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척 길벗어린이 문학
우메다 슌사코 글, 우메다 요시코 그림, 송영숙 옮김 / 길벗어린이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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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가다가 뜻하지 않게 좋은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어제 언니 집에 갔다가 조카가 보지 않는 책을 왕창 쓸어오는 중에 그래도 또 줄거 없냐고 자꾸자꾸 물어보니, 이 책 한 권을 던져 준다.

'모르는 척'이라? 뭘 모르는 척 한다는 거지? 출판사도 이름있는 곳이네.

짧게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우리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에 대출 살펴 보려고. 그런데 5살 우리 아이에게 읽어 줄 책은 분명 아니었고.

학급문고 책으로 쏙 집어 넣었다.

차별, 왕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왕따의 피해자, 왕따의 가해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면서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 못하는 대부분의 아이들! (그 이유는 자신도 똑같이 왕따를 당할 것 같기 때문이라지?)에게 이 책 한 권이 던져주는 의미는 엄청나리라 생각된다.

내가 주저리 주저리 왕따가 나쁘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고 읊어 보아도 알게 모르게 발생하는 사소한 다툼과는 차원이 조금 다른 그런 이상한 기류가 교실에서 느껴질 때가 있다. 얼마 전 우리 반에서도 아주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한 친구에게 나쁘게 한 것을 다른 친구가 보고 내게 말을 해서 나름대로 타일러 보고, 반성문도 쓰고, 부모님 상담도 하고, 왕따 관련 책도 읽히면서 아이들 전체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러한 문제는 상당히 심각해 지리라 생각된다. 혼자서는 못할 일도 여럿이 하면 용기를 내어 과감해지기도 하는 것이 아이들인지라, 지도가 무척이나 어렵다.

포장마차 할아버지가 중학생에게 두드려 맞고 있는 한 학생(그 아이는 돈짱을 괴롭혔던 와라가세였다. 여기서 우리는 폭력의 가해자가 곧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되겠다.)을 구하려고 아이들을 말리고 쫓아내었다가 포장마차가 완전히 부서지는 일을 당하고 만다. 야라가세 일당에게 당하는 돈짱을 보고도 모르는 척 했던 주인공에게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 하신다.

"사람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걸 보고 모르는 척하면 안 되지, 그러면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아."

"하지만 그 대신 이 모양이 됐잖아요......"

"그렇다고 해도 역시 모르는 척해서는 안 되는 거야. 마음 속에 간직한 등불이 꺼져 버리면 어떻게 되겠니?"하고 말씀 하신다.

괴롭힘을 당하던 돈짱은 학예회 무대에서 와라가세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고는 전학을 가고,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주인공은 졸업식을 하면서 학교를 떠나기 전 모두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용기가 없어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도, 모르는 척하고..."

"친구는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전학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데... 이대로 모르는 척하면서 졸업을 하게 되는 게... 이런 기분을 가지고 중학생이 되는 게 싫어서... 그래서..."

그리고 끝! 그러나 나한테는 시작! 이라는 마무리도 인상적이다.

한 페이지의 글 분량은 짧으나 219쪽으로 끝나니 제법 읽을 거리가 있고, 그림 또한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돌려보면서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오늘 아이들에게 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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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숨쉬는 자연 산 - 어린이를 위한 갈리마르 생태 환경 교실 1
르네 메틀러 글.그림, 김희경 옮김 / 키다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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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복한 아침독서의 도서증정행사로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책을 기증해 준 키다리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이전에 받은 미용사 레옹의 행복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 또한 깊은 재미가 있다.

사실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그런데, 기대 하지 않은 것이 미안할 정도로 배울점이 많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궁금했지만, 찾아보는 걸 게을리 했던 사실들을 책에서 자세히 안내 해 주었고, 전체 그림 속에서 숨은 그림 찾듯이 동물과 식물들을 찾아 나가도록 짜여진 구성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산에 있는 무수한 생명체들을 이 한 권의 책에 어찌 다 옮길 수 있을까마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호기심을 자극해 주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 잘 짜여져 있고, 또 기본적인 용어 설명이 따로 되어 있고, 찾아보기를 통해 필요한 동식물을 다시 되돌아 살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책의 내용과 관련있는 초등학교 교과 단원까지 자세히 제시 되어 있어, 관련교과를 학습하면서 참고 도서로 아이들에게 제시 해 보면 참 좋을 듯하다.

대학 시절 교수님께서 시계를 가지고 나침반을 대신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 내용이 잘 기억 나지 않아 항상 궁금했었는데, 그 방법도 안내가 되어 있었고, 소나무과에 속하는 전나무와 가문비 나무를 구과가 잎에 달려있는 모습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 하루살이의 생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또 낙엽송의 정의도 알게 되었다.

1. 시계를 이용하여 남쪽 찾기

-시계의 작은 바늘(시침)을 태양과 일치하게 평평한 곳에 두면 12시와 시침이 이루는 각의 가운데 부분이 남쪽이 된다. 흐린 날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아이들과 나침반을 이용하여 공부할 경우 이것에 대해 한 번쯤 설명해 주는 것도 좋겠다.

2.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구분하기

-전나무는 구과가 위를 향하고 있고, 가문비 나무는 구과가 아래를 향하고 있다.

3. 하루살이

하루살이의 생명은 보통 1~3일이다. 다 자란 하루살이 성충은 오랫동안 물 속에서의 애벌레 생활을 마치고 뭍으로 나와 날아다니는데 성충은 입이 퇴화하여 먹이도 먹지 않는다. 뭍에서의 짧은 생애는 오직 번식을 위한 것이며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으면 곧 죽게 된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으며 2000종 이상이 알려져 있다.

4. 낙엽송

낙엽송은 특별한 침엽수다. 대부분의 침엽수가 사시사철 푸르고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과 달리 활엽수처럼 가을이 되면 잎사귀가 떨어져 낙엽이 된다.  

자세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간단한 설명들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과학분야에 관심이 있는 친구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권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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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왕집중 초승달문고 6
전경남 지음, 김용연 그림 / 문학동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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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 주기 위해 교사가 재미있는 아이들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간혹 나보다 먼저 책을 읽은 아이들의 입에서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책을 펴 드는 경우가 있다.

이 책도 그러한 책 중의 하나다. 신통방통 왕집중이라는 약은 도대체 어떤 약일까?

책을 펼쳐들고 읽고 보니 아이들이 언뜻 얘기했던 줄거리와 사뭇 다르다. 차례를 다시 살펴보니 이 책은 전경남의 단편 동화집이고, 책 제목인 신통방통왕집중은 제일 뒤에 나온다.

다른 아이들과 조금은 다른 <5월 5일>을 보내야 하는 주인공 진석이의 이야기

일요일날 유난히 일찍 일어나 엄마, 아빠를 깨워 보지만 쉽지 않아 집을 나섰다가 뒤로 걷게 되는 강민기의 이야기 <뒤로 걸은 날>

학원 가기 싫은 맘에 괜히 쥐 핑계를 대어 보고 쥐잡기 대작전에 나섰지만, 왠지 그 쥐가 불쌍하게 여겨지기 시작하고, 쥐가 쓴 글인 듯한 '살려 줘, 제발'과 '힘내.'라는 글을 읽은 준환이의 이야기 <살려 줘, 제발>

그리고, 산만한 동우를 위해 신통방통 왕집중 약을 샀다가 그걸 눈치 챈 동우가 엄마의 다른 약통의 약과 바꿔치기 하는 바람에 엄마가 약을 먹고 동우가 외치는 "왕집중."주문에 꼼짝 못하고 움직여서 예전의 엄마 같지 않은, 엄마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다.

글을 잘 쓰는 재주를 가진 사람은 참 좋겠다. 그리고 그 글 속에 유머와 절제된 압축미를 함께 가질 수 있는 전경남 같은 작가는 참 좋겠다.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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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는 달라요
수 로우슨 지음, 캐롤라인 마젤 그림, 권수현 옮김 / 봄봄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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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내는 출판사 봄봄에서 나온 <우리 할머니는 달라요>를 읽었다.

맛있는 스폰지 케이크를 만드시는 소피네 할머니, 빨간 립스틱을 바르시는 마이클네 할머니, 멋진 모자를 쓰고 축구장에 가서 응원을 하시는 존티네 할머니, 꽃집 차를 운전하시는 래피네 할머니, 정원에서 일을 하시는 크리스네 할머니, 주말이면 뜨개질을 하시는 앨리스네 할머니, 캠핑카로 여행을 다시시며 엽서를 보내주시는 로지네 할머니, 시내에 화랑을 갖고 계시는 롤리네 할머니... 이런 친구들의 할머니를 하나씩 소개하면서 반복되는 '그렇지만 우리 할머니는 달라요'라는 말은 우울한 톤의 수채화와 함께 마음을 아리게 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자기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시지만, 나는 할머니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하는 마지막 부분에서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시지만, 그렇게 많이 불행하시지는 않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아주 오래전에 중풍과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나의 외할머니를 떠올려본다. 이 글의 아이가 그 때 내 나이쯤 되지 않았을까 하면서... 그리고 건강하게 사셔야겠지만, 나의 부모님이든, 시부모님이든 아이의 할머니처럼 아프다면 나는 과연 그분들을 잘 돌봐 드릴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많이 자신없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건강하시면 참 좋겠다는 큰 소망을 가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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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학교 가자
안 부앵 지음, 오렐리아 프롱티 그림, 선선 옮김, 상드린.알랭 모레노 사진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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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사고 싶었던 책이었다.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를 반복하면서 갈등을 하였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좋은 책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리고 이 돈이면 학급문고 3~4권은 더 살 수 있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어 갈등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아침독서추진본부로부터 이 책을 기증 받았다. 푸른숲 출판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을 보며 좋았던 부분은

1. 각 대륙별로 지도가 잘 나와 있고, 나라의 위치와 나라의 수도를 한 번 살펴 볼 기회가 있다는 것.

2. 말과 속담이라는 부분에서 좋은 글귀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

3. 본문으로 들어가면 각 나라의 국기가 그려져 있어서 한 번 더 주의깊게 살펴 볼 수 있었던 점.

4. 어려운 단어에서 아이들이 막히지 않게 친절하게 뜻풀이를 잘 해 놓은 점.

5. 사진을 통해 세계 속의 학교의 모습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어느 곳이나 학교라는 공간이 소중한 것은 같지만 때로 어떤 나라의 학교들은 학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작가는 말한다.  가령 빈곤에 시달리는 나라의 어느 학교는 아이들에게 끼니를 해결해 주는 복지의 공간이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의 어느 학교는 잠시 머무를 수 있는 평화의 오아시스이며 남녀 차별 문화가 남아있는 나라의 어느 학교는 억눌린 꿈을 풀어 놓을 수 있는 해방의 공간이라는 말. 그러면서 어느 나라의 학교든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열린 문과 같은 곳이라는 작가의 말이 무척 인상적이다.

가난한 나라의 학교들이 걸어가고 있는 학교의 모습이 예전의 우리 나라가 거쳐 온 학교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주고 싶고, 세상에는 배움에 목말라 하는 많은 이들과 어떠한 환경에서도 배워보려고 애쓰는 너희 또래의 친구들이 있노라 얘기하면서 우리가 누리는 호사에 대해서 오늘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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