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었고 선거도 끝났다. 어딘서가 꽃이 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등처럼 환한 목련의 꽃잎이 떨어지고 있다고 누군가 내게 전했다. 나는 아직 꽃을 보지 못했다. 아파트 단지에는 꽃이 피지 않았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작년과 비교하면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기에 길 가에 핀 꽃을 마주할 날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베란다에 작은 화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만 주면 잘 자라는 난을 비롯해 올 초 우리집에 들어온 작은 녀석들이 제법 잘 자라고 있어 기쁘다.

 

 아, 선물받은 난에 꽃이 있긴 하다. 노란(아니 선명한 노랑이 아닌 맑은 노랑) 꽃잎이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 꽃이 있다. 고운 자주빛의 히아신스의 꽃도 사라진지 오래다. 내년까지 잘 살아줘서 그 빛을 다시 보여주면 좋겠다. 그래도 나는 아직 이 봄을 노래하는 어떤 꽃도 보지 못했다. 악수하자고 손을 내미는 개나리, 수줍은 분홍 진달래, 고고한 목련을 보고 싶다.

 

 꽃 대신 책을 만나야 할 봄일까. 맨부커상 수상작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퓰리처 상 수상작인 <깡패단의 방문>, 극명한 고독을 만날 수 있을 듯한 <소수의 고독>, 성장소설로 알고 있는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인 <와일드 펀치>, 김제동의 결혼 비용으로 쓸 꺼라는 <김제동이 어깨동무를 합니다>를 곁에 두었다.

 

 

 

 

 

 

 

 

 

 

 

 

 

 

 

 

 

 

 

 

 

 

 

 

 

 

 

 

 

 

 

 

 아직 곁에 두지는 못했지만, 읽고 싶은 시집도 많다. 장석주의 <오랫동안>, 하재연의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임현정의 <꼭 같이 사는 것처럼> 그리고 곧 나올 2008년 등단한 시인 이은규의 첫 시집 <다정한 호칭>이다.

 

 

 

 

 

 

 

 

 

 

 

 

 

 

 

 

 

 

 

 

 

 

 

 

  어디선가 꽃은 지고 봄날은 이렇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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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3 0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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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3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년이 지났고, 2012년이 되었다. 벌써 넷째날이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읽었던 책, 리뷰를 쓴 책에 대한 기록이다. 2011년에 읽고 리뷰를 쓴 책은 125권이란다. 알라딘이 아닌 (알라딘에서도 그런 통계가 있을지도 모르다. 허나 나는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모른다. 구매 목록을 찾는 일도 한참 걸리니 말 다했다) 모 서점에서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한 달에 10권 정도 읽은 셈이다.

 

 한국문학을 주로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목록을 살펴보니 그렇지도 않다. 내 마음에 우선적으로 한국문학이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간은 언제나 내 책 읽기보다 앞선다. 해마다 새로운 작가가 나오니 더욱 그렇다. 거기다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분야에 대한 책에도 눈이 가고 혹시나 해서 참여하지만 역시나로 돌아오는 리뷰 대회에 대한 미련도 버리지 못한다.

 

 2011년의 첫 책은 <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였고,

 

 

 

 

 

 

 

 

 

 

 

 

 

 

 

 

 

 

 

 

 

 

 

 

 

 

 

 

 

 

 

 

 

 

 

 

 

 

 

 

 

 

 

 

 

 

 

 

 

 

 

 

 

 

 

 

 

 

 

 

 

 

 

 

 

 

 

 

 

 

 

 

 

 

 

 

 

 

 

 

 

 

 

 

 

 

 

 

 

 

 

 

 

 

 

 

 

 

 

 

 

 

 

 

 

 

 

 

 

 

 

 

 

 

 

 

 

 

 

 

 

 

 

 

 

 

 

 

 

 

 

 

 

 

 

 

 

 

 

 

 

 

 

 

 

 

 

 

 

 

 

 

 

 

 

 

 

 

 

 

 

 

 

 

 

 

 

 

 

 

 

 

 

 

 

 

 

 

 

 

 

 

 

 

 

 

 

 

 

 

 

 

 

 

 

 

 

 

 

 

 

 

 

 

 

 

 

 

 

 

 

 

 

 

 

 

 

 

 

 

 

 

 

 

 

 

 

 

 

 

 

 

 

 

 

 

 

 

 

 

 

 

 

 

 

 마지막 책은 김미월의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이다.

 

 2012년에는 계획적인 책읽기를 하고 싶은데 어찌될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기록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충동구매보다는 곁에 둔 책을 먼저 읽기를 바란다. 한국문학과 더불어 세계문학, 그리고 시를 읽는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책을 읽고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 좋겠다. 그리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든 말이다.

 

 *늦었지만 이 서재를 다녀가시는 모든 분들께 인사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평온하시길!!

 부족한 이웃이지만 언제나 고마운 나의 이웃님, 올 한해도 마음을 나누고 인연을 이어나가길 바라요. 잘 부탁드립니다.

 

  고. 맙. 습. 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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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은 이틀 남았다.(식상해도 어쩔 수 없다.)그러니까 2011년도 이틀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이번엔 한국문학이 아닌 외국 문학들이다. 소설이거나 산문이거나 그렇다. 이 책들은 어쩌면 당신이 먼저 읽었을지도 모를 책들이다. 유명한 작가의 책들도 있고 낯선 작가의 책들도 있다. 지난 1년 동안 리뷰를 살펴보니 예년에 비해 일본 소설이 많지 않았다. 세계문학을 조금씩 모으고 있다. 개인적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우선 읽지 못하더라도 곁에 두면 언젠가가 읽게 되지 않을까. 영미권 소설이 아닌 다양한 나라들의 문학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책들을 소개하면 이렇다. 잔잔하게 다가온, 그 슬픔이 그 절망이 아름다웠던, 매력적인 문장들로 가득했던 책들이다.

 

 

 

 

 

 

 

 

 

 

 

 

 

 

 

 

 

 

 

 

 

 

 

 

 

 

 

 

 

 

 

 

 

 

 

 언제나 이 책을 말한다. 바로 프리츠 오르트만의 곰스크로 가는 기차』, 엄태웅과 채정안이 주연한 라마도 기억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의자를 갖고 싶다. 우아하고 안락한 의자.  장윈의 『길 위의 시대』, 필립 로스의 『울분』, 하 진의 『멋진 추락』은 이 소설들로 작가와 처음 접했다. 『에브리맨』으로 잘 알려진 필립 로스의 울분은 아주 좋다.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외로운 일상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후지와라 산야의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꽃이 주인공인 렌조 미키히코의 회귀천 정사』와 각기 다른 세대의 여섯 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인 휴스턴의 『여섯 살』. 그리고 아베 코보의『상자 인간』.

 

 이런 소설도 읽었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인 마가렛 애트우드의 『도둑 신부』와 패니 플래그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문학동네 세계문학으로 마리오 바르가스 유사의 『염소의 축제』, 알랭 보통의 『너를 사랑한다는 건』도 즐겁게 만난 소설이다. 2012년의 첫 외국문학으로는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과  하 진의 『기다림』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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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이 사흘 남았다. 2011년도 사흘 남았다.  2012년에 대한 소망 리스트를 적으며 2011년에 바랐던 것들을 찾아 보았다. 내가 소망하는 것들은 작년이나 올해나 그리고 내년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건 큰 소망이 없다거나, 이루지 못할 소망을 갖고 있다거나, 뭐 그렇다. 여튼 소망이 있는 건 좋은 거니까.

 

 2010년에는 내 맘대로 좋은 한국소설이란 제목으로 책을 담았다. 어쩌면 당신이 지나쳤을지도 모를 한국소설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베스트셀러나 누구나 다 유명작가의 소설을 제외한 책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지나쳤거나 몰랐거나 했을 소설이 맞을 것이다.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정유정(7년의 밤), 편혜영(저녁의 구애), 구병모(아가미), 신경숙(모르는 여인들), 김이설(환영), 한강(희랍어 시간), 황석영(낯익은 세상), 한창훈(꽃의 나라)처럼 서점이나 언론에서 오르 내린 소설이 아닌 - (구병모, 신경숙, 한창훈의 소설은 읽지 못했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 김숨의 간과 쓸개, 정용준의 가나, 윤영수의 귀가도, 김도언의 꺼져라, 비둘기, 윤보인의 , 김선재의 그녀가 보인다, 그리고 현재 읽고 있는 김미월의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이다.

 

 

 

 

 

 

 

 

 

 

 

 

 

 

 

 

 

 

 

 

 

 

 

 

 

 

 

 

 

 

 

 

 

 

 

 어떤 작가는 잘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고 어떤 작가는 첫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이유로 주목 받았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올해엔 많이 읽지 못했다. 읽었지만 리뷰를 쓰지 못한 책도 있다. 여튼 나는 이런 책이 좋았다. 물론 위에 거론한 책들도 좋았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작가들은 위에도 있다.

 

 어떤 책은 슬픈 목소리로, 어떤 책은 유쾌한 목소리로, 어떤 책은 산뜻한 목소리로, 어떤 책은 따뜻한 목소리로, 어떤 책은 귀를 귀울여야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접하지 못해 알지 못하는 좋은 소설도 많을 것이다. 내년엔 더 많은 이들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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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기다리지 않았다. 내가 기다렸던 건 비였다. 그러니까 첫눈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내린 오후에 나는 기쁘지 않았다. 설레지도 않았다. 그건 그것들의 형태 때문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 쌓일 수 있는 형질의 것이 아니라 홀연히 사라지는 것들, 그래도 분명 눈이었다. 내가 사는 이곳엔 소설(小雪)에 첫눈이 내린 것이다. 어쨌든 첫눈은 내렸고 바람은 날카로웠다.   
 
 나른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청소기를 돌렸고 보기에 더러운 곳만 대충 걸레질을 했다. 점심엔 계란을 넣은 라면을 먹었고 천정명이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잠깐 보았다. 아파트 관리비와 각종 요금 고지서가 담긴 우편물과 함께 『창작과 비평 겨울호를 받았다. 그러니까 이제 더이상 가을이 아니라 겨울인 것이다. 저녁 밥을 위해 쌀을 씻고 전화를 받지 않은 나 때문에 세 번이나 전화를 한 친구와 통화를 했다. 친구가 사는 곳엔 눈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미용실에 다녀온 일과 김장과 감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문득, 나도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어졌다. 목을 드러낸 아주 짧은 단발 머리를 하면 어떨까.  

 관심 있는 작가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정용준의 『가나』다. 책에 수록된 두 편의 단편은 이미 만났다. 첫눈 내리는 날과 잘 어울리는 표지가 아닌가.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깊은 밤에 마주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괜히 그런 생각이 든다. 『여섯 살』낸시 휴스턴의 작품으로 2006년 페미나수상작이다. 여섯 살의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읽고 있는 셰프의 딸』은 요리에 담긴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책이다.    

 

 

   

 

 

  

 

 

 

 

  

 

 어린 시절 겨울밤엔 광(요즘으로 말하면 다용도실)에 보관해 둔 홍시를 꺼내 먹었다. 가끔 피곤에 찌든 엄마를 졸라 매운 떡볶이를 먹기도 했다. 찐 고구마를 물김치와 함께 먹었고 부엌을 드나들 때마다 차가운 마루 바닥이 싫어 까치발을 들고 큰 걸음으로 다녔다. 밤 하늘엔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들이 가득했다. 그 시절엔 밤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도 많았다. 집 뒤 대숲이 우는 소리를 듣고 싶다. 이제 그 시절, 그 대숲을 다시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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