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제목도 작가 이름도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오래도록 해온 책모임에서 8월 함께 읽고 얘기 나누기로 한 이 소설을 추천한 사람이 왜 추천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단톡방을 뒤져보니 '장편소설을 하려 했지만, 첫 두 작품 읽고 그냥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는 말을 발견했다. 이 책모임에서는 주제를 정해서 모임원이 한 권씩 책을 고르고 그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음 주제를 정한다. 이번 주제는 한국 소설이었고 나는 <자두>를 골랐었다. 



어떤 책인지 찾아보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과연, 첫 두 단편이 강렬했다. 어쩌면 이렇게 드러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적나라하면서도 적확하게 썼을까 싶은 문장들. 그리고 한국 소설, 특히 한국 여성 작가 소설을 멀리하는 이유인 '감정을 드러내놓고 설명'하지 않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세 번째 소설, 단편집의 제목과 같은 <이중 작가 초롱>. 작가, 소설, 독자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소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절묘한 시기에 이 소설을 읽게 되었을까. 내가 그 화두들을 잘 감당할 순 없었지만. 



얼마 전 서재에 '어떤 작가를 좋아하느냐' 에 대한 글이 몇 편 올라왔다. 서재에서 전에 어떤 작가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었다. 나는 '사람 싫어, 고양이 좋아!' 라고 말하는 사람 둘과 함께 살고 있고 그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차마 사람을 안 좋아한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런데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면 (은*님?) 또 사람을 좋아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 정도로 하자. 연예인을 좋아하거나, 특정 작가를 좋아해 본 적은 별로 없다. 노래, 소설, 그림, 영화.. 이런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가수나 연주가, 작가, 화가, 배우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서 작가를 만난 적은 많지만 책에 사인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작가가 궁금해서 북토크에 갔다 하더라도 목소리를 듣고 멀리서 본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내가 기억하면 됐지 사인은 뭐하러.. 이런 생각. 소규모의 행사에서 다들 받는데 나만 가만히 있기가 곤란할 때 주로 받았고 그것도 몇 번 안된다. 아,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싫기도 하다. (정희진 선생님을 만난다면 줄 서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작품, 한 장르, .... 등 하나에 집중하는 편도 아니다. 또 어떤 것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언제나 단점을 더 잘 본다 (고치고 싶은 점이다). 몇 권 읽고 좋아하다가도 한 번 읽고 아니다 싶으면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자 출신의 두 작가의 글을 나는 더이상 읽지 않는다. 한 작가는 소설에서는 고발하는데 주요 일간지 칼럼에서는 수줍다. 하다못해 책 소개마저 수줍다. 거기서 끝낼 게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서 끝낸다고? 물론, 주요 일간지 칼럼을 맡을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는 그 작가의 상황을 존중하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안 맡아도 될 것 같지만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지 모르니까. 다른 한 작가는 그냥... 나이든 한국 남자, 보수적인 한국 남자다. 그의 유려한 글 솜씨에 감탄했고, 그가 쓴 것이 예전엔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그런 건 더 안 읽어도 될 것 같다. 이미 그런 글은 많이 읽었다. 

나는 '가장' 이라는 부사에도 약하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가장' 좋아하는 음식... 그런 걸 어떻게 하나만 고른단 말인가. 이 세상에는 매력적인 것들이 그렇게 많은데. 그래서 어떤 작가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서재에서 받았을 때 당황했다. 물론 그 분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었던 나의 자기검열도 고민을 더해 주었다. 한 때 좋아했지만 이제 안 좋아하는 하루키를 말하긴 부끄럽지 (이제 안 좋아하기도 하고), 여성주의 책을 같이 읽는 분인데 그래도 그 부분에서 좀 멋진 작가를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또 너무 무거운 건 싫고, 그러고보니 요즘 내가 어떤 작가의 책을 많이 읽었지? 하다가 많이 읽었던 책들이 재미있었고, 딱히 깊이는 없었지만 저자의 기본적인 정서가 나름 맘에 들어서 그 작가의 이름을 말했다. 그런데... 그 작가는 별로 대중적인 작가가 아니었나 보다... 가 아니고 사실은 그리 대중적이지 않다.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고...  물어보신 분은 무거운 책도 잘 읽는 분이었다. 물론 그 분이 내가 가벼운 책의 작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나를 가볍게 판단하셨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겠지 하고 좀 아쉬웠다. 그래도 달리 떠오르는 작가의 이름이 없었고, 솔직한 게 좋은 거잖아? 하고는 잊어버렸다 (그런데 생각이 났네). 



내가 어떤 책을 읽다가 이 작가의 책(특히 소설)을 더 읽고 싶다- 라고 할 때는 크게 두 경우다. 생각이 나와 비슷하거나, 내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그것도 아주 자세히 잘 표현할 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있는 작가의 경우 금방 질린다. 그런데 막연히 느끼고 있지만 나는 말이나 글로 옮길 수 없는 것을 표현해 주는 작가의 책은 계속 읽고 싶어진다. 그 작가가 내가 관심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 더 그렇고, 그걸 새로운 관점으로, 그것도 여러 관점으로 다루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미상 작가의 <이중 작가 초롱>에 실린 단편들이 그랬다. 나를 자극하고, 생각하게 하고, 그리고 속시원하게 표현해주었고, 내가 관심있는 주제인 '여성' 그것도 '지금 한국의 여성' 을 다루고 있었다. 외국 작가들의 소설보다 한국 작가의 소설은 더 가깝고 때로는 뼈아프게 다가와서, 피하려고 했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여성 작가들의 소설은 좀 '촉촉'해서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 이미상 작가의 소설은 건조하다기 보다는 단단하다. 그래서 더 맘에 든다. 참신한 자기만의 단어를 만들어 쓰는 것도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평대'. 이게 무엇의 준말일까요? 궁금하죠? 궁금하면 (만오천) 오백원..



찾아보니 이 단편집에 실린 소설들은 이미 여러 번 상을 수상한 것들이었고 여러 개의 문집, 소설집에 실려있는 것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쌓아온 것을 한꺼번에 접해버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버겁게 힘들게 읽었다. 작가가 경장편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몹시 기대된다. 좀처럼 재독이란 것을 하지 않지만, 그 때까지 이 소설집을 더 읽고 생각해볼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의구심이 든다. MSG는 처음부터 남자를 죽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나, 남자 죽일 거요, 말만 해놓고 자신도 자신의 맹세를 믿지 못한 것이 아닐까? 봤죠? 나, 하긴 했어요, 결과야 어찌되었든 간에... 식의 소시민적 예의바름! 당신은 그런 부류가 되고 싶은가? 남자를 죽이기로 해놓고 여자를 죽이는, 아버지를 때리고 싶지만 어머니를 패는, 영원히 하향 지원하는, 제발,

쥐겹다!
쥐꼬리만한 야심들! - P193

처음에는 남이 나에게 했던 말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색무취였던 말이 뒤늦게 악취를 풍겨 때늦은 앙심을 품게 했다. 그러다 다행히-계속됐다가는 유치원 시절 문방구 아주머니를 수소문해 칼을 들고 찾아가게 된다-점차 내가 남에게 했던 말 때문에 괴롭게 되었다. - P234

(해설) 여자아이는 세계에 항상적으로 도사리고 잇는 폭력적 남성성의 공포를 경험하고, 그에 저항할 경우 가해지는 폭력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순수한 욕망과 그 포기를 어떤 식으로든 합리화하는 통과의례를 거치지만 단속되지 않는 그 생의 활력은 밤마다 소생한다. - P325

(해설) 세계의 물리적 표면에서는 감지되지 않지만 그 내부에 분명히 실재하는 위험을 형상화한 이 스릴러는 여성이 일상에서 수없이 감지하는 남성의 폭력을 적확한 언어로 설명하기 힘든 이유를 제시하는 동시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의 당사자성과 목소리를 듣는 것이 그토록 중요함을 역설한다. - P331

(해설) 전통적으로 남자는 여성의 외모 꾸미기를 자신을 향한 구애의 표현으로 해석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꾸밈의 과정과 그 이전의 모습은 철저히 숨겨져야 하고 오직 그 결과물만을 제공받기를 원한다. 이러한 무의식을 탑재한 남성은 화장을 고치는 익명의 여자를 보며 (대중교통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사이에 강렬한 욕망의 구도가 생기는 것은 아주 특이한 일인데도) 그녀가 자신을 욕망의 대상으로 전혀 보지 않는다는 ‘수치스러운‘ 사실을 전송받는다. 위축된 자신의 남성성을 마주한 그는 분개하며 익명의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개별 사건들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무차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수많은 여성 살해와 염산 테러를 이미 안다. 이때 발휘할 수 있는 여성의 방어술은 공격을 통한 적극적 자기방어가 아니라 사력을 다한 탈출이다. - P331

(해설) 타인의 머릿속에 생각을 심을 수 있다는 믿음은 겉으로 능동적인 자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정폭력 피해자, 가령 가스라이팅을 오래 당해온 아내들에게서 발견되는 착각이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 남자의 마음은 너에게 달렸어. 네가 저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거야." 125쪽).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때 단지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판단과 행동을 가해자의 인격에 맞추려는 최후의 몸부림이다. - P332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08-15 0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휴일이라 더 밀도 높은 글! ㅎㅎ

“가장” 좋이하는 고양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15 09:41   좋아요 2 | URL
이 책 너무 권하고 싶은데, 책 내용을 자세히 말하는 걸 꺼리는 편이라 다른 얘기만 잔뜩 쓰게 되었네요… 그렇지만 책은 직접 읽어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밑줄을 몇 개 추가했습니다 :)

고양이는 다 좋지만 내 고양이가 제일 좋죠!! 둘 중 하나를 더 좋아해서 미안하지만 그들도 좋아하는 사람이 달라서 다행이에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3-08-15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상 작가는 <소설 보다> 시리즈에서 두어 편 읽은 것 같아요. 젊은작가 수상 작품집에도 실려 있어 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작가구나!싶었습니다.
제겐 좀 건조해서 무슨 뜻일까?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필요한...이런 종류의 소설이 좀 어렵더군요. 예전엔 저도 이런 종류의 소설이 참 좋았었는데 요즘은 성격이 변했는지 적당껏 촉촉하고 적당껏 건조함이 있는 소설이 좋아요. 아닌가? 문장이 좋은 소설을 찾는 것인가?....사실 전 기호가 늘 바뀌는 것 같아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ㅋㅋㅋ 팔랑귀...ㅋㅋ
그냥 저는 한국 여성 작가들 소설은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응원하고픈 마음이랄까요? 그러다 보면 또 제 마음에 드는 소설들이 종종 있기도 하구요. <이중 작가 초롱>도 기억했다가 읽어봐야겠어요. <자두>도 평이 참 좋군요? 사다 놨는데 아직 읽지 않았어요. 빨리 읽어야 응원이고 뭐고가 가능한 것인데 그것도 말 하기가 참...ㅜㅜ
늦잠 자고 일어나 처음 읽은 수하 님의 글입니다. 이제 밥 차리러 나갑니다.
휴일 잘 보내세요.
고양이들과 집사들과 함께요^^

건수하 2023-08-15 09:47   좋아요 1 | URL
나무님 읽어보셨군요 ^^ 역시 나무님 조용히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요즘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그런 마음으로 읽고 있고, 페미니즘 책 읽으면서 제 마음을 대면할 수 있게 되어서 이제 한국 여성 소설도 자주 읽게 되었어요. 사실 <자두>는 <이중 작가 초롱>에 비해서는 좀 촉촉한 편이에요. 저는 최은영 작가님 소설을 다른 사람들만큼 좋아하게 되진 않더라고요.. 그게 촉촉해서 그렇지 않을까 했었어요. 제가 어떤 소설을 좋아하는 지 그 기준에 대해 좀더 생각해봐야겠어요. 어쨌든 이번에 <이중 작가 초롱>은 참 특이하면서도 좋았어요.

책 내용을 직접적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쓰지 않았는데, 또 너무 불친절한 것 같아 나무님 댓글 다시는 동안 밑줄을 몇 개 추가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한 번 읽어봐주세요 ^^

바람돌이 2023-08-15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나 사람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데 제 이야기 하는 줄요. ㅎㅎ
수하님이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마음 확 느껴지구요. 조만간 읽어봐야겟네요. ^^ 조금씩 한국 문학을 일부러라도 찾아 읽어야겠다싶기도 하구요.
아 참 저는 <자두> 좋아합니다. 최은영 작가는 저랑 좀 안 맞구요. 우리 좀 비슷하니까 이중작가 초롱도 저는 좋지 않을까 미리 생각해봐요. ^^

건수하 2023-08-15 13:02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비슷한 생각하신다니 반가워요. <이중 작가 초롱>도 맘에 드셨으면…. 저 <그 책은> 궁금했는데, 찾아봐야겠어요. <아무래도 서점> 좋아했던 저희 아이가 더 좋아할 것 같긴 하지만요~

반유행열반인 2023-08-15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었는데 평대 까먹고 뭐더라 평균적 대가리? (그러다 평*의 대* 기억남 ㅋㅋ) 하고 있었네요

건수하 2023-08-15 15:23   좋아요 1 | URL
열반인님 읽으셨군요! 그게 바로 와 닿지는 않는데 일단 받아들이고 나니 참 신박하더라는요 ^^

다락방 2023-08-15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다 포기하고 팔았는데 제가 무슨 짓을 한건가 싶네요 ;;

잠자냥 2023-08-15 15:03   좋아요 1 | URL
왜죠?! 왜 다 못 읽음?!

다락방 2023-08-15 15:09   좋아요 2 | URL
저도 왜인지 모르겠는데 좋다고 해서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 못읽겠다 이랬어요. 두 편 읽었나 두 편도 다 못읽었나 ;;

잠자냥 2023-08-15 15:14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극찬이 많아서 눈여겨만 보고 있었는데….. 으음 ㅎㅎㅎㅎ 다락방 님 의견 참고하겠삼. ㅋㅋㅋㅋ

건수하 2023-08-15 15:37   좋아요 1 | URL
안 맞는 사람도 있겠지요.. 끝까지 몰아부치는 편이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첫 두 편이 특히 그랬어요. 기성세대들은 (저는 기성세대에 속하고 싶지 않은데 그럼 60대 이상이라고 해야하는 가) 특히 싫어할 것 같아요.
저는 일단 끝까지는 다 읽는 편이기도 하고, <이중 작가 초롱>의 소설에 관한 화두도 좋았고 (서재에서 했던 생각 덕분에 더) ‘죽이러 갔다가 악수하고 돌아온다’ 같은 내 마음 왜 그런지 모르겠는 그런 명확하지 않은 감정들을 표현하는 방식이 좋았어요.

건수하 2023-08-15 15:3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일단 시도는 해 보시기를 😉

은오 2023-08-16 0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리뷰에 약합니다.. 책 내용이 없어도 막 읽고 싶게 만들어주시는 리뷰.... 수하님 이 리뷰.... 주섬주섬 담아가고요.. “내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그것도 아주 자세히 잘 표현”하는 글 이건 정말 제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이런 순간을 주는 작가를 저도 너무 좋아해요!

건수하 2023-08-16 10:54   좋아요 0 | URL
그런 문장을 발견하는 순간 되게 벅차지요 ^^ 그 순간 때문에 책을 읽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은오님도 이 책 맘에 드시기를.. :)

독서괭 2023-08-16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사람 싫어, 고양이 좋아!‘ 라고 말하는 사람 둘과 함께 살고 있고 -> ㅋㅋㅋㅋㅋ 그래서 수하님이 집에서 ˝축축하다˝는 평을 들으시는 거군요?^^
‘가장‘ 좋아하는 책, 작가는 정말 꼽기 어려울 것 같아요. 대답을 들은 그분은, 앗 내가 모르는 작가?! 이럴수가..속으로 생각하고 얼른 찾아보시지 않았을지요? ㅎㅎ ‘즐겨 읽는 작가‘ ‘믿고 읽는 작가‘ 정도가 질문으로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과 작가의 관계란, 어려운 것 같아요. 자기 신념을 말하는 책을 쓴 사람이 말과 행동을 달리하면 실망하는 게 당연한 것 같고요. 문학은 좀더 복잡할 것 같고요. 어느 정도는 포장하게 되는 게 본능 아닐지. 그래서 진짜 바닥까지 파고드는 작가는 드물고, 대단하고..
이런저런 이유들로, 저도 갈수록 여성작가들 책 위주로 읽게 됩니다. 수하님 칭찬하시고, 다락방님 중도작파 하셨다는 <이중 작가 초롱>이 더 궁금해지네요^^

건수하 2023-08-16 13:53   좋아요 1 | URL
만약 그 분이 찾아보셨다면 실망하지 않으셨기를... ^^

맞아요, 자기 신념을 말하는 책을 쓴 사람이 그러면 정말 실망스러울 것 같고... 문학은 또 좀 다르지요. 여러 작품에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정서가 있는데, 내가 그것 때문에 좋아했는데 실상이 다르면 좀 마음이 안 갈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좋아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작가도 있겠지요. 작가를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고.. 그저 읽고 싶은 책이 많은 가운데 저는 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싶어요. 그러다보니 여성작가 위주로 ^^;

<이중 작가 초롱>에서는 작가가 비슷한 두 작품 (사실은 하나를 쓰고, 하나를 고쳐서 다시 쓴 하나인데요) 에서 태도가 너무 달라서 비난받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상황은 제가 얘기하듯 그냥 읽지 않겠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것보다 좀 심해서... 이런 절묘한 상황을 만든 것부터 좀 놀랍기도 했어요. 궁금하시다니 반갑고, 독서괭님도 언젠가 읽어보시고 글 써주시면 좋겠어요 :)

단발머리 2023-08-19 1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디 갔다 왔나요. 이제 이 글을 읽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수하님 글 읽으면서 수하님이 어떤 분이신지 더 잘 알 거 같아요. 그것도 어찌보면 저의 추측이고 상상이겠지만 말이에요. 저도 좋아하는 작가라 해도 줄 서는 수고(?)를 많이 아끼는 편입니다. 그 분이 사인 해주려면 피곤하실 듯하니 알아서 배려하는 마음.... 가장 최근에 줄 서서 사인 받은 사람이 유시민 작가와 정희진쌤인데요. 지난 번에 정희진쌤 뵈었을 때는 사인도 안 받고 멀리서 선생님 한참 쳐다보다 그냥 나왔습니다.

책과 칼럼의 스탠스가 좀 차이가 난다고 하는 그 작가가 제가 생각하는 그 작가인거 같은데요. 저는 그 작가의 칼럼을 읽지는 않는데요. 다른 쪽으로... 그러니까 출판사 책 판매량의 정확한 집계에 관련된 일이나 또 작가들의 콜라보 작업에서 그 작가가 애쓰고 노력하는 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역시나 모두 다 알 수는 없는 일이고... 암튼 그렇습니다.


외국 작가들의 소설보다 한국 작가의 소설은 더 가깝고 때로는 뼈아프게 다가와서, 피하려고 했던 때도 있었다.

이 문장이 뼈를 때리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 맞닿아 있어서 한국 소설 읽는 일이 더 어렵고 부담도 되고요.
 
증언혐오 - 탈진실 시대에 공통진실 찾기
조정환 지음 / 갈무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당신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역자 후기에 언급된,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윤지오에 대한 마녀사냥 - 당시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 에 대해 알아보고자 읽었다.

세월호 참사 때 허언을 했다고 몰려 구속까지 당했던 홍가혜 씨의 소식을 이 책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마녀사냥이었다. 나름 유명한 (지금은 탈퇴했지만) 참여연대의 양홍석 변호사가 소송을 맡아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나만 사회에 관심이 없어서 몰랐기를,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기를, 그만큼 알려졌기를 바란다. 일단 저질러놓고 아니면 말고- 가 그렇게까지 통하는 사회가 아니기를.. (이라고 썼지만 요즘이 내가 살아온 중에 가장 암울한 상황인 것 같다)


인터넷에 뜨는 기사 몇 개만 읽어서는 무엇이 진실이고 아닌지 판단하기가 너무 어려운 요즘. 이 책을 읽는다고 내가 판단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읽고 나니 판단할 수 있겠다. 내가 받아들이기 더 쉬운 관점이라서도 그렇지만 그만큼 저자가 쉽고 자세하게 근거를 들어서 썼기 때문. 저자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노력이 들어갔을 거라 생각되지만.. <우리는 ~ 후손들이다>의 역자들도 포함되었을 것 같고. (저자 윤정환은 도서출판 갈무리의 대표이며 연구 공동체(?)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쓸 게 있을까 싶지만 저자가 더 썼으니, 그리고 언젠가부터 계속되는 인터넷을 이용한 여론 몰이에서 나 스스로 판단하고 싶은 마음에 <까판의 문법> 도 읽어보고 싶다. 책 몇 권 읽는다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사건에서 진위를 판단하기란 요원한 일이겠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이 순수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본가계급이 음모와 술수를 통해 착취와 수탈을 수행한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그에 적합하고 효과적인 대응행동을 해야 한다. 승리하는 혁명을 위해서는 진실(당당함)을 기술(영리함)과 결합해야 한다. 승리하는 혁명을 위해서는 강령(진실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략과 전술(영리함)이 필요하다. - P134

국민을 개돼지나 종으로 아는 반국민적 권력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시작인 셈이다. 전쟁이나 혁명도 그렇지만, 정의의 싸움도 조직이나 집단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전위나 투사만이 투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시대에는 평범한 개개인들이 삶 속에서 겪는 작은 경험들에서, 그경험들에 대한 자신 나름의 고유하고 특이한 느낌에서, 자신만의 그 특이한 느낌을 평균 속에 묻어버리지 않고 살려 나가는 집요함에서, 작은 불의에 대한 관용이 아니라 선처 없는 처벌을 바라는 노력에서 투쟁이 시작된다. 그래서 작은 물의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큰 불의를 꺾게 된다. 조직이나 집단은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일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조직과 집단은 기존의 조직들을 승계하여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개개인의 그 고유하고 특이한 느낌• 생각• 판단을 유통하여 이끌어낸 공감을 기초로 해서 늘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장자연의 절규와 항의를 이어받은 윤지오의 증언 투쟁과 방어 투쟁,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투쟁은 하나의 투쟁의 다른 장들이다. 이 투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어려운 만큼 드물겠지만, 드문 만큼 고귀한 것이다. - P180

요컨대 우리는 모두 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신매매나 인신 상납의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을 구조적으로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들 각자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서로 유리되어 있고 그 개개인들이 삶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공동의 수단들에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 이 구조적 강요의 조건이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해, 토지, 화폐, 자본, 기계, 기술, 통신망, 통치기구, 법체계, 학교, 미디어 등등이 우리의 삶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수단인데 그 대부분이 국가권력을 장악한 소수나 국제자본가들에게 장악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대의체계는 생명 개체들의 자기조직화와 직접민주주의를 무력화하고 생명의 실존을 타자에게 위임하는 태도, 관습, 문화, 사고법, 정당화 체계를 대규모로 재생산한다. 그것이 낳는 결과는 뿔뿔이 흩어진 신자유주의적 개인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행동하게 하는 이 구조적 강요를 강요로서 느끼지 못하며 우리 스스로가 계약에 따라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행동한다고 믿게 된다. - P223

성폭력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최초 대응에는 "아내들‘이 앞장선다. 아내는 ‘안 것‘을 의미하는 ‘안 해‘에서 나온 말이다. 경상 도 말 ‘니 해라가 ‘너의 것으로 하라‘를 의미하듯이, 해‘는 ‘물건, 소유물을 의미한다. 그것은 남성 가부장의 시선에서 파악된 여성, 남성의 소유물로서의 여성이다. 여성이 이 ‘아내‘ 관념을 내면화할 때, 이 여성은 가부장주의의 파수꾼으로 기능하게 된다.
아내 의식이 페미니즘의 옷을 걸칠 때도 있다. 그러한 유사 페미니즘은 다른 모든 여성을 위험한 여자, 이상한 여자로 보는 보편적 의심증과 결합된다. 아내-페미니즘은 여성의 권익을 지키 고자 하지만 그 노력은 꽃뱀으로 의심되는 모든 여자로부터 자신의 아내 지위를 지키고자 하는 방어적 투쟁으로 된다. 그 결 과 남성 권력자들이 자행하는 성폭력은 위험한 여자들의 꼬임 (사기)으로 인해 자신의 남편이 겪는 피해로 인식된다. 아내-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사회를 내전의 무대로 만들면서, 자신들이 이상한 여자들이라고 보는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는 시민사회 내 투쟁을 지켜보면서 성폭력 체제와 가부장주의는 아마도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푸코가 <광기의 역사>에서 서술하고 실비아 페데리치가 <캘리번과 마녀>에서 서술한 마녀사냥은 결코 과거사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여기에서 국가기구와 남성 권력자만이 아니라 아내주의-여성, 아내-페미니스트들에 의해서도 생생하게 되풀이되는 잔혹사이다. - P308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8-14 0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들 윤지오 마녀로 몰아가고 세상 죽일 여자로 만들어가는데 조정환이 이 책을 써주어 아주 반가웠어요.
그리고 수하 님이 이 책을 읽으셨다니 너무 반갑고 좋아요. ㅠㅠ

건수하 2023-08-15 01:12   좋아요 1 | URL
전 당시에 잘 모르겠다- 하고 판단을 보류했는데 이제 와서 그게 참 후회되더군요. 조정환 님 책은 처음 읽었는데.. 본인의 경험 덕분에 더 사건의 이해도가 높았던 것 같고, 그 부분까지 책에 포함시켜서 더 신뢰가 갔어요. 두꺼워서 함부로 권하긴 그렇지만, 끈기있게 읽으면 되는 책이라 이번달 책 읽은 분들께 권하고 싶네요. <까판의 문법>도 읽고 싶구요 ^^
 
성의 변증법 - 페미니스트 혁명을 위하여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지음, 김민예숙.유숙열 옮김 / 꾸리에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날카로운 시각과 분석에 감탄하며 읽었다. 



그런데 파이어스톤이 제시한 이상적인 사회를 보며 의구심을 키우던 나는 



우리는 혁명 후의 체제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의 목적을 위하여 우리는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유연성과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가정할 것이다. (295쪽)



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마리아 미즈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에서 갑자기 (라고 하기엔 내가 그 책을 15년도 더 지나서 읽은 것이긴 한데) 자급자족을 외치는 것을 알았을 때에 비하면 약간 덜 충격적이긴 했는데... 역시. 처음부터 이게 가능한 걸까 하고 품었던 불신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동안 책을 다시 펴지 못하다 어제 다시 펴서 마저 읽었다. 가정이 많이 들어가지만, 1960년대 말과 비교하여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할 확률이 더 낮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상이란 필요한 것이다. 이상이 있어야 그 다음이 있지 않겠는가. 이 책에 담긴 그녀의 생각이 남성 육아휴직, 기본소득, 차별금지법 등으로 구현되거나 논의되고 있다는 말을 보니 더욱 그 생각이 굳어졌다. 



1970년에 비해 2023년 인간 사회는 얼마나 진보했나.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인간의, 여성의 삶의 조건은 계속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으니.. 이 책이 페미니즘의 고전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사이버네틱스와 인공 자궁 생식의 실현 가능성은 별도로 하고.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3-07-26 14: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상이란 필요하다라는 말씀이 와 닿네요^^ 어떤 주장도 미래에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만 두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수하님 완독 고생하셨어요^^

건수하 2023-07-26 19:25   좋아요 3 | URL
제가 실천 혹은 적용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매번 기대하고 좌절하고 하는데요, 이렇게 구체적인 상을 그리는 사람이 있어야 뭐라도 구현되는 것 같아요. 젊은 나이에 이런 대단한 책을 쓰고… 저술가로서 계속 활동하지 않았음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한편으론 사이버네틱스 기술 혹은 인공 자궁 기술이 구현된들 그것을 남성이 통제하게 된다면… <시녀이야기>가 자꾸 떠오르더군요. 결국 여성이 힘을 더 키워야겠다는 결론..

다락방 2023-07-27 1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완독 고생하셨고 또 축하드립니다.
왜 어떤 사람은 급진적이 되고 어떤 사람은 온건하게 행동할까 생각해봐도 딱히 답은 없지만, 저는 급진으로 마음이 끌립니다. 파이어스톤 읽으면서 스물다섯에 이런 책이라니, 이런 생각이라니. 너무나 급진적이라 놀란 한편, 친구 별로 없었겠다 싶더라고요. 외로웠을 것 같아요. ㅠㅠ 당시에 파이어스톤의 생각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요. 너무 대단한 사람 …

건수하 2023-07-27 13: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스물다섯에 생각의 깊이도 깊고 총괄적이고... 저도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이상이 높았으니 좌절도 컸을 것 같고... 친구 별로 없었을까요? 그래도 여러 단체를 조직해 활동했더라고요. 그 단체들의 활동도 좀 궁금했습니다 :)

급진이 멋있긴 합니다... 근데 저는 좀 실현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안될 것 같으면 다른 걸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길게 보고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사람도 필요하겠죠..

단발머리 2023-07-27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급진의 길.... 같은 걸 고민했을 때.... 저는 천재여서 깨우치고 시대보다 앞서갔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유사점이 많은 급진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던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이상이 필요하다,는 수하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쉽게 생각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 시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게 페미니즘이 될 수 있다고 전 믿거든요.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이상을 페미니즘이 줄 수 있다고, 혹은 그런 세계에 대해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달에 제일 열심히 읽으신 수하님께 ‘이달의 어린이상‘이라도 드리고 싶어요. 수고많으셨어요!!!!!!!

건수하 2023-07-27 21:17   좋아요 2 | URL
꼭 변증법에 맞춰야 하는가 하는 생각은 좀 해봤어요. 맑스나 엥겔스가 놓친 부분을 보완해서 완전한 사회주의 이론을 만들려고 한 것 같지만.. 전 엔드멤버보다는 연속스펙트럼을 좋아하고,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요즘은 그게 더 현실을 잘 반영하는 것 같아서 또 좋아요.

단발님께 받는 상, 그것도 어린이상이라니! 저 여성주의책읽기 꿈나무 된 기분이네요. 감사해요~!! (상품은 없나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3-07-28 05:44   좋아요 1 | URL
엔드멤버보다는 연속 스펙트럼.... 수하님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그게 현 사회의 복잡한 요구를 더 반영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린이상은.... 아, 이건 꿈나무에게 주는 상이 아니고요ㅎㅎㅎㅎㅎ 인기상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품 보다 플랜카드 어떠세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 2023년 7월 ‘성의 변증법‘ 이달의 인기상 수하님!!!>

건수하 2023-07-28 09:42   좋아요 1 | URL
인기상이라니... 다른 분들이 동의하지 않으실 것 같지만 ㅋㅋㅋ

단발님 마음 속 인기상인 것으로 오해하겠습니다. 매우 기쁩니다!

잠자냥 2023-07-29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기상 ㅋㅋㅋㅋㅋ 오타로 인디상이 되버림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7-29 10:49   좋아요 2 | URL
어 그거 괜찮은데요 ㅋㅋ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반부 읽으면서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다 읽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물론 이 책을 방치해두는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게 또 나의 주의를 끌고 마음을 쓰게 만들었다.



뭔가 바쁘게 한 것 같은데 남는 게 없다고 느낀다면

하루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식사하는 시간보다 많다고 느낀다면

SNS를 보며 물건을 사고, 물건을 담고, 귀여운 것과 사소한 정보를 많이 얻다가 문득 허무함을 느낀다면

뭔가 새로운 게 없나 하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어슬렁거리고 있다면

그럼에도 항상 정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면 

.

.

.

아니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읽기를 권한다. 



미투데이, 트위터,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사용해보았다. 

트위터는 처음부터 시간 순서대로 볼 수 없음이 매우 불편했었고, 

페이스북에는 처음엔 시간 순서대로 보이던 피드들이 알 수 없는 순서로 재편되는 것을 (내가 사용하는 동안에도) 느끼면서,

마지막까지 사용하던 인스타그램도 비슷해지면서 불편함을 느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주로 책 정보를 얻고 있었는데, 이제 나에게는 북플이 있어서 (물론 상당히 편향된 정보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지인과 관심있는 업체가 섞여있던 그리고 가끔 내가 살아있다는 표시나 하던 메인 계정에는 지인들만 남기고 서브계정을 만들어서 책 관련 계정만 새로 모아뒀다. 이렇게만 해도 두 개를 분리할 수 있어서 훨씬 나을 것 같다. 



북플은 물론 나의 집중력을 좀 갉아먹기는 하는데, 책은 나의 중요한 관심사이기도 하고 알라딘에서 책을 더 사게 만드는 것 외에 크게 피해를 주지 않아서 굳이 끊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스타그램도 지우지 않았으니 뭐)


사실 나의 집중력을 좀더 아껴서 다른 곳에 쓰려거든 서재에 글을 덜 쓰거나, 대충 쓰는 게 도움이 될 것 같긴 하다. 그래서 많이들 떠나신건지... 나는 떠나지 않고 그냥 덜 쓰고 대충 쓰기로 하겠다. 

 


중간에 언급했던 정치, 비만, 특히 마지막에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부분은 조금 뜬금없기는 했는데... 작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일 수도 있고. 속으로는 인정하면서도 삐딱하게 '난 이대로도 괜찮은데? 즐겁게 살면 되지 내가 왜 집중해야 하는데?' 이런 소리 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전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어렵다고, 모두가 바뀌고 노력해야 한다고 어필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진정 삐딱한 사람은 그런 걸로 어필 안된다. 그리고 내친 김에 더 말하자면 그런 얘길 쓰려면 조금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해야 하는 것 아닌지.. 작가의 길게 쓰기 실력이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다 :)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사람이 장기간에 걸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진짜 문제를 파악해 공상과 구분하고, 해결책을 떠올리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긴 시간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민의 능력을 요구한다. 그러한 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온전히 기능하는 사회를 만들 능력을 잃게 된다. 집중력의 위기가 193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동시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단순한 권위주의적 해결책에 쉽게 이끌리고, 그러한 해결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26쪽)


앞부분에 있던 이 내용과 잘 엮어서 에필로그에서 다시 썼으면 좋았을텐데.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사람이 장기간에 걸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진짜 문제를 파악해 공상과 구분하고, 해결책을 떠올리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긴 시간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민의 능력을 요구한다. 그러한 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온전히 기능하는 사회를 만들 능력을 잃게 된다. 집중력의 위기가 193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동시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단순한 권위주의적 해결책에 쉽게 이끌리고, 그러한 해결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 P26

"보통 우리는 쉬운 길로 가고 싶어 해요. 하지만 우리가 행복할 때는 약간 어려운 일을 할 때거든요. 핸드폰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늘 중요한 것보다는 쉬운 것을 제안하는 물건을 언제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게 된 거예요. ... 나 자신에게 더 어려운 것을 선택할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 P54

찰스는 소비자본주의적 가치의 지배를 받는 사회에서 "수면은 커다란 문제"라고 말했다. "잠든 사람은 돈을 쓰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아요. 아무 상품도 생산하지 않고요." - P118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은 종이 위의 단어를 향해 관심을 바깥으로 돌립니다. 동시에 그 내용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내면을 향해 엄청난 주의를 쏟습니다." ... 독서는 "바깥을 향한 관심과 내면을 향한 관심을 결합하는 방법"이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한다. - P135

트리스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우리의 주의력을 최대한 많이 빼앗으려는 의도로 우리가 가진 핸드폰과 그 핸드폰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 P200

많은 사람이 많은 시간을 분노하는 데 쓰면 문화가 바뀌기 시작한다. ... 악랄한 행동일지라도 (어쩌면 악랄한 행동일수록 더욱더)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언제나 더 낫다. 그러나 우리가 분노에 보상하고 자비에 벌을 주는 알고리즘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면서, 오늘날 (비난은 더 하고 이해는 덜 하는) 이러한 태도는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모두의 반응이 되었다. - P204

어떠한 국가든 이러한 거짓 정보에 오래 노출되면 분노와 비현실 속에서 길을 잃어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곧 거리와 하늘이 실제로 더 위험해진다는 뜻이며, 이로써 우리는 과도한 각성 상태가 되고, 이 상태는 우리의 집중력을 더욱더 망가뜨린다. - P217

"자제력을 키우려고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화면 반대쪽에는 우리의 자제력을 꺾으려고 노력하는 천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있습니다." - P240

정치적 비관주의는 사람들이 순전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해결책에 매달리게 만든다. - P259

페미니즘 운동은 평범한 사람들이 너무 거대해서 절대 바꿀 수 없어 보이는 세력에 맞설 수 있음을, 실제로 그렇게 할 때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 P262

평상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으려면 반드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집중하려면 시야에서 곰이나 사자, 또는 현대의 위험물을 찾는 머릿속 부위의 전원을 끄고 하나의 안전한 주제로 빠져들 수 있어야 한다. - P276

기본소득은 수급자들에게 마침내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듯 보인다. 현재 이 세상에서 그러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스트레스를 줄이는 요인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깊이 집중하는 능력도 개선한다. 핀란드는 (안정의 토대를 제공할 만큼 충분하지만, 근로 의욕을 꺾을 만큼 많지는 않은) 보편적 기본소득이 과각성의 원인 중 하나를 해소함으로써 사람들의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P284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3-07-25 19: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수하님 다 읽으셨군요!
저는 전세계적 문제 해결을 위해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신선하더라고요.
우리 북플 빼고 다 끊읍시당~ㅋㅋ

건수하 2023-07-25 20:13   좋아요 1 | URL
당위성을 제시하고 싶은 마음과 저자가 생각하는 현재 사회문제를 합친 것 같은데 좀 설득력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뭐 끊고 사고 하는 것보다 내가 주도해야겠다 라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

미미 2023-07-25 1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안 떠나신다니 너무 좋다요!ㅋㅋㅋ
트위터 잠시 할때 무서운 사진 찾아보고 그랬었는데...
오늘보니 상징 바뀌었더군요. 뭔가 인간미 없어진느낌!
떠나신 분들도 부디 마음이 바뀌어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건수하 2023-07-25 21:09   좋아요 1 | URL
제가 그렇게 행동력 있는 편이 아니라서 ㅎㅎㅎ
트위터는 저는 진짜 잠깐 하다 말았어요 리트윗 된 거 보는게 넘 정신사나워서… 상징이 바뀌었다는 게 새 말씀하시는 건가요? @.@

안부가 궁금하고.. 그렇긴 한데 그 마음을 존중하고 싶습니다 :)

미미 2023-07-25 20:45   좋아요 1 | URL
네. 파란새 모양에서 알파벳 X로요.
사이버틱해요 ㅎㅎ

건수하 2023-07-25 21:15   좋아요 0 | URL
아 머스크가 인수하더니 뭔가 많이 바뀌네요 ^^

페넬로페 2023-07-25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수하님께서 적어주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에 다 해당되네요. 그래서 이 책 읽었어요 ㅎㅎ
북플만 봐도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같이 쌓여요 ㅠㅠ
떠나지 않고, 대충 쓰기!
실천할께요^^
자주 쓰지는 않아 그건 괜찮고요~~

건수하 2023-07-26 09:07   좋아요 1 | URL
다들 읽어보면 좋겠는데 또 막 권하긴 좀 두껍고.. 그쵸?
떠나지 않고 대충 쓰기는 그냥 제가 하겠다는 건데... 페넬로페님도 떠날 생각이 없다하시니 반가워요.

사실 저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SNS가 아니라 카카오톡 단톡방이에요. 외국 사람들은 메신저 단체채팅 같은 건 잘 안하는지.. 책에 그 얘기는 없어서 좀 아쉬웠어요.

책읽는나무 2023-07-26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 님도 인스타를 하셨다니?@.@
전 인스타, 트위터, 블러그는 오래전에 끊었네요. 그러고보니 북플 하나만 하고 있었어요. 근데 왜 집중력이? ^^;;;
(아...투비까지 두 개를 하고 있어서 그런가?)
서재에 대충 글을 쓰고, 덜 쓰며 떠나지 않기!ㅋㅋㅋ
그거 저도 하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뭐든 글 하나 쓰고 나면 기운이 좀 딸리긴 합니다^^;;;

건수하 2023-07-26 09:11   좋아요 1 | URL
인스타.. 비공개이고 거의 구경용이긴 했는데,
지인들 한 명씩 추가되다보니 결국엔 엄청 많아지더라구요. 그래서 구경용 계정을 분리했더니 홀가분하네요.

서재에 글 잘 쓰는 분들이 많다보니 저도 잘 써보고 싶지만 무리하지 않으려고요. 투비도 그런 의미에서 구경만.. ^^


거리의화가 2023-07-26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이스북은 탈퇴했고 트위터는 정신사나워서(뉴스 확인용) 요즘은 거의 안 보게 됩니다. 인스타는 계정은 있으나 정말 보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어요. 이것도 사용 시간은 길지 않네요.
북플 사용 시간이 가장 길긴 하지만 대부분은 독서 기록에만 할애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이웃분들의 글 확인은 PC로 하는 것이 편하더라구요. 하지만 주말에는 거의 책 읽기에 집중하는지라 주중에 서재에 들어오는 빈도가 훨씬 높습니다.
저는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더군다나 알라딘 서재의 리뷰나 페이퍼만큼 양질의 글이 있을까 싶네요.

건수하 2023-07-26 13:15   좋아요 2 | URL
북플에서 가끔 댓글다는 재미에 빠질 때가 좀 있지만 ^^; 대체로 북플은 무해한 것 같아요.

화가님 말씀대로 양질의, 또 제 관심사의 글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미국) 페미니즘의
흐름을 훑어본다. 두고두고 참고하게 될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