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지음, 정영목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황사 바람이 분다. 길을 찾지 않은 지 얼마나 흘렀는지 시간 감각도 무뎌진 지금 사진들이 덜컥 겁을 먹게 하고 말았다. 작가는 자연과 길을 흑백 사진 속에 담아 무언의 사상을 전하려 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내게는 아무도 없는 자연속의 길과 험한 바람 부는 자연 속은 내가 도태되어야 할 것을 느끼게 한다.


바람은 나를 그 사진 속에서 깜짝 놀라서 뛰쳐나오게 만들었다. 그곳에 갇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 상황에 따라 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끝없이 나 있는 길은 무언의 압력이었다. 가라. 저 길을 걸어라. 끊임없이 등 떠미는 바람에 버티며 나는 그냥 멍하게 있었다.


아, 나는 저 길을 걷지 못하겠구나. 나는 오염시킬 수밖에 없는 존재로구나. 자연 속에서라면 나는 이미 잡아먹혔을 먹이일 뿐일 텐데... 그러다 번쩍 정신을 차렸다. 길은 누군가 만든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든 길을 내가 가는 것이다. 그 길을 내가 어떻게 무엇으로 가든 그건 내 자유다. 아무도 내 길을, 내가 만들 길을 막지는 못하게 하자.


앨리슨 래퍼가 왔다. 그녀도 그녀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작가가 말하려는 길은 아마도 이런 길일 것이다. 누가 아닌 내가, 각자의 길을 존중하며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을 그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바람 한 점 가슴 속에 불어주기를... 자, 이제 바람아 나를 데려 가라. 나,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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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황사때문에 지금은 말고요~^^

물만두 2006-04-24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럼... 그대 이름은 바람바람바람~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띵띵띵...
 
4일간의 기적
아사쿠라 다쿠야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알았을 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라는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기대가 컸었다. 그리고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있다고 해서 찾아봤다. 미스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미스터리란 말이 붙었을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을 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비교하면서 더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찾아내면서.


인생은 한 마디로 미스터리의 연속이다. 인간의 삶 자체가, 미래가 알 수 없는 것이므로 미스터리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아니 몇 번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일과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아, 그땐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을 하곤 한다.


유망한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유학을 간 곳에서 피아니스트의 생명인 손가락 - 달랑 새끼손가락 한마디일지라도 - 을 잃어버린 남자와 그 남자가 자신의 인생이라고 할 피아니스트의 생명을 걸고 지켜낸 정신지체아, 그 남자를 만나고 나서 서번트의 재능을 알게 되어 악보도 볼 줄 모르면서 한번 들은 곡은 피아노로 정확하게 치게 되어 무료 공연을 하는 일상 중에서 한 요양원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뜻밖의 고등학교 후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겪는 기적 같은 나흘간의 일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미스터리가 있다.
첫 번째 미스터리는 인간의 만남에 대한 미스터리다. 인연이라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많은 만남을 하고 있지만 그 중 어떤 것이 인연이 될 지, 운명적 만남이 될지는 나중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신의 영역에 속한 것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만남은 모두 이미 예정된 것이라고도 말을 하지만 누가 아는가. 그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뿐인데. 그러므로 이 세 사람의 만남은 미스터리한 운명적 인연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미스터리는 인간의 뇌에 대한 미스터리다. 이것은 진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이므로 미스터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이다. 아직도 밝혀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인간의 뇌. 그 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아직은 모르고 있다. 단편적으로만 알뿐. 그래서 말들이 많은 것이다. 그래도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은 그 심장 주인이 하던 행동을 하게 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심장도 그런데 뇌는 더 얼마나 대단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 뇌가 이런 일을 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은 안 든다. 이렇게 두 가지 미스터리, 추리소설로서의 미스터리가 아닌 미스터리를 가지고 이 작품은 전개되고 있다.


그거 안다. 갑자기 어느 순간 하늘에서 벽 하나가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 그리고 그 벽이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절망감. 그 절망감이라는 거 조금은 이겨냈나 싶으면 다시 찾아오고 조금 무뎌졌나 싶으면 올라온다. 영원히 끓어 앉고 살아야 하는 감정이다. 그런데 벽이라는 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왜 뛰어 오르려고만 하고 밀어내려고만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슬쩍 옆으로 돌아 빠져도 되고 뒤 돌아서 벽을 등지고 다른 곳으로 달려도 되는데 말이다. 그게 잘 안되니 절망이라는 거겠지만.


이 작품은 삶에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절망할 시간이 있으면 그 안에서 그나마 나은 것을 볼 생각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 절망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금 당장 세상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 세상 너머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자고.


다소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나흘 동안 일어나는 일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작가는 쓰고 있다. 그리고 기적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이미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것, 자신 안의 모르던 것을 발견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지금 상처 입은 사람들, 앞으로 상처 입게 될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어쩌면 미스터리한 삶의 경고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닥칠 운명의 어떤 벼랑 끝에서 당신이라면 과연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벼랑에서 잘 떨어지겠냐고 말이다.


삶을 그래도 지속하고 싶은 분들에게, 상처를 딱딱하게 만들어 내 보일 용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조용한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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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2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은 도통 잘 읽어내지 못했는데, 늘상 조용히 리뷰만 읽고 가다가, 이 책은 보관함에 옮겨봅니다.

물만두 2006-04-2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추리소설 아닙니다~ 읽어보심 괜찮을 겁니다.

moonnight 2006-04-25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어쨌든 살아가야 하니까요. ^^

물만두 2006-04-2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읽어보세요. 괜찮아요~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우연히 티비 드라마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추리적인 요소가 괜찮았다 싶었다. 이 정도면 어디서 본 듯한 소재라도 책은 더 낫겠지 싶어서 샀다. 그리고 이 작가가 <장국영이 죽었다고?>로 말이 많은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작가가 제목에 자살한 연예인을 넣는 것이 작품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 속의 모든 코드는 말하자면 자살은 인생의 완성이다... 뭐 이런 것이다. 마지막 평론가는 이 작가가 김영하와는 다르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나는 읽는 내내 또 한 명의 김영하를 보는 듯 했다. 느낌이 같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같은 생각을 담고 살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 완벽한 독자성을 갖기 어렵다. 아무리 90년대 시대의 작가라 할지라도 이미 인이 박힌 듯 떨쳐내지 못한 응어리는 쉽게 대물림되고 유산처럼 남아 사생아 같은 작품을 남기고 있다.


도대체 커트 코베인을 누가 죽였느냐가 뭐가 중요하냐고. 그 사회가 그를 죽였다. 자살로 몰아  갔다. 한 청춘이 자살을 선택해야 할 만큼 냉혹했다. 그래서? 내가 원한 건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김영하의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는 괜찮은데 하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이 작가에게는 그런 느낌조차 없다.


끼인 세대도 아니면서 끼인 세대처럼 글을 쓰고 오롯이 자신만의 독자적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과거로 침전되는 글들, 변화 없는 사람들, 딱 한 작품 <선인장>만 좋았다. 선인장은 가시가 많다. 물을 너무 많이 줘도 죽는다. 꽃도 자주 피지 않는다. 그래도 사막에서도 자란다. 그런 선인장처럼 우리는 질기게 살고 있다. 그리고 살아야 한다. 글도 써야 하고 읽어야 한다. 하지만 비슷한 것은 당장 유행품처럼 버려지게 마련이고, 너무 가시가 많은 것은 아프고 성가셔서 가시가 잘리기 십상이다. 릴케의 장미의 순수를 이 시대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서트 코인>같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작품과 죽음에 대한 설 좀 풀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통은 한 편 한 편 생각을 읊어 가는데 이 단편집은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그냥 김영하도 그랬듯이 한 편으로 만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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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4-2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하루(春) 2006-04-20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커트...>는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쓴 거 아니었나요? 저는 최근작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먼저 읽고, 이 책도 계속 염두에 두고 있는데 아직 못 사고 있긴 하지만요.. 나름 기대 중인데...

물만두 2006-04-20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언니 말씀을...
하루님 맞습니다. 전 그래도 원작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거든요. 이 작가는 극과 극인 것 같아요. 좋으면 <장국영...>도 읽어볼까 했는데 아쉬워요. 읽고 리뷰 쓸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더라구요 ㅠ.ㅠ 아마 제가 이해를 못해 더 시니컬해진 것 같아요.
 
플라나리아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흔히 말을 한다. 훔친 사과가 맛있다느니, 놓친 버스가 더 아깝다느니. 진짜 그럴까? <플라나리아>에 나오는 주인공이 플라나리아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아직도 산다는 게 어떤 건 만만해 보여?’라고. 플라나리아처럼 유방이 잘라도 다시 생겼으면 좋겠지. 등 뒤의 살을 베어내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 요지는 그건데 당신이 플라나리아로 태어났는데 실험실에 잡혀가서 온갖 이상한 실험 대상이 된다면 플라나리아가 된 당신은 또 이런 생각을 할 거야. ‘플라나리아보다 더 단순하고 남의 눈에 더 안 띄고 더 편하고 그런 거 뭐 없나?’


당신은 괜찮아. 그 가슴 드러내고 비키니 수영복 입고 수영장 갈 생각은 왜 못해? 남한테 유방암 환자라고 말은 하면서. 사실은 아니고 싶은데 돼서 속상한 거지. 안 겪어보면 모를 일들. 그래서 가끔은 ‘체험 수기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이런 책 보면 짜증이 확 밀려오잖아. 그런데 말이야. 다른 사람들도 다 거기서 거기라고. 비키니 못 입는 사람들 많고, 일 안하고 사는 사람도 많고 자기 단점이 장점인 냥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아. 단지 그런 얘기는 보통이라고 생각하고 당신 얘기는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야. 보통이 아니면 안 되는 세상이라서 말이지. 자장면도 보통이 있고 곱빼기가 있고 보통도 남기는 사람도 있는데.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재진행형이다. 작가는 마지막에 그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플라나리아>에서도 그 뒤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는지, <사랑 있는 내일>에서 주인공들이 결혼을 했는지 안했는지, <네이키드 Naked>에서 주인공이 일자리를 찾았는지 그 남자와 다시 만나는지, <어딘가가 아닌 여기>에서 마이 페이스로 어떻게 딸과 아들, 남편과 친정어머니를 어떻게 했는지, <죄수의 딜레마>에서 그 뒤 다시 만난 건지, 결혼만 안하고 만 건지 모두 알 수 없게 만들어 놨다. 왜냐하면 인생은 모두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고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 또한 작가가 마침표를 찍어주지 않는 한 계속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은 공식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살건 그건 개인의 문제다. 그것이 사회의 문제가 되지 않는 한.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버거워 한다. 그것은 그들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는 일탈을 죄악처럼 여기게 교육시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의 의무를 비롯한 의무와 책임이라는 것을 지고 살고 있고 남에게도 똑같은 것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심 한번쯤 이런 삶을 꿈꾸지만 선뜻 할 수 없기에 손가락질을 먼저 하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들은 이들만의 삶을 산다. 그러니 보통이 좋은 사람들은 보통의 삶을 만끽하기를. 어차피 이들도 선택에 의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이렇게 된 거니까.


일탈과 일상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방황하고 있다. 한번쯤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서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상에 매달려 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똑같은 일만을 하다가 모든 둥근 것만 보면 조이고 싶어 하는 채플린처럼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차 없이 동일하게 살기를 요구하고 있다. 아니면 낙오자, 사회부적응자 등의 이름으로 그들을 분류해 내서 가지치기 하듯 잘라낸다.


작가의 삶이 이 단편들 속에 점점히 박혀 있는 것을 느낀다. 작가의 체험이지 싶은 내용들로 전 단편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지치기 당할 만 하다 싶다. 럭비공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알지 못하듯 우리네 삶이 어떻게 될지는 죽을때까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죄수처럼 인생 가지고 남과 함께 저울질 하지 말고 그냥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사는 게 뭐 별거냐고. 플라나리아처럼 살고 싶으면 살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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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18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버거워 한다.---제가 그랬다는 것을, 물만두 님의 리뷰를 읽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종종 어떤 말은 들리는 순간 혹시, 하는 마음에 뒤돌아보다가 나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방금이 딱 그런 경우였어요. 요즘 일본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바로 읽고싶어지도록 만들어주셨습니다.

물만두 2006-04-1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그러셨군요. 저도 그래요. 대부분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겨울 2006-04-1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 읽고서 와! 하는 감탄사를 터트렸는데, 지금은 다 까먹었어요. 손만 뻗치면 닿을 곳에 책이 있으니 언제든 다시 읽을 수 있어요. 초록색의 표지를 좋아했는데 어느새 바뀌었군요.

물만두 2006-04-19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시 나왔네요^^
 
나일강의 여신 - 전3권 세트
윌버 스미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가 있다. 사랑과 우정과 영웅담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이 세 가지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을, 신분을 뛰어 넘는 소중한 우정을,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시작되는 끝없는 영웅의 이야기를.

 

이집트에 힉소스 왕조가 세워지기 바로 직전이 이 작품의 배경이다. 힉소스족이 쳐들어오기 전에 시작에서 그들과의 전투에 패하고 방랑을 하다 다시 전력을 쌓아 그들을 몰아내는 첫 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이타라는 노예가 적은 이야기가 바탕인 이 작품은 타이타가 사랑한 여인과 타이타가 사랑한 남자, 그리고 그 둘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가슴 아파하면서도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며 그들이 이루어질 수 없었을 때 그들을 일으켜 세워 또 다른 용기를 주는 감동을 담고 있다.


얼핏 보면 마님을 사랑한 돌쇠의 순정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타이타는 우직할지는 모르지만 돌쇠타입은 아니다. 그는 신분이 노예일 뿐 다재다능한 인물로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우리는 그를 통해 이 작품을 읽게 되는 것이고 그의 감정에 따라 울고 웃고 하는 재미를 만끽하게 된다.


솔직히 이집트는 신이 너무 많아서 인도, 그리스와 함께 내가 기피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밀려오면서 ‘아, 이집트는 정말 미스터리한 곳 이었지‘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가 이집트에 대해 아는 것은 영화 <미이라>에서 보여 지는 그런 면과 <파라오의 저주>같은 서양사람 시각에서의 작품뿐이었다. 물론 이 작가도 서양 사람이다. 그래서 단 한군데 작가가 임의로 딴에는 재치라고 쓴 것이 있는데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만든 단어를 빼면 발굴한 내용을 그대로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믿고 싶다. 


왜 이 작품을 이집트 작가가 다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아무래도 그들만의 제약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 작가의 능력이 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오르한 파묵이나 이집트계 작가가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 또한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나라 역사에 관한 것, 자신의 나라가 배경인 작품을 다른 나라 사람이 아무리 재능이 탁월하다고 해도 그 나라 사람보다 더 잘 표현하고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독특한 면에서 어필할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매력적이다.

 

작가가 어느 나라 사람이든 그 바탕이 되는 원작품이 워낙 좋았고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 작가가 말한 발굴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가끔 그런 것까지 픽션으로 하는 작가도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차 떼고 포 떼고 다른 것을 모두 떼어내고 본다고 해도 타이타와 로스트리스, 타누스의 이야기만으로도 읽는 재미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나일 강은 길다. 그 긴 강의 굽이굽이와 넘쳐흐르는 범람의 때마다 사건이 일어난다. 독자를 한 사건이 끝나 안심하게 되면 또 다른 사건으로 내 몰아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이 책만 보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다음에도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든다. 지금도 나일 강이 흐르듯이, 독자에게 또 다른 범람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다. 2편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빨리 나오기를 바란다.


이런 작품을 읽으면 사실 쓸 게 별로 없다. 읽어보지 않으면 감동을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쓴 서평이라 할지라도 책 자체를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집트라는 매력적인 고대 왕국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랑이 숨 쉬고 있다. 그 숨결을 느끼지 않고 지나간다면 좋은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일 뿐.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로맨스 좋아하고 고대의 영웅담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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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6-04-1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오네요..^^;;
울트라 이집트 서스펜스 미스터리 로망이라니 안 읽을 수가 없잖아요. 다만 자금난과 워낙 읽을 책이 쌓인 관계로 조금 미뤄둬야겠습니다..^^;;

진주 2006-04-1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읽는 속도 무지 빠르시다!

물만두 2006-04-1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 사실 더 근사한 제목을 짓고 싶었지만 울트라 초특급 서스펜스 스릴러 미스터리 로망 어떤 걸 붙여야 할지 몰라서 그래도 좀 줄인겁니다.^^;;;
진주언니 잡으면 손떼지 못하실겁니다^^

하늘바람 2006-04-1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팠는데^^

물만두 2006-04-1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세요^^

paviana 2006-04-1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정말 호객만두의 절정이잖아요.=3=3=3

날개 2006-04-1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 만빵~+.+

물만두 2006-04-1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그러고 안 읽으심 진짜 쫓아갑니다^^ㅋㅋ

물만두 2006-04-1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ㅎㅎㅎ

sayonara 2006-04-14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목의 압박이 대단한데... 음... 또 한번 질러야 하나... 해리 포터 5, 6편을 지른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 타격이 상당한데... 중얼중얼... 음... 음... f(__;)

물만두 2006-04-1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역시 제목이 가장 중요하군요. 다음에는 초절정을 사용해봐야겠습니다^^

딸기 2006-04-15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흑 이거 딱 내 취향이네요 ㅠ.ㅠ

물만두 2006-04-1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사서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