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중의 고전인 인도의 <마하바라따>가 드디어 나왔다. 예전에도 나오긴 나왔었다.

 

 

 

 

 

 바로 이 책.

 1994년에 발간된 이 책을 읽었었다. 2000년이 되기 전에 읽었으니 기억에 남는 건, 물론 없다. 단지 이야기의 뻥이 굉장했다는 것(시간과 공간의 스케일이 정말 어마어마하다)과 세상에 나온 모든 이야기의 할아버지 격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엄청난 이야기들을 이 한 권에 실었으니, 사실, 이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이 책이 그나마 의미가 있었던 건, 아쉽지만 그래도 대강의 맛이나마 볼 수 있었다는 점일 터이다.

 

 

 

 

어제, 한겨레신문 토요판에 실린, 다섯 권으로 된 위의 책 소개를 보고 나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이 책을 번역한 박경숙이라는 분을 소개한 기사가 읽을 만하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51780.html 

 

박경숙이라는 분은 20년 간이나 이 책을 번역하는데 매달렸다고 한다.

다음은 기사 중에 나오는 부분이다.

 

....고대 산스크리트 고문헌들과 씨름한 끝에 <마하바라타>의 산맥을 넘었지만, 내처 인연의 힘으로 풀려나간 자신의 학문 역정은 언제나 물 흐르듯 편안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아, 이런 삶도 있구나. 한편으로는 농사를 지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학문의 길을 묵묵히 닦았다는 사실에 부러움과 감탄이 절로 흘러 나왔다. 이렇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아름다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 다섯 권이 전부가 아니라는데 나의 고민은 깊어져간다. 내년까지 10권이 나온다는데, 흠 언제 다 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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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별로 궁금하지 않다.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으련만 기억이 없다. 그러나 싫고 좋고를 떠나서 공부는 해야 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그래서였나. 중고로 나왔던 이 책을 덥석 구입하긴 했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는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에서 한참 머물다가 감정상 폐기처분에 가까운 서재 구석 책장으로 옮겨갔는데 어제 불현듯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무릇 예술이라는 게 심심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제 내 독서도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나?

 

처음에는 풋내가 나는 듯 싶었지만 읽다보면 뉴욕의 예술가 집단에 대해서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게 되고 뉴욕의 예술적인 분위기에 푹 젖어들기도 한다. 예술가인 지은이의 싱그러운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책을 읽기 전의 선입견이나 지레짐작들이 하나 둘씩 꼬리를 감추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이런 예술가들이 있구나, 하는.

 

어떤 특정한 장소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사랑스럽다. 나는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를 좋아한다. 비록 그 특정한 장소가 내가 선호하는 곳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들에게서 어떤 열정과 깊은 사랑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것을 감지한다. 그들이 기꺼이 보여주려는 것은 결국 그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어떤 장소에 대한, 그 장소에 배어있는 냄새,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사랑. 그 사랑으로 세상은 , 내가 가 보지 못한 세상은 한결 가깝고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지구라는 곳에 발붙어 있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뉴욕. 다소 개인적이고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지은이의 소소한 뉴욕이야기가 그래도 읽을 만한 것은, 지은이의 뉴욕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그 깊다면 깊은 열정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그중 쌍둥이 빌딩을 건넌 필립 프티 이야기는, 언젠가 접한 이야기인데도 새삼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110쪽...어찌됐거나 필립 프티가 줄 위에서 걷는 것 자체만을, 그것도 아름답게 걷는 것을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 때 내 머리는 잠시 띵해질 정도였다. 공중에 줄을 놓고 걸을 때만큼 걸음에 집중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 한 발자국에 생사가 달려 있는 걸음걸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베르메르의 그림들. 이 부분은 직접 읽어보아야 맛을 아는데...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에 대한 얘기.

 

178쪽...호퍼의 그림은 호퍼 자신의 세상을 닮아 있다. 그의 그림은 주로 미국인, 또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에 관한 것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나에게 그의 그림은 고독이라기보다 고독이라 묘사되는 인간의 조건에 관한 것처럼 보인다....호퍼가 가진 역설에 의거해서 스트랜드가 이 책을 써나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퍼의 그림에서 역설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트랜드의 책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는 호퍼의 역설은 떠남과 머무름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을 보관함에 담는다.

 

 

이 책을 읽으며 뉴욕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의 아들 녀석이 내내 떠올랐다. 생의 한 시절을 예술적인 분위기에 푹 젖어서 살아보는 것,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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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장의 책을 읽었다.

       

 

 

 

 

 

 

 

 

 

 

 

 

 

 

     

 

 

 

 

 

 

 

 

<분노하라>...스테판 에셀. 1917년 독일 출생.

<인생>...지셴린. 1911년 중국 산둥성 출생.

 

어제는 나보다 2년 연상인 동료교사의 장례가 있던 날이었다. 췌장암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지 채 만 1년도 안 되어서 운명을 달리했다. 작년 말썽 많던 우리반의 악동들때문에 쩔쩔매는 나를 무던히도 도와주려고 애쓰셨던 분이었다. 그저께 문상을 다녀온 탓에 어제는 장례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하루종일(개교기념일이었다) 조신하게 지내며 위의 두 책을 읽었다.

 

두 책 모두 90세를 전후로 해서 쓰여진 책이다. 90세라...엄마가 계신 요양병원에 가보면 90세 넘은 노인분들이 많이 계신다. 대부분 평생 글하고는 관계없이 살아오신 분들이라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분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90세에 책을 쓴다는 건 따라서 대단한 일이거니와 한번쯤 읽고 무언가를 배울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물론 위의 책을 쓴 분들은 평생에 걸쳐 존경받을 만한 일을 한 분들이다. 그 세세한 내력들이 있지만 사실 내게는 별 관심있는 사항이 아니다. 그저 이 책을 통해 한 세기를 살아온 사람의 생각을 알고자 할 뿐이다.

 

먼저 <인생>. 사실 크게 와닿는 부분은 많지 않다. 새로울 것도 없는 당연한 말들이다, 싶은 내용이다. 그 중 '노년에 하지 말아야 할 10가지'를 옮겨본다.

 

1. 말을 삼가자.

2. 나이로 유세 떨지 말자.

3. 사고가 경직되는 것을 막자.

4. 세월에 불복하자.

5. 할 일 없음을 걱정하자.

6. 무용담으로 허송세월하지 말자.

7. 세상과 벽을 쌓지 말자.

8. 늙음과 가난을 탄식하지 말자.

9. 죽음에 연연하지 말자.

10. 세상을 증오하지 말자.

 

위에서 '새로울 것도 없는 당연한 말'이라고 했지만 그건 내가 아직 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위의 노인분들을 보면 위의 10가지를 실천할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다. 당장 우리 엄마나 시어머니를 봐도 그렇다. 젊었을 적부터 마음의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배운 사람이나 배우지 못한 사람이나 초라한 모습으로 늙어갈 것이다. 제대로 나이 먹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분노하라>. 이 책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나이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다. 100세를 앞두고도 세상을 향해 "무관심이야말고 최악의 태도! 지금은 분노하고 저항해야 할 때"라고 외치는 꼿꼿한 청년이 있을 뿐이다. 책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39쪽)...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호소하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오로지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에 맞서는 진정한 평화적 봉기"를.

 

21세기를 만들어갈 당신들에게 우리는 애정을 다해 말한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라고.

 

<인생>이 세상에 대한 방어적 자세라면 <분노하라>는 사뭇 공격적인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인생>에선 '말을 삼가자'라고 했는데 <분노하라>에서는 세상을 향해 포효하고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진정한 평화적 봉기를 일으키자고.

 

어떻게 늙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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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글 지우다가 이 책에 대한 짧은 내 흔적마저 사라져버렸다. 원, 컴퓨터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다니...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을 반납하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읽은 흔적이나마 남기고 싶었는데... 

꿈을 꾸게하는 책은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이 책이 그렇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실크로드를 걷고 있는 듯한 환상에 젖어 있었다.  

잘가라,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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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일랜드, 일본 기행문이라고 하나 여행지는 몇 군데 나오지 않는다. 공포라는 것도 비행기 타는 것에 대한 공포라서 (나처럼 비행기 탑승에 늘 굶주려있는 사람이라면) 공포라고 이름 붙이기도 뭐한 좀 싱거운 얘기로 들리지만, 그러나, 언뜻 언뜻 드러나는 작가의 생각들이 재미있게 읽힌다. 여담 같은 이야기 속에 작가로서의 이력이 드러난다.  

(198쪽) 기독교가 세로로 긴 이미지이고 불교가 가로로 긴 이미지인 것은 역시 '천상'과 '정토'의 차이 때문일까. 기독교는 '주님 곁으로'라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데 반해, 불교는 굳이 따지자면 널리 대지를 내려다보는 이미지다. 서양 종교화 속 인물은 시선이 대개 위를 향하는 데, 불교에서는 눈을 내리깔고 있다. 

 

 

일기 형식의 책이라는 걸 감안하고 읽는 여행기는 좀 재미가 떨어진다. 독자에 대한 배려보다 저자의 자의식이 앞선지라 배려 받지 못한 독자는 이내 지루해지고 산만해진다. 프로방스를 사랑하는 사람이 쓴 책이지만 프로방스를 사랑하게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책이라는 것도 밥벌이와 관계가 깊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전업 작가는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글에 그 치열함이 드러나 있다. 위의 <공포의 보수>에서는 작가의 직업 정신이 드러나지만, <완전한 휴식>에서는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여흥 거리 같은 한가로움이 감지되고, 이 책 <불가리아>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심심풀이 땅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도 이쁘고 사진도 이쁘지만, 딱 그것 뿐이다. 너무나 한가해서 부러운.   

 

 

 

'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며, 아무나 쓸 수 없는 내용을 찾아내 무조건 재미있게 쓴다'는 철칙을 정하고 전 세계 오지를 여행한다는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의 태국생활기.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재미는 <....청춘기>보다 못하지만 태국사람들의 기질 등이 잘 나와있어서 태국 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터.(2011.8.5)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의 대만 여행기. 어머니를 여의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러 간 여행인 것 같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부모가 돌아가시면 고아가 되는 법. 여행자는 여행을 통해서 치유되는 법.  

이지상의 여행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서 좋다. 물살에 맡기면 저절로 여행의 동반자가 된 듯, 여행 대신 여행기로는 대만족이다. 삶도 한바탕 꿈이고, 여행도 한바탕 꿈이다. 

발밑의 삶과 한 끼의 식사를 사랑하는 자만이 우주의 신비를 풀 수 있다.'고 노래하는 여행가 이지상의 여행을 위해 나는 언제나 그의 책을 기꺼이 구입하리.

소설로 비유하자면, 인도나 중국은 대하소설 같고 대만은 단편소설집 같다. 짤막 짤막한 것들이 예쁘거나 사랑스럽거나 귀엽거나 애틋하다. (2011.8.8)  

 

 

프리랜서 번역가의 동남아 여행기로 방콕,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일대가 주무대가 된다. 일과 여행을 동시에 추구하는 저자의 활력 만점 여행기이다. 톡톡 튀는 수다스러운 문체에 자지러질 듯 웃음이 튕겨나오기도 한다. 여행을 방금 다녀온 사람의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2011.8.10) 

 

 

 

 음악 다큐멘터리 작업차 아일랜드를 여행한 기록. 정직한 여행기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음악이라는 주제에 충실했으며, 짧은 여행 기간이 담을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을 담았다는 것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꿈'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이 인상적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고도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정직하다.

(56쪽)꿈이란 게 원래 그렇다. 내 스스로 놓지 않으면 결코 제 발로 도망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실상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 대부분은 꿈이 날아가 버린 게 아니라 스스로 꿈을 놓아버린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240)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 때문에 상처받는다.상처가 깊어지면 때로 꿈은 악몽이 되지만 그렇다고 꿈을 버리고 행복해질 리는 만무하다.(201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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