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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혼돈의 시대, 당신을 위한 정치 인문학
육덕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취해 있었다. 최순실로 대표되는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과 여기에 춤을 추는 정치, 사회, 문화 곳곳에 스며든 적폐를 발본색원하게 되었다고 느꼈을 때... 찰랑찰랑 넘치는 건배의 막걸리 잔을 든 각자의 손은 제각기 진심을 숨기고 있으며 텔레비전을 바라봤다.
자만했었다. 태극기 부대 노년층이 일본을 추앙하고 ‘빨갱이 타도’라는 케케묵은 명제를 플랭카드에 담아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비웃었고 ‘기회는 공정하고 과정은 평등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외치는 후임 대통령의 모습에 당장 대한민국이 더 성숙해지고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것이라고 여겼다.
흔들렸지만 꿋꿋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주장은 과거 자신의 트위터로 셀프반박이 가능하다며 ‘조국대장경’(조국의 트윗을 비유하는 표현)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딸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이 도마에 올라도 말이다.
하지만 결국 치를 떨고 외면했다. 30여년 현 여당을 지지했건만 위안부 할머니를 볼모 삼은 파렴치한 이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는 현실에 분노했다. 그리고 할머니를 앞세워 정치권까지 입성한 이의 뻔뻔한 언행에 다짐했다.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그러기 위해 공부하고 또 경계할 것이라고....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는 내 정치성향과 지지를 거두는 선언적 독서도, 이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믿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얼마나 균형감각을 잃은 채 그들에게 180석이라는 독점 권력을 안겨주는데 작은 밀알(?)이 되었는지에 대한 반성이자 내 딸들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충고하는 저자의 시각을 겸허히 수용하는 시간으로 삼기 위함이었다.
이 책은 현 집권여당에 대한 분노와 수구꼴통 야당에 대한 뒤늦은 후회가 아니다. 양 집단의 정치 역량은 언급하기 싫을 정도로 한심하다. 더 암담한 것은 두집단 모두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권력을 독점하며 삼권분립의 정신을 위협하는 소위 정치적 무뢰한들이다. 그들에게 쥐어진 독점 권력으로 인해 우리는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정치화 하고 여론 갈라치기에 골몰하며 평온했던 삶을 위협하는 각종 법안과 정책으로 좌불안석이 되어갈 것이다. 이를 제대로 분석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세운 정치집단이 그 민주주의의 아고라를 무너뜨리려는 후아무치의 현장을 목도하면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의 저자가 말하듯 ‘신종 리바이어던’의 출현은 더욱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사회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민단체마저 부패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뻔뻔함이 묻어난 시대에 진정한 정치 공부에 나설 것을 이 책은 시종일관 권유한다.
균형, 경제, 역사, 권력의 4가지 키워드로 분석한 한국 정치지형도는 이런 공부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하고 빨리 체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치는 타협과 상생을 지향할 때 더 빛이 나는 법이다. 상대를 짓밟아야 하고 오직 자신들만이 선이요 진리라는 외침을 서슴치 않는 정치집단들의 비양심을 제대로 들여다 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