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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그리고 SK 와이번스 - 김정준 전 SK 와이번스 전력분석코치가 말하는
김정준.최희진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야신(野神)'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인... 그 닉네임이 가진 비중은 그가 지금까지 일궈왔고 앞으로도 한국야구계에서 얻을 성과를 예상해 볼 때 오히려 격이 낮아 보이기까지 한다.
김성근 감독(현 고양원더스), 그가 지난 2006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후 6위팀 SK를 맡으면서 지난해 구단과의 마찰로 중도하차 하기까지 4시즌 동안 3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거둔 화려한 영광과 그 이면에 '1球2無'(야구는 공한개로 승부가 결정된다. 두개는 없다는 뜻)로 대변되는 야구 철학을 가진 이다.
전성기 해태를 이끌었으며 삼성 또한 명문구단으로 격상시킨 김응룡 전 감독이 지난 2002년 엘지 감독대행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김성근 감독을 천신만고 끝에 6차전 승리 후 '마치 야구의 신과 경기한 기분이다'라는 유명한 인터뷰는 지금의 김성근 감독을 한마디로 규정짓는 표현이다.
그 야구의 신에 대한 책이 나왔다. <김성근 그리고 SK와이번스>는 2000년대 후반 한국프로야구를 호령하고 있는 SK와이번스가 김성근 감독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고 공 한개에 혼을 실어 승리를 가져오게 됐는지를 당시 전력분석팀장이자 친아들이었던 김정준 해설위원의 눈으로 되돌아 보는 책이다.
김성근 감독의 하루는 야구로 시작해서 야구로 끝나며 모든 걸 구장 안에 다 걸었다. 승리하기 위한 그의 야구 인생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이 시작했던 일본에서의 야구선수 시절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견제구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 선수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라면 수천개의 펑고를 쳐주기 위해 자신의 체력단련도 게을리 하지 않는 노년의 감독은 자신이 걷는 길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며 독자들을 감화시킨다.
그와 그의 야구에 대한 것을 담은 책이기 때문에 마냥 미화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그가 감독의 자리에서 갖는 고독감과 치열함에서 나온 결과를 미화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그의 고민이 서려 있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지 않는 야구, 1점을 지키는 야구는 선수들을 스프링캠프에서 부터 혹독하게 몰아 붙이며 극한을 이겨내는 훈련을 요구했고 시즌중에도 느슨해지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는 선수들은 밤늦은 시간에도 특타를 지시하며 오직 야구만을 생각하게 했던 그의 야구는 자신의 분야에서 제대로(?) 미친 이가 보여주는 일종의 예술적 경지를 느끼게 까지 한다.
엘지 트윈스의 오랜 팬으로서 그가 맡은 이래 SK와이번스는 도대체 헛점이 보이지 않는 팀이었다는 기억이 강했다. 같은 시기 최고의 자리를 다퉜던 두산 베어스는 계속 준우승에 머무르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SK와이번스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얘기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야구가 야구를 홍보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구단 수뇌부에 입장에서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음에도 '우승했어도 하나도 즐겁지 않다'라는 어이없는 반응만 보일뿐이었고 타팀 팬들 사이에서는 재미없는 야구를 했다는 비난마저도 듣는다. 승리하기 위해 공 하나에 혼을 싣는 그의 야구가 조롱 섞인 비난에 직면했을 때 안타까움마저도 들었다.
이 책은 독자뿐만 아니라 야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도 하나의 훌륭한 자기계발서가 된다고 생각한다. 수도승처럼 자신을 흐트러짐 없이 야구에 올인하는 삶은 우리의 삶에 대한 자세를 되돌아 보게 하고 변화의 길에 들어서야 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자신이 가는 길, 그 길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노력과 열정은 그 어떤 비난이나 질시 속에서도 빛이 바래지 않을 것이다.
70이 넘은 고령이지만 곧 한국프로야구에서 김성근감독의 모습을 꼭 봤으면 한다. 쌍방울 시절 부터 그가 이끌어 왔던 '언더독' 팀들의 모습은 늘 경이로웠다. 특히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빈약한 선수층을 꾸려 한국시리즈에서 이승엽, 마해영 등이 버틴 호화군단 삼성과 명승부를 펼쳤던 2002년의 엘지 트윈스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결코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