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류수훙 글.그림, 이영아 옮김 / 소수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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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48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류수훙 / 소수

  

 

오늘은 중국 소설을 한 편 읽었습니다. 작가의 이름은 류수훙.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했지만, 긴 고난 끝에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감성적인 느낌이 짙은 소설입니다. 작가는 1970년생이군요. 현재 40대 중반. 아마도 이 작가 또래들이 향후 중국 문단을 이끌어갈 것이라 생각이듭니다. 이 작가 역시 중국에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군요. 책도 출간하지만, 요즘 분위기에 걸맞게 인터넷(유명 문학 사이트)에 글과 회화 작품을 많이 올리고 있구요.

 

 

소설의 제목은 한국의 60년대쯤에 유행했던 영화 제목 같군요.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터미널 밖에는 농업용 삼륜차가 죽 늘어서 있었는데, 버스 대용이었다. 귀향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가려면 오 자오씩 내고 이런 발동기 삼륜차를 타면 되었다. 쑨궈민은 이 삼륜차를 타고 터미널까지 왔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쑨궈민은 글깨나 읽은 무지렁이로 소개됩니다.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하는 마을 분위기와 다르게 쑨궈민은 중학교까지 졸업한 덕분에 마을에서 제법 대우를 받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대놓고 무시하지 못하는 정도긴 합니다만.

 

 

소설의 시기는 중국의 문혁(문화혁명)이 지나가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은 듯합니다. 모든 것이 어수선할 때지요. 그나마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공무원이나 사업을 해서 큰돈을 거머쥔 사람들뿐이죠. 무지렁이 농민들은 하늘만 바라보고 삽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무대는 쑨덴푸라는 자연부락입니다. 특이한 것은 이 마을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 구걸하는 전통이랍니다. 전통치곤 참 그렇군요. 구걸의 연혁이 그리 짧지 않다보니 걸인촌이니, 유랑집단이니, 유랑촌이니 하는 별명도 있구요. 그러나 이들은 구걸을 수치스러워하지도 않는군요. 오히려 당당합니다. 그 탓을 주원장(朱元璋 1328~1398)에게 돌리고 있습디다. 중국 명나라의 태조인 주원장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탁발승이 되어 구걸을 다녔답니다. 주원장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찾아봐야겠습니다.

 

 

걸인촌 분위기와 다르게 쑨궈민은 구걸을 싫어합니다. 정당하지 못한 일이라고 간주합니다. 건강한 생각이지요. 성실하게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벌어먹고 싶어 합니다. 농사도 곧잘 짓지만 수르나이(태평소와 유사한, 원뿔 모양의 관악기)도 잘 부는 재주꾼입니다.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데 이 부부에겐 걱정이 있습니다. 결혼 후 몇 해가 지났는데도 아이가 안 생기는 겁니다. 아이를 생산 못해서 망나니 마을 친구와 마을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것이 싫어서 아내 배에 광주리를 엎어주고 거짓 임신을 꾸밉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를수록 광주리는 큰 것으로 바꿀 수 있지만 진짜 아이가 문제군요. 비밀리에 아이를 구하러 다닙니다. 아이를 팔고 사는 일, 중국에선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한 20~30년 전쯤으로 추측되니 현재보다 더 했겠지요.

 

 

 

그 때부터 쑨궈민과 그의 아내 쑤구이펀의 삶은 예측불허의 회오리바람 같은 일상으로 들어갑니다. 있는 고생, 없는 고생 참 많이 겪는군요. 그래도 이 부부의 특징이 있습니다. 미련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우직하고 성실한 쑨궈민, 남편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 그의 아내 쑤구이펀. 쑨궈민의 믿음은 단순하면서도 올곧습니다. “입때까지 살면서 태양이 하루라도 뜨지 않은 걸 본 적 있어? 하늘이 무너진 적 있어? 농작물이 자라지 않은 적 있어? 사람이 음식을 먹지 않고 사람을 먹은 적 있어?”

 

 

 

중국 전국을 돌면서 생활하던 중 식구가 늘었습니다. 부부 외에 다섯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이를 못 낳아 소쿠리로 가짜 임신배를 만들어야 할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돈을 제법 벌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 쑤구이펀이 남편에게 부탁합니다. 친정 식구들에게 돈을 좀 빌려줬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돌덩이 같은 쑨궈민은 단칼에 자릅니다. “안 돼”. 나도 뭐 이런 친구가 있나? 혼자서 번 돈도 아니건만..괘씸하다 생각했지요.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은 쑤구이펀은 자살 소동을 벌입니다. 한 숨 돌리며 깨어나긴 했지만요. 쑨궈민이 고향집을 눈앞에 두고 그의 식구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에, ‘그래 그래야지, 잘 생각했어.’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작가가 이 소설을 구상한 것은 어느 날 새벽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전날 독일 영화 한 편을 보았는데,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게 충격을 줄까 염려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소식을 감추려고 동분서주하는 가족을 다룬 영화였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중국사회의 치부를 들어내는, 또 한 편의 불편한 진실을 담은 책이 아닌가 생각도 들긴 하더군요. 지금도 심심찮게 인터넷 토픽 뉴스로 보게 되는 중국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어둠과 밝음이 공존하며 돌아가는 큰 회전문 같은 것이 중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이 소설의 중심은 어떤 상황에서든 좌절하지 말자. 위를 보자. 관점을 바꿔보자등등의 소박하지만 움켜쥐기 쉽지 않은 말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참 따뜻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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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인문학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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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야기 2015-047

 

새벽의 인문학다이앤 애커먼 / 반비

 

1. 새벽이 주는 독특한 향이 있다. 소리가 있다. 빛깔이 있다. 짙은 어둠을 몰아내며 조용히 공간을 두드려보는 새벽빛은 근사하다. 새벽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생명에겐 새벽이 주는 희망이 있다. 다시 시작하는 하루이기 때문이다.

 

 

2. 존 뮤어는 새벽 아침을 이렇게 그렸다. “이 장대한 쇼는 영원하다. 어디에선가 늘 해가 뜬다. 이슬은 마르는 법이 없고, 비는 늘 쏟아지고, 안개는 늘 피어오른다. 영원한 일출, 영원한 일몰, 영원한 여명과 박명, 바다와 대륙과 섬에, 차례차례로, 둥근 지구가 돌아가면서..” 새벽사랑이 지극한 다른 이를 만나본다. 이 책의 지은이 다이앤 애커먼은 교육자, 시인, 수필가로 소개된다. 대학에선 영문학과 인문사회학을 가르쳤다.

 

 

3. “새벽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언제나 재탄생,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새벽을 맞는 와중에도 익숙한 일상과 근심걱정이 몰려들며 자기 좀 보라고 떠들긴 하지만, 깨어나는 동안 우리는 몽롱한 상태와 명료한 상태를 오간다. 아침마다 이 문턱을 넘으면서, 우리는 세상 사이를 넘나든다. 정신의 절반은 안을 향해 있고 나머지 절반은 점점 밖으로 향하며 깨어난다.”

 

 

4. 지은이는 화가 모네를 자주 등장시킨다. 모네는 1892년 어느 추운 날 아침에 셋방 이층에서 내다보이는 고딕 성당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네는 그의 그림 속에 새벽이 살아나고 사라지는 모습을 즐겨 그렸다. 루앙 성당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를 서른한 장이나 그렸다고 한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난 새벽형 인간이었다. 모네는 암스테르담을 여행하는 동안 식료품가게에서 물건을 샀더니 일본 판화로 장식한 싸구려 종이로 포장해주었다고 한다. 그 판화는 17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기이한 판화가이자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작품이었다. 포장지 판화에 폭 빠진 모네는 그 후 호쿠사이 마니아가 된다. 목판화를 수집하게 되고 그 후 250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게 된다. 호쿠사이는 89세로 죽었는데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한테 10년이 더 주어진다면....아니 5년이라도, 그러면 진짜 화가가 되었을 텐데..”

 

 

5. 고대에 새벽을 정의하는 말 가운데 친구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친구를 알아보기 전에 나를 먼저 알아보면 더 좋겠다. 스와힐리어에서 잘 자라고 하는 인사를 말 그대로 해석하면 살아서 깨어나라는 뜻이다. 음산한 유머다. 어떤 면에서 깨어나는 것은 작은 죽음을 이겨내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빼어난 관찰력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새벽아침을 시작으로 시간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려 내는 지은이의 섬세한 글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갈앉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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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수업 - 사람 때문에 매일 괴로운 당신을 위한
데이비드 D. 번즈 지음, 차익종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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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46

 

관계수업데이비드 번즈 / 흐름출판

 

1. “불편한 인간관계는 우리를 갉아먹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자기 가치감을, 최소한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찾습니다. 아끼는 사람과 다투고 싸우는 일은 결코 즐겁지 않습니다. 우리가 관심도 두지 않는 사람과 티격태격하는 것조차 우리를 갉아먹고 에너지와 기쁨을 빼앗아버리지 않던가요.”

 

 

2. 나와 늘 가까이 있는 사람, 자주 떨어져 있어도 가족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 이런 저런 인연으로 내 마음의 울타리 안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불편함은 내 마음을 거북하게 한다. 화가 난다. 심하게 미워진다. 상실감이 온다. 이를 부득부득 간다. 그런데 한 술 더 떠 나하고 별 상관도 없는 사람, 이해관계가 꼬이지 않은 사람도 나를 불편하게 한다. 열 받게 한다. 도대체 이 무슨 사연인가?

 

 

3. 책은 6장으로 구성된다. 왜 우리는 서로 편하게 지내지 못할까? 내 인간관계는 어디쯤 왔나? 불편한 관계를 친밀한 관계로 만들기, 인간에 대한 이해를 관계에 적용하기, 자주 빠지는 관계의 함정 피하기, 인간관계를 더 풍요롭게 완성하기 등이다. 인지행동치료의 권위자이자 심리치료 전문가들의 지극한 존경을 받고 있다는 이 책의 지은이 데이비드 번즈는 증상, 진단, 처방, 치유 등의 과정으로 안내해준다.

 

 

4. 인간관계가 힘들어지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라기 보다는 사실 서로 사랑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생긴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떻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면 성공률이 높다. 그러나 이미 닫힌 마음, 돌아선 등은 어찌할까?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5. 우리가 서로 편하게 지내지 못하는 이유는? 상반된 두 가지 이론이 있다. 결핍 이론(관계 맺는 방법을 잘 모름)과 동기 부여 이론(우리가 서로 잘 지내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임상의나 연구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결핍이론을 지지하는 편이다. 인지치료사는 우리의 감정이 상하는 것은 오히려 그런 사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른 결과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는 자존감 부족이 인간관계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관계 소진이라 불리는 또 다른 문제에서 생겨난다고 믿는다. 그 외에도 다양한 측면들이 있다. 이 책에선 이러한 관점들을 치우침 없이 소개해주면서 우리의 관계가 진정한 회복세에 들어서도록 두루두루 조언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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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0 English 하루 30분씩 30일이면 고등학교 교과서가 들린다 3030 English 듣기 시리즈 2
김지완.김영욱 지음 / 김영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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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44, 045

 

3030 English 듣기 1, 2김지완. 김영욱 / 김영사

 

 

1. 인터넷 서핑 중 자기계발을 위해 두툼한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운 한 여인의 스토리가 눈에 들어왔다. 중국 산시성 시안(西安)에서 대학 영어강사로 근무하는 51세 여성 리옌즈(李艳芝)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2년간 2458페이지에 달하는 22만개 단어를 모두 외웠으며, 학생들 사이에선 이미 '걸어 다니는 사전'으로 통한다고 한다. 20138월부터 매일 오전 3시에 일어나 6시간씩 사전 읽는 습관을 들여 하루도 소홀하지 않았다. 암기를 돕기 위해 대학 도서관에서 빌려본 영어 잡지도 465권에 달했다. 리옌즈는 "22만개 어휘를 외우며 습득한 노하우를 학생들에게도 가르쳐 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 사전을 통째로 외우지는 못할망정 귀라도 뚫자. 이 책들의 제목에 붙은 3030의 정체는? 하루 30분씩 30일이면 된다는 이야기다. 뭐가? 영어가 들린단다. 하긴 들리긴 들리는데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문제이긴 하다. 이미 3030 English말하기 시리즈로 영어공부에 새바람을 일으킨 저자 김지완이 야심차게 내놓은 2번째 작품이다.

 

 

3. 저자 김지완은 이렇게 조언한다. 제대로 된 영어 청취를 하고 싶다면, 첫째, 성우의 발음이 분명하고, 둘째, 대화의 속도는 너무 빠르지 않으며, 셋째, 내용이 너무 어렵지 않은 일상 생활회화 수준의 교재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에 듣는 재미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

 

 

4. 그렇다면 제대로 된 리스닝은 뭘까? 단순히 소리만 듣는 것이 리스닝은 아니다.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고 그 핵심을 간파하는 것이 진정한 리스닝 스킬이다. 저자는 현재 출간된 이 두 권에 이어 3, 4탄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3탄은 영화 속 하이라이트만 따로 모아 놓은 교재로 꾸밀 계획이고, 4탄은 청취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중급 이상 학습자들에게 적절한 교재로 꾸밀 생각이라고 하니 기대할 만하다.

 

 

5. 듣기 1탄은 5 Lap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생활 속 대화를 통한 관계 형성, 친구들 간의 대화, 학교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표현들, 가족들 간의 다양한 표현들, 다양한 테마 속 일상적인 표현 등이 담겨 있다. 듣기 2탄은 1탄을 마스터한 학습자들에게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 20종의 문제집, 참고서, 듣기, 독해 교재를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한 교재이다.

 

 

6. 영어 학습은 기분에 따라 하다간 평생 못한다. 사실 알면서도 잘 못하는 부분이긴 하다. 습관이 중요하다. 하루에 30분 집중력이 문제다.

 

mp3 파일 무료 다운로드

www.gimm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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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과 군상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하인리히 뵐 지음, 사지원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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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43

 

여인과 군상하인리히 뵐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48세의 독일 여자다. 키는 1미터 71센티미터, 평상복을 입었을 때의 체중은 68.8킬로그램이다. 이상적인 체중에는 300~400그램이 모자라는 셈이다. 눈빛은 검푸르거나 검게 보이며, 머리카락은 약간 희끗거리는 숱이 많은 금발이다.” 레니 파이퍼라고 불리는 여주인공을 묘사한 소설의 도입부분이다. 하인리히 뵐은 레니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2. 주인공 레니의 삶은 평탄하다고 볼 수 없다. 하긴 평탄한 삶의 여정은 소설의 깜도 안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단지 그녀가 비사교적이고, 고집 센 성격 등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평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는 다양하다. “나쁜 것”, “다 낡은 매트리스와 같은 표현은 대체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심지어는 공산당의 창부, 러시아 놈의 애인 등의 거친 표현도 있다. 통틀어 단정치 못한 것이라는 말을 뒤에서 듣는 것이 일과처럼 되었다. 무감각한 여자 또는 전혀 감정이 없는 여자라고들 생각하지만 둘 다 맞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믿을 만한 중인의 말을 들어보면(증인은 마르야 판도른), 몇 시간씩 방에 앉아서 운다는 것이다. 작가는 레니에게 한없는 연민감을 품으면서 그녀를 바라본다.

 

 

3. 레니의 두드러진 성품 중 시선이 가는 부분이 있다. 경제적 관념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전후(戰後)라는 시기적 상황에 그 무엇보다 재산의 보존과 축적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돈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올곧음이 있다. 사업가 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을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란 탓일까? 레니는 아버지의 사업 수완과 그 번창을 지켜보면서 돈에 대한 환멸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관념은 레니의 삶에 그대로 반영된다. 아버지가 죽고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야 할 때에도 결코 돈에 집착을 갖지 않는다. 그녀의 검박한 삶에 필요한 만큼만 번다. 그러다보니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비정상적”, “몽상가등으로 부를 수밖에 없다.

 

 

4. 뵐은 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까? 뵐은 일련의 그의 작품을 통해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적인 것의 미학이라고도 표현된다. 강제와 억압에 의해 축소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듬어 안고 있다. 작품의 인물들을 통해 특히 이 소설에 등장하는 레니의 삶을 통해 나눔의 삶을 어떻게 실천하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이미 뵐은 문명화와 과학화의 폐단을 내다보고 있었다. 환경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진보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서 땅, 공기, 물이라는 요소를 앗아 가고 독소화하는 것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5. 하인리히 뵐은 목공예를 가업으로 하는 가문의 여섯 번째 아들로 1917년 쾰른에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에 징집되기도 했다. 전후, 귀향해서 전쟁에서 본 것과 전후의 폐허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 열차는 정확했다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9시 반의 당구등이 있고 이 소설 여인과 군상1971년에 발표한 후 이듬해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한 무고한 여성이 언론의 횡포에 의해 사회로부터 매장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영화화되어 크게 흥행했다. 뵐은 1985년 동맥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이후 쾰른 문학상하인리히 뵐 문학상으로 개칭되었고, 쾰른 루트비히 박물관의 광장도 그의 이름을 땄으며, 독일의 열세 개 학교에는 하인리히 뵐의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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