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날 사랑한다면..


      그대가 날 사랑한다면 용혜원 그대는 내 마음에 피어난 들꽃입니다. 그 향기에 흠뻑 취해 미친듯이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순간만큼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 살아갈 이유는 사랑이기에 모두들 사랑에 빠지면 삶의 쓸쓸함도 사라지고 삶의 외로움도 사라지고 그 순간만큼은 시간조차 멈추기를 원합니다 가슴을 불태우던 사랑의 온도도 식어가면 그만큼씩 서로가 멀어진다지만 사랑도 계절이 있어 그 모습이 다 다르다지만 온세상이 다 변한다해도 그대가 날 사랑한다면 그 무엇을 더 원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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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구나무

     - 송찬호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자 그는 곧,
    나무로 치면 자신이 못생긴
    살구나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산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전설의 숲은 이미
    호랑이 귀를 잃은 지 오래기 때문에
    그는 동네 어귀에 삼 년 동안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었다
    그의 허리 아래로 붉은
    페인트가 칠해졌다
    그의 별명은 우체통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가 깨달은 건
    사랑의 편지는
    독약으로 씌워진다는 것이었다
    그는 때 전 구름모자를 쓰고 다녔다
    아니, 그땐 혁명기였기 때문에
    구름모자가 그의 머리에
    씌워졌다고 해야 옳은 말이다
    그는 <매미>라는 애칭의 유부녀와 사귀었다
    그녀는 싸구려 밤무대의 가수였다
    후에도 그의 키는 성장하지 않았다
    그의 굽은 척추를 의사는
    삶의 구조적인 문제일 거라고 했다
    그가 생전에 눈으로 본 새로운 법과 제도로는
    미미 인형에게 인격과
    투표권이 부여된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지구사에서 감기가
    멸절됐다는 의학 보고서를 그가 보았다면
    이 세계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수많은 행운이 포장된 채
    그의 삶을 기웃거렸지만 그는 결코,
    그 상자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유리창을 닦고
    화단에 물을 주고
    손님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돈하던
    그는 한낱 이름 없는 시골 여관 주인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그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가끔씩 그가 왜 빙긋이 웃는지는 더욱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희망이 난무하던 시대,
    진정으로 불행을 만났던 행복했던 그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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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하나 달 두 개

      숲 하나 달 두 개

      - 유하






      그러나 난 노래할 것이다 물오리나무와
      달개비꽃, 날아가는 저 노랑할미새 --
      그 온갖 살아 있는 움직임,
      황홀한 순간의 운동성에 대하여


      탱자꽃 피고 은하수는 폭발한다
      거미는 말의 식욕을 풀어
      나비의 관능을 사로잡고
      휘파람새 날아올라 우주의 조롱 밖에서
      내 노래를 조종한다


      저, 올빼미의 눈
      숲 하나, 달 두 개


      오, 바람은 이름을 얻지 못하는
      들풀들의 흐느낌이 되어 주고
      그 흐느낌은 내 모든 세포들을 이끌어
      저 들판에 풀씨처럼 춤추게 한다


      자귀여, 불귀여,
      꿀벌의 등을 타고 나는 돌아갈 것이다
      세상의 온갖 향기 붐비는 혀의 광장,
      시가 꼴리는 꽃의 음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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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솔가

        - 김혜순




        죽은 어머니가 내게 와서
        신발 좀 빌어 달라 그러며는요
        신발을 벗었드랬죠


        죽은 어머니가 내게와서
        부축해다오 발이 없어서 그러며는요
        두 발을 벗었드랬죠


        죽은 어머니가 내게 와서
        빌어 달라 빌어 달라 그러며는요
        가슴까지 벗었드랬죠


        하늘에 산이 뜨고 길이 뜨고요
        아무도 없는 곳에
        둥그런 달이 두 개 뜨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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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詩/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가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은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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