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 철학그림책
홍성혜 옮김, 소피 그림, 라스칼 글 / 마루벌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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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얇고, 손에 딱 들어오는 그림책. 표지엔 이렇게 적혀 있다. 문이 라스칼 글, 소피 그림(제목 아래 작은 글씨로) 이 책의 느낌은 이렇게 단순하고 소박하다. 책을 펼치지도 않았는데, 까닭 모를 애잔함이 책을 든 손끝으로 전해져 온다. 왜 일까...지금부터 문이 얘기를 하려고 한다.

문이가 태어 났을 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었어요/전쟁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모든 것을 부숴 버렸어요/마침내 먹을 것이 다 떨어졌어요./아빠는 대나무로 작은 상자를 만드셨어요./바다 저 멀리로 문이를 떠나 보내려는 것이었지요./아빠는 사랑하는 아기 문이를 상자 안에 소중히 담았습니다...

그래...이건 전쟁 고아의 얘기구나, 먹을 것이 없어서 바다 멀리로 아이를 띄워 보내는 것은 황색 고양이고 그 아이가 파도에 떠밀려 왔을 때 아이를 키우려고 맘먹은 고양이는 흰고양이와 검은 고양이 부부이다. 그림만 가만히 들여다봐도 작가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얘기가 참 마음 아프게 들려 온다. 그린이가 자기 얘기를 하고 있어서 겠지. 또, 아마도 내가 황색 고양이기 때문이겠지...문이가 파도 치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 보고 있는 장면은 정말 문이의 외로움이 느껴져 가슴속에 마구 파도가 일렁인다. 문이, 우리의딸...그래, 우리는 잊고 사는 것이 너무 많구나.

아~! 그림책이란게 이런 거구나...또 한 번 무릎을 친다. 엄마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이 책을 두 번 세 번 매일매일 읽어주는 상상을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교육이라는 것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주제를 이렇게 예술적으로 들려 주는데어떤 아이가 가슴속에 사랑을 키우지 않고 배겨 낼 수 있겠는가,그리고 남에 대한 배려나 인생을 따뜻히 살아갈 감수성을 안 키울 수가 있겠는가...문이는 그런 책이다. 잔잔하고 아련한데 할 말 다하고 있는. 유아기에 사서 두고두고 읽히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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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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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창가의 토토는 예쁜 책입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손이 안갔었죠. 뭔가 알맹이가 없을 것 같은... 말장난으로 채워진 책이 아닐까하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건 정말 선입견이었습니다. 첫 장을 넘기고 읽기 시작하자 마자 저는 마음이 심하게 울렁댐을 느꼈습니다.

개인이 제도 속에서 획일화된 교육을 받으며 받는 상처에 저는 견딜 수 없을만큼의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자라면서, 또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모순들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었어요.그래서 늘 괴로웠죠^^.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60년도 더 전 교장 선생님을 보면서 그런 제 삶의 방식에 부끄러움을 느낀 반면, 한편으로 이해받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 분이라면 저를 이해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를 이해받는 느낌처럼 편안한 느낌이 또 있을까요...

창가의 토토는 짧은 에피소드 형식이라 쉽게 읽힙니다. 그래서 남녀노소를 막론한 다양한 독서층을 확보할 수 있었겠구요. 제가 웃으면서 읽었던 부분은 토토가 지갑을 찾기 위해 정화조의 똥을 퍼내는 장면이었는데요, 그 때 교장선생님이 하신 행동과 말에서 그런 걸 느꼈어요. 한 인간이 한 인간을 저렇게 정의 내릴 수 있구나. 그 때 토토의 행동을 문제시하고 토토를 문제아로 규정했다면 오늘의 창가의 토토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조금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수 많은 문제아를 규정하면서 사는가... 타인에 대한 나의 시선을 점검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불어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에서 청량감과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져 읽는 내내 잔잔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토토가 되고, 내가 교장 선생님도 되고, 내가 엄마도 되는 그런 경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이 책은 토토 같은 아이도, 토토의 친구들 같은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부모들도 모두 주인공이 되어 읽을 수 있는, 자유와 평등을 선사하는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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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사계절 아동문고 19
위기철 글, 이희재 그림 / 사계절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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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들려 준 이야기는 우화집을 연상케 한다. 아이들에게 어렵고 추상적인 내용을 얘기 할 때 우리는 어떤 비유를 쓸까 고민하곤 한다. 이 책은 작가의 그런 고민을 바탕으로 너무나도 쉽게 씌여진 어린이 책이다. 여기 있는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읽으면, 어린 아이일수록 직접적인 이야기 들려주기 보다 우화를 많이 들려주라고 하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알아 듣기 쉽게 아이의 수준에 맞춰서 설명해주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가... <생명이 들려 준 이야기>는 그 빗대어 이야기하기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생명이 들려 준 이야기>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아이들만 되면 누구나 거의 예외 없이 좋아하는 책이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읽어 보았었다. 결론은 '뭐야, 이렇게 뻔한 책을...역시 아이들 답군.' 그냥 그 정도였는데, 최근에 다시 아이들의 눈높이로 읽어 볼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보게 되었다.

먼저 이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 있는 한밤중에 찾아 온 죽음, 사랑의 눈물, 돈으로 생명을 사려 한 영감, 영원히 죽지 않는 사형수, 로봇만 좋아했던 아이, 아이는 왜 빨리 어른이 되어서는 안되나, 제목만으로도 작가의 고른 시선이 느껴진다. 1부는 생명과 사랑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그냥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타인을 사랑하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나를 사랑하라는 얘기로 처음을 시작하고 있다.

2부 사과는 누가 가져야 옳은가, 하늘 나라에 가지 마, 일곱 번째의 기적, 사라지는 동화 에서는 노동의 신성함, 더불어 살아가기, 환경생태에 대한 다소 어려운 주제를 역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춤한 이야기로 잘 풀어 놓았다. 하늘 나라에 가지 마나 일곱 번째의 기적 같은 경우는 건드려 주고 싶은 삶의 방향들이지만 쉽게 얘기하긴 힘든 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거부감 없이 얘기한 점에서 작가의 역량이 느껴졌다.

3부 '도깨비 방망이는 어디에 있을까요'에는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따뜻한 마음,정직 성실 정의 지혜 등의 단어들이 등장한다. 도깨비 방망이는 어린 시절에 가질 준비를 해 놓지 않으면 영영 못 가진다는 메시지를 통해 역시 어린 시절에 배워야 할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강조하고 있다.

책 전반에 흐르는 주제는 역시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명도 사랑하고 이웃도 사랑하고 환경도 사랑하고...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은 함께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어린이들이 어린 시절에 놓치지 않고 가꾸어야 할 균형 잡힌 심성에 관한 것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따뜻한 미래를 위한 권고에 더해서 세상은 살만한 것이라는 현재의 따뜻한 이야기 하나 정도가 들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는 어린 시절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삶의 덕목들을 강요하지 않고 공감하게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재미로 연결되어 아이들에게 호감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초등학생 시절의 필독서로 추천할 만 책이다.한가지 덧붙이자면, 읽을수록 찾아 읽히는 내용이 다르게 드러날 수 있으므로, 한 번만 읽지 말고 여러 번 읽었으면 한다. 그래서 내용을 곰씹고,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생활 속에 반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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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이 좋아요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9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4
유애로 글 그림 / 보림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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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이 좋아요’는 국가 대표급 그림책의 선두주자이다. ‘갯벌이 좋아요’는 유아 그림책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두루 갖춘 도덕 교과서를 보는 느낌인데, 그 이유는 풍부하고 다양한 색상의 그림, 입체적인 구성, 짜임새 있는 줄거리, 구체적인 정보 어느 것 하나 빠짐이 없는 책이라 그러하다. 이런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꾸준히 아동 독자를 끌어 당기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동 도서의 특징이라고 함은 무엇보다 아동 독자의 수준에 맞추어 씌여 지는 데서 그 전문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갯벌이 좋아요’는 학령 전 독자 연령층의 시선을 잡아 두는 데 성공하고 있는데, 특정 대상에 충실한 성실성이 오히려 독자 연령층을 넓히는 데도 성공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림을 전면에 두고 짧은 대화글로 줄거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유아들에겐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그 짧은 글이 모여서 꽃발게의 새로운 생에 대한 모험심과 도전 정신이 따라 가고 싶은 적당한 긴박감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된다는 점은 초등 저학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있다.

소리 흉내말 부분에서 활자의 크기를 달리해서 강조하고 변화를 준 점이나 이야기의 내용과 그림의 색상 톤이 통일성이 있는 점 등은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아 그림책으로선 큰 장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세심한 요소들이 아이들이 갯벌의 세계에 빠질 수 있는 상상력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야기 속에 빠져 들어 가다 보면 자연스레 갯벌의 생태와 그 갯 벌에 사는 생물들의 습성까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 과학 동화의 모범적인 전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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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자바 정글 웅진 세계그림책 23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조은수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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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의사 드소토>에서의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이 단정한 만화 같은 느낌이라면, <자바자바 정글>의 그림은 산만한? 삽화이다.그런데 이 산만함을 보고 있으면 '자유'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원색과 혼합색이 적절하게 균형감 있게 쓰였고, 마구 그린 듯한 터치는 정글을 향해 열려 있다. 그래서 정글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난다. 그러면서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느낌은 이 책이 유아 그림책으로도 손색없음을 알려 준다.

색상과 구도도 학령기 전의 아이에게 맞춰쳐 있음을 알 수 있는데,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은, 이 정글 탐험가 레너드의 모습이 소풍 나온 대도시 아이이기 때문이다. 정글에 맞게 타잔형의 옷을 입거나 벌거벗은 모습이 아니라 모자 쓰고 배낭 멘 단정한 아이의 모습은 정글이 주는 자유 분방함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정글이 아이들이 상상하는 자유의 세계라면 레너드가 입고 있는 옷은 현실의 억압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결연한 의지로 이리저리 엉킨 덩굴을 헤치며 나아가는 레너드를 보면서 부모들은 아이의 모습을 투시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입말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유아는 물론이고, 주인공을 동일시하는 차원의 초등 저학년까지도 독자 대상에 포함된다.

새와 곤충, 굶주린 식물에 둘러 싸인 레너드...꽃에게 잡혀 있는 커다란 나비, 입을 벌린 채 죽어 있는 괴물을 통과해 똥구멍으로 나오기. 맛있는 즙이 있는 커다란 노란 꽃, 비비 원숭이,새머리 뱀머리 쥐머리 재판관... 이런 설정들에서 스타이그의 특유의 아이다운 상상력이 여지 없이 발휘 되었다. 여기에 더해서 감각적인 입말들은 어린 독자들이 마음껏 이야기 속으로 달려들 수 있도록 정글의 세계를 활짝 열어 놓았다.그리고 기어코 유리병 속의 엄마 아빠를, 유리병을 깨뜨리고 정글 밖으로 안내하는 해방감을 맛보게 한다.

이 책은 먼저 그림만 보면서 넘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그것은 그림책을 보는 통상적인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어설픈 듯 그려 놓은 그림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무한한 자유세계를 먼저 경험하게 하고픈 욕심에서다. 글이 그림의 위 아래에 배치 되었거나 때론 위에 때론 아래에 놓여 있는 구성도 그림을 먼저 보이게 하는 적절한 배치라 그림 읽기를 먼저 할 수 있게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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