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하다가 <악의교전> 영화를 봤다.

책을 사려던 기억이 있었는데 (안 사길 잘했지)

살육 장면들을 문장으로 읽었다면 정말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이런 잔인한, 그것도 이유 없는 역겨운 이야기를 사람들은 책으로, 영화로 만들고, 찾아서 공유하는 것일까. 나는 왜, 중간에 끄지 않고 끝까지 무얼 기대하고 다 본 걸까.

 

끔찍하다. 내가.

 

일본 문화(!)가 이런 리비도의 저어편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인가? 그리고 우린 그걸, 일본 꺼야, 라는 말로 포장하면서 안전하게 즐기고 있는건 아닐까?

 

얼마전   K방송국에서 인간생명 경시 운운하며 어느 걸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방송금지 시켰을 때, 아, 정말 촌스럽구나, 싶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 제작자들의 인터뷰에서 튀어나온 일본 아티스트 이름, ㅇㅇㄷ ㅁㅋㅋ. 어쩐지.

잔인하고 역겹기그지 없는 그의 그림들이 떠오르면서

발랄하고 코믹하지만 어딘지 불편한 그 뮤직비디오 장면들에 피갑칠에 난도질을 당하는 ㅁㅋㅋ의 작품 속 소녀들이 겹쳐진다.

 

역겹다. 그런 "아티스트"를 알고있는 내가.

그리고 ㅁㅋㅋ를 좋아해서 (그건 자유지만), 그것을 넘기는 커녕 (아, 그렇다고 내가 더 강한 버전을 원한건 절대 아니야) 조금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더 대중적인 뮤직 비디오에 넣은 제작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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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해피 브레드
미시마 유키코 감독, 히라오카 유타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빵에 방부제와 인공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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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앞 십분쯤 놓치고 시작한 케이블 무료 영화. 지친 몸으로 멍청하게 앉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19금이기 때문은 아니고, 낯 익은 배우들 때문은 아니고, 그저 좀 쉬고 싶어서 였다. 

음대 교수를 남편으로 둔 쥴리안 무어는 산부인과 의사에다 훤칠한 아들도 두고 멋진 집에서 산다. 중년의 위기랄까, 전 같지 않은 남편과의 거리감, 툭하면 반항을 일삼는 아들. 멋진 집은 괴괴한 기분이고 드디어 낯선,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이십대 아가씨에게 남편을 유혹해 볼 것 (하지만 하지 않을 것을 바라면서)을 제안하고, 돈을 건넨다.  - 여기까지 아마, 내가 놓쳤을 테지만 상상이 가능하다. 

클로이와 무어가  마주 앉았다. 젊은 클로이는 빤히 무어의 눈을 들여다 보면서 깐족깐족, 조분조분, 남편과의 데이트를, 정사를 묘사한다. 그리고 무어는 화를 내고, 절망하고, 또 흥분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클로이를 천한 것, 취급을 하고 접어두려는데, 아들 녀석도 클로이에게 끌리고. 어찌 어찌하다 클로이와 무어는 하룻밤을 보내고 칠칠치 못하게 자신의 집 주소, 일터, 남편의 개인 정보 등등을 다 드러낸다. 어찌보면 바보같은, 하지만 뭔가 찜찜한 표정의 클로이는 천진난만하게, 하지만 무섭게 들이댄다.  이제 해법은 남편과의 화해. 무어는 남편과 만나고 그 자리로 클로이도 부른다. 하지만, 여기서 이 영화의 유일한 반전이 짠, 하고 벌어지고. 영화는 그 파국으로 치닫는가 싶더니, 아아, 결국 너무나 허무하게 한 목숨이 진다. 너무나 산뜻하게, 그리고 편하게.  

마지막 장면, 그 알듯 말듯한 표정의 아들과 엄마, 그리고 남편. 그들은 모두 클로이를 잊기로 '편하게' 약속한 걸까. 그녀는 그들 중산층 가정의 감정의 사치, 아니면 감춰둔 인간의 본능 이런 것들의 사신 같은걸까. 생뚱맞게 엄마의 머리 장식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조용히 끝나는데, 세상에, 이렇게 찜찜할 수가. 스릴러도 아니고, 치정극도 차마 안 되면서, 이리 찜찜한 이유는. 클로이나 무어의 아들이 무어에게 외치는 그 "왜 나 조종하려고 해요? 왜 다 맘대로 시켜요?" 라는 대사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저렇게 미친 방향으로 나가는 무어의 '중년의 위기'가 뭔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교훈을 하나 건졌다면, 절대 남을 믿지 말것. 젊은 여자애라고 무시하고 곁에 두었다간, 아직 그 나이에 가지지 못한 것을 탐내고 앙큼하게 변하기도 한다는 것. 클로이를 '천하고 어린 것'으로 하지만 입으로는 '예쁘고 젊은 것'으로 부르는 무어는 완전 무방비 상태였다. 클로이는 자기가 갖지 못한 큰 집, 가정, 그리고 원숙함을 소유한 무어를 진정으로 갖고 싶었을테지. 그녀가 절정의 순간에서 무어의 옷장을 바라보던 눈길은 내가 이 영화에서 딱 하나 맘에 들었던 장면이다.  어쨌든, 영화는 찜찜하고 기분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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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 줄리아 - Julie & Juli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미국 티비에서 보던 셰프 중 기억나는 세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쥴리아 차일드, 네이키드 쉐프 (영국인이지만) 제이미 올리버, 그리고 뱀! 하고 양념을 떨치던 에메릴 라가시. 

50년대, 빨리 편하게를 외치던 미국 식탁에 제대로 된 소스의 프랑스 음식을 소개한 쥴리아는 90년대엔 허리와 어깨가 한참 굽고 풍성하게 화면을 가득 채우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녀는 메인 요리사 옆에서 손가락으로 양념 맛도 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프랑스 단어도 불쑥 불쑥 꺼내면서, 늘 활짝 웃고 말했다. "부온 아뻬티!" 맛있게, 즐겁게 음식을 준비하고 즐기는 것이 그녀의 모토. 

영화는 쥴리아 차일드가 사십대에 남편의 부임지인 프랑스에서 시작한 그녀의 요리인생을 보여준다. 그리고 40여년을 훌쩍 건너뛰어 뉴욕의 허름한 피자집 이층에 세들어 사는 젊은 부인 쥴리가 요리를 즐기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인터넷 블로그의 쥴리아 따라잡기, 라면 과하고 뉴요커 쥴리는 두꺼운 프랑스 요리책을 도전과제로 잡고 일년 동안 바지런하게, 그러나 때론 힘겹게 사백 여개의 요리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식객 류의 요리 탐구보다는 그녀들의 웃음과 착한 남편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고, 또 단순한 진리. 내 옆의 그가,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을 사랑하기. 그리고 그 사랑을 담는 정성스런 음식을 만들기. (칼로리 계산 말고 버터를 듬뿍 넣어서)

쥴리아 차일드의 행동과 말투를 어쩜 저리 잘 표현했는지!!! 다시 한 번 메릴 스트립에게 감탄했다. 메릴, 그녀는 내 영화라는 빵에 빠질 수 없는 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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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 확장판(2Disc) [일반판]
론 하워드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로마로 간 동생을 부러워하면서 티비를 틀었는데 마침! 어떻게 내 맘을 알고 이 영화가 나온다. 줄거리야 아주 친절하게 나쁜놈, 착한놈, 억울한놈을 갈라서 잘 보여주는데 (아, 난 처음부터 그 놈이 의심스러웠었거든요) 사건의 트릭이랄 것도 없는 것들도 자세하게 설명을 다 해주면서 지나간다. 그리고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로마 시내 관광 영상들. 1편 다빈치 코드에선 별로 파리 시내 관광 느낌이 없었는데 이번엔 더욱 친관객의 자세를 취한 듯.  

 나도 1편과는 달리, 영화의 내용과 구성에 대해 별다른 적의없이 맘 편히 먹고 봤다. 뭐 어때? 보는 동안 시계 안 보고, 하품 안 하면 됐지, 뭘 더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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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5-1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이 로마로 여행갔어요?
그 놈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관객이 알아챌 정도면 뭐 문제가 있는 그 놈 캐릭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