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슈마허 감독의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다. 이미 뮤지컬과 책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뮤지컬을 통해서 느끼는 생생한 감동은 없었지만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극장 안을 온통 울리던 그 화려한 무대가 잊혀지지 않는다. 2시간여 동안 한 자리에 앉아 있으면 오금이 저려 금새 질릴 수 있는데 2시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매력적인 크리스틴에게 빠져 들었다. 얼굴도 예쁜 배우가 목소리까지 끝내주었다. 게다가 라울과 함께 있을 때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오페라의 유령인 팬텀에 대한 연민에 조금은 가슴이 아팠다.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그. 지하 감옥같은 곳에 갇혀서 살 수밖에 없는 그의 기구한 운명이 그의 광기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을 그에게 크리스틴이라는 아름다운 여성은 하나의 목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끝내 죽이지 못하고 함께 보냈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가끔 사람을 질리게도 만들고 지치게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무덤가에 놓인 검은 리본을 맨 장미 한송이는 여전히 나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의 광기와 집착으로 그녀를 붙잡아 두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였을까. 그녀를 끝까지 지켜주는 것. 그것이 그의 사랑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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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을 만난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우리가 서로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전혀 다른 공간에서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 우리가 만났던 건 너무도 우연한 자리에서였다. 사람들이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내게 운명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신랑을 만난 그날부터 나는 신랑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자꾸만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그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나에겐 오랫동안 만나왔던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 있었으니까. 나는 삼류소설의 주인공처럼 오랫동안 만나왔던 사람과 결국 헤어졌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 신랑과 결혼해서 살고 있다.(얘기하자면 정말 삼류소설이 되어버리니 이쯤에서 생략)



어제도 신랑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서로 만나지 않았다면 우린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말도 안되는 얘기를 나누었다. 신랑은 운명적인 만남인데 그런 가정은 불필요하다고 말했고 나는 이렇게 쪼들리면서 궁상맞게 살진 않았겠지라고 말했다.(결혼은 현실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신랑과 나는 비슷한 점이 별로 없다. 그래도 두 사람이 만나서 가정을 이루었다는게 정말 신기할 뿐이다.



만난지 2년밖에 안되었다고 사람들은 짧다고 생각하지만 만난 년수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앞으로도 처음 만났던 그날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 그때의 그 설레임. 그리고 내가 그를 선택했던 이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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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남편을 만나기 전 오랫동안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나의 대학 4년을 고스란히 그 사람과의 기억들로 덮혀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따라 나의 음악 취향도 바뀌였고 그 사람을 따라 책을 읽는 폭도 넓어졌고 그 사람을 따라 많은 사람들과 폭넓은 대인관계를 가졌었다. 그때는 그 사람이 나의 전부였다고 믿었다. 그를 빼놓고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랬던 내가 먼저 그 사람을 버리고 떠났다. 내가 그랬듯 그도 나밖에 몰랐을텐데 한순간에 그 사람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그를 떠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그랬던 건 아니였다.(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이렇게 얘기하면 구차한 변명밖에 되지 않지만)


아픔은 상처를 받은 사람만이 아니라 상처를 준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걸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내가 그를 떠날때 얼마나 많이 힘들어하고 아파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나는 그저 독하고 나쁜 여자가 되었을 뿐이다. 그냥 그랬다. 그를 감당하기가 내게는 너무도 벅찼다. 사람들을 너무 좋아하는 것. 그것에 대한 나의 어리석은 질투.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다. 그에게 나는 첫번째였기에 뒤로 밀려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순간적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나는 벌써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2세를 계획하고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에게도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한다. 나는 아마도 그를 쉽게 잊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그의 삶의 주변에서 어슬렁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으니까. 그의 애인이 나보다 좋은 사람이길 바라면서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그런 부분들을 너그럽고 둥글둥글하게 이해해주기를 너무나도 바란다. 내가 그를 떠나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났기를 그리고 그의 삶이 변했기를 바란다.


언젠가 그에게 진 빚을 갚을 날이 있었으면 한다. 그에게 받은 많은 것들은 아직도 내게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그와 함께 읽었던 책, 함께 들었던 음악, 함께 했던 여행지. 그를 떠났지만 여전히 내 가슴 속에 남겨두고 싶다.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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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한잔
 



마주앉아서 술 한잔하고 싶은 날이다.



누군가를 아프게 만든다는 건 나를 더 아프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걸 알아주진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그것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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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동-가을


 


오늘밤 비가 내리면 이 가을도 그만 떠나가겠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음 한켠에 찾아드는 쓸쓸함이 이제는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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