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슬람 전사의 탄생 - 분쟁으로 보는 중동 현대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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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 걸프 전쟁 / 이라크 전쟁, 알 카에다, IS, 오사마 빈 라덴 등의 단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볼만한 책. 2차대전 이후 약 70년 동안 시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건들을 잘 엮어 하나의 역사로 만들었다. 이해하기 쉽고 지루하지도 않은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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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5-12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읽으면 된다.

공쟝쟝 2023-05-09 11: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웤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5-09 14:03   좋아요 1 | URL
제가 쫌…. ☺️

공쟝쟝 2023-05-09 17:46   좋아요 1 | URL
💕
 
보부아르의 말 - 자유로운 삶을 꿈꾼 자주적인 여성의 목소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시몬 드 보부아르.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이정순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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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르처: 제가 보기에 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 대체로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분인 것 같아요.

보부아르: 맞아요. 제가 하는 분석을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적용하지 않아요. 저에겐 낯선 방식이에요. 


(페이지를 적어두지 않음)



<제2의 성>을 읽고는 똑똑하다고 생각했고,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을 읽고는 (복잡한 애정 관계가 좀 맘에 걸리지만)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책을 보내주신 한 알라디너는 내가 이과형(이라기보다는 이과 출신?인데 어쨌든)이라서 자기애 넘치는 보부아르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다른 페미니스트보다 보부아르를 특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직 잘 아는 페미니스트가 별로 없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사실이다) 나를 좀 꿰뚫어보시는 건가 해서 좀 찔렸다. 집사2가 배워보고 싶지 않냐고 했을 땐 단호하게 거절했던 불어를 잠시, 아주 잠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보부아르뿐 아니라 프랑스 작가들의 소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같은 잡지를 읽을 때 영미권과는 다른 생각과 말하기 방식이 매력적이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기에.



<보부아르의 말>을 읽고 보부아르가 더 좋아졌고 가장 큰 이유는 위에 인용한 대화에 있다. 보부아르는 자기 자신보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를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고,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했다. 심지어 그 비전이 지금도 유효하다.  나도 현실에서 해야 할 일에 관심이 있고, 나 자신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자기애가 강하면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그건 아닐 것 같은데)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지만 두루두루 좋은 사람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페미니즘은 소수자 약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한동안 좋은 길이 저렇게 많은데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여성은 이미 많고 많이 가진 것 같은데 여성만 신경써도 되는 걸까 하고. 길을 간다고 해봤자 어떤 책을 읽을까 하는 정도이지만…




슈바르처: 생태주의와 페미니즘의 등가가 저를 화나게 해요. 하지만 둘은 자동적으로 동일한 게 아니에요.

보부아르: 뿐만 아니라 그것은 또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자연에 더 가까울 거라는 성차별적 규정의 효과예요... 

슈바르처: 그렇죠. 이런 유의 것들로 여성들을 해방 투쟁에서 단념하게 하고 그녀들의 에너지를 부차적인 행동의 장으로 유도하려 애쓰는 겁니다.
 


(120-121)




<좌파의 길>을 읽다가 보부아르로 가지를 뻗어나가면서 나는 좌파보단 여성에게 기우는가보다 라고 썼었는데, 그렇다. (좌파가 여성보다 힘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어쨌든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 어떤 감정을 느낄 때 내가 어머니라서, 여성이라서 그럴 지도 모른다는 말을 붙이곤 하는데, 이제 가능하면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가 그 말에 갇히는 것 같아서.



평화주의자 여성들은 남성들처럼 젊은 세대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는 그녀들이 개인적으로 여성이나 어머니여서가 아니에요. 요컨대 여성들은 그런 쓸데없는 것들을 단호하게 버려야만 할 거예요. 사람들이 비록 여성성이나 모성의 이름으로,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여성들을 평화 운동에 합류하도록 장려한다고 할 지라도요. 그건 그저 여자들을 한 번 더 애 낳는 역할로 불러들이려는 남자들의 책략일 따름이에요. (141)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고 합당한 이유를 댈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초월’ 말인데… 역시 보부아르의 초월이란 내가 가볍게 생각한 것과는 다르다.



저는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에게도요. 
‘아니요, 안 됩니다! 다른 것을 쓰세요. 개선하도록 노력하세요! 당신 자신에게 더 엄격해지세요!˝ 
라고 말입니다. 여자라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아요. ... 저는 여성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매우 엄격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139)



(그래서 그 책 보내준 건가요 😂)



이래서 보부아르가 좋다. 이 시절 ‘알리바이 여성’ 으로 보부아르와 함께 한나 아렌트, 메리 매카시를 예로 들었는데… 아렌트는 보부아르보다도 더 자기를 생각하지 않던 사람 아닌가? 아마 아렌트도 분명 좋아하게 될 것 같다. 메리 매카시는.. 저번부터 궁금했는데 왜 국내에 번역된 책이 없는 걸까, 아쉽다.



이정순 번역가님이 보부아르의 다른 책도 계속 번역해주시면 좋겠다. 가장 궁금한 건 <상황의 힘>.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사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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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4-25 0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메리 매카시… 아렌트랑 2인 정당 하신 분 🤩 저는 아렌트랑 보봐르 엥간한 남자보다 철학잘한 여자들이라서 좋아라는 것 같아요!! 좌뇌형 인간들ㅋㅋㅋㅋㅋ
저도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는 데, 실은 너무 생각 안해섴ㅋㅋ 그러다 천벌받아서 (ㅋㅋㅋㅋ) 30년치 몰아서 생각중입니다. 그건 그것대로 재밌구요.

영미권 페미니즘과 프랑스쪽 페미니즘의 어떤 긴장(?)도 수하님은 보이시나봐요!
자기 자신을 생각안하는 사람치고는 자기랑 비슷한 여성부터 좋아하는 참 자존감 ㅋㅋㅋ 상황의 힘 업데이트 부탁드립니다!

건수하 2023-04-25 09:26   좋아요 4 | URL
그러니까 그 멋진 분 책은 왜 하나도 번역이 안 되어 있는 걸까요? 궁금한데.

영미권과 프랑스 어쩌면 다른 유럽까지? 페미니즘도 그렇지만 문화가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철학도 모르고 게으르고.. 보부아르님과 비슷한 건 자기 생각 안하는 것만?;;; 보부아르님이 왜 안하시는 지는 모르겠고 저는 해서 내 내면을 파헤친들 뭐하겠냐 뭐 이런 -_-;; 생각입니다.

<상황의 힘> 꼭 나오면 좋겠는데.. 이정순 님이 뭔가 번역하고 계시리라 믿어보아요 ㅎ

공쟝쟝 2023-04-25 09:32   좋아요 2 | URL
이미 100자에서 1000자로 이미 자신을 초월하고 계시는 멋진 수하님!😀

건수하 2023-04-25 09:47   좋아요 1 | URL
조금씩 더 멋져지기! 얍 ㅎㅎ
 
[eBook] 책만 읽어도 된다 - 50에 꿈을 찾고 이루는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23
조혜경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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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책은 대체로 다 좋다. 진지하게 읽기는 하지만 재미로 흥미로 읽는 나와 달리 이 책의 저자인 조혜경님은 버킷리스트와 꿈 등 목표를 가지고 뭔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는 분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지칠 때는 전략적으로 스스로를 다잡는 매우 성실하시기까지 한 분이다.

이쯤 되면 ‘책만 읽어도 된다’는 제목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얀될 것 같은데.. 그래도 다 책 이야기이긴 하다 :)

나는 책읽기를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가, 그저 좋아서? 요즘엔 한 주제에 천착하고 있기는 한데 정말 즐거움과 자기만족으로 끝낼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주제와 좋아하는 책읽기로 뭔가를 해볼 수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천하려면 성실하게 노력도 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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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봐! - 별빛의 비밀을 찾아서 너머학교 톡톡 지식그림책 3
제이컵 크레이머 지음, 스테파니 숄츠 그림, 하미나 옮김 / 너머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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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학교에서 그림책도 나오는 지 몰랐네, 내용 좋다. 아이들이 좀 지루해 할 수도 있지만, 다 읽는다면 얻는게 많을 듯 😊

하미나 작가가 번역한 책이라 더 반가웠다. 미괴오똑 보다 먼저 나온 책이라 역자 소개에 그 책은 없었는데, 그 책 제목이 들어갔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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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9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9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9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9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9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30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건 쏜살 문고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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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 평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밑줄은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부터 알고 있으므로 조금 더 길게 써보기로 한다. (길게 쓰는 것도 어렵지만, 100자 이내로 쓰는 것도 어렵다) 



<제2의 성>에서 '어머니' 라는 제목이 붙은 장은 낙태 이야기로 시작했다. <제2의 성>이란 책이 여러모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을텐데, '어머니'라는 장을 시작하는 방식도 그 중 하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2의 성>이 출판된 1949년으로부터 14년이나 지난 1963년 아니 에르노는 임신했고, 중절을 했다. 49년과 63년 사이에 상황의 변화는 딱히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책 모두에서 뜨개바늘이란 단어를 볼 수 있었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쓴 책을 2000년에야 냈다.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고백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읽기도 힘든 책을 써내는 것에는 얼마나 큰 용기와 결심 그리고 노력이 필요할까. 아니 에르노는 '재능을 받았지만 낭비해 버린 듯' 한 죄책감을 이 책을 쓰고 지웠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강한 사람이다. 



페미니즘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지 3년째다. 많이 읽지 못했고 읽은 것을 잘 기억하고 있거나 활용하고 있거나 나누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 나는 '임신 중절' 에 관한 책을 읽고 공개된 공간에서 이야기하고, 글을 쓸 수 있다. 이 상태로 만족하지 못하고 여성의 이야기에 목이 마르다. 목이 탄다.  



잘 쓰지 못하지만 자꾸 쓰는 이유는 나처럼 목이 마른 사람이 더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 누군가 내 글을 보고 반가워하고 또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쓰기를 바라는 때문이다. 





+ 그건 그렇고... 대학생이 집에 빨래, 그것도 속옷 빨래를 굳이 가져간다는 것은 조금 놀라웠다. 

  2주에 한 번씩 간다며.. 


‘내 배 속에 그것이 생길 수 있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과 쾌락을 누리며, 내 육체가 남자들의 육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 P16

정의로운 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거의 매번 ‘모든 게 끝났다.‘라는 명목으로 이전 희생자들에게 입 다물 것을 강요한다. 그래서 그 이전과 똑같은 침묵을 일어나게 하는 일들을 다시 뒤덮어 버려도 말이다. - 1970년대의 투쟁들 -‘여성들에게 가해진 폭력‘ 같은 것에 맞선 -이 어쩔 수 없이 단순화한 문구들과 그런 집단적인 관점에 거리를 두면서, 내가 나로서는 잊을 수 없는 이 사건을 당시의 실재 속에서 과감하게 맞설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임신 중절이 이제는 금지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 P20

바칼로레아 합격도, 프랑스 문학 학사 학위도, 알코올 중독과 같은 취급을 받는 임신한 여자아이가 상징하는 가난이 물려주는 운명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섹스 때문에 나는 다시 따라잡혔고, 그때 내 안에서 자라나던 무언가는 어떻게 보면 사회적 실패라는 낙인이었다.
- P22

그에게 나는 섹스 제안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알 수 없는 여자의 범주에서, 이제 의심할 여지없이 이미 섹스를 경험한 여자의 범주로 이동한 셈이었다. 두 범주 사이의 구분이 엄청나게 중요하고, 여자를 판단하는 남자의 태도에 영향을 끼치던 시절에, 그는 무엇보다 현실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게다가 나는 이미 임신한 상태라 임신할지도 모른다는 위험마저 없었다. - P25

많은 소설들이 임신 중절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 일이 정확하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방식에 대해서까지는 세부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여자가 스스로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과 이제 더는 임신하지 않은 상태 사이는 생략되었다. - P27

논문을 쓰지 못하는 상황은 중절을 해야만 하는 필요성보다 더 끔찍했다. 논문을 쓸 수 없음은, 보이지 않는 내 타락의 명백한 징표였다. 이제 ‘지식인‘이 아니었다. 다들 이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일으킨다. - P33

청소년기부터 부모와의 관계는 벌써 일반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상황을 숨기는 일이 고되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전쟁 이전 세대. 그러니까 유리적 죄악과 성적 수치심으로 대변되는 세대였다. 어머니의 신앙심은 신성했고, 나를 당신과 같으리라고 믿어 버리는 어머니이니만큼, 나 또한 그런 어머니의 신앙심을 참아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대부분 그러하듯. 내 부모님도 틀림없이 탈선의 아주 작은 조짐이라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으리라 생각 했다. 부모님을 안심시키려면 매끈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세탁할 빨래를 가져가고, 필요한 것들을 가져오며 규칙적으로 찾아가면 되었다.
- P37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분노나 혐오감을 자극할 수도 있을 테고, 불쾌감을 불러일으켜 비난을 살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간에,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 그리고 이런 경험의 진술을 끝까지 밀어 붙이지 않는다면, 나 또한 여성들의 현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데 기여하는 셈이며, 이 세상에서 남성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임신 중절이라는 말을 단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았다. 그것은 언어 속에 자리를 잡지 못했다. - P39

우리는 거의 섹스를 하지 않았을 뿐더러, 내 상태 - 나쁜 일은 이미 벌어졌으니 -로 비롯된 이점을 누릴 수도 없었기에, 설령 하게 되더라도 서둘러서 끝냈다. 하릴없이 남아도는 실업자의 시간과 자유, 혹은 뭐든 먹고 마실 수 있다고 허락받은 불치병 환자보다 분명 더 나을 것 없는 이점이었으리라. - P47

신생아들은 끊임없이 울어 댔다. 내 병실에는 요람이 없었다. 그런데 나도 똑같이 새끼를 낳았다. 옆방에 있는 여자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요람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녀들보다 그런 사실을 더 잘 안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기숙사 화장실에서 나는 삶과 죽음을 동시에 잉태했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세대를 거듭하며 여성들이 거쳐 간 사슬에 엮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72

신성한 무엇처럼 1월 20일과 21일 밤의 비밀을 내 몸속에 간직한 채 거리를 걸었다. 내가 공포의 끝에 있었는지, 아름다움의 끝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자긍심을 느꼈다. 어쩌면 고독한 항해자들, 약물 중독자들과 도둑들, 혹은 다른 이들은 결코 가려고 하지 않는 곳까지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자긍심처럼 생각되었다. 이런 감정의 무언가가 나로 하여금 이 이야기를 쓰게끔 이끌었다. - P75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났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이 사건에 대해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유일한 죄책감을 지웠다. 재능을 받았지만 낭비해 버린 듯. ... 그저 사건이 내게 닥쳤기에, 나는 그것을 이야기할 따름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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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3-28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덤덤하게 웃긴 수하 님 오늘도 ˝그건 그렇고... 대학생이 집에 빨래, 그것도 속옷 빨래를 굳이 가져간다는 것은 조금 놀라웠다. 2주에 한 번씩 간다며..˝에서 빵터졌습니다. 근데 저도 그 구절 읽으면서 와......넘나 싫다했어요. ㅋㅋㅋㅋ
24시간 빨래방이 있었어야 했거늘........

건수하 2023-03-28 16:42   좋아요 3 | URL
계속 그런 이미지로 밀기 위해 굳이 적었습니다 ㅋㅋ

그쵸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속옷 ㅠㅠ 엄마가 속옷도 꼭 가져와라! 그런 것은 아니겠죠 설마...

잠자냥 2023-03-28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 작품에서 아니 에르노 임신하니까 임신 위험 없다고 섹스하려던 놈 넘나 싫지 않습니까.... 심지어 제 기억으로는 그놈 유부남이었던 거 같은데...

건수하 2023-03-28 16:44   좋아요 1 | URL
아오 진짜 그 놈 게다가 ‘피임의 자유, 가족계획과 관련된 비합법적인 협회의 일원‘인 지식인, 바른 척 하는 놈이잖아요... 완전 싫음요. 파렴치한..

공쟝쟝 2023-03-28 16: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나 레벤느망 봤는데 평소 친하던 남사친에게 임신 고백햇더니 이미 버린 몸 나랑도 자자고 함 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8 16:53   좋아요 2 | URL
그런 망할 x의 xx... -_-
<레벤느망> 원작이 <사건>이니까 같은 놈인가...

공쟝쟝 2023-03-28 16: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도 목마르다!! 수하님 더 길게요~~~~ 👋👋👋👋

건수하 2023-03-28 16:44   좋아요 2 | URL
분발할게요!! 근데 제가 원래 길게 잘 못써요 ㅠㅠ

잠자냥 2023-03-28 16:46   좋아요 2 | URL
쟝 맥주 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28 16:48   좋아요 3 | URL
수하님이 갈쳐준 과즙맥주가 냉장고에서 익어간다 🤤 한번에 네캔을 다 퍼마셔야 하던 나는 이제 한번에 한캔으로 행복한 알쓰가 되었다🥹

건수하 2023-03-28 16:50   좋아요 2 | URL
그거 작은 캔도 있으면 좋겠어요 넘 배불러 ㅋㅋㅋ

책먼지 2023-03-29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글써주셔서 너무 좋아요!! 목말라하고 반가워하고 수하님 덕에 더 읽고 쓰기를 갈망하게 되는 사람 여기도 있습니다!!!

건수하 2023-03-29 10:32   좋아요 1 | URL
책먼지님 격려 댓글 감사해요! 잘 못써도 계속 쓸게요!! :)

단발머리 2023-04-03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모든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모두 다 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고 또 일부는 비밀이고요.

근데 수하님 말씀처럼 그걸 넘어서는 용기를 가진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저는 아니 에르노의 <탐닉> 읽고 나서 그런 생각했는데, 아무리 아니라고 하지만, 한 여성의 집요한 욕망, 이토록 노골적인 성적 욕망을 어떤 사회가 받아줄 수 있을까 싶었어요. 저는 진짜, 아니 에르노가 정면승부했다고 보거든요. 대단한 사람인 거 같아요.

수하님만 목마르신거 아니고... 저도 목말라요. 더 자주, 더 길게 써 주세요!!

건수하 2023-04-04 13:54   좋아요 1 | URL
<탐닉>이 뭐더라... 찾아보니 <단순한 열정>을 읽고 읽으면 좋겠네요. 기억해둬야겠어요.
대단한 사람이 많지만, 아니 에르노도 정말 그래요. 전 애트우드 작품이 더 좋지만.. 그래서 노벨상을 받았을까 싶기도 해요.

단발머리님 댓글 보고나니 좀 짧아보이네요...
자주 더 길게.. 노력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