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 수천 명의 환자를 일으킨 재활치료사의 기적의 걷기수업
다나카 나오키 지음, 송소정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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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차치하고 (아니, 차치하면 안되지만) 이 책의 컨셉트만으로도 이 책은 훌륭하다. 

'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걷기가 중요한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걷기가 왜 중요한지, 잘 걸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잘 못 걷게 되어 버린다!는 것을 쉽게 반복적으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걷기만이라도 잘 하자.고 하지만, 그게 제일 중요한 기본되는 것이었다. 


나이대별로 근육운동하는 법을 가르쳐주는데, 30-60대, 그리고, 70대 이후다. 30대, 40대, 50대, 60대 다 한 카테고리로 묶임. 


근육에는 속근과 지근이 있고, 순발력이 있는 근육은 속근, 지구력이 있는 근육은 지근이다. 여기서 우리가 유심히 봐야할 것은 지근인데, 앉기, 서기, 걷기와 같은 일상생활 동작에서는 속근보다 지근이 중심이 된다. 일상적인 동작으로 금세 지치지 않고, 유연성이 뛰어나 부상의 위험이 줄어든다. 


근육은 정반대로 움직이는 2개가 쌍으로 구성된다. 동작을 하는 주동근과 그 반대로 움직이는 길항근. 예를 들면, 몸을 구부를 때 복근이 주동근이 고, 배근(등근육)이 길항근이 되며, 몸을 뒤로 젖힐 때는 그 반대가 되는 것. 한쪽 근육이 수축할 때 나머지 근육이 늘어나고, 그 반대로도 작용한다. 


몸을 적당히 움직이면 근육이 이완과 수축을 반복해서 문제 없으나, 운동 부족이 되면, 근섬유가 붙어 버려 수축 이완 작용이 더뎌져, 쉬운 말로 하면 '몸이 굳고, 근육이 약해짐!' 나이들수록 전신근육이 수축되어 근육이 '석쇠 위의 오징어처럼' 안쪽으로 굽어지며, 근력 저하가 진행된다. 


근육은 면역세포나 뇌세포와 달리 숫자에서 나이의 영향을 적게 받음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먹으면면 근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은 활동량이 줄어들어 근섬유가 가늘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근력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느냐 하는 것! 며칠 동안 몸져누우면 근력이 하루에 5퍼센트씩 저하된다고 하니, 꼼짝도 않고 책상 앞에 앉아 하루 백보 미만 걷는 날은 근력이 팍팍 저하되고 있는 것인가.  


"근력은 저축되지 않는다."

몸의 모든 부분은 소모품이라 많이 쓸수록 닳는다고 생각했는데, 근육은 자주 써야 오래간다. 


책 내용의 대부분은 근육 트레이닝인데, 실내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트레이닝들이다. 각 근육의 그림과 근육 단련의 필요성, 근육이 약해질 경우 일어나는 증상들을 눈에 쏙 들어오게 보여주고 있어서 평소에도 근육 의식하면서 근육 단련 운동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30대- 60대, 그리고 70대 이후의 지근 위주 단련법들이라 어렵지 않고, 일상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을 잘 정리해주고 있어서 동기부여에도 좋다. 


아래는 내가 매일 하는 복근 단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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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 - 적게 자도 피곤하지 않은 90분 숙면의 기적
니시노 세이지 지음, 조해선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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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수면에 대한 책이 종종 나오고, 내가 수면장애가 있어서, 그런데, 자의보다는 타의로 수면문제가 있는 사람이 나 뿐일까. 왜 이 사회는 이렇게 잠도 못자게 환자를 만드는건가. 울컥 화가 나네. 


수면 부족이 아니라, 수면 부채라고 한다. 

수면 부채란 자신도 모이게 쌓이는 잠에 진 잠빚을 말한다. 


잠을 적게자도 괜찮은 사람이 희귀하게 있지만, 그건 단시간 수면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니, 잠을 적게 자려고 노오력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잠을 많이 자려고 노력하는 것에 한계가 분명한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수면의 질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보통 사람의 건강한 수면 시가은 6- 8시간이라고 한다. 너무 적은 것도,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다. 


얼마나 자야 수면 부족, 아니, 수면 부채, 잠빚을 갚을 수 있는지 실험해 보았는데, 평균 7.5시간을 자는 사람들이 14시간씩 3주간을 자면서 수면 시간이 평균 8.2시간으로 고정되었다. 8.2시간이 연구대상자들에게 생리적으로 필요한 수면 시간이다. 이 사람들의 이상적인 수면시간은 8.2시간이 나왔는데 이 실험은 이상적 수면시간이 아닌 수면 부채를 실험한 것. 

실험대상자들은 오랜 기간동안 매일 40분의 수면 부채를 끌어 안고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주말 하루 이틀 몰아잔다고 정상 수면 시간이 회복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주간 매일 14시간 동안 이불 속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잠빚이 이렇게나 갚기 힘든 것. 이것은 몰아잔다고 저축이 되는 것도 아니다. 회복이 될 뿐. 


이 사람들이 실험 끝나고, 자신의 적정 수면시간인 8.2시간동안 잘 수 있었을까? 매일 40분 가까이 부족한 잠을 빚으로 끌어안고 매일을 보내던 사람들이? 


수면의 양을 늘이는 것이 힘들 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수면의 질을 늘이는 것이다. 


잠이 들면 눈뜰 때까지 렘수면과 논렘수면을 반복한다. 보통 4-5회 주기라고 한다. 

렘수면은 REM, rapid eye movement , 뇌는 깨어 있고, 몸은 자는 수면을 말하고, 논렘수면은 뇌도 몸도 자는 수면을 말한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고, 이 책의 핵심 한 줄. 

잠이 들면 곧바로 논렘수면이 찾아온다. "특히 맨 처음 90분을 차지하는 논렘수면은 수면 주기 전체에서 가장 깊은 잠이다." 


이 첫번째 논렘수면 시간이 보통 90분인데, 이 단계에서 깊이 자는 것이 이후의 수면 리듬과 질을 좌우한다. 


1. 성장 호르몬은 첫번째 논렘수면이 찾아올 때 가장 많이 분비된다. 

성장 호르몬은 아이의 성장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의 세포 증식을 돕거나 정상적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작용도 한다.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 


2. 장시간 깨어 있으면 수면 압력 (자고 싶다는 수면 욕구)이이 커지는데, 첫 번째 논렘수면에서 수면 압력의 대부분이 해소된다. 이 시간 잘 자야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고, 낮 시간의 졸음도 사라지고, 피로가 풀리지 않는 일도 없진다. 


논렘수면 방해실험을 해봤는데, 첫 90분을 방해하면 이어지는 수면은 측정이 불가할 정도로 흐트러져 실험을 이어갈 수 없기에 보통 두 번째 논렘수면부터 방해한다고 한다. 


이 황금의 90분을 확보하기 위한 두 가지 스위치는 '체온'과 '뇌' 이다. 


수면의 역할은 무엇일까? 

뇌와 몸에 휴식을 준다. 자율신경은 체온을 유지하고 심장을 움직이며 호흡하고 소화하고 호르몬과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자율신경은 활동에 관여하는 '교감신경'과 휴식에 관여하는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낮에는 교감신경이 우세하고, 긴장이 풀리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알파파 등 느리고 차분한 뇌파가 나타난다. 논렘수면일 때와 식후에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하다. 


현대인의 문제는 교감신경이 우위일 때가 너무 많다는 거다. 하루 중 대부분이 활동 상태인 과부하로 몸과 뇌가 치쳐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밤에 부교감신경이 원활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 


최고의 수면은 교감신경 우위에서 부교감신경 우위로 잘 넘어가서 몸도 뇌도 쉬는 모드로 바꿔줘야 하는거. 일이 엄청 많아서 와다다다 할 때, 일을 마치고 나서도 그 관성으로 업된 상태일 때가 많다. 나는 2-3시에 바쁜 일이 마무리되므로 낮잠으로 해결하곤 했는데, 밤까지 그렇게 자신을 혹사하면, 당연히 바로 잠들고 휴식을 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잠을 잘 자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잠 자는 것이 기억의 접착제라는 연구결과를 보고 나서이다. 이 책에서도 나온다. 

* 렘수면은 에피소드 기억을 고정한다. 

*논렘수면은 나쁜 기억을 지워 버린다. 

* 입면 초기와 새벽녘의 얕은 논렘수면 단계에서는 몸으로 익힌 기억(의식하지 않아도 외워지는)이 고정된다. 


수면시에는 다양한 호르몬 작용이 이루어지는데, 수면을 제한하면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이 감소하고 위에서 분비되는 '식욕을 돋우는 그렐린'이 증가한다. 이말인즉슨 잠 안자면 비만되기 쉬움. 그리고, 성장호르몬도 나오지요. 


면역은 호르몬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므로, 수면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잠을 잘 못 자면, 호르몬 균형 무너지고, 면역 기능에도 이상이 생긴다. 면역력! 중요!!


뇌는 뇌척수액액에 둘러쌓여 있다. 150밀리미터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하루에 4회, 총 600밀리미터 정도가 재생성되어 6~8시간마다 전부 교체된다. 새로운 뇌척수액이 분비되어 오래된 액체가 배출될 때 뇌의 노폐물도 함께 제거된다고 한다. 뇌의 노폐물은 신경세포 활동이 활발한 각성 시에 쌓이는데, 낮시간에는 노폐물 쌓이는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에 잘 자는 것이 중요. 뇌에 쌓이 노폐물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면 치매 같은 질환에 걸릴 위험! (수면을 제한하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의 치매 발병률을 촉진)  여튼, 뇌의 노폐물 청소! 잠으로! 


수면의 질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는 자각증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 '졸리다', '좀 더 자고 싶다' 라는 감정은 수면이 우리에게 보내는 '조난 신호'나 다름없다. " 


수면 시작 90분 만에 뇌와 몸의 컨디션이 결정된다. 신체 질환이나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는 맨 처음 90분 동안의 깊은 단계 논렘수면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우울증 앓는 사람에게 두드러지는 증상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데, "우울 증상은 맨 처음 90분 동안의 수면의 질이 나쁘기 때문에 기분, 컨디션,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사례" 라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목차 중에 하나는  


"소수 정예의 수면 부대를 아군으로 만들자" 이다. 


첫 90분을 잘 자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는 것! 소수정예의 수면 부대를 아군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10시반에 잠들어서 4시반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려고 한다. 어제는 11시 반에 잠들어서 4시반에 일어났다. 평소처럼 3시에 눈 떴다가 더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잤다. 


저자가 제안하는 황금시간 90분을 확보하기 위한 '두 개의 스위치' 는 '체온'과 '뇌' 에 있다. 

체온과 뇌라는 스위치를 누르면 우리의 몸과 머리는 수면 모드로 전환되어 수면의 질이 달라진다. 


수면의 질이 좋으면 체온이 내려간다. 인간의 체온은 잘 때보다 깨어 있을 때 높다. 잘 때는 체온을 낮춰서 장기, 근육, 뇌를 쉬게 하고, 깨어 있을 때는 체온을 높여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것. 이 때 체온은 피부표면 아니고 신체 내부, 심부 체온을 의미한다. 


체온은 '근육과 내장에서 일어나는 열 생산'과 '손발에서 일어나는 열 발산'으로 조절된다. 심부 체온은 낮에 높고 밤에 낮은데 반대로 손발의 온도 (피부 온도)는 낮에 낮고 밤에 높다. 


잠들 때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손 발이 따뜻해지면서 심부 체온이 떨어진다. 피부 온도가 올라 열발산해서 심부 체온이 떨어지는 것. 심부체온과 피부체온의 차이가 줄어들면 쉽게 잠이 든다. 


그리고, 뇌. 뇌가 흥분하면 체온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뇌의 스위치를 끄는 방법. 밝은 방과 어둡고 차분한 방 중 어디일까? 후자다. 


책의 후반부에는 이 두가지 스위치, 체온과 뇌를 이용하는 방법들에 대해 나온다. 


맘에 쏙드는거 하나만 말해보면, 뇌의 스위치를 끄기 위해 단조로운 상태를 만든다.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것. 

지루한 책 읽기 같은 거. 


잠을 제대로 는 사람이 평생 주변에 있었던 적 없었던 것 같다. 어릴때부터 말이다. 늘 잠을 줄여 뭔가를 해야 했고, 해야 하는 그런 삶, 죽으면 계속 잘텐데, 하면서,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 하는 분위기. 내가 좀 심하다는 의식도 없었고, 타인의 시간 없다는 말을 안 믿었다. 잠은 잘꺼 아니야 하면서. 그리고, 잠 안 잔다는 걸 뿌듯해 하던 때도 있었는데 (바보) 어느날부터 지적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휙 죽어요. 뭐 이런 말이었는데, 다른건 다 까먹어도 이건 기억난다. 충고인가, 저주인가 속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여튼, 연애 하면서 10시 11시면 잠자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충격 받았고, 나의 수면장애는 문제로 여겨지게 되었다. 머리로는 고쳐야지. 했지만, 나의 생활도 마음도 전혀 동하지 않았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근래에야 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동시다발로 많이 듣고, 그런가? 싶기 시작했다. 불면증인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나는 머리만 대면 잘 자는데, 생각하기도 했다. 사는 동안 잠자는 시간이 늘 아까웠고, 그러면서도 잠 자는 시간을 좋아하는 모순적인 마음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 잠을 잘 자고, 일어나서도 거뜬 개운한데, 잠 자는 시간이 좀 적다고 내가 수면 장애인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지금도,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그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동안 해왔던 수면 관련 고민, 읽어왔던 책과 기사들, 조언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 그 임계치를 넘어, 드디어 뭔가 변하기는 했다. 잠 자는 시간은 아까운 시간이 아니라, 나의 아군이다. 나쁜 것을 잊게 해주고, 내가 공부한 것을 뇌에 접착시켜주고, 뇌의 노폐물을 빼 주고, 몸과 머리와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아군. 드디어 들을 마음이 되었고, 잘 들었다. 


많은 것이 달라질 것 같다. 오늘 밤에는 10시부터 잠자리에 들 것이다. 지루한 책을 읽다가 10시반에 자서 4시반에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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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10-10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아프게 100년을 사는 생체리듬의
비밀>을 유익하게 읽었고 이 책 출간을
접하고 읽고 싶었는데 순위에 밀려서..
이렇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해요 ^^*

하이드 2019-10-14 10:34   좋아요 0 | URL
네, 유용해서 두고두고 읽을 것 같아요. 잠 6시간 자는 것이 일단 목표입니다!

2019-10-10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4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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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설이다. 

카야를 응원해. 카야 사랑해. 카야에게 카야를 버리는 남자들 말고,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외로움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다. 생태학자 출신의 저자가 일흔의 나이에 데뷔작으로 내놓은 놀라운 소설. 


자연 묘사가 훌륭해서 다시 읽는다면, 원서로 읽고 싶다. 


태어나서부터 계속 버림만 받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애초에 그렇게까지 가지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뒀으면. 하지만, 근래 계속 생각하는 것은 작은 관계들, 사회 속의 소속감 같은 것은 필요한 것 같다. 


소설 읽기가 좀 재미없어진 것이 소설 속 쓰레기남들은 반전이 없고, 존재 자체가 짜증이라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쓰레기남 없는 소설을 내놓으시오. 


카야는 굉장히 영민한 야생의 습지소녀이다. 말도 안되게 똑똑한, 아마도 천재인데, 

학교에서 괴롭힘 당해 학교는 하루밖에 못 나가고, 가족들은 다 도망가고, 글을 못 배우고, 숫자도 스물아홉까지 밖에 못 세어서 늘 스물 아홉 다음이 궁금하다. 


이 책에는 멋진 장면이 많지만, 나는 이 장면이 진짜 좋았다. 


테이트가 글을 가르쳐주고, 카야가 생애 최초의 문장을 읽는다. 


카야는 천천히 문장의 단어들을 풀었다. "야생의 존재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 아," 카야가 말했다. " 아." 

" 카야, 넌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어. 까막눈이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그게 다가 아니야." 카야의 말은 속삭임에 가까웠다. "단어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품을 수 있는지 몰랐어. 문장이 이렇게 충만한 건지 몰랐어." 


외로웠던 카야에게 늪지의 야생 친구들 외에 '책'이라는 친구가 생기는 순간. 

속으로 마구 응원했다.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을거야. 


카야는 계속 외로워 하지만.. 


외로움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다. 고립, 격리가 여자아이가 자라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이야기. 


테이트는 훌륭하지. 카야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사람. 

카야 엄마 불쌍하고, 카야, 잘했어.  


처음 시작부터 외로운 것은 알 수 없지만, 끝은 외로움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거긴 한데, 작은 도움을 주고 받는 느슨한 연대의 친절한 이웃들로 채워진 그런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역시 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새로운 책들 만나며 놀라고 즐거워하면서. 같이 책이야기 하는 사람들 있는. 그렇다면, 

혼자라도 괜찮아. 평생 습지를 나가지 않았던 카야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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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메뉴 고민 없는 매일 저녁밥
문인영 지음 / 지식채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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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인지는 오래되었지만, 뭔가를 챙겨 먹기 시작한지는 1년이 조금 넘는다. 

요리는 하면 느는데, 안 했었다. 집에서 먹는 끼니가 하루에 1-2끼 정도여서, 뭔가 만들어도 그것만 주구장창  몇 끼니나 먹어야 하는 것이 지겨워서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 안 나오는 것들로만 먹었다. 요리와 안 친했던 그간의 세월이 있기에 도서관에서 요리책들 뒤적거리며 영감!을 얻어 장을 보고 해먹곤 했는데, 이 책이 정말 좋았다. 


제목도 정말 '메뉴 고민 없는' '매일' '저녁밥' 이라니,내 맘 잘 알아. 


재료도 쉽게 구하는 것들이고, 15분 요리, 25분 요리로 간편한 레시피들이다. 

간편하고 다양하다! 


닭가슴살 미역국을 끓였으면,남은 미역국에 떡 넣고 미역떡국 먹기

우거짓국 먹고, 남은 우거짓국에 누룽지 넣어 누룽지죽

바지락국 먹고 바지락순두부덮밥 만들기 


같은 보너스 레시피가 제일 와닿았다. 


1인분 요리 하는 것이 하다보면 되는건지 모르겠는데, 비용도 시간과 에너지도 비효율적이고, 한끼요리가 안 됨. 특히 찌개류. 한 번 해두면 2-3일 먹거나 버려야 하는데, 똑같은거 계속 먹는거 싫어서 더 안하게 되었었다. 


함께 곁들일 반찬들도 심플하다. 


돌나물 무침, 쑥갓무침, 상추 겉절이, 부추무침 등등 재료 하나만 사면 집에 있는 양념으로 바로 해먹을 수 있는 것들 


북어와 꽁치통조림이 얼마나 유용한지. 


등등 1인가구인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해결되고, 도움을 많이 받는 책. 


국이나 찌개 하나, 반찬 한 두개 정도의 요리들로 이루어져 있고, 

설명도 친절, 저녁 집밥 외에 특별한 날들의 레시피들도 있다. 


워낙 밑반찬 없이 고기면 고기, 생선이면 생선, 찌개면 찌개에 김치 종류만 많고, 고추, 마늘, 쌈장이 반찬으로 나오는 부친 위주의 식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지금 나는 전혀 그렇게 먹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밑반찬에 취약한데, 

하나씩 시도해보고 있다. 


할 수 있는, 자주 하는 요리가 하나씩 늘어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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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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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에는 확고한 시스템과 주먹구구가 동시에 존재한다. 테라노스는 거대 기업이 아니지만, 그렇게 될거라 믿었던 많은 사람들 덕분에 기업가치 10조원에 실리콘 밸리의 유니콘이 될 수 있었다. 그 믿음을 견인한 것은 제2의 스티브 잡스, 제2의 빌 게이츠로 불리던 20대의 카리스마 CEO 엘리자베스 홈즈였다. 시스템은 없었고, 주먹구구만 있었다.

 

어떻게 이런 사기극이 가능한가 생각해보면, 이름 빌려주며 주식 받고, 명예 어쩌구 자리 차지하는 유명인들. 공익에 기여하고 싶다는 기업가 정신이 기반한 나라에서 그 비전을 팔아 먹음. 맘 먹고 속이고자 하는 이에게 속아넘어감.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음.  

 

정말 이상한 회사였다. 기밀 유지를 무기로 텅 빈 집에 인류의 미래가 있는 것처럼 속여서 인재들을 끌어들이는데, 그 인재들은 당연히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챈다. 이슈를 제기하고, 짤린다. 이것의 무한 반복. 절대 충성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즉각적으로 공격 한다.

 

동서양 막론하고, 사람 건강 관련된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생명을 상대로 하는 일에 대한 윤리가 없고, 그럴듯한 비전만을 가지고 있다. 보이는 것 외에 대부분의 모든 것이 사기인 모럴 헤저드 상태로 십여년을 끌어가며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고, 미디어의 총아가 되었다.

 

피 한 방울로 집에서 편하게 수백가지 질병을 알아낼 수 있다.  이 비전을 대차게 팔아먹었다. 테라노스를 돕고, 테라노스에 투자한 유명인들 중에는 이 비전을 보고, 끝까지 테라노스를 지지한 자들이 있다.

 

엘리자베스 홈즈의 첫인상은 활발하고, 밝은 성격의 젊은 여성,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적이고 이상적인 기업가의 자질을 가진 카리스마 있는 리더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만나면 그녀의 젊음과 아름다움과 열정과 목소리에 놀라고 빠져들었다고 한다. 

 

저음의 목소리에 놀랐다고 하길래, 목소리가 어떻길래 싶었는데, 엄청 저음이다. 그녀는 평소 목소리를 숨기고, 저음의 목소리를 꾸며 냈다. 잡스를 선망하여 검은 폴라티와 검은 바지를 입었다. 애플 광고사를 찾아갔고, 잡스 전기를 보고, 매 주 수요일 그들과 미팅했다는 것을 따라했다. 매 주 수요일 광고회사와 미팅함. 스티브 잡스처럼.

 

결말을 알고 보는 실화 바탕의 논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에너지의 대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즈와 그녀의 연인인 이쪽은 누가봐도 정말 이상한 서니라는 인도계 남자가 나온다. 영화화된다고 하는데,  실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픽션이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테라노스의 사기를 밝히려던 똑똑한 인물들이 모두 짤리고, 고소로 협박당하다가 결국 월스트리트의 존 캐리루에게 내부고발이 전달되는데, 정말 짜릿하다. 역시 실화 기반인 영화 스팟라이트 생각이 많이 났다.

 

십여년간 이어진 동시대의 대사기꾼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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