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래드 피트가 아킬레스로 분한 영화 [트로이]가 나왔던데...
트로이 전쟁을 다룬 이야기들은 고전 헬라스 시대에도 많이 나왔었고 (호메로스의 작품 [일리아스]를 위시, 이 주제를 다룬 작품군을 따로 '서사시권 서사시'라 한다), 현대에도 각종 개작물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 출판 시장에서 [삼국지]가 차지하는 지위쯤 되려나?).
   

          

  

 

 

 

 

 

(왼쪽부터,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  [오뒷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뒷세우스의 이야기, [아이네이스]는 오뒷세우스의 꾀에 넘어가 함락된 고국을 탈출하여 방랑하다가 결국 로마를 세우게 되는 트로이 왕자 아이네아스의 이야기이다.) 

그 작품들 중, 원전에 바탕을 둔 권위있는 번역으로는 역시 천병희 선생의 작품(단국대출판부에서 나왔다가 절판되고, 현재는 숲에서 간행되고 있다)을 들어야겠지만, 현대적 시각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추천할 만한 것이 바로 아래 서적이 아닌가 한다. 약간 오래 된 감상이지만 한번 올려 본다. 

 

 

그렇다. 그녀는 유명한 베스트셀러였던(또한 드라마로도 제작된) 『가시나무새』의 작가다.
그리고, 국내에서 그닥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정로마시대의 인간 군상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낸 The First Man in Rome (로마의 일인자, 교원)과 The Grass Crown (풀잎관, 교원) 등을 지은 작가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물로 고대 로마시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과시한 작가이니만치 고전고대 헬라스를 다룬 이 책도 나에게 은근한 기대와 흥분을 갖게 했다. 

        

 

 

 

 

 

  
 

 

 

 

 

 

 

 

『트로이의 노래』는 트로이 전쟁을 다룬 책이다. 내가 작가의 입장이라면 같은 주제를 다루었고, 아니 그로 인해서 주제 자체가 길이길이 기억되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유명한 작품의 후광이 너무나 크지 않을까, 의구심과 망설임을 가질 법도 한데 말이다. 상대는 고전의 드높은 반열에 우뚝 솟아 있는 저 『일리아스』아닌가. 그러고 보니 '일리아드'는 트로이의 다른 이름인 '일리오스'의 노래란 뜻이다. 여기서 작가의 대결 의식을 엿볼 수 있지 않나라고 추측한다면 지나친 걸까?

사실 잘 써야 본전이요, 못 쓰면 '그럼 그렇지, 어디 원작만 하겠어?' 정도의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주제에 겁없이 달려들 때에는 원작을 능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이는 섣불리 나설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맥컬로우는 용감히 돌진한다.
연인 파트로클레스의 죽음을 복수키 위하여
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갑옷을 걸치고 매섭게 돌진하는 아킬레스 마냥.
 
작가는 장이 바뀔 때마다 작중 화자를 바꾸는 전략을 통해 해당 인물의 내면 심리, 각자의 처지에서 바라본 당시의 상황을 공감가게 보여준다. 그런 각각의 시선을 모두 접하는 독자는 다중 시점을 통해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되고 말이다. (물론 전쟁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복잡하게 얽힌 신화시대부터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작가는 이런 시선의 이동을 통해 신화시대의 사건들을 현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기도 하고(아킬레스의 새 갑옷은 사실 오뒷세우스가 빌려주면서 병사들에게는 그냥 어머니가 새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하라고 충고한 것이었다는 둥...), 영웅들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헬라스 군 진영 내의 이전투구들을 적의 눈을 속이기 위한 자작극으로 해석하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원작의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한 기발하고 비판적인 독해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 헬라스 신화 붐이 문화계를 강타하기도 하였지만, 이 책은 왠일인지 거기서 약간 벗어난 듯 하다. 하지만 헬라스 신화를 말하는데 결코 빠질 수 없는 책이 바로 『일리아스』가 아닌가. 서구 문명의 시원을 살펴 보기 위해서는 한번쯤 원작과 함께 볼 만한 책이다. 덤으로(?) '전쟁과 사랑'이라는 영원한 인간 드라마 속에서 번뇌하는 개인의 고뇌에 동참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200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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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님의 "8월의 읽을 만한 책"

<내 뒷마당의 제국> 소개글을 보니, 미국 기자의 프랑스 남부 정착기 <프로방스에서의 1년>이 생각나네요. 약간은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전원 풍경이 묘사되어서 한 때 프로방스 붐을 일게 했다는... 사회학적 내지 생태학적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고찰한 책들을 비롯해서 "도시 지식인의 귀농기"라는 주제도 한 아름은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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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이드님의 "신간 이야기 - 로저 젤라즈니 외 "

앰버 연대기는 품절된 1~5권까지도 나와야 되지만 아직 번역 안 된 6~10권도 좀 어떻게 되야 될텐데요 ^^ 예문 판으로 잘 읽은 것은 좋으나, 이거 대체 몇 년 째 기다리는 건지... 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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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이드님의 "출판사와 서점 주인들이 보면 아주 좋아할 이야기 "

책의, 그리고 독서의 호시절이었지요... 그 자리를 지금은 아이폰, 플레이스테이션, 뮤직비디오가 차지하는 것일 테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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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님의 "PVC만장과 함께 하는 영결식"

PVC는 태우면 역한 유해물질이 발생하니... 태우지 말고 싸그리 모아서리 청와대 앞에다가 주르륵 꽂아브르지요 뭐. "죽(竹)의 장막" 대신 "PVC의 장막"을 선물해줍시다. 왜, 아늑하고 좋을 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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