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행복한 카시페로 마음이 자라는 나무 9
그라시엘라 몬테스 지음, 이종균 그림, 배상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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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반 정도 살다 보면 이런 생도 있고 저런 생도 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어떤 개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평생 배고픔이 뭔지 처절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할 것이고 어떤 개는 엄마 젖꼭지가 한 쌍만 더 있었더라도 배고프지 않았을 텐데를 태어나면서 느끼며 자라고 먹기 위해 일자리를 얻고 훔치고 감금당하고 난폭한 일을 당하며 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이란 상대적인 것이라 누가 더 행복하고 누가 더 불행한지는 알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을 깨닫고 느끼며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서는 벌판으로 나와야 한다. 추운 겨울에는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야 하고 한 여름에는 모기떼의 공격을 받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밤하늘의 별들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방에서 배불리 먹으며 꽉 막힌 곳에서, 환한 야경이 찬란한 곳에서는 그 별을 볼 수 없다.

 

선택은 카시페로의 몫이었다. 카시페로는 모든 이름들이 주는 굴욕을 헤치고 친구와의 우정, 여자 친구와의 사랑을 지키고 작은 천국을 발견했다. 그는 안다. 그 천국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생은 회전목마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임을. 그러니 그 순간의 천국의 행복이나마 감사히 느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천국은 발견한 자의 몫이다. 별을 볼 수 있는 자유를 깨달을 수 있다면 행, 불행이 천국의 발견에 어떤 조건이 되지 못함을 알게 된다. 누구도 완벽하게 행복할 수도 완벽하게 불행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불행 가운데 작은 행복이 더 찬란하고 소중할 수 있고, 많은 행복 가운데 작은 불행이 더 크고 아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명한 카시페로에게 경의를 표한다. 누구도 깨닫지 못할 것을 그는 이미 알고 발견했으니까.

 

아, 그리고 카시페로여! 개에게만 자유가 냄새는 아니다. 인간에게도 냄새는 자유다. 그 자유를 찾던 인물이 등장하는 <향수>를 읽어보길 바란다. 인간의 글을 안다면 그에게 공감할 수 있는 존재는 너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어떤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애완동물을 기르고자 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함께 보기 바란다. 개들은 애완용품을 싫어한다. 개의 고유함을 말살하는 것이 개를 먹는 것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느끼기 바란다. 또한 돈은 반드시 냉장고에 넣지 말기를. 냄새 때문에 돈 먹은 개가 무슨 죄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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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1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읽은 책에는 버림받는 애완견들이 나왔는대..
이렇게 애완동물에 대한 진심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들은 한번씩 읽는다면 그렇게 유기견들이 많지않을텐데....가슴 아파요...
행복을 향한 선택이 우리의 몫이란 사실 가슴에 담고 가요~~

물만두 2006-10-1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유기견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책 안읽겠죠 ㅡㅡ;;;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어빈 얄롬 지음, 임옥희 옮김 / 리더스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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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한 사람이 까만 옷을 입고 오른쪽 위에 서 있다. 그 사람이 니체인가 궁금했다. 제목이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니까. 그런데 그는 니체가 아니다. 루 살로메다. 이 작품은 루 살로메로 시작해서 루 살로메로 끝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루 살로메가 니체의 치료를 브로이어 의사에게 부탁함으로 해서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루 살로메라는 여인이 니체의 병의 원인이라 생각한 브로이어 의사가 니체에게서 그 고백을 듣기 위해, 아니 자신에게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 자신도 똑같은 고통을 겪었다고 하면서 니체를 만나게 된 간접적인 의학 사례보고에서 가명으로 얘기한 환자 안나 O에 대한 욕망을 고백하며 자신의 고통을 철학적으로 치유해주기를 바라면서 대화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그 시대 존재했던 인물들이다. 작가는 그들을 만약 이들이 만났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제대로 조우시켰다. 니체를 브로이어의 안나 O처럼 만들고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르는 브로이어의 생각을 니체의 철학으로 풀어내고 또한 프로이트를 등장시켜 꿈과 최면요법으로 치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은 니체의 철학이 아니다. 그의 저서 제목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을 빌려 말하자면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단순한 욕망을 어떻게 스스로 극복할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브로이어의 안나 O에 대한 욕망과 니체의 루 살로메에 대한 욕망을...


내가 니체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조건 읽으려고 했더니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철학적 내용은 이해할 수 없지만 인간이 산다는 게 어차피 개똥철학 하나쯤 가지고 사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지극히 단순하고 간단하게 그들의 삶의 한 조각을 들여다본다고 생각을 하니 의외로 쉬웠다.


그렇다. 니체는 니체답게 차라투스트라를 머리에 잉태하고 출산하며 살다 간 것이고 브로이어는 브로이어답게, 루 살로메는 그녀답게, 안나 O로 불린 베르타 파펜하임까지 그 일을 극복하고 잘 살다 갔다.

 

그러니 나도 그저 나답게 살다 가면 그뿐이다. 니체가 말했듯이. “나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그리고 “너 자신이 돼라.” 그리고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무엇이든지 결국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내 병은 축복이다.' 이 말에 공감하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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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6-10-14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무엇이든지 나를 강하게 만든다, 내병은 축복이다................뭉클합니다.

물만두 2006-10-1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누구나 나름 마음의 병이든 몸의 병이든 있지 않을까요^^:;;

비로그인 2006-10-14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그럴 수 있겠네요. 치명적인 경우만 아니면 이렇게 웃을 수 있는거구요.
아침부터 찡해집니다.

이누아 2006-10-14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삶에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듯이, 이런저런 일들이 함께 일어나듯이. 하지만 좋은 일만 추구하죠. 그리하여 병은 축복이 아니라 불평이 되고 맙니다. 병이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삶 전체가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요?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말이 정말인 듯합니다. 님은 내 병은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았습니까...

물만두 2006-10-1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치명적이더라도 웃으며 떠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이누아님 전 늘 생각해요. 둘 중 하나라고요. 불행과 행복은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고요. 그런데 불행을 선택할 필요는 없죠. 예고없이 불행은 찾아오지만 이미 찾아온 불행을 더 불행하게 나둘 필요가 있나 하구요. 그렇게 생각하면 강하게 된다거나 축복이라는 생각보다 생각을 바꿔 그 안에 작은 행복도 있을테니 그걸 찾고 살자하구요. 그럼 산다는게 아주 많이 불행해지진 않거든요^^;;

2006-10-14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10-1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읽어보세요^^;;;

마태우스 2006-10-1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체는 정말 많은 말을 했군요 신은 죽었다는 말 말구두요...

물만두 2006-10-1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철학자가 한마디만 남겼겠어요^^;;;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로알드 달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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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을 간략하게나마 전반적으로 상상의 집합체를 접할 수 있는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로알드 달이 동화 작가인 동시에 성인들도 만족시키는 작품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어디에 있는 지는 <행운 : 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가> 여기에 있다. 이 한 편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다.


로알드 달이 작가가 된 과정을 스스로 얘기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로알드 달이 유명한 작가를 만나 우연한 계기에 작가가 되었다고 쓰고 있지만 그것보다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이 그의 앞에 펼쳐진 거라고 말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는 정말 속을 뻔한 작품이었다. 실제 있는 인물인가 찾아볼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으니. 하지만 또 누가 아는가. 지금 이 순간 세상 어딘가에 이런 인물이 있을지... 꼭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산타 크로스의 존재를 믿는 어린 아이처럼.


<히치하이커>는 사실 약간의 스릴이 있기를 은근히 바란 작품이었다. 그런데 유머러스하게 치고 빠져버렸다. 한마디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밀덴홀의 보물>은 논픽션이라고 하니 그 접시 한번 보고 싶다.


<백조>와 <동물들과 이야기하는 소년>, 그리고 <행운 : 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가>에 등장하는 로알드 달의 어린 시절은 마치 한편의 스릴러 작품의 앞면을 장식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 결코 아이들이란 존재가 만만한 존재들이 아니라는 것이 어쩌면 그가 동화를 쓰고 또 미스터리 단편을 쓰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식은 죽 먹기 : 나의 첫 번째 이야기>는 정말 로알드 달의 처녀작을 본다는 의의가 있다. 역시 작가의 시작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거기서 좀 더 살을 붙이고 상상력을 보태 점점 나아가는 거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전반에 걸쳐 그의 상상력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생각하며 단편들을 읽는다면 더 좋은 글쓰기 연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 읽고 난 뒤 내가 생각했던 <맛>과 <세계 챔피언>에서 볼 수 있었던 미스터리적인 작품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컸지만 오히려 이 단편집이 로알드 달이란 어떤 작가인지를 잘 보여주는 단편들로 이루어졌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여러 독자들에게, 로알드 달의 팬이라면 더 만족감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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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0-1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 보관함에 담아둘래요

물만두 2006-10-1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께는 어쩌면 이 단편집이 더 좋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똘이맘, 또또맘 2006-10-1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추석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추석음식 많이 먹고 만두속이 꽉 찬건 아니신지... ^^&

물만두 2006-10-1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똘이맘또또맘님 추석은 잘보내고 감기걸려 이틀 못 들어오고 오늘 정상 가동중입니다^^ 님은 잘 보내셨나요? 감기조심하세요~

수퍼겜보이 2006-10-1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보관함에~

물만두 2006-10-1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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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이라부나 간호사나, 모두 한통속인 이 진찰실은 흡사 유원지 관람차 같다. 일단 타면 일주하는 동안, 그 페이스에 맞출 수밖에 없다.’ 
 

비슷한 공중곡예사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이사키 코타로의 <중력 삐에로>와는 너무도 다르다. 그런 다른 점이 이 작가의, 이 작품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웃으며 책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러면서 이라부는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 준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본 사람들은 대부분 느끼겠지만 의사들의 권위적인 말투와 환자를 못 알아듣는 바보취급 하는데서 병을 낫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어떤 때는 화병이 생길 때가 있다. 아파서 위로 받고, 진단 받고, 낫고 싶어서 찾아간 환자에게 그들의 권위는 주눅 들게 한다. 그런데 이라부는 그런 면이 없다. 오히려 환자가 의사를 깔보게 만든다. 거리감을 만들지 않는 의사와 위선적 친절함이 없는 간호사는 그래서 신선하다. 
 

물론 현실에서 이라부같은 의사가 있다면 환자로써 싸우다 지치겠지만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 소아과에서 아이들과 싸워서 신경과로 간 독특한 이라부니까 정신연령이 같은 나 같은 환자는 만나면 안 될 듯도 하지만. 
 

이라부처럼 살기 참 힘든 세상이다. 이라부처럼 살 수도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이라부가 좋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라부가 아니기 때문에 이라부처럼 살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에 맞게 알아서 살면 된다. 가끔 세상 살기 짜증날 때 꺼내보고 싶은 책이다. 그의 진찰실 앞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들어오세요오.” 우후후후 생각만으로도 재미있다. 간 김에 비타민 주사를 맞으면서 벌렁거리는 이라부 콧구멍도 구경하고. 
 

정말 관람차 한번 재미있게 탄 기분이다. 이라부가 운전하는 유쾌한 놀이동산, 이라부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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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0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 세실땜에 요거 읽구 별룬대..뭐여? 그랬는대..ㅎㅎㅎ

물만두 2006-10-0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이라부가 귀엽잖아요^^ㅋㅋ

DJ뽀스 2006-11-1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상담받고 싶어요. 이라부아저씨! 어디 계세요? ㅋㅋ
개인적으로는 공중그네보다 인더풀이 더 재미있었어요.

물만두 2006-11-1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제이뽀스님 저는 공중그네도 인 더 풀도 이라부가 있어서 다 좋았어요^^
 
유쾌한 천국의 죄수들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명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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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꿈이었다. 비행기의 불시착으로 무인도에 48명의 남녀가 고립되게 된 것도, 그곳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 일도, 낙원에서 영원히 원시 공산제로 아무런 범죄 없이, 세금과 지치는 일없이, 스트레스 없이, 공해와 오염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고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은 어른들만이 꿀 수 있는 환상이었다.


그건 일탈이었다. 고단하고 힘든 일상에서, 점잖고 체면을 차려야 하는 문명인의 생활에서, 근사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현대에서의 작은 탈출이었다. 하지만 오랜 일탈은 있을 수 없다. 탈출은 죄수들의 몫이다. 이들 현대 문명에 길들여진 죄수들의 운명은 어차피 정해져 있었다.


아주 비극적일 수도 있는 상황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어른들의 이야기로 담아내는 가운데 그래도 유럽인들이 쓰는 글 속에서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버리지 못한 우월감이 내포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은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독재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종처럼 부릴 프라이데이가 없고 그들이 일원으로 받아들인 잔을 내세워 현대의 로빈슨 크루소의 후예들은 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있는 곳이 무인도기 때문에 자신들이 살아도 된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다. 자기 나라에서 공터가 있고, 누군가 그 땅에 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나 그 안에 들어와 살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땅에도 소속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모르는 원주인이 있을 것이다. 반군들과의 전쟁 중인 인도네시아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들은 그곳이 신이 자신들에게 부여한 유토피아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남아 살겠다고 말한다.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자들이.


이 작품에서는 그래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돌아가길 거부하는 자들보다 더 이성적으로 보인다. 돌아가려는 자들은 자신들의 자유보다는 그들을 걱정할 가족을 생각한다. 하지만 남으려는 자들은 가족은 이미 자신들을 잊었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돌아가고 싶어도, 벗어던지려 애써도 던질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있는 법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이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인간은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 애완동물로 어미에게 어린 새끼 원숭이를 빼앗아 길들이고, 고고히 서 있던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술이 취해 일본군이 남긴 포탄을 바다에 마구 쏘아 대는 일을 유희로 삼는 자들이 유토피아를 논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작품 자체는 재미있다. 이런 무인도에 고립된 상황을 심각하게 그린 작품들에 비하면 현실성이 있다. 피임 기구로 낚시도구를 만들고, 비행기 잔해로 소금을 얻을 냄비를 만들고 술과 담배를 만들고 조를 짜서 노동을 하고 구조의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내고 구조선이 오자 다시 탈출을 하고 하는 이런 일련의 일들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마치 어른들의 동화 같다.


유쾌한 천국의 죄수들은 우리에게 유쾌함을 준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인지도 생각하게 해준다. 그렇다고 미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그들의 모습이 그때 그곳에서의 모습과 달라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표류기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이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으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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