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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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눈물이 참 많다. 하도 울어 남편은 내게 수도꼭지라고 부른다. 아직도 나올 눈물이 있냐며 어쩌면 수도꼭지를 열자마자 펑펑 쏟아지는 수돗물처럼 눈물이 쏟아질 수 있는지 모르겠단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어째서 그렇게 잘 울 수 있는건지...... 

하지만 울고나면 내 속에 쌓여 있던 감정의 찌거기들이 눈물을 통해 배출되는 느낌이다. 그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더라. 뭐 그런 어려운 용어를 몰라도 내 감정이 정화되는게 느껴진다. 그러니 눈물을 통해 반성도 하고 스트레스 해소도 하는 것이다. 

독설을 일삼는 미술학원강사, 아이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아픔을 똑같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돈이 없어도 어떻게 해서든 미술학원을 다니고 대학 입학 시험에 붙고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는 그들, 결국 입학금이 없어 재수를 선택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학원비도 감당이 안되고, 심지어 좋은 작품은 돈 많은 집 아이의 포토폴리오로 빼앗기고 현실이 그닥 아름답지 않다는 것, 그 아름답지 않은 현실 속에서 또 그들은 짓밟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본다. 

얼마나 울고 싶을까? (내 마음은 그렇다.) 

하지만 절대 울지 않는다. 웃을 수도 없지만 울수도 없는 애매한 경계에 놓인 그들의 입장, 고아가 된 것도 아니고 전쟁이 난 것도 아니라는 은수의 말이 더 슬프다. 왜 울면 안되는거냐고 다시 또 묻고 싶다. 그들의 잘못으로 이루어진 가난이 아닌데, 왜 힘들다고 울면 안되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한번 울고나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을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방에 숨어 혼자 훌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일 것이다. 

그래도 또 다시 말해주고 싶다. 그럴땐 울어도 된다고, 엄마와 자식을 나몰라라하며 살아가는 아빠를 향해 저주를 퍼붓고 뜨거운 눈물을 흘려도 된다고 말이다. 자기 것을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의 눈물은 흘려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최규석 작가의 100도씨를 보고 젊은 작가의 눈으로 5.18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는게 놀라웠었다. 그 뒤 작가의 팬이 되었지만 다른 작품은 찾아보지 못하고 잊고 있었다. 이번 신간 소식에 다른 책들(대한민국 원주민, 생태습지보고서)을 찾아보니 역시 대단한 작가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른 작가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만화책 뒤쪽에 작업노트만 보아도 이 작가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그가 유명 만화가가 되기전에 미술학원강사로 있으면서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 더 많은 감동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수채화 그림으로 그리겠다고 시작한 일이 힘에 겨웠지만 그래도 끝까지 수채화로 마무리 한 것도 대단하다. 작가가 보기엔 미흡할 지 모르지만 그림의 질적 느낌은 훨씬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다음번엔 더 좋은 그림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최규석 작가의 다른 만화책들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남편도 감동적으로 읽었는지 최규석 작가의 만화책을 더 구해오란다. 만화책조차도 잘 안보던 사람이 최규석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니 마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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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0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규석 작가를 다들 좋아하시는군요.. 그럼에도 저는 아직 땡기지 않으니, 역시 누가 저보고 맘 내켜야 한다고 암말 필요없다고 했던 얘기가 딱 맞나 봅니다~

꿈꾸는섬 2010-08-03 16:55   좋아요 0 | URL
ㅎㅎ아직 안 보셔서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한번 보시면 마음이 바뀌실거에요.^^ 강요할 맘은 없어요. 맘 내키실때 보셔요.^^

순오기 2010-08-0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첫 리뷰로 등록됐어요. 나는 포토리뷰로 올려야지요.^^
최규석 만화책은 어렵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공감을 덜 하는 거 같아요.
많은 독자들이 알아주는 작가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08-03 18:02   좋아요 0 | URL
큰누나의 힘에 입어 아마도 그리 되지 않을까요?
요 책도 참 좋더라구요. 학원가 이야기...^^ 아마 최작가님 대박나실 듯 해요.^^

치유 2010-08-04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은수의 말이 더 슬프네요..이책 찜해놓고 있는데 얼른 보고 싶네요..

꿈꾸는섬 2010-08-04 23:03   좋아요 0 | URL
배꽃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계시죠?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은수의 말뿐아니라 전반적으로 너무 슬퍼요.ㅠ.ㅠ

양철나무꾼 2010-08-0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을 어제부터 들락날락하며,읽고 읽고 또 읽었어요~
눈믈 얘기,카타르시스,스트레스 해소 등 등...또 다른 날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근데,저는 요~
제 자신의 일로는 절대로 울지 않아요.
어릴 때 넘어져 아파 울어본게 제자신의 일로는 마지막일거예요.

리뷰를 읽는 내내...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듯,
아마 이 책을 읽고도...울지는 않을거예요~

꿈꾸는섬 2010-08-04 23:0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너무 대단하세요. 전 정말 눈물이 마를날이 없을정도로 울어요. 저 자신때문에도 울지만 요새는 아이들때문에도 울어요.ㅠ.ㅠ

양철나무꾼님도 이 책 받으셨죠? 님의 리뷰도 기대되어요.^^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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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6년이란 세월을 거의 집안에서 보냈다. 나의 관심사는 늘 아이들과 남편, 집안의 대소사이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저녁이면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하고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무얼하며 지내면 좋을지를 생각하며 보낸 시간들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사회적인 관심이나 이슈에는 무뎌진 것도 사실이고 관심을 기울여도 도통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지극히 여성적이고 모성적인 관점이라고 해야겠다. 이 세상이 돌아가는 중심에 내 가족이 놓여 있으니 말이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상처 받는게 두렵고 내 남편이 나가서 일을 하며 겪어야할 일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전부인양 살아온 셈이다. 가끔 책을 읽는 행위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출구였던 것 같다. 

2009년 12월에 출간된 책이 어느새 초판 4쇄이면 많은 부수가 팔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사서 보았을까? 그건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인데 우선 가볍게 읽기에 편안하고 좋다. 내용의 깊이와 넓이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더불어 사회에 한발 다가선 느낌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늘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수준에서는 이 책이 참 사소한 것들을 과학자와 미학자의 관점으로 거창하게 꾸며 쓴 것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집에서만 보내는 아줌마에겐 사소한 것들에서 찾아낸 과학적이고 미학적인 접근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마치 나의 지적 수준이 높아진 느낌이랄까. 

과학자와 미학자가 주거니 받거니 쓴 글은 생각의 합일점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에 맞는 문체로 각자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이러한 접근이 참 좋다. 그 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거기에 더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 즐거웠다. 

21가지의 아이템 모두가 재미있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제시한 아이템들 모두 별로였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저 가볍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책을 읽는동안 4살 딸아이는 헬로 키티 부분을 자꾸만 보여달라고 졸랐다. 어린 딸 눈에도 키티가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다 읽기 전까지 계속해서 보여달란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난 헬로 키티가 좋아." 그런다. 그리고 자신이 입은 옷에 그려진 헬로 키티를 내려다 보았다.(오천원 주고 산 셔츠다) 사실 그저 아이가 좋아하고 예쁘니까 사주었던 헬로 키티 캐릭터에 많은 이야기와 역사가 담긴 줄은 또 몰랐었기에 흥미로웠다. 그녀의 가족사와 남자친구까지...이 책을 안 봤다면 몰랐을 이야기였다. 

또 생수이야기, 우리집도 생수를 마신다. 과학자와 미학자는 사람들이 생수를 마시는 것도 하나의 패션아이콘처럼 자리잡았다고 한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은 매번 물 끓이는게 귀찮아 마신다. 끓인 물은 오래두면 상하기도 해서 가끔 끓이고 끓인 물이 떨어지면 생수로 대체를 한다. 이런 것까지 의미를 부여하는 그들의 글쓰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또 대중적인 것들 스타벅스나 프라다 혹은 개그맨, 개그콘서트 같은 것들에 대한 그들의 해석도 재미있었다. 물론 그것들의 깊이나 넓이를 따지면 뭐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저자가 독자들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사소하게 지나치는 것들을 통해 우리의 현재 모습과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던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회적인 접근이 어려운 아줌마가 읽기엔 참으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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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7-3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인간극장 보는데 유리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 나오더군요.
보면서,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과학에 대해 설명해주면
과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빠져들겠다 싶어요.
그러면서 이 책이 생각났죠.
비로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물큰 났습니다.ㅋㅋ

꿈꾸는섬 2010-07-31 20: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잘 설명해주면 참 좋지요. 전 그런면에서 이 책이 좋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7-3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잼날거 같아요... 사소함에서 찾아내는 과학과 미학이라.

꿈꾸는섬 2010-07-31 20:21   좋아요 0 | URL
ㅎㅎ저는 재밌었어요.^^ 님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요.^^

프레이야 2010-08-0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적인 지성인, 젊은 과학자와 미학자의 개성있는 접근이군요.
사실은 서로 통해야되는 분야가 아닐까싶어요.^^

꿈꾸는섬 2010-08-01 21:19   좋아요 0 | URL
역시 프레이야님^^
살짝 통하는 부분들이 물론 있었답니다.^^

비로그인 2010-08-0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읽지 않아도 다 읽은 듯한 느낌입니다. ^^ 책 내용이 좀 웃기기도 할 듯 싶습니다 ㅋ

꿈꾸는섬 2010-08-01 22:06   좋아요 0 | URL
ㅎㅎ바람결님 서재에서 슈만을 듣고 있었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03년 1월
구판절판


.신뢰를 쌓아라.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라.
.실수할 때에는 에너지를 전환시켜라.-51쪽

'우리가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와 관련됩니다. 관리자로서, 팀의 리더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밝고, 훌륭하고, 멋진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59쪽

뒤통수치기 반응
.사람들이 잘못하는 것을 잡아낸다.

고래반응
.사람들이 잘한 것을 알아낸다.-90쪽

잘 되고 있는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말하라!-92쪽

고래 반응을 실천하는 데 있어 잘못된 행동을 못 본 척하라는 것은 잘못한 일에 대해 과도하게 조사하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말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마치 죄수가 탈옥하려 할 때 탐조등을 비추듯 집중하고 있어요.-163쪽

사람을 한 가지 기준으로 평가하지 말라.-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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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6-2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귀들만 적어 놓으셨네요.
읽을때 뿐이라 이렇게 다시한번 기억하니 좋아요.
뒤통수 치기보다는 고래반응이 좋은데 실행하기는 힘들어요.

꿈꾸는섬 2010-06-27 23:37   좋아요 0 | URL
기억해두려고 밑줄긋기했어요.^^
아이들에게 고래반응을 실행해보려구요.
자꾸 잊게 되는 것 같아 오늘 다시 꺼내 읽어보았어요.^^

전호인 2010-06-2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수원에서 이것을 가지고 교재삼아 커뮤니케이션과정을 교안으로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갈매기효과 버려야 할 것들이지요.^*^

꿈꾸는섬 2010-06-28 23:31   좋아요 0 | URL
모든 관계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야 아이들 키우는데 많이 적용하겠지만 말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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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화두는 늘 내게 눈물을 떨구게 한다. 아직 엄마가 멀쩡히 살아계시는데도 말이다. 얼마전 보았던 영화 <친정엄마>도 눈물을 쏙 빼게 했고,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도 마찬가지로 눈물 범벅이 되어 책을 읽으니 남편이 아직도 소녀라며 놀리기까지 했었다. 

이 책은 몇해전 드라마로 방영했던 노희경의 원작을 소설로 재구성해서 발간한 책이다. 물론 드라마는 본 적이 없지만 대강 고두심이라는 배우가 이 드라마로 대상을 수상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을 읽으며 드라마의 영상이 내 맘대로 그려지는 것이다. 한줄 한줄 읽어내려가며 영상이 떠오르고 그 영상에 더 많이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평생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암 진단을 받는다. 가족들 모두 얼마나 가슴 아플까? 그 가슴 아픔이 엄마의 아픔에 대한 아픔보다는 엄마없는 삶에 대한 두려움, 엄마없는 삶에 대한 허전함, 그런 것들이 더 컸던 것 같다. 남편의 직업이 의사이기에 그 아픔은 더 크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인 남편이 말기암 환자인 아내를 두었다는게, 얼마나 많이 아프고 속상했겠는가 말이다. 평소 살갑게 대해주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스토리구성을 가졌다. 오줌소태인줄만 알았던 엄마, 남편의 정년에 맞춰 일산에 지은 집에 들어가 노후를 보내야겠다는 엄마의 꿈,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유부남을 사랑하는 딸, 삼수생인 아들, 의료사고로 개인병원을 날리고 월급의사를 하고 있는 남편, 캐릭터들도 살아있고, 이야기의 전개도 틀에 맞춰져서 읽는데 무리없이 읽힌다. 읽는내내 책 속에 빠져서 끝을 볼때까지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은 새로 지은 집을 손수 꾸미고, 마지막을 그집에서 보내게 된다. 피를 토하고 욕지기가 일어나고 온몸이 멍으로 얼룩진 그녀의 몸을 손수 씻겨 주는 남편의 손길은 마지막 가는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었을 것만 같다. 진작에 좀 잘해주지.라는 엄마의 말은 참 가슴 아프지만 신랄하다.  

살아있는동안 우리 모두 방황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방황을 부모님 살아계실때 마치자는 작가의 말은 심금을 울린다. 우리가 받았던 것들을 고스란히 전해드리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부모님 마음을 알 것 같은 나는 매일 부모님께 더 잘해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되질 않는다. 아직 내 자식들을 더 많이 보듬어 주게 되고 내 자식들 입에 하나라도 더 넣어주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받고 살아왔으니 또 그렇게 주면서 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어느날 갑자기 사고로 부모님을 잃는 것 보다는 죽음을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도 어느정도는 행운일 수 있겠단 생각도 잠깐 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한다면 가는 사람도 또 보내는 사람도 덜 괴롭고 덜 슬프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래도 그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엄마의 뱃속에서 자란 우리 모두 잊지 않길 바란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말이다.  

 
   
 

"우리 부모님은 차 사고로 한순간에 돌아가셨어. 장사치를 땐 모르겠더니, 묻고 집에 오니까 그때부터 눈물이 나더라. 그게 꼬박 일 년을 너게 갔어. 밥을 먹다가, 일으르 하다가, 잠을 자다가, 그렇게 아무 데서나 눈물이 났어. 받은 건 태산 같은데 해드린 건 하나없는 내가 미워 눈물이 나더라구." 

(중략) 

"연수야, 넌 그러지마. 네가 받는 만큼, 받은 것의 만분지 일이라도 돌려드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밥두, 빨래두, 세수도 시켜드려. 네가 어른이란 걸 알려드려. 니 걱정 때문에 가시는 길 무겁게 하지 말구." 

"...전요, 아줌마, 전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사람은 다, 한 번은 다 죽는데 우리 엄마가 죽게 될 줄은 정말 몰랐고, 딸들은 다 도둑년이라는데 제가 이렇게 나쁜 년인지 전 몰랐어요. 지금 이 순간두 난 우리 엄마가 얼마나 아플까보다는 엄마가 안 계시면 난 어쩌나,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엄마가 없는데 어떻게 살까, 어떻게 살까,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나, 어떡해요, 아줌마?" (167쪽~168쪽)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오타가 있군요. 

38쪽 아래서 5줄 연수는 영수를...이 아니고 영석을 

118쪽 위에서 3줄 지칠 대로 치쳐...가 아니고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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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2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픈 건 읽을 수가 없어요~ㅠㅠ

꿈꾸는섬 2010-05-25 17:41   좋아요 0 | URL
전 슬픈거보면서 일부러 우는것 같단 생각도 해요. 정말 너무 슬퍼서 어제 밤새 울다 잤어요.ㅠ.ㅠ

어느멋진날 2010-05-25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엄마'라는 말은 눈물이 나게 하는 말인 것 같아요.
괜히 말이죠. 저도 <엄마를 부탁해> 읽을 때 참 많이 울었는데,,

꿈꾸는섬 2010-05-27 00:4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엄마'라는 말은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전 속을 꽤나 썩여 그래요.ㅠ.ㅠ

하늘바람 2010-05-26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울것같아서 못읽을 것같아요

꿈꾸는섬 2010-05-27 00:44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도 우는 걸 두려워하시는군요. 전 아직도 철없이 잘 울어요.ㅠ.ㅠ

같은하늘 2010-05-27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요즘 연극으로도 공연하던데... 한번 보고싶긴한데 눈물 바다 되겠지요? ㅜㅜ

꿈꾸는섬 2010-05-27 22:36   좋아요 0 | URL
드라마도 엄청 슬펐었다는데 책도 엄청나게 슬펐어요. 연극으로 봐도 정말 많이 슬플 것 같아요.ㅠ.ㅠ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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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행동이 점점 어느 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너를 사랑한다. 너를 위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다' 하면서 정작 자기에게 상대를 붙들어 매려고 하는, 그런 자기 행동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상태......그건 사랑이 아니라, 결핍감의 변형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대상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배하려는 권력욕구. 얼마나 긴 세월동안 이 함정에 빠져 지냈던가.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으려면 자기 안의 결핍감이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197쪽

인생의 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것이 태반이다. 짐을 지는 것으로 사랑이 가늠되기도 한다. 아무 짐도 지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에 대해 의무도 책임도 안 지려는 태도이다. 때문에, 짐을 무조건 가볍게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것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일 뿐, 무거운 짐을 질 수 있는 영육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짐을 벗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252쪽

자동차 길은 길 자체가 방향을 내포하고 있다. 그에 비해 순례자의 길은 세상천지의 모든 길과, 길 아닌 길을 다 포함해서 오로지 하나의 방향만 선택해서 가는 길이다. 노란 화살표 표시는 많은 길 중에서 그 길을 구별하기도 하지만, 방향이 길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나의 길에서 또 하나의 길로 이어갈 때, 앞의 하나의 길은 이미 안내를 받은 길이고, 뒤의 길은 수많은 길 중에서 이제부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길이다. 노란 화살표는 선택이 이미 내포된 방향이다.-309쪽

인생에서 절벽과의 만남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것 같은 상황-질병, 파산, 실연, 명예나 권력의 실추 같은, 목숨만큼 귀하게 여기던 것을 상실하게 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항용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과의 대면이 곧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313쪽

'너의 분노도 괜찮아. 그것이 너 자신을 정화시키는 불일 때는. 그러나 타인에게 날아가는 미움의 화살이 되어서는 안 돼. 너의 삶은 이제 겨우 한 단계 차원이 바뀌었을 뿐이야. 네 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너의 이전 삶의 차원이라는 것만 알면 돼.'-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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