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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Kitchien 6
조주희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10월
평점 :
키친은 7권까지 있는데 실수로 7권을 먼저 읽고 6권을 나중에 읽었다. 그래서 사실은 내가 마지막으로 만난 키친이 되겠다.
엄마가 처음으로 노크를 한 날, 그리고 커피를 마시게 해준 날, 그렇게 사춘기를 지나 어른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아이가 깨닫는 순간을 표현했다. 좀전에도 언니와 사춘기 이야기를 했더랬다. 절정의 순간을 2년 반 정도 지나는데, 그게 늦게 와서 고3에 겪으면 재수 삼수 가는 거고, 고1 안에 끝나면 그나마 제 나이에 대학을 가더라는... 대학까지는 모르겠고, 저렇게 사춘기를 잔뜩 앓고 나면 품안의 자식이 다 커서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요새 조카를 보면서도 나 역시 부쩍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지 깨달으며 마구마구 섭섭해진다. 그 자그마하던 아이가 이제는 나보다 키가 커져서는 아저씨스러워지고 있다니!!
동아리 후배들 닥달하는 못된 선배들인가 했더니 후배들을 제대로 대접하기 위한 그 시점을 재촉한 거였다. 와아, 이런 선배들은 아주 바람직한 걸! 동아리 생활을 못해봐서 저런 후배도 선배도 알지 못하지만....ㅜ.ㅜ
신혼여행이 고별여행이 될 뻔했던 커플의 이야기였다. 서로 밑장까지 보여줄 지경으로 싸웠지만 부부싸움을 칼로 물베기로 만들며 훈훈한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철딱서니없는 남편과 달리 빠르게 현실적응하며 분위기 변화를 주도한 아내의 지혜로움에 감탄!
작가님 후기가 재밌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뜨거운 밥과 마가린과 간장의 조합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강렬한 유혹!
삼양라면 해피라면도 떠으로고...(해피라면 맞나? 급 자신감 떨어짐...)
석유곤로의 냄새도 잘 기억하고 있다. 커다란 냉장고를 샀을 때는 그게 우리집 국보 1호라고 했다가 친구가 그럼 보물 1호는 뭐냐고 해서 머쓱해지기도 했다.
쥬스가루로 만든 아이스바와 수박화채도 당연히 추억의 음식이다. 수박화채는 최근 몇 년 동안 못 먹은 듯.. 아무래도 설탕을 추가로 뿌려 먹는 것에 대한 어떤 거부감 때문일 듯!
바나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 집집마다 저런 에피소드가 있던데, 난 바나나에 대한 기억은 없다. 애당초 존재를 몰라서 먹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바나나를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바나나가 꽤 보급된 뒤였다. 초등 4학년 때 키위를 처음 먹은 기억은 난다. 생긴 것도 신기했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시큼함에 깜놀! 골드키위를 처음 맛본 거였으면 달달함에 반했을 텐데, 그 시디 신 그린 키위는 이걸 왜 먹는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더랬다. 지금은 시지 않은 그린 키위도 알고 있지만...
식빵을 계란물 입혀서 데워 먹는 걸 제일 좋아한다. 식빵으로 먹을 수 있는 모든 간식 중에서!
초기엔 야채 호빵을 더 선호했는데, 피자맛이랑 기타 등등 여러 호빵을 섭렵해본 지금의 결론은 역시 팥호빵이 진리라는 것!
이래서 오리지널이 중요하다.
어제 누가 대왕카스테라 들고 가는 걸 보아서 근처에 있었던 매장을 방문했지만 그새 다른 업종으로 바뀌어 있었다. 대왕카스테라 파동으로 못 버텼나 보다. 안타까워라... 대신 와플을 사들고 귀가했음...
오, 모두 내가 좋아하는 하드들이다. 콘보다 하드를 더 좋아한다. 콘은 마지막에 과자 때문에 청량하게 먹었다가 텁텁하게 마무리가 되어서 하드를 더 선호함!
산도를 왜 쪼개서 먹는지 잘 이해가 안 감. 아껴 먹느라고???
쿨피스는 요새 분식집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 특히 오뎅 국물 안 파는 떡볶이 집에서 더 열광적으로 팔리는 모양이다. 저 CF를 보니 사랑해요, 밀키스!가 확 떠올랐다. 어제 장국영을 생각해서 그런가?
경양식집에 처음 가봤을 때, 우리와 전혀 다른 식문화에 긴장 빡!하고, 촌스러워 보이지 않으려고 밥 대신 빵 시키고 했던 무지 촌스럽던 기억이 난다. 이런 게 응답하라 1988에서 잘 묘사되었지.
보온 도시락을 처음 갖고 다닐 무렵 같은 반 남자 아이가 장난 쳐서 떨어뜨렸는데 그 바람에 보온 유리가 깨져서 화났던 게 떠오른다. 다행히 시장에서 내부 유리만 갈아주는 집이 있었다. 2,000원쯤 했던가? 지금 생각해 보면 보온 효과가 아주 좋지는 않았는데 찬 밥 먹던 시절에 비하면 상전벽해!!
계란물에 묻혀서 구운 소세지, 진정 사랑합니다. 사실 지금도 사랑함!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계란과 두부!
어깨 뽕 들어간 자켓하며 스프레이로 닭벼슬 앞머리 세우던 것, 롤러장 가서 바지 찢어진 것도 모르고 놀던 기억, 여러 음악들 녹음해서 테이프 선물했던 기억들.. 아 추억이 얼마나 방울방울 열리던지.... 고등학교 때 우리 매점에서 유일하게 먹을 만했던 게 쫄면이었다. 찬 면발에 소스 올려져 있고, 오이채가 올려져 있던 그 한그릇이 700원. 옥상 반대편에 있던 매점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 뒤, 쫄면을 먹고 다시 전속력으로 달려 10분 내에 교실로 돌아오던 그 기억들....
히야.... 키친 6권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추억들을 되새겼는지....
요즘의 아이들은 급식 세대니까 도시락 미리 까먹는 추억은 별로 없을 테지.
그들은 그들대로 2000년대의 문화에 맞는 새로운 걸 써내려갈 것이다.
우리가 응답하라 시리즈에 열광했던 것처럼 그들은 또 그들 나름의 것들에...
아,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엄청 나이 먹은 것처럼 느껴진다.(많이 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