어설픈 지식과 오해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지고 아버지의 아름다운 말년을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바램을 상당부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치매의 종류를 비롯해 특히 치매 환자가 느끼는 마음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해 준다. 치매 예방에 필요한 음식들도 추천해 주기 때문에 집안 내력이라서 언젠가 나한테다 닥칠 수 있을 것이라는 치매를 조금이나마 발병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위안을 준다. 특히 많은 웃음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점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두엽과 후두엽의 혈류량이 늘어나고 웃는데 필요한 뇌신경 세포를 동원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아버지가 치매를 겪게 되시면서 알게된 것이 우리나라의 치매환자에 대한 요양제도가 상당히 잘되어 있다는 것이다. 치매안심센터나 보건소에서 치매환자 판정을 받아서 방문 요양사를 신청하면 경제적 부담도 덜할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다. 한마디로 무지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이 책이 앞으로 진행될 아버지의 치매를 완벽하게 코칭해 줄 것이라는 기대까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으로 용기를 얻었고 아버지가 사리분별 못하는 어린 시절의 나를 손잡아주시고 안아주시며 키우셨듯이 앞으로는 신체는 성인이지만 결국 인지능력은 퇴행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를 손잡아드리고 안아드리며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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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 계보도 - 1970~90년대를 관통하는 헤비메탈을 추억하다
사은국 지음 / 도서출판 11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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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판가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기쁨을 느끼는 경우가 이 책처럼 어찌보면 주류에서 벗어난 서브컬처의 영역도 다루는 책들이 꾸준히 나온다는 점이다. 트로트가 대중 문화에 새로운 유행을 일으키는 요즘, 트로트 팬들에게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장르인 헤비메탈은 나처럼 1970년대 초반 세대에겐 청소년기를 관통한 대중음악이었다.

 

미스터트롯, 미스트롯을 잘 안본다고 하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많은 시기지만 여전히 난 청소년기를 함께해 준 헤비메탈을 좋아한다. 배나오고 얼굴 네모지고 거무튀튀한 모습에 출근길 강남 한복판에서 사무실을 눈앞에 두고 흘러나오는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과 그런지록의 대표 그룹 사운드가든의 ‘Tycobb’은 일상의 시작을 위협하는 매너리즘을 쫓아내 주는 나만의 루틴이 되었다.

 

<헤비메탈 계보도>는 예의 나처럼 헤비메탈을 듣고 즐기며 젊음을 보내온 저자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중음악계를 사로잡은 레드제펠린, 메탈리카, 딥퍼플, 건즈앤로지스 등 기념비적인 앨범을 남긴 헤비메탈 그룹을 연대별로 정리해 서술한 책이다.

 

각 그룹별 결성과정과 맴버 변화, 앨범 제작 과정에서 겪었던 개인사들을 빠짐없이 소개해주는 이 책은 헤비메탈 팬들을 과거로 보내주는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국내 대중음악을 정리한 <대한민국 100대 명반>책을 소중히 여기듯 이 책 역시 고이 모셔두고 오랜만에 헤비메탈을 다시 들을 때 하나씩 찾아볼 것이다. 매일 음반 하나씩 들어도 평생 다 못들을 정도로 재즈 앨범을 갖고 있듯이...헤비메탈 음반들도 다시 매일 한 장씩 틀으며 캔맥주 하나 큰 호흡으로 들이 마시고 싶은 마음 뿐이다.

 

비록 육체는 오래되고 시들어버려 반응의 정도는 사그러 들었을지 몰라도 마음은 여전히 격한 일렉트릭기타의 비트를 호흡 삼아 떨릴 준비는 되어 있다. 내일은 임영웅이 누군지 알고 싶지 않고 스콜피온스의 홀리데이를 듣는게 훨씬 더 가슴을 울리고 눈물이 솟구친다는 누님과 오랜만에 한잔 하며 헤비메탈 얘기 좀 해야겠다. 이제는 명맥조차 잇기에 숨이 차버린 헤비메탈 레전드들에 대한 헌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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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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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기 3개월전, 19413월 광기의 독재자 히틀러는 국방군 고급 장교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반사회적 범죄자 같은 볼셰비즘을 박멸한다는 판결이다. 공산주의는 미래에 대한 터무니 없는 위험이다...(중략)몰살 투쟁만이 문제다....우리는 적을 살려두는 식의 전쟁 따위는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서평에 앞서 서문에 소개된 이 연설을 언급하는 것은 이 책을 포함해 독소전쟁과 관련한 많은 서적과 기록물을 관심있게 찾아 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전쟁이란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간의 마찰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이고 가장 극명한 결과를 가져다 주는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기에 전쟁까지 가지 않고 상대를 꺾는 것을 최고의 승리라고 손자는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독소전쟁은 전쟁이란 형태는 같을지 모르지만 그런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하는데 있어서는 양상이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독일에게 슬라브 민족의 맹주 소련은 말그대로 노예집단으로서 게르만 민족보다 열등한 존재였다. 반대로 소련에게 독소전쟁은 과거 초토화 전술로 대응했던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처럼 조국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그래서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고 같이 숨 쉴수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서로를 오로지 전멸시켜야 하는 잔인하고 비열하며 극악무도의 수단도 서슴치 않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자 절멸전쟁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전쟁은 두 번 다시 나타나서도 안되고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2차 대전의 대부분은 바로 독소전쟁에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독소전쟁에 대한 역사서는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소련이 붕괴된 이후 접근이 용이하게 되면서 알려진 소련측 전쟁사료를 확인하면서 잘못 해석하고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확인하고 보정하면서 실체적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독소전쟁>도 바로 그런 과정에서 새롭게 나온 책이다. 물론 이 책은 독소전쟁을 다룬 다른 책들에 비해 분량 면에서는 아쉬움이 짙게 나타날 정도로 적은 편이다. 1941622일 첫 침공부터 베를린 포위전까지 그 긴시간을 다루기에는 분량은 적지만 전체 전쟁의 큰 개요를 들여다 보고 파악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느꼈다. 바르바로사 작전, 스탈린그라드 포위전, 바그라티온 작전 등 독소전쟁 내에서도 운명을 가를 중요한 전쟁을 균형감 있게 설명한 점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물론 나처럼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겐 한없이 아쉬울 수 있지만 독소전쟁의 큰 줄기를 이해하는데는 충분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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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법철학 - 상식에 대항하는 사고 수업
스미요시 마사미 지음, 책/사/소 옮김 / 들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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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사회가 생성되면 인간의 욕망과 이해에 따라 갈등이 생기고 이를 해소하며 공동체를 이끌어 나가는 하나의 규범이 생긴다. 그 규범이 문서화되면 법이고 관습처럼 내려오면 관습법일 것이다. 하지만 법은 하느님이 아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집단지성을 통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정의=법이라고 하기에는 악법도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엘리트 기득권 세력의 이해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적용되는 법이 힘없는 서민을 옥죄일 때는 분노를 일으키게도 한다. 하지만, 불완전하더라도 법에 의존해 사회를 이끌어 가는 것이 최선은 아니나 차선은 될 수 있으며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불가피하게 직면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법의 어두운 면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위험한 법철학>은 법률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야 하는 도덕적 의무까지 가질 필요가 있는지 문제를 던진다. 개인이나 집단의 목적을 반영된 의도한 시기에 일어나는 법률행위에 대해 그 배경을 찾아야 하며 판단하는 기준과 근거를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가르쳐 준다. 즉 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법에 철학을 융합해 적용하고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기존의 지식에 대해 근원부터 철저히 의심하고 검증하며, ‘존재의 의미와 근거를 찾는 사유의 과정이 철학일진대 법에서도 당연한 사실로 수용되는 상식이 정말 맞는 것인지 다시 의심하고 확신한다면 철저하게 논쟁하며 이를 통해 진리를 찾는 철학적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 전문가들한테는 다소 뜨악할만한 것이리라.

 

그래도 이 책은 상당한 울림이 있다. 법을 신봉하는 법학자들이나 법관 들도 한번쯤 고민하고 생각해 봤던 경험이 새록새록 올라오지 않을까? 법의 만능주의가 오히려 법을 사회질서의 수단과 공동체의 존재가치를 유지해주는 수단 측면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일반 서민들과 괴리되고 멀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건강한 법으로 발전과 법철학의 진일보를 위해 분명히 가치있는 논쟁거리를 던졌음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꼭 한번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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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 - 오늘날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웰다잉 준비법
케이티 버틀러 지음, 고주미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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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맞이하게 될 죽음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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