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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만화의 섬세함과 정교함이 사라진 애니메이션



섬세한 선과 정교한 그림으로 사나이의 근육과 표정을 그려낸 ‘북두의 권’은 ‘무한의 주인’의 그림체만큼이나 아름답고 화려하다.
확실히 ‘북두의 권’은 만화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만 그 매력을 100% 발휘할 수 있었나 보다. 지금까지 나온 TV판, 극장판의 애니메이션이 전부 시원찮은 평가를 받았고, 최근 나온 3부작 OVA 역시 너무나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신 북두의 권’은 원작자의 소설 ‘저주받은 거리’를 기본줄거리로 했다. 우연히 악당들의 도시와 마주친 켄시로가 그들을 물리친다는 내용, 마치 ‘북두의 권’의 외전같기도 하고 서부영화 ‘셰인’같기도 하다.

이야기는 그럴듯하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공허하고 허술한 그림체다.
21세기의 감각에 맞도록 CG까지 사용했지만 오히려 하드고어한 액션과는 겉돌기만 하는데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치였던 이현세의 ‘아마게돈’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전체적인 색상이 원색적이고 어색하다.

한폭의 동양화처럼 묵직하고 절도있게 권법을 표현했던 만화와는 달리, 애니에서 보는 켄시로의 괴조음과 손놀림은 경박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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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2-11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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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03-04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전 못 봤어요. 잉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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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11-2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소망은 항상 상처내지 않는 사람이지만, 사람이 지나간 자리엔 상처가 남는 건 당연한 일이더라구요. 살다보니. ^^

sayonara 2004-11-2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도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하고 있습니다.(무슨 소용일까마는..) ^_^

박예진 2004-12-05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광수생각 좋아요!

sayonara 2004-12-06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광수생각의 노골적인 훈훈함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서두..

간혹 이렇게 '어쩜 내맘과 똑같을까?'싶은 것들이 있죠. ^_^
 

4대에 걸쳐 외계인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어온 세 가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잘 만든 시리즈를 호평하고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테이큰’을 보는 15시간이 너무 심심했다.

흠잡을 데 없을만큼 적절히 사용된 CG와 나이를 들어가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분장 등이 돋보이긴 했지만 줄거리는 영 이해가 가질 않는다.
외계인들은 끊임없이 키스 가문의 사람들을 납치하고, 크로포트 가문의 사람들은 대를 이어가며 외계인을 추적한다. 클라크 가문의 사람들은 외계인의 피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최종회에 이를 때까지는 외계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이 모든 갈등과 고민이 일어나야 하는 것인지, 왜 시작된 것인지 밝혀지지 않는다. 모든 사건의 원인과 전모가 드러나는데 15시간은 너무 길다.

정부요원들의 추적 때문에 생이별을 해야하는 모자간의 이별, 초능력의 힘을 빌려 아버지 앞에 나타나 괜찮다고 말하는 죽은 아들... 많은 장면들이 감동적이다. 4대에 걸친 핏줄을 통해 반복되는 희생과 배신의 역사는 마치 ‘뿌리’라는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싱겁고 재미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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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인형의 개그가 돗보인다.


고만고만한 상상력과 고만고만한 특수효과로 고만고만하게 만들어진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만들어진 킬링타임용 공포영화다.

처음 ‘사탄의 인형’ 처키가 나왔을 때는 굉장히 기괴하고 무섭게 느껴졌었는데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이제는 오히려 귀엽게 느껴진다. 누더기로 기운 바느질 자국의 얼굴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그럭저럭 재미는 있다. 의외로 코믹하고 재치넘치는 장면들 덕분에 말이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경찰서 증거물 보관소에 프레디(‘나이트메어’)의 가위손, 제이슨(‘13일의 금요일’)의 하키가면 등이 보관되어 있는 장면, 샤워하는 티파니를 죽이려고 칼을 들고 달려가던 처키가 발길질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장면, 열심히 살인의 흔적인 피를 닦던 티파니가 주인공이 던진 가방에 깔리는 장면, 칼을 뽑아든 처키에게 “이제 토막내는 시대는 갔다”고 빈정대는 티파니 등이 기억에 남는다.

공포영화 시리즈였지만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두 인형의 시트콤같은 말솜씨와 개그가 돗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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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thirsty > 다시 가짜 영어사전에

* 다른 인터넷 서점의 서평란에 올렸던 글에 덧붙여 쓴다. 원래 이 책이 품절되어 더 이상 팔리지 않는 것을 보고 다행스럽게 여겨 쓴 글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계속 팔리는 것으로 되어 있고 서평이 계속 붙는 데다가, 또 그 인터넷 서점의 서평란에 보면(거기서는 지금도 계속 품절이다. 품절 책에 대고 서평으로 싸우다니?) 오히려 필자가 저자를 악의적으로 공격한다고 비난하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누구든 지금 필자가 지적하는 '영어' 에 대해 이상한 점을 말해 주면(영어는 남의 나라 글이다. 우리말도 어렵거늘 어느 누가 외국어를 다 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건전한 논의가 될 수 있으므로 환영하지만, 근거 없거나 감정에 사로잡힌 이야기는 별 의미가 없으므로 사양하겠다. 필자의 요지는, 이 책이 지적하고 있는 ‘한국 사람의 가짜 영어’라는 것 자체에 심각한 오류와 왜곡이 있으며, 도대체 왜 그럴까 하는 점이다. 저자 정도의 명성을 지닌 사람이 이런 책을 내면 그걸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믿겠는가? (아래 위의 허깨비 언론계 평이나 흠모의 서평들을 보라!) 필자처럼 아마추어가 하는 말이야 믿는 사람, 안 믿는 사람 각각이겠지만, ‘진실’은 ‘권위’나 ‘이름’과는 무관하다는 것은 '벌거숭이 임금님' 같은 우화가 증명하고 있다.

만일 이 책을 보고서야 진짜 영어에 눈뜨게 되었다면, 그간 우리나라 영어교육 뒤집어 말해 자신의 영어공부가 얼마나 부실했는가에 대한 증거에 불과하며, 이 책은 비판적인 눈으로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 볼 각오 없이는, "봐도 무방한(봐서 나쁠 것도 없는)" 책이 아니다. 틀린 것을 보고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차라리 처음부터 모르는 것만도 못할 것이므로. 그래도 맞는 부분이 훨씬 많으니 읽어서 얻을 것이 많다, 너무 과장 및 왜곡 말아라, 왜 악의적으로 비방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문하고 싶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맞는 이야기며, 어디가 틀렸는지 당신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그래서 어느 정도 영어의 안목을 갖추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 아니면 일일이 사전이나 인터넷 뒤져볼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는 뜻이다. 공정함을 위해 한 가지 덧붙이면, 아래에서 지적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의 내용에서 맞는 부분이 필자의 지적 분량보다 상당히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저자가 완전히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은, 예를 들어  mania의 경우 같은 뜻으로 buff보다 훨씬 많이 쓰이지만, buff에도 " ~광(狂)"의 뜻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영어에 gagman이라는 표현은 있지만 comedian과 비교할 때 쓰이는 빈도가 거의 없다고 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반론에서는 제외하려고 노력했다. 한편, 필자의 글 쓰는 시간상 전체 900페이지에 대해 다 못 쓰고 오류의 지적을 132페이지에서 그쳤지만,  우선 전체적으로 훑어본 바와 이 책의 구성이 가, 나, 다 순 사전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끝까지 쓰더라도 오류의 빈도는 아래의 지적과 크게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 글에서 틀리는 빈도를 어림잡아 보시라. 사전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것이다.
  
 
저자의 우리나라 번역문학계에서의 위치를 아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하얀 전쟁'이나 '헐리우드 키드'의 팬으로서, 우선 이 책이 절판 되어 더 이상 다른 독자를 우롱하지 않게 된 점에 안도의 한숨이 난다. 이 책이 다른 제목을 달고 그냥 수필류 정도로 출판되었어도 이렇게 허탈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 앞 표지에는 "정작 외국 사람은 알아듣지 못하는 국적 불명의 가짜영어를 총망라하여 바로잡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전'"이라고 되어있다. 우리가 사전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확함, 그리고 이에 대한 신뢰감이 아닐까? 그 전에 이 모든 사태의 배경으로 저자의 사대주의적 사상을 지적해두고 싶다.그리고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한국영어 현실에 아픔을 느낀다.


p.14 갓차(Gotcha)의 의역이 '메롱'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잡았다'는 뜻도 있다. 숨바꼭질 하다가 술래가 누굴 발견했을 때, “메롱!”하는 경우보다는 “잡았다, 찾았다!”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I('ve) got you.”를 줄인 말이다

p.20 '초컬렛'이 영어로는 'candy bar'
영어로 candy는 모든 과자류의 총칭이다. 정확히 '초컬렛바'를 말하고자 할 때의 영어는 'chocolate bar (a bar of chocolate)'이다. "과자 줄까?(Want some candy?)" "응, 초컬렛으로 줘(Sure, let me have chocolate.)" "아니, 초컬렛은 없지만 다른 과자는 있어(No, I don't have chocolate, but some other candy.)". 우습지 아니한가?

p.21 'You Reon lily(sic. really)?"를 발음 문제가 아니라 구문이 틀렸다고 하는데,
대화에서는 "You, Reon, really?"가 절대 어색하지 않다.

p.22 선금은 'advance money'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생활에서는 'down pay(ment)'를 훨씬 많이 쓴다

같은 페이지 '김건모 노 개런티 자선 쇼'를 비판하며 'without guarantee'가 정확한 영어라고 함. '김건모 위다웃 개런티 자선 쇼' 이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차라리 '김건모 자선쇼 무료 출연'이나 ‘김건모 돈 안 받고 자선쇼’가 훨씬 낫다. 설사 영어로 쓴다 해도 'no guarantee show'가 'without guarantee show'보다 못한 표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p.33부터 몇 페이지에 걸쳐 ~pia를 장황하게 비판.
여기서 저자가 비판하고 있는 것은 ‘gamepia’라는 단어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영어권에서는 다들 ‘gametopia’라고 옳게 쓰고 있고, 검색에 뜨는 ‘gamepia’라는 사이트를 확인해보면 한국 사이트가 많다는 점에서, 사실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한국 사이트를 위한 변명을 해보자면, 영어의 단어형성법에 'misanalysis(오류분석법)'이란 것이 있다. 즉 'alcohol+ic'을 어감 때문에 고의로 'alco+holic'으로 오류 분석하여 'work'란 단어 뒤에 붙여 'workholic'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한국 사이트들이 이것까지 알고 고의로 ‘오류분석’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기왕에 영어 어법에 그런 것이 있으니 만큼 너무 심하게 욕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p.42 해설자를 영어로 'color announcer'
필자로서는 도대체 들어본 적이 없는 표현. (방송의) 해설자는 영어로 'commentator'라 한다. 아무리 영어 사전 뒤져야 color announcer라는 말은 없고(나중에 어떤 방송용어 glossary 한 군데에서 발견했다) 대신 어떤  영어사전 한 군데(www.infoplease.com)에서 colorcaster(이 말은 영한사전에도 나온다)와  color commentator라는 단어는 찾았다. 그러나 필자가 즐겨보는 외국 스포츠 중계 방송에서는 host('프로그램의 주인'. 우리로 치면 아나운서 또는 캐스터), commentator라는 말을 쓰는 것 외에는 다른 말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Arnold Palmer가 운영하는 The Golf Channel 보시면, field commentator(몇 홀씩 책임지고 코스 현장에서 해설하는 사람)이란 표현도 있고, FOX TV의 미식축구 중계화면에서는 화면의 해설자들 밑에 commentators라는 자막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commentator라는 말은 꼭 스포츠 해설자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방송 해설자'를 다 가리키지만, sports commentator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commentator라는 단어를 더 즐겨 쓴다.

p.47 '꿈'은 꼭 복수형으로 써야 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 dream은 보통 가산명사일 뿐이다. 문맥에 따라 단수도 되고 복수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꿈 꿔!”는 “Sweet dreams!(앞으로 계속 좋은 꿈 꾸라는 뜻)”라고 해도 되지만 “Have a happy dream tonight!(오늘 밤 좋은 꿈 꿔)”이란 말을 써도 되는 것이다. 저자 주장대로면 마틴 루터 킹의 유명한 'I have a dream'이란 연설 제목이 틀렸다는 건가? 같은 제목의 Abba의 노래도 있었다.

p.56부터 몇 페이지에 걸쳐 우리가 '환경적'이란 의미로 'green'이란 단어를 쓴다고 비판하지만, ‘green’에는 ‘푸른, 녹색의; 미숙한, 풋내기의; 풋풋한’ 외에도 ‘친환경적’이란 의미도 벌써 생겼다. 언어는 계속 변하는 법이다. 의심 나면 영영사전을 찾아보시기 바란다(영어사전을 몽땅 한 군데 모아놓은 사이트 http://onelook.com를 이용하시면 된다.) 여기 보면 여러 군데 사전에서  'green'의 한 뜻으로 "environmentally sound or beneficial"이라 설명하고,  예로 'green computer'를 든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주장대로라면 세계적인 친환경 단체 ‘Green Peace’는 ‘미숙한 평화’라는 뜻 외로는 번역할 수 없다는 말인가? (말을 하고 보니 ‘미숙한 평화’란 말도 유의 적절한 말인 것 같다.) 독일의 '녹색당'은 '미숙한 무리'들인가?

p.59 'carrier'는 항공모함인데 '그릇'의 의미로 썼다고 비판
'carrier'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첫째 의미가 'a person or thing that carries(지참자, 운반자 또는 운반용기)'로 되어 있다. 그 다음이 (aircraft) carrier(항공모함)이란 뜻일 것이다.

p.61 'grip'은 '이미 손으로 무엇을 꽉 잡은 상태'를 말하는 데 '그립 잡는다' 했다고 비판
반론: 'grip'에 '핸들 즉 쥐는 자루'의 뜻이 있다는 것을 모르나 보다. 배드민턴 채(라켓)의 밑둥치 부분을 그럼 뭐라 해야 되나? 즉 ‘grip a grip(그립을 잡다)’이란 표현은 동족 목적어로 영어에서 성립한다.

p.71 'tackle'은 동사인데 '나이스 태클'은 형용사가 동사를 수식하는 무식한 표현이라며 'tackling'이란 동명사를 쓰든지 'nicely tackle', 'tackle nicely'로 해야 된다며 미식축구를 예로 들며 강변.
반론: 미국프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www.nfl.com)의 통계자료에 나오는 수비수들의 'tackles'란 항목(웬 동사에 –s? 3인칭 단수 현재형인가?)은 그럼 뭔가? 이 태클을 주로 하는 수비수 명칭이 '(left or right tackle) LT, RT'라는데, 미국사람은 제 나라 말도 못하나 보다. 뒤에도 비슷한 말 나오는 걸로 보아 영어에서 중요한 내용어는 대개 명사, 동사, 형용사 등 여러 품사로 겸용되는 수가 많다는 것, 한 단어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는데 왜 그런지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원래 여기까지 쓴 것인데, 필자가 악의적으로 저자를 왜곡, 비방한다니까 조금 더 써보겠다. 만일 이 글이 저자에 대한 악의적 공격이라면, 이 책 900페이지에 걸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전 국민에 대한 냉소와 빈정거림은 도대체 무엇이라 해야 하나? )

p.82 called game
저자: ‘연기된 게임’의 올바른 표현은 ‘called-off game’이라야지 왜 ‘off’를 잘라버려 심지어 어떤 사전에까지 수록되게 했나?
반론: 우선 'call off''란 숙어의 뜻은 '취소하다(cancel)'이지 '연기하다(delay= put off)가 아니다. ‘called game’이란 게임의 정규 이닝을 다 끝내지는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예를 들어 5회 종료 이후에 비가 온다든지, 아마야구에서 가끔 나오듯이 7회 종료 시 점수차이가 몇 점 이상이라든지)이 발생했을 때 그것으로 경기를 종료하는 경우 쓰는 용어이지, ‘연기된 게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연기된 게임(언제든 속개해야 하는 일시중단 경기)’은 ‘(a) suspended game’ 이고, 이 용어는 “We called it a game.(그 걸로 게임 끝났어)”라는 데서 나온 용어로 적법하다. 이 표현을 쓰는 우리나라 신문 스포츠 기자들을 아주 무식한 사람으로 몰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리 자주 나오는 현상은 아니지만, 다음 예를 보라.
... Morales' hit lifts Sharks in called game. Monday, May 26, 2003 ... the Pennsylvania Road Warriors Sunday in a game that was called after 6 1/2 innings due to rain ...
(www.southjerseynews.com/issues/may/s052603c.htm)

p. 85 영화 The Thin Red Line(가늘고 붉은 선)
여기 다른 서평에서 필자가 쓴 글로 평을 대신하겠다

‘가짜영어 사전(안정효, 서울, 현암사, 2000)’ 54페이지에는 이렇게 정당하게 써 있다. “( ~ 과 같은 아는) 단어를 만나면 자신이 아는 제한된 의미만 가지고 무작정 해석을 하려 덤비지 말고, 문맥이나 흐름에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구석이 보이면 사전을 찾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모든 단어에는 우리들이 아직 알지 못하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저자 자신은 그 뒤 85페이지에서 영화제목 “The Thin Red Line”을 괄호로 (가늘고 붉은 선)이라고 친절하게 주석을 달았다. 단어 해석으로는 틀린 말은 없지만 역시 사전을 찾아보면(민중서림 엣센스 영한사전 제6판 p.1346 line 항목, 현재 판인 제9판에는 p. 1610), ‘공격에 굴하지 않는 용감한 소수자’라고 되어 있고, 필자가 알아본 바, 그 어원은 다음과 같다.

The Thin Red Line (1854 battle)

The Thin Red Line was a famous military action by the 93rd (Highland) Regiment during the Crimean War. The 93rd, led by Sir Colin Campbell, took part in actions at Alma and Sevastopol before routing a Russian cavalry charge on October 24, 1854, at Balaklava.

The Russian force of 25,000 rode down the road to Balaklava. It was countered, in part, by a clash with the British Heavy Cavalry, who charged uphill, led by the apparently fearless Sir James Scarlett. The rest of the Russian force went on to charge the 93rd.

Campbell is said to have told his men, "There is no retreat from here, men. You must die where you stand." Sir Colin's aide John Scott is said to have replied, "Aye, Sir Colin. If needs be, we'll do that." Campbell formed the 93rd into a line two deep --- the "thin red line" --- and had the regiment wait until very close quarters before the first line fired. The Russians continued to advance, and Campbell had his men wait until no more than 500 yards lay between the Highlanders and the charging Russians to fire the second volley. This broke the Russian charge. At that, some of the Highlanders started forward for a cavalry charge, but Sir Colin stopped them with a cry of "93rd, damn all that eagerness!"

It was the London Times correspondent, William H. Russell, who wrote that he could see nothing between the charging Russians and the British base of operations at Balaklava but the "thin red streak tipped with a line of steel" of the 93rd. Popularly condensed into "the thin red line", the phrase became a symbol, rightly or wrongly, for British sang-froid in battle. (www.nationmaster.com/encyclopedia/The-Thin-Red-Line(1854-battle)

p. 101 다이어리
저자: 우리가 연말 연시에 길에서 보는, 보통 다이어리(diary)라고 부르는 것은 일기장이 아니므로(연간 생활계획표 같은 것이니까) ‘date book’이라고 해야 한다.
반론: 아마존(www.amazon.com)같은 데서 ‘diary’ 한 번 검색해보라. 지금은 연중이어서 많진 않지만, ‘안네의 일기’같은 것 말고도 지금 말하는 연간 생활계획표 비슷한 것(사실 많이 쓰이는 영어 용어는 organizer, journal, journal book 등일 것이다. 요즘에야 생활계획표 planner, 일기장 diary, 약속비망록 date book or appoinment book 등을 다 합쳐서 하나로 나오니까 organizer라는 표현을 제일 많이 쓴다.)도 다 뜬다. 지난 연말에는 엄청 많았다!

p.114 documentarist
저자: documentarian(다큐멘터리 기법을 주장하는 사람)이란 말은 있어도 documentarist라는 말은 없다.
반론: 필자가 찾아본 어떤 영어사전에도 'documentarist = documentarian'이었다.

p. 118 더블 크라임
저자: 원래 영화 제목이 ‘Double Jeopardy’인데 ‘jeopardy(위기)’라는 단어가 너무 어려우므로 뽑아 버리고 ‘크라임’으로 바꿔 ‘곱빼기 범죄’로 만드는 무책임한 짓을 했다.
반론: ‘double jeopardy’가 미국 인기 퀴즈 쇼 제목이란 것도 아는 저자도 이런 무책임한 실수를 하기는 마찬가지. 이 말은 단순히 ‘이중의 위기’이란 뜻이 아니다. ‘같은 범죄로 두 번 처벌할 수 없다’ 즉, 법률용어로 ‘일사부재리’(앞에 prohibition against가 붙어야 정식이지만 생략하고도 쓴다)란 말이다. 이 말은 미국 헌법의 제5 수정조항(Fifth Amendment)에서 나온 말이다. 필자 기억이 맞다면 여자 주인공은 이걸 이용해서 자기를 감옥에 가둔 전 남편에게 복수하는, 다시 말해 ‘이중의 범죄(사실 앞의 것은 범죄가 아니였지만)’를 노리는 것이다. ‘일사부재리’란 영화제목으로는 너무 어렵지 않겠는가? 한국어로 해도 '이중 위기'보다는 '이중 범죄' 쪽이 낫겠다.

p.119 더블 플레이
저자: 야구에서 ‘double play’는 '곱배기로 놀고 앉아 있다'는 뜻으로 서양인이 알아듣지 못하는 이상한 동양 영어이며 , 정확한 용어는 'get tow'이다.   

반론: 아, 필자 어렸을 적에 모르고 썼던 (순전히 일본식 야구용어) ‘겟 투’(‘겟 쓰리’라는 말도 썼었다)라는 추억의 용어를 여기서 듣게 되는구나. 요즈음 한국에도 메이저 리그 팬이 많으니까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완전히 앞 뒤가 바뀐 지적. 순전히 실수로 보기에는 '곱배기로 놀고 앉았다'는 표현이 너무 거슬린다.
(참고로, 영어에도 ‘Get two’라는 표현은 있지만 뒤에 ‘ ~ , second one free (또는 50%)’가 붙어 ‘두 개 사면 그 중 하나 공짜(또는 50%)’라는 상점들의 슬로건이다. 주의할 것은 이 때 'second one'은 내 마음대로 둘 중 비싼 것이 'second one'라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둘 중 낮은 가격의 물건을 말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같은 가격의 물건 두 개를 사야 가장 이득이다.)

p.120 데드 볼
저자:  볼이 네 번 나거나, 포수(? 이것은 투수의 오타로 보인다)가 던진 공이 몸에 맞아 공격 선수가 그냥 1루로 진루를 하는 것은 ‘죽은 공’이 아니라 ‘a walk’라고 한다.
반론: 메이저 리그 야구에 익숙하신 분들은 잘 아실 것이고, 요즘 국내 야구경기에서도 앞의 포볼(四球)는 "a walk"가 맞지만, 뒤의 데드볼(死球)는 ‘hit by a pitched ball 또는 hit by pitch’라는 정확한 표현을 쓸 것이다.

p.121 데모
저자: 군중 시위는 ‘demo’나 그 원말인 ‘demonstration’이 아니라 ‘rally, picketing, riot, march’라고 해야 맞다.
반론: demo는 일본식 잘라먹은 말이란 것은 인정하지만, 시위란 뜻으로 ‘demonstration’이란 말은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필자에게 이메일로 배달된 최근 New York Times 인터넷판에서 나온 아래 문장을 보기 바란다.

“Iraq Government Considers Using Emergency Rule By DEXTER FILKINS and SOMINI SENGUPTA
Iraq's new government might impose a state of emergency that could involve curfews and a ban on public demonstrations.”


p.131 드루 패스
저자: ‘through pass’는 영어가 아니고(어순을 바꿔 pass through라고 하면 억지로 뜻이 통하겠지만), ‘wall pass’라고 해야 한다.
반론: 첫째, through의 품사는 부사가 다가 아니다. ‘전치사, 형용사’로도 쓰인다. 따라서 ‘through pass’에서 ‘pass’는 명사이므로 적법한 어순이다. 저자 주장대로 축구 중계에서 pass를 동사로 through를 부사로 쓰려면, " Beckham  passes through to Owen."식으로 3인칭 현재를 나타내는 '-es"가 붙어야 맞다. 중계방송은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현재 상황은 단순현재 시제, 지나간 상황에 대해서는 과거시제인 'passed'를 쓰든지 하니까, 동사의 원형을 쓴 'pass through'라는 표현은 오히려 비문법적인 것이다. 또 중계방송은 특성상 주어, 동사 생략하고 명사, 형용사, 감탄사만 쓰는 경우도 많다. 둘째, ‘wall pass’와 ‘through pass’는 다른 개념이다. ‘누구와 공을 주고 받으면서(마치 벽에 공을 차서 튀어 나오는 공을 받는 것처럼)’ 적 수비수 대형을 돌파하면 ‘wall pass’이지만, 내가 누구한테 패스하고 다시 받는 것이 아닌 경우는 무어라 할 것인가? 즉, 나는 수비수 대형 뒤로 뛰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즉, 직전에 내가 패스해 준 사람이 아닌 동료가) 수비수 사이로 길게 찔러주어 돌파를 노린다면 이 것은 무어라 할 것인가?

p.132 드림 페어
저자: 바둑 대회 현수막에 ‘children’s dream pair match’라는 썼는데, ‘pair’가 ‘짝짓기’란 뜻으로 들린다며, 아무 용어에나 dream 붙인다고 되느냐? 골프에서는 2인조로 나누어 4명이 하는 경기를 ‘pair match’가 아닌 ‘foursome’이라고 한다.
반론: 왜 바둑 이야기에 골프 용어가 나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레슬링에서는 ‘태그 매치(tag match)’라고 하던데…. 한국 기원 사이트(www.baduk.or.kr)나 일본의 유명 바둑 사이트(www.gobase.org)에 가 보면, 바둑의 연기(連棋)(2:2 게임)를 영문 ‘pair’로 쓰고 있고, 영국의 바둑 사이트에 가 보니까 이런 대회 명칭도 있었다 - "The Pair Go(바둑의 일본 이름) Championship". 그럼 영국의 연기 바둑은 "짝지어 놀러 가는 것"인가? ‘연기 바둑 대회’를 ‘pair match’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한 말이다. 바둑 국외자이면 바둑계에 물어봐야지, 혼자만의 영어 지식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을 무어라 해석해야 되나?


필자의 시간 문제상 더 이상 쓰지 않고 줄이는 점 이해 바란다. 이런 논란을 싹 없애려면 저자가 수정판을 내든지 정오표를 내든지 해야 마땅할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서평에서 보면 알겠지만 위와 같은 내용을 끝도 없이 중언부언하며 신랄하게 비꼬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공정하게 말해 지적한 내용 중 맞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권위 있는 번역가’가 ‘사전’이름을 달고 "온 국민이 글렀다'고 출판한 책에 이렇게 틀린 부분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실망과 경악을 금치 못하겠으며,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신랄한 풍자 뒤에는 누가 뭐래도 이땅 언중에 대한 경멸감(또는 다시 말해 언어적 사대주의)가 숨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우리말을 두고 외국어를 남용하는 것이 언어적 사대주의라면, 외국어와 외래어의 구분을 아예 무시하고, 외래어조차 "외국어 그대로 발음하고 쓰지 않는다"고 비아냥대며 냉소로 일관하는 것, 또 내가 아는 영어만이 옳다고 근거 없이 남을 비하하는 것 역시 비틀린 형태의 언어적 사대주의에 불과할 따름이다.

외국어는 가급적 우리의 일상 언어 사용에서 배제하는 것이 맞겠지만, 외래어는 단순히 비난의 대상만이 될 수 없다. 외래어는 어떤 경로로든 이미 우리말화 되어 있는 말이라고 하겠다. 외국어의 차용과 변용은 모든 언어에 있어서 상식이다. 사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이미 외래어가 된 돈까스, 라벨, 라텍스, 레미콘, 바운드, 파마 ...  등 숱한 말에 대한 비난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외래어조차 비난하고 외국어 그대로 쓰자고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올바른 국어 사용’에 도움이 된다는 건지, 필자로서는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어와 외래어는 구분이 애매할 때도 있다는 점,  외래어라도 가능하면 좋은 우리말로 바꾸어 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 또 우리의 경우는 직접 외국이 아니라 일본이 만든 "倭來語"를 들여오는 것 때문에 뜻과 발음에서 왜곡이 심한 문제가 있다는 점은 필자도 알고 있지만, 여기에 관한 상세한 언급은 지금 서평의 범위를 넘기 때문에 생략하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외국어와 외래어를 구분하는 우선 쉬운 방법은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것이다. 당연히 외국어는 없지만, 외래어는 어디서 온 말인지, 어떤 뜻으로 쓰이는지 다 설명이 나와 있다. 이 외래어의 자세한 어원을 밝혀두는 것이야 의미가 있겠지만, 외래어를 그 어원대로 쓰지 않는다고 국민을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우리말 외래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자말을 왜 중국식으로 쓰고 발음하지 않느냐고 따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영어발음 교과서가 아닌 책이, 우리 말과 다른, 우리말에 없는 발음 문제-예를 들어 th나 l, r 같은-까지 들고 나와 비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도를 넘은 것으로 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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