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대를 사랑합니다 1~3권 세트 - 전3권
강풀 글.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어른에 대한 공경이 박해지는 세상이다.
옛 이야기의 고려장을 보면서 세상에나~~~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나 또한 어른들께 대한 마음이 이 책에 나오는 장군봉, 조순이 부부의 자식들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양심이 찔렸다.
바쁘다는 핑계로 시어머님께 안부 전화도 하지 않지만, 사실은 마음이 부족했던 거 아니겠는가!
지고지순한 노년의 사랑에 눈시울 붉히기에 앞서 자식 된 도리를 다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 자신이 오버랩 되어 버렸다.
또한 홀로 사는 독거 노인들에 대한 아련함에 가슴이 아팠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어렵지만 혜택받지 못하고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니 또 가슴이 아린다.
그리고 또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아프지만 병원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슬프기도 하다.
이 책에는 두 쌍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가진 거 없이 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면서 떠나는 장군봉, 조순이 부부의 이야기다.
치매에 걸린 아내가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이른 새벽 출근하면서 대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는 장군봉 할아버지는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주차장 관리 요원으로 일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영 예의가 없는 것이 보는 내가 속상하다.
아내가 혈변을 보는데도 색약과 노안이 겹쳐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병을 더욱 키우게 된다.
치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깊어졌을 때, 김만석 할아버지와 송이뿐 할머니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병원에 간다.
치료를 하려면 돈도 많이 드는데, 그럴 돈도 없다. 늦기도 너무 늦었다.
아내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기 위해 두 손을 꼭 잡고 죽음을 선택한 후 마지막 뒷정리를 김만석 할아버지에게 부탁한다.
송씨 할머니는 시골 생활을 벗어나려고 동네 오빠 손을 잡고 서울로 도망오지만,
서울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술을 먹기 시작한 남편은 폭력까지 행사하고
딸도 저 세상으로 보내고 만다.
의지할 곳 없는 세상에서 막막한 세월을 살아낸 그녀에게 따뜻한 사랑이 찾아온다.
그 사랑은 이름없는 그녀에게 송이뿐이라는 이름도 만들어 주고, 생활지원금도 받게 해 준다.
그의 이름은 김만석.
김만석 할아버지는 우리 옛날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다.
평생 함께 살아온 아내가 죽어서야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며 눈물 짓는다.
아내를 보낸 후 고물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 배달을 시작하는데,
그러다가 폐지를 주워다 팔아 생활하는 송이뿐 할머니를 만나게 되는거다.
애정표현이 서툰 그가 송이뿐 할머니에게 자신의 마음을 하나씩 드러내는 모습은 하나하나가 찡하다.
네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상을 살아내는 모습이 가슴 아프고
그들이 함께 가꾸어 가는 사랑이 눈물겹게 진지하다.
요즘은 세월이 참 빨리 가는구나.
아이들이 참 빨리 크는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나도 금세 노인이 되겠구나! 하는 것까지.
세상을 살면 살수록 어떻게 살아야 할까하는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아름다운 노년을 살아내리라.
사랑하며 살리라. 생각해 본다.
그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