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건 싫어! 호호할머니의 기발한 이야기 5
사토 와키코 글.그림, 예상열 옮김 / 한림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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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와키코는 천둥도깨지 그려놓은 것이 젤 재밌다. 여기도 천둥도깨비!

호호할머니 또 성깔 부리시네... 안그래도 지난 연휴에 물난리가 나서 하늘에 구멍이 뚫렸나, 물폭탄이 떨어지네 했는데 우리집 부근 청계천도 다 뚝방으로 넘쳐서 우리 애가 좋아하는 '강변놀이터'가 물에 잠긴 모양이다. 무슨 비가 이리 오나... 비가 하도 오니깐 피해 입은 분들 걱정도 되지만, 일단 나도 아이도 지겹다. 비 좀 작작 와라...
호호할머니는 비온다고 천둥번개도깨비들한테 성질 한번 끝내주게 내신다. 그럼그렇지, 이 할머니의 미덕은 용서하지 않는 단호함(!)과 지겨움을 거부하는 저 성깔에 있다. 도깨비들과 싸워 이겼고, 비는 그쳤다. 지금까지 본 호호할머니 시리즈 중에서 난 이 책이 제일 재밌었다. 비가 오면 싹이 트고 비가 지면 무지개가 뜨고 하는 이야기들 속에서, 비온다고 도깨비들과 싸우는 할머니 이야기는 단연 압권이다. 매력 철철.
우리 애는 외증조할머니와 요즘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는데 외증조할머니 연세가 아흔을 바라보니, 기운이 떨어지신 것도 있고 원래 성품이 깔끔 깐깐하신 것도 있고 또 증손녀와의 역관계에서 밀린 것도 있고 하여 아이가 해달라는대로 뭐든 다 해주신다. 그 뿐이랴, 어쩌다가 얼라한테 초코렛이라도 사서 먹이면 눈을 부라리는 손녀(누구일까요) 눈치까지 봐야하니... 집안에서만 큰소리치는 우리 애와 얌전한 외증조할머니한테 천둥번개도깨비랑 싸워보시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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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소풍가요 - 호호할머니 이야기 3
사토 와키코 지음, 고광미 옮김 / 한림출판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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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할머니다, 증말. 이 할머니 성깔이 끝내준다. 그게 맘에 든단 말이지. 엄마는 현명하고 할머니는 다정하고 할아버지는 근엄하고 아버지는 자상하고 아이는 착하면 그게 무슨 책이 되겠냐고. 그런데 동화책에 나오는 엄마들은 너무나들 인격적으로 뛰어나서 나처럼 성깔부리는 엄마들 기죽게 만들거든. 그러니 성깔부리는 사람보다 더 무섭고 대가 센 것은 결국 조선여인 같은 사람들이다.

그렇게 보면 사토 와키코의 동화책에 나오는 빨래 좋아하는 엄마나 호호할머니는 약한 사람들이다! 이 양반들이 어떻게 성깔을 부리냐면, 어린이 그림책의 주인공들답지 않게 뻑하면 성을 내고 눈알 부라리고 목청을 높인다(사실 어린이 동화책에 어른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도 희한하긴 하다).

이번 책은 할머니 성질부리는 내용은 아니고, 할머니 호탕한 내용. 소풍을 가야하는데 뭣들을 그렇게 싸짊어지고 오나? 피크닉이 뭔 대수라고. 암튼 짐이 무거워 피크닉 못 가게 된 동물친구들, 해법은 역시나 호탕한 할머니에게서 나온다. 피크닉이 별거야, 암데서나 햇빛보고 별빛보고 산이며 들이며 감상하고 시원한 바람 마시면 피크닉이지. 그리하여 할머니와 친구들은 지붕위에 올라가 놀고 앞마당에서 잠을 자는데...


마지막, 할머니 코고는 모습은 압권이다. 이 할머니는 주책을 떨어도 싫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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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다시 빨아 버린 우리엄마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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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빨아버렸어!

사토 와키코한테 완존히 꽂혔다.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를 내가 일본에서 보고 못잊어하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서 얼마전 아이에게 사다줬다. 자기 전에 아이한테 책을 읽어주는데, 요사이 한글 읽기가 많이 늘어서, 글은 못 읽지만 '글자'는 대략 띄엄띄엄 읽는다. '도깨비를...'을 하루에도 수시로 읽어달라 졸라대더니 어느날은 마루에 앉아서 혼자 '읽고' 있는 것 아닌가.

빨래하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오늘도 날씨가 참 좋구나, 엄마는 소매를 둘둘 걷어붙이고 커튼을 휙 떼어서, 하면서 읽길래 신기해서 마구마구 칭찬해주었다. 잘 읽네, 엄마한테도 읽어줘. 가만 보니깐 읽는 것이 아니라 '외우는' 거였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집중력이 강하다지만 이 책은 사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외우기가 쉽다. 왜냐? 재미있기 때문에. 밤마다 엄마랑 딸이랑 그 책을 '외우던' 날들. 아마도 우리 아이 어린시절 '최고 재미났던 책' 중의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알라딘에서 사토 와키코의 작품들을 찾다보니 속편인 '도깨비를 다시 빨아버린 우리엄마'가 나와있는 것이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최근 아이 책을 우르르 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름질을 취소해가면서까지 사토 와키코 책들을 주문했다. '도깨비를...' 속편인 이 책과 호호할머니 시리즈를 샀는데 모두 아이보다 내가 더 먼저 좋아했던 것들이다.

전작만한 속편이 없다던가. 먼젓번 작품만큼의 임팩트;;는 모자란다. 하지만 무려 30년만에 나왔다는 속편' 다시...'도 그것 하나만 놓고 봐도 재미있다. 천둥도깨비들이라는 말이 재밌어서, 아이가 이 책들을 보기 전에 겁을 줄 일이 있으면 "천둥도깨비가 와서 쿵쿵 할거야"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이 도깨비들을 보게 되니-- 천둥번개도깨비들이 무섭기는커녕 친구 같은 모양이다. 자기 전에 불 꺼놓고 누워서는, 책도 없이 혼자 "빨아주세요, 그려주세요, 이쁜 아이로 만들어주세요" 한다.

호호할머니 시리즈에도 천둥번개(도깨비)들이 나오는 것이 있던데, 사토 와키코는 천둥번개도깨비를 꽤나 좋아하는 모양이다. 도쿄의 아사쿠사에 있는 유명한 절 센소지에는 천둥번개문(카미나리몬)이 있다. 일본은 실제로 날씨의 변화가 많고, 한국에 비해 천둥번개도깨비들이 설치는 날이 많다.
컨테이너 박스 같은 낡은 집에 누워 장마철 천둥번개 치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도깨비들이 와서 지붕 위에 쿠당탕 뛰노는 것 같다. 그러니 천둥번개도깨비들을 몽땅 빨아버린 엄마는 정말 대단한 엄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빨아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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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간 리자 가스파르와 리자 이야기 7
게오르그 할렌스레벤 그림, 안느 구트망 글,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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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미국이란 곳에 못 가봤는데... 개가 미국에 갔네? 내용으로 봐서는 프랑스 개들인데, 재주도 좋네...

가스파르와 리자 이야기 시리즈 중 일곱번째. 선물로 받은 이 시리즈 몇 권이 있는데, 그림은 대략 맘에 든다. 그런데 이 책, '뉴욕에 간 리자'는 솔직히 좀 그랬다. 자격지심? 나도 뉴욕에 못 가봤는데...

난 말이지, 미국에 갔다왔다, 혹은 갈 거다 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이름을 빼고 '뉴욕에선' '아이오와에 갈거야' 혹은 '**대로 유학간대' 하는 말을 하면 살짝 기분이 나빠진다. 뉴욕 정도는 그래도 미국의 동쪽에 붙어있다는 걸 알지만 아이오와, 오하이오 이렇게 네글자 짜리 이름들은 헷갈린다. 그리고 미국의 어느 대학이 유명한지, 그대학이 어디있는지 그런거 통 모른단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 간다고 하면 나는 꼭 "그게 미국에 있는거야?" "미국 어디에 있는 건데? 미국을 북동 북서 남동 남서 네부분으로 나눈다 치고, 거기는 대체 어디에 속하는데" 하고 물어본다. 야지 놓으려는 심사 10%, 90%는 정말로 몰라서 묻는거다.

리자네 삼촌이 비행기표를 부쳐줘서 리자는 뉴욕에 갔다. 마릴린 먼로 그림... 아마도 워홀의 그림인 듯한 것이 걸려있는 뉴욕의 마천루, 센트럴파크, 자유의여신상, 맨해튼섬, 그런 것들이 나오는데, 솔직히 나는 애한테 이런거 보여주려니 짜증이 났다. 다섯살짜리한테 "미국이란 나라에, 뉴욕이란 곳에는 이렇게 손 들고 서있는 조각상이 있대" 하고 가르쳐주려는 마음이 별로 없기 때문인 듯. 유럽과 미국 애들에게라면 좋은 책이 되겠지만. 미안해, 엄마가 속이 좀 꼬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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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베틀북 그림책 69
마거릿 초도스-어빈 글 그림, 민유리 옮김 / 베틀북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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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는 옷에 정말 관심이 많다. 두돌 지나고서부터 자기 옷은 거의 자기가 골랐고, 엄마 말 안 듣는다고 옷 때문에 야단도 많이 맞았다. 본인주장 핑크공주... 아주 옷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세상에 촌스럽기 그지없는 '분홍 도배질'한 여자아이들, 우리 애가 딱 그렇다. 분홍 머리띠 분홍 목걸이 분홍 티셔츠 분홍 바지 분홍 양말 분홍 구두... 그렇게 입으면 더 촌스럽다고 말을 해줘도 쇠귀에 경읽기. 여자애들이 분홍색을 좋아하는 것은 선천적이라는 걸, 나는 얘를 키우면서 실감하고 있다. 환경의 영향, 여자아이=분홍을 강조하는 주변 사람들의 교육, 그런 것 때문이 아니래두! 만 세 돌 될때까지 분홍색 신데렐라 공주 따위는 본적이 없는 애가 얘였다. 책 같은 것도 안 보여줬고, 당시 외국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글이건 그림이건 얘한테 '공주스런' 뭔가를 가르친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분홍만 좋아하니...

그래서 요샌 아예, 옷이건 신발이건 머리핀이건, 분홍색으로 사다 안겨준다. 다른 색깔을 사면 어차피 안 입고 안 신는데다 이미 갖고있는 것들이 몽땅 분홍색이니 거기다가 초록색 알록달록 사줘봤자 어울리지도 않고...

우리 애는 옷에 대한 집착이 매우매우 강한데, 이 책은 제목부터 우리 애 취향에 맞았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어제는 혼자 이 책을 읽고 있는 걸 봤다. 어쩌면 이 책은, 우리 애가 집에서 저혼자 읽은 첫 책인지도 모르겠다. 책에 나온 옷들이 이쁘긴 한데 외국애들 옷이라서 사실 우리 애 감수성하고는 잘 맞을 것 같지는 않지만, '자기가 입을 옷은 자기가 고른다'는 설정이 아이 마음에 들었던 듯. 엄마가 시키는대로 입는 아이에게는 이런 책이 더 좋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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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6-06-1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한테 무슨 책을 이리 많이 읽어줘요?
맨날 재탕하는 엄마, 괜히 미안하잖유.
참고로 우리 꼬맹인 팬티 색깔도 가립니다요.^^

딸기 2006-06-11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스... 우리애보다 더 강적이구나
근데 13일에 카페 정원에서 토고전 같이 안 볼려?

반딧불,, 2006-06-12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같다죠. 초등3학년 넘으며 그나마 나아진다고 하니 기다리셔요.
하물며 오늘도 옷 널다 말고 흰색 나시 깔끔한 것을 보여주면서 너무 예쁘다 했더니
절대로 안예쁘다더군요. 흑 물려입히기 망정이지 산 것이었으면 아까워서리..ㅠㅠ

돌바람 2006-06-1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더미를 안고 사는 여인네, 놀 시간이 없구만유.(진짜루~~)
흑흑,
놀아야 되는디...
재밌게 봐요,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