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포토에세이
화앤담픽쳐스.스토리컬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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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기간이 꽤 길었다. 집에 택배 많이 오는 게 부담스러워서 한꺼번에 받기를 선택했더니 정말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덕분에 같이 주문한 머그컵을 너무 늦게 확인해서 추가 주문하려니 갖고 싶던 컵이 이미 품절이네. 아흐 동동다리..ㅜ.ㅜ


'포토 에세이'가 뭔가 했더니 드라마 속 스틸 사진 잔뜩 늘어놓고 줄거리를 순서대로 설명해 주는 정도? 나름 '비하인드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그 용도의 책은 따로 나오려나? 여기서는 발견할 수가 없...;;;;


주인공이 도깨비니까 어쩔 수 없지만 공유에게 완전 편중된 이 사진들 어쩔... 그게 마음에 안 든 건 아닌데 누군가는 좀 싫어겠다 싶었다. 심지어 여주인공도 거의 아니 나옴. ㅎㅎㅎ


네번째 사진 바닷가가 강릉이라고, 어제 여행 관련 메일 온 것 보고 알았다. 그렇군!



블랙으로 시크하게 나온 저승사자의 옷빨도 참 좋았지만, 비율하면 또 공유지!

공유는 클로즈업보다 전신 샷이 더 멋졌다. 이동욱은 클로즈업도 환영!



배우들 싸인이 하나같이 귀엽고 예쁘다. 본인들이 만들어낸 걸까, 저것도 만들어 주는 전문가가 따로 있을까??

드라마에 소개된 저 책이 좋아보여서 샀는데 아직 표지도 안 열어본 것은 비밀... 

메밀 밭 찬란한 곳으로 여행가고 싶구나. 한복 입고서~



도서관 씬 많아서 재밌었다. 근데 십여년 동안 주구장창 읽는 척했던 그 책 '대장부의 삶'.... 역사의 아침 건가? 십여 년 전에 내가 읽은 책 같구나. 출간 전에 모니터링으로. 도서관 많이 나와서 좋았고, 단풍국은 더더욱 좋았고! 이제 빨강머리 앤과 함께 도깨비도 함께 떠올릴 테다. 고려 씬은 전생의 임금과 황후보다 이동욱과 유인나가 연기한 게 훨씬 자연스럽고 좋았다. 역시 연륜은 무시할 수 없어! 네번째 사진의 공유 머리는 결혼식 날 머린가? 올백도 잘 어울렸음. 웨딩드레스 입은 은탁이를 보고 도깨비가 곱다며 놀라는 장면이 있는데 여배우가 너무 안 예뻐서 깜놀! 그렇지만 결혼식 장면 찍은 메밀밭에서는 두 사람 모두 황홀하게 예뻤다. 



첫번째 블랙 코트가 아마도 전신 2500만원짜리 그 명품?? 개인적으로는 죽으려고 결심했는데 검이 안 뽑혔던, 너와 함께 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고 말한 그날의 코트가 제일 예뻤다. 뭐, 그것도 명품가겠지....;;;;; 유인나가 입은 카키색도 예쁘구나~



그 옛날 '겨울연가'의 주인공이 '목도리'였다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모직코트'지 싶다. 육성재가 입은 오렌지 코트도 눈부시게 예뻤는데 저건 연예인이라 소화가능한 옷이라고 언니가 그랬다. 그런가??


파랑색 골덴 코트는, 아무리 공유라도 초라해 보였소!!



9회였나? 스키장에서 입었던 이 푸른 코트는 한동안 내 핸드폰 바탕화면을 장식했더랬지. 크... 시린 장면이다. 눈이 부셔서!



이 책을 통틀어 이 사진이 제일 잘 나온 듯!



그리고 드라마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한 장면이다. 이건 내 컴퓨터 바탕화면 ♡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꽤 많이 챙겨봤다. 이름을 알린 게 파리의 연인. 그 뒤에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까지... 모두 8편 봤구나. 시티홀이 참 좋았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못 봤다. 이 중에서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태양의 후예, 도깨비는 구성이 꽤 비슷하다. 해외에서 만남이 있고(첫만남이 국내이든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는 게 해외) 엔딩도 해외에서 장식하는... 그렇게 파리, 프라하, 그리스, 단풍국이 등장했구나! 이 중 단풍국이 젤좋음!!


뒷심이 약한 게 늘 약점으로 꼽히던 김은숙 작가님인데 이번 작품이 그래도 가장 뚝심있게 나간 게 아닐까 싶다. 엔딩 보고 실망했다던 사람 많던데 난 만족했음. 슬프게 끝나는 것보다 이게 낫지! 동양 느낌 가득한 판타지도 즐거웠다. 다음 작품은 '사극'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낭설이 아니라 진짜였음 좋겠다. '하백의 신부' 같은 분위기로~


포토 에세이는 좀 비쌌고, 이 멋진 사진들로 달력을 만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지금 내 모니터 위 이승환 달력을 보며 생각했다.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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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2-1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도깨비 공유!!
백 만 번 좋아요!!^^
예전부터 공유 좋아했는데 도깨비를 보고 더더 좋아하게 되었죠.
전 지금 도깨비 무료보기를 줄곧 보면서 감상차원에서 그때 그때 카톡프필을 도깨비 사진을 다운받아서 열심히 공유하고 있어요!!

공유의 옷입는 스타일 좋아하는데 음~~몇 벌은 이해하기 어려운 옷들이 좀 있었는데 저기 파란색 골덴 코트!!!
아무리 공유라도 초라해 보였소!!에 공감합니다ㅋㅋㅋ
암튼 덕분에 사진 잘 보고 갑니다^^

마노아 2017-02-16 15:18   좋아요 0 | URL
한동안 케이블에서 도깨비 무한반복을 해줬는데 요샌 뜸하게 해주네요.
봤던 걸 다시 봐도 즐거웠어요. 꺄우~

드라마에서 고려를 떠나갈 때 파도가 덮치는 배 위에서 공유가 두건으로 머리를 다 덮었는데, 그때 너무 밉상인 거예요. 그리고 드라마 끝나고 종방연 때 비니로 쫙 머리 누르고 나왔는데 그때도 밉상! 아, 공유가 머릿발이 중요하구나 싶었어요. 물론 수트빨도 장난 아니죠. 액션도 되는 배우, 로맨스도 되는 배우~ 공유의 차기작이 기대됩니다. ㅎㅎㅎㅎ

아아아, 골덴이 워낙 잘못 입으면 초라한 옷감인데, 저리 튀는 파랑색으로... 공유라도 너무 아니었어요.ㅋㅋㅋ
전반적으로 등장인물 모두의 옷이 참 멋졌어요. 눈이 함께 즐거운 드라마였지요.
사진으로 다시 봐도 재밌네요. 하하핫^^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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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낭만적인 제목이다. 일본의 어느 정리의 달인은 해당 물건을 보고 설레지 않으면 과감히 이별하라고 하던데, 여전히 내 마음을 왈랑거리게 하는 그 무엇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고, 멋대로 짐작했었다. 예상은 바로 깨졌고 마스다 미리에 대한 실망지수만 누적되는 중이다. 끙!


문득 정신을 차렸다.

이걸 사서 어쩌려고?

머리에 반짝거리는 머리핀을 꽂아서, 그래서 뭐하게?

...

그러나 나는 이제 곧 중년이랄까, 이미 중년의 범주에 한 발을 들이밀고 있다. 머리에 무슨 장식을 하든 남성들의 연애대상에서 멀어져 가는 몸. 설레는 사랑의 예감을 가슴에 담고, 귀여운 머리핀을 고르는 처녀 마음을 내려놓을 시기가 된 것이다. 앞으로는 그저 내 즐거움을 위해 머리핀을 골라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핀을 사는 게 뭐가 즐겁다는 거야?

하는 삐딱한 마음이 들었다. -42쪽


이 부분을 쓸 때 마스다 미리는 서른 아홉이었다. 아무리 유치한 걸 해도 이쁜 나이는 분명 아닐 것이다. 근데 이건 얼마든지 상대적이다. 이제 열한살이 된 다현양도 큼지막한 핀을 꽂으면 이제 어릴 때처럼 안 예쁘다. 이제 좀 더 차분한 디자인이 어울릴 때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서른 아홉의 작가도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다른 디자인이 얼마든지 있을 터인데, 이 양반이 실망하는 포인트는 나이보다 '남자'에 있는 것 같다. 내 즐거움을 위해 머리핀을 고르는 게 뭐 어때서! 이상은, 이틀 전 나를 위한 머리핀을 하나 고르고 내 기억보다 600원이 더 나온 것 같은데 카드 영수증을 안 받아온 게 실수였다고 방금 생각한 사람의 입장이다.


조금씩 몸에 걸치는 것들의 선택 범위가 좁아져 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민소매 옷도 지금 입으면 어깨에 기합이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뭐랄까, 탐욕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아마 민소매와의 이별도 그리 멀지 않은 날이 아닐까. 무릎이 보이는 스커트와도 슬슬 결별할 때일지 모른다. -44쪽


어깨 뽕도 아니고 민소매 옷이 기합이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고라?? 게다가 '탐욕'까지? 이봐요 마작가님! 너무 오버하십니다.


 올해는 남자들한테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이제 내년이면 마흔, 점점 더 그런 질문을 받지 않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여자끼리 모여도

“요즘 연예인 누구 좋아해?”

이런 화제를 올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별로 내 친구가 지금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어졌다. 어느 샌가 끝났다. -49쪽


일본에선 남자들이 저런 화제를 많이 올리는 건가? 남학생들의 경우 어느 연령대가 되면 더이상 연예인 얘기 하지 않는 때가 있다. 관심사가 쉽게, 빨리 변한다. 저건 일본의 특징인지 마스다 미리 작가의 개인 스타일인지 모르겠다. 욘사마 열풍이 한참 불 때 중년 여인들의 애정이 얼마나 크게 넘쳤던가. 한류 열풍을 생각해도 나이 좀 먹어도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설령 관심가는 연예인 없으면 얘기 안 하면 되지 걱정도 참 많다.


이제 반짇고리를 챙겨서 다녀봐야 소용이 없다. 그런 것은 어차피 어린 아가씨들이 이성의 마음을 끌기 위한 소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심술궂게 생각하는 것은 ‘동경’만 하다 말았던 청춘의 결과물이다. -52쪽


반짇고리가 실용성이 아니라 이성의 마음을 끌기 위한 도구였다고라? 1969년생인데 1949년생 같은 느낌!


이십 대가 돼서야 남자 친구 자전거에 함께 타보긴 했지만, 그건 이미 때늦은 ‘청춘’이다. 꺅꺅 즐거워하며 남자 친구의 자전거를 같이 탄들, 남들이 보기엔 ‘순수함’을 어필하여 남자를 유혹하려는 여자 그 자체.... 어차피 이십 대, 삼십 대의 순수함에는 누런 얼룩이 묻어 있다. -58쪽


이십 대가 때늦은 청춘입니까? 이십 대, 삼십 대는 순수할 수 없습니까? 이 정도면 병 아닙니까??


나는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주지 못한 채 어른이 돼버렸다. 그래서 수제 초콜릿을 선물한 청춘이 있는 동 세대 사람들에게 언제까지고 패배감을 느낀다. 설령 그 사람이 지금의 나보다 늙어 보이거나 나보다 더 아줌마 같다고 해도... -66쪽


좋아하는 사람에게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주는 로망은 이해할 수 있다. 근데 그거 못해본 사람은 해본 사람에게 패배감까지 느껴야 하는가. 참, 딱하다.


어른이 되어 수영장으로 데이트를 하러 간 적은 있지만, 자동차로 시작해서 자동차로 끝나는 데이트에서는 상큼한 청춘의 바람이 불지 않았다. -97쪽


수영복과 샤워용품, 갈아입을 옷과, 혹은 간식까지, 나올 때는 젖어서 무거워진 가방까지! 그 모든 걸 차 없이 진행하자니 그냥 다른 데 가서 데이트하는 게 낫지 않을까? 보통은 수영복 몸매나 수영복 디자인을 더 고민할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맛있어 보이는 사과구이를 전부 그에게 바치는 인생은 싫다.

맛있어 보이는 것이 있으면 둘이 반씩 나누어 먹는 게 좋다. 때에 따라서는 혼자 몰래 먹을 수도 있다.

그를 놔두고 여자들끼리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것도 즐겁다. 갈 때마다,

“다녀와도 돼?”하고 물어야 하는 인생이라면 정말 싫다.

젊을 때는 요리로 남자에게 인기를 얻으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그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루어지지 않길 잘했구나 생각한다. -109쪽


진심임? 앞에서 내내 징징댔던 맥락과 통하지 않는다. 


연습 중에 빈혈로 쓰러지려면 역시 눈부시게 활약하는 아이가 아니고서야.... -116쪽


어릴 때야 빈혈로 픽 쓰러지는 아이에게서 낭만을 찾을 수 있겠지만,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니 혀를 차게 된다. 더구나 눈부시게 활약하는 아이가 쓰러져야 그림이 된다고까지. 하아.... 답 없네요.



내 생각에는 스스로 청춘을 쫓아내는 것 같다.



요건 공감이 간다. 정말 참석하기 싫고 축의금도 아까운 그런 결혼식 말고, 축하해주고 싶은 친한 지인의 결혼식에 한껏 멋내고 참석할 때의 설렘 같은 것. 확실히 2014년을 끝으로 친구들 결혼 소식은 못 듣고 있다. 이제 돌잔치나 둘째 돌잔치 같은 연락만 온다. ㅠ.ㅠ


근데 일본에서는 신랑 신부에게 인사하러 손님이 가나 보다. 우린 식사하고 있으면 신랑 신부가 테이블 돌면서 인사를 하는데 말이다.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인데, 정말 그럴 수 있겠단 생각이 살짝 들었음 ㅎㅎㅎ



저런 걸 '공주님 안기'라고 하는구나. 웬만큼 가볍지 않으면 남자 허리 나가지 않을까? '미남이시네요'란 드라마에서 장근석이 쓰러진 박신혜를 저렇게 안고 차에 태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안습이었다. 지금처럼 젖살 빠지기 전 신혜 양은 여전히 예뼜지만 공주님 안기는 다소 무리. 비쩍 마른 장근석이 막 휘청였던 기억이 난다. 천둥의 신 토르같은 근육남이 아닌 이상 웬만해선 힘든 설정이지 싶다. 


 

 어려보이는 것도 탈인감? 괜찮다는 것도 싫으면 뭐라고 해?? 

 

마스다 미리는 '주말엔 숲으로'가 최고였다. 그밖의 여러 작품을 읽었는데 다 고만고만하다. 특히나 이 작품의 경우 이런 걸 책으로 내는 건 종이 낭비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나도 소심한 편이라 생각하고 남의 시선 당연히 신경 쓰일 때 많지만 이 작가님은 중증인 듯. 읽으면서 갑갑해서 혼났다. 


내 멋대로 제목에 감정이입하자면 여전히 나를 두근거리게 하고 설레게 하는 것들은 참 많다. 너무 많아서 다 쓸 수가 없네. 

집에 아직 비닐도 안 뜯은 마스다 미리 작품이 많은데 미간이 절로 찌그러지고 있다. 부디 '주말엔 숲으로' 때의 애정으로 다시 회복될 작품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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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1-19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전에 이야기 했지만 주말엔 숲으로 만 좋았음요.
그다음은 참....킁!!

마노아 2016-01-20 21:33   좋아요 0 | URL
이분에게 페미니즘 책 한권 소개해 주고 싶더라구요. ㅎㅎㅎ

치니 2016-01-1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이 작가님 큰일 날 분이네요. 거 참. (참고로 저는 마스다 미리 작품 한 권도 안 읽었는데, 이 글 읽으니까 앞으로도 걍 읽지 말까 싶어지네요. -_ㅠ)

마노아 2016-01-20 21:33   좋아요 0 | URL
홀딱 깨지요? 근데 또 `주말엔 숲으로`는 드물에 아주 좋았답니다. 딱 하나 보신다면 이것만 보셔요^^ㅎㅎㅎ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 가사로 못 다한 오태호의 지나간 낙서 같은 이야기
오태호 지음, 강기민 사진 / 성안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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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작년 여름에 이 책이 나왔을 때 참 기뻤다. 오랜만에 오태호의 소식을 듣는 것도 반가웠지만 무엇보다 노래 두곡이 실린 시디가 들어있다는 게 가장 좋았다. 그중 한곡은 이승환의 피처링이다. 음하하핫!


비아바향.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뭔가 지나치게 순수한 제목이지만 오태호의 가사를 생각한다면 낯선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책으로 출판할 정도의 글솜씨를 가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혹은 책으로 담아낼 만큼의 어떤 메시지가 있는 것도... 사실 아니다. 그렇다면 사진이 아주 좋은가...라고 한다면 그것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한 권의 책을 내고 그 책의 저자라고 불리기엔 반올림이 좀 심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기분 좋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오태호라는 이름이 내게 선사했던 그 간의 기쁨이 많이 컸기 때문이다. 책 소개에 등장하는 그의 곡 목록을 보자.


이별 아닌 이별-이범학

내사랑 내곁에-김현식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오공감

사랑과 우정사이-피노키오

기억속의 멜로디-오태호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승환

하룻밤의 꿈-이상우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승환

또 다른 시작-서지원

기억날 그날이 와도-홍성민


등등등... 더 있지만 이 정도만 적어보았다. 주옥 같은 노래들이다. 가사도 마찬가지다. 90년대를 풍요롭게 해주었던 고마운 음악인이다. 그때의 그 음악을 다시 들어보며, 다시 되새기며 살짝 추억에 젖어보았으니 별점 반올림 쯤이야 기꺼이 할 수 있다. ^^


지금은 다시 또 시디에 들어있는 노래들을 반복 청취하고 있다. 추억 속에서 만나요,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내게는 이승환이 참여한 '추억 속에서 만나요'가 압도적으로 더 좋지만, 책 제목과 같은 곡도 상큼하다. 가끔은 이런 감성들이 필요한 법이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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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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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허지웅에 대해서 아는 바는 사실 거의 없지만, 방송에 종종 얼굴을 비추니 얼굴은 알았고, 영화평론가 허남웅의 이름을 보고서 허씨 집안에 '웅'자 돌림이 있나 보다... 뭐 이 정도 생각했다. 이 책이 한참 회자되며 많은 분들이 이야기할 때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 미안하다. 고백하자면 '허세 쩌는' 허지웅이라고 생각했다. 인상이 그랬다. 역시 미안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허세 쩌는 허지웅은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런 인상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도 내가 막연히 짐작했던 것 같은 잠시 반짝 인기를 얻은, 시류에 편승한 얼치기는 아니었다. 허세는 있을지언정, 진정성이 보인다. 그리고 많은 경우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그의 신랄한 혓바닥에 대해 그는 스스로를 설명하고 방어하고 부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에세이집이다 보니 개인 소사에 대해서도 나온다. 유년 시절, 부모님, 고시원 시절 등등등... 인간 허지웅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지만 이 부분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음. 하하핫, 솔직해서 미안하다. 진심이다.

 

다만 사회적인 현상들에 대해서 한 마디씩 씹을 때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아, 이거 뼈있네. 그래그래. 동의해... 라고.

 

너는 좌파니까 안 된다는 말에 대응하기 위한, 나는 좌파가 아니라는 방어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방어는 애초의 구질구질한 주장을 무력화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끝없는 사상검증의 악순환을 부채질한다. 실제 당신이 좌파든 우파든 공산당원이든 사민주의자든 파시스트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차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부채질하고 있는 저 정체불명의 진영논리에 따르면, 내 편이 아니면 전부 좌파다. 이 허울뿐인 수사 앞에 나는 좌파가 아니라는 고백은 스스로를 증명하고 부조리를 해소하기 위한 어떤 효과도 가져올 수 없다.

 

도대체 내가 좌파여선 왜 안 되나. 좌파라면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 것인가. 너는 좌파라서 안 된다는 말을 꺼내는 사람들은, 오히려 나는 좌파가 아니라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 잡음과 논란은 많을수록 좋다. 가져선 안 될 신념을 상정하고 현실화하는 것. 그것이 말의 힘이고 마법이다. -175쪽

 

근래 박원순 시장의 행보가 찝찝했다. 인권헌장 채택 건 말이다. 그가 대선을 내다본다면 나야 환영하는 바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클릭을 시도 혹은 시행한다는 건 전략적으로 우려스러웠다. 소위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이 우클릭했다가 성공한 사례가 있던가?

 

그렇지만 저런 식의 처세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도 충분히 수긍간다. 연말 즈음에 받은 교원평가에서 학생들이 내게 보여준 지지는 황송할 정도였다. 단순 지표로 점수를 매기면 내가 학교 탑일 것 같았다. 그런데 몇몇 학생이 나더러 좌편향 교사라고 써놨다. 말 그대로 '심쿵' 했다. 아, 재계약은 힘들겠구나. 시절이 하수상한데 재수 없으면 아주 이상하게 꼬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보내준 찬사와 상관 없이, 그 몇명의 학생들이 어쩌면 뜻도 모르고 썼을 것 같은 그 '좌편향' 딱지가 주말 내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랬다. 나처럼 아주 평범하고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한 조각조차도 움찔하게 만드는 이 좌파 딱지. 대한민국이 얼마나 병든 사회인지 가늠하게 만드는 한 사례다.

 

요한복음 8장에 등장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대목은 이 불행한 여인에게 연민을 가지라는 따위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대목에서 방점은 먼저에 찍히는 것이다.

백 개의 돌팔매 안에 돌멩이 하나로 숨어 있을 때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1/N이라는 익명의 폭력으로부터 빠져나와 자신이 타인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깨달으라는 이야기다. 그것을 알고도 책임질 수 있으면 돌을 던지라는 말이다. 그럴 수 있는가? -187쪽

 

1/N이라는 익명의 폭력이 참으로 무섭고 비겁하다. 많은 왕따 사건들이 바로 저 1/N을 빌미 삼아 책임 없는 척하며 가해자의 얼굴을 숨기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 않던가.

 

언론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왔다. 백번 동의하고 또 동의한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언론들은 오보의 가능성 따위 얼마든지 감수하면서 기사를 내보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무도 사실을 욕망하지 않았다. 정작 그들이 욕망했던 건 진실이 아니라 이슈였다. 정확한 사실 전달보다 좀 더 빠르고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를 원했다. 뉴스 소비 행태가 인터넷 포털 중심으로 재편성되면서 황색 저널리즘이 유난히 강화됐다.  -199쪽

 

물론 기레기들이 아무 연관고리 없이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은 아니다. 사실을 욕망하지 않는 대중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더 큰 책임이 언론에게 있을 뿐.

 

1997년에 발표된 이승환 5집 앨범에 '애원'이라는 곡이 있었다. 타이틀은 아니었지만 타이틀스러운 대곡 발라드였다. 그런데 이 애절한 곡의 뮤직비디오에 귀신이 찍혔다. 광나루역에서 촬영한 지하철 씬에서 기관사 옆에 흰 소복 입은 떡대 좋은 긴머리 여자가 잡힌 것이다. 대중에게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는 당연히 이 장면을 삭제했지만, 이것은 곧 이슈화되고 이승환이 앨범을 띄우기 위해서 노이트 마케팅을 벌인 거라고 소문이 났다. 이승환은 분노했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기자들은 반박기사를 써주지 않았다. 뒤에 그가 억울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이들도 기사는 써주지 않았다. 이유는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자극적인 기사는 사람들의 관심에 불을 피울 수 있으니 얼마든지 언론을 이용해서 퍼뜨리고,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이미 흥미가 사라지고 난 뒤이니 정정보도는 하지 않는다. 당연히 사과도 없다. 아니었어? 아님 말고!

 

이런 사태에 염증을 느낀 이승환은 은퇴를 결심하고 6집 앨범에서 '당부'라는 꼭을 쓴다. 머지 않아 그대와 헤어지게 될 거요~로 시작하는 곡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그는 은퇴하지 않았고(다행히!) 여전히 현역으로 뮤지션의 길을 걷고 있다. 대신 이때의 심정을 담아 '귀신소동'이라는 곡과 'rumor', '퀴즈쇼', '소통의 오류' 등의 노래에서 언론과 대중의 미친 줄타기를 꼬집는 곡들을 발표했다.

 

하지만 누구나 이렇게 털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억울함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많고, 폐인이 되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그런 사례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또 자주 보아왔던가.

 

요즘 한국 영화에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이는 배우는 아마도 '이경영' 씨가 아닐까 싶다. 한때 방송에서 젠틀한 이미지로 잘 나가던 그가 스캔들로 곤두박질 쳤다. 그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여전히 파렴치한으로 남아 있다. 그는 변명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했다. 영화에서 아주 작은 역이라도 맡겨주면 열심히 배역을 소화했다. 불러주는 것이 고마워서 부르면 어디라도 달려갔다. 그랬던 것들이 이제는 극장 가면 그를 무조건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연출하게 됐다. 여기에 관해서는 영화 '더 헌트'를 적극 추천한다. 한번 실추된 명예가 결코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는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정의'의 이름으로 말이다.

 

연예인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스타를 공인이라 부르며 사생활을 헤집는 대담함과, 그것을 감수하며 눈물을 떨구거나 거짓말을 하는 스타의 처연함 사이에는 일종의 부채의식과 상환에의 의지가 양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에 대한 사이버 테러를 일종의 권리 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현상도 이렇게 보면 이해할 만한 사고의 흐름이다. 사채꾼도 돈 받으러 갈 때는 정의롭다. -237쪽

 

스타는 공인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인이라 부르고, 또 스타들도 자신이 공인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지만, 용어의 쓰임 자체는 둘째 치고 바로 그 스타를 향해 사생활 침해는 물론 테러에 가까운 비뚤어진 관심을 보이는 인간들은 또 왜 그리 많은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타진요다. 이제 제발 미친 관심과 의심을 거두고 진짜 '공인'에게 정의의 칼을 휘둘렀으면 좋겠다. 허지웅의 표현대로 배트맨이 조커가 아니라 연예인 신상정보나 캐고 있다면 그게 다크 나이트가 되겠는가.

 

요즘엔 엽기적인 범죄가 자꾸 증가하고 있다. 마치 경쟁하듯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경연대회를 여는 것 같다. 끔찍한 사건이 터지고 나면 사람들은 모두 왜 저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당연히 궁금해 한다.

 

원래 인간은 자신이 두려워하거나 알지 못하는 대상에 명료한 이름을 붙여 그것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떠벌리기 좋아하는 종자다. 언론이 해법을 제시한다. 애니메이션 때문이다. 웹툰 때문이다. 왕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미지의 공포가 아닌, 가십으로 전락한다. 이제는 쉽고 재미있는 점심시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 도매마케팅은 당장 눈앞의 편한 대상을 원흉으로 몰아 문제를 단순화하고, 실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고민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악랄한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말이다. 과연 우리는 애초 그 고민을 하고 싶었던 걸까. 기회가 있다면 폭력의 맥락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했을까. 언론의 관련 보도 자체를 불의라 규정하는 건 짜증의 결과는 될 수 있어도 정확한 지적은 될 수 없다. 공포를 도매가로 판매하는 언론의 무책임은, 쉽고 편한 오락거리를 도매가로 요구하는 우리의 여가와 공생하고 있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끊어야 할까. -227쪽

 

청소년보호법의 번제물이 됐던 이현세 씨의 '천국의 신화'가 먼저 떠올랐다. 그 소모적이었던 긴 논쟁.

 

최근에 끝난 드라마 중에 '피노키오'가 있다. 언론이 사람을 영웅으로도 만들 수 있고, 한순간 죽일놈으로도 만들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졌다는 걸, 그리고 그 힘을 권력과 재력을 가진 자들을 위해 남용하고 있는 것을 고발하는, 제법 재밌는 청춘 멜로물이었다. 극중에서 보도국 국장이 말한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뉴스와 봐야 하는 뉴스 중 어느 것에 방점을 찍을 거냐고.

 

시청률을 위해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는 걸 먼저 보도하겠다는 국장에게 주인공 기하명(이종석)은 이렇게 반격을 가한다.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가 있는데 뭘 먼저 듣겠냐고. 그의 선배는 좋은 소식을 먼저 듣겠다고 했고, 하명은 곧 한류 스타가 총출동하는 대형 공연에 선배 기자가 차출됐다고 알린다. 선배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나쁜 소식이 뭐냐고 묻는다. 하명은 얼마 전에 검사받은 건강검진에서 췌장암 진단이 나왔다고 담담하게 알렸다. 선배는 당연히 좌절하고 그걸 왜 지금 얘기하냐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하명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듣기 좋은 소식을 먼저 알리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사람들이 지금 알아야 하고 지금 들어야 하는 기사들이 많이 있는데, 그걸 다 뒤로 미루고 가쉽에 가까운, 흥미 위주의 기사들만 먼저 챙기는 것은 췌장암 발발 소식을 뒤로 하고 한류 스타 기사나 챙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다 맞는 말이다. 현실이 그렇게 따라주질 않아서 문제지. 그런데 언론이 그렇게 나오는 것은 시청자들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허지웅이 말하지 않았는가. 누가 먼저 그 고리를 끊을 것이냐고. 엄마 방에 들어갈 때마다 자주 채널을 돌려놓는다. 지금은 뉴스 시청 하시라고. 기왕이면 좋은 뉴스 보시라고... 아주 작은 몸짓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나.

 

영화 '필라델피아'와 '콘스탄트 가드너'는 덕분에 보고 싶어진 영화다. 그리고 '설국열차'는 덕분에 더 좋아진 영화다. 영화와 함께 설명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과 현실의 초라함들을 그는 아주 냉소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가 말한 것처럼 냉소는 때로 막연하고 뜨거운 주관보다도 되레 진실을 더욱 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허지웅은 뜨거운 심장과 차가운 혓바닥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듯 보인다.

 

역시 시니컬함이 잘 어울리는 그의 표현에 빗대어 마무리를 해보자.

 

아무튼 산다는 건 액정보호필름을 붙이는 일과 비슷한 것이다. 떼어내어 다시 붙이려다가는 못 쓰게 된다. 먼지가 들어갔으면 들어간 대로, 기포가 남았으면 남은 대로 결과물을 인내하고 상기할 수밖에 없다. -37쪽

 

얼마나 걸맞는 비유인가. 산다는 건 액정보호필름을 붙이는 일과 비슷하다. 다시 사다 붙일 수 있는 액정 필름이 아니니, 먼지가 들어갔으면 들어간 대로, 기포가 있으면 또 그대로 인내하고 견뎌야 한다. 고작 그것 때문에 핸드폰을(삶을) 갖다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 삶이다. 우리의 삶이다. 잘 버티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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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페79 2015-02-2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목에 꽂혀 고르게 된 책.



이 책은 그냥 작가 허지웅의 삶에 대해

진실되게 쓰여져 있는 책이였다.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나는 별일 없이 잘 산다

2부 부적응자들의 지옥는 본인의 삶에 대해..

3부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이 된다

4부 카메라가 지켜본다는 언론,영화에 대한 내용이다.



뭐 재미있다 재미없다.

혹은 좋다, 좋지않다 라고 표현하긴 힘들지만

이 중 나는 허지웅의 삶이 재미있고 좋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삶이 힘들어져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고시원 총무 알바도 하고

어머니와 본인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를 증오하며

열심히 살았던 삶의 내용이

안쓰럽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2부, 3부는 정체나 범죄 사건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 아닌 관계로 많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뉴스 기사, 언론은 사실과 달리

너무 과장되게 발표가 됨을 얘기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자로 타블로, 최민수의 주관적인 관점이 설명되었다.



아무튼 허지웅은 참 솔직하다.

뭔가 대단한 솔직함과 약간의 비판적인,

날카로운 어조로 마치 세상은 조금 삐딱?하다는

그런 느낌의 내용은 나와 어긋나긴 했지만

방송인으로서가 아닌 작가 허지웅에 대해

더욱 알 수 있고 호기심이 생기는 책이 였던 것 같다.

 
다른 길 (반양장) - 박노해 사진 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박노해라는 이름이 본명인 줄 알았다.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으로 지은 필명이라고 한다. 그의 온 삶으로 증명해 낸 이름이라 하겠다.
2월 18일에 본 그의 사진전에서 아주 큰 감동을 받았다. 대부분 흑백사진이었는데 영혼이 들여다보이는, 영혼을 담아온 듯한 그런 사진들이었다. 그 자신의 사진도 청명해 보인다. 이 전시회에 재능기부를 해준 많은 분들이 계셨지만 사진이 유독 마음에 들었던 두분 배우만 찍어왔다. 특이하게도 사진을 찍어도 되지만 소리나지 않게 찍으라는 당부가 있었다. 뭐 플래시는 기본으로 잠재워야 했고... 핸드폰의 스피커를 손가락으로 막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열심히 찍었더니 책에 다 나와있다고 해서 주춤했다.
커다란 양장본 책은 정말 훌륭했지만 십만원 이상의 고가라서 나는 반양장본으로 작은 책을 구매했다. 이 책도 훌륭하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라오스, 버마, 인디아, 티벳의 가난한 사람들을 담아냈다. 가진 것 없지만 정직한 노동의 가치와 땀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든 사진에 녹아 있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숙연해지게 되는 그런 작품들이었다. 이 컷들은 전시장에서 부스를 구분하던 안내판이었다. 책에는 다른 사진이 들어 있다.

벽과 기둥과 집에도 정령들이 살아있어 서로 말을 한다고 믿는 인디아 농민들이 흙집 벽에 정성껏 그린 그림들이다. 모두가 예술가고 모두가 성직자로 보이는 인디아 사람들이다. 시골 마을 집집마다 여신을 상징하는 차나무 '둘씨'가 심어져 있는데,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바친다. 하루 일을 마친 여인은 둘씨 앞에 맨발로 서서 한 손에는 불을 들고 한 손으론 종을 흔들며 하루 생에 대한 감사 기도를 바친다. 날마다 하루의 삶을 감사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 그렇게 살아간다면 우리네 전쟁 같은 일상들이 보다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30년 동안 빈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왔다는 한 남자. 그 주에 천 그루의 나무가 살아남았다고 한다. 총칼이 번득이는 카슈미르에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며, 작지만 위대한 일을 끝까지 꾸준히 해나가는 사내의 수고에 고개가 숙여진다. 쓰나미가 쓸고 지나간 바닷가에 내내 나무를 심었던 그 청년의 마음과 닮아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기적을 포기하며 살았던 게 아닐까.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전에......

만년설산의 가장 높은 오두막 집에서 엄마가 저녁밥을 지으며 노래를 불러준다.
"딸아 사랑은 불 같은 것이란다.
높은 곳으로 타오르는 불 같은 사랑.
그러니 네 사랑을 낮은 곳에 두어라.
아들아 사랑은 강물 같은 것이란다.
아래로 흘러내리는 강물 같은 사랑.
그러니 네 눈물을 고귀한 곳에 두어라.
히말라야의 흰 눈처럼 언제까지나
네 마음의 빛과 사랑을 잃지 말거라."

대구가 훌륭하게 이어졌다. 낮은 곳에 사랑을 두라는 가르침이 긴 여운을 준다.
이런 노래를 들으며 자란 아이 역시 이런 노래를 들려주는 어버이가 될 테지.

6개월간 일당 1만 원의 건설노동자로 일하며 모은 돈의 절반을 시주하러 떠난 청년의 오체투지다. 그리 힘겹게 번 돈을 어찌 내놓을까 싶은데 그의 말은 우문현답이다.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을 무사히 마쳤으니
이제 내 영혼을 위해 순례길에 나섰습니다.
돈은 빛나도 내 마음이 어둠이라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이렇게 심신의 극한으로 오체투지 순례를 하다 보면
나를 괴롭혀온 욕망과 미움의 찌꺼기가 사라지고
어느 순간 그저 텅 빈 몸과 마음이 나를 이끌어갑니다."

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삶에 대한 만족도가 대한민국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높은 이유를 알겠다.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경지다.

공기도 희박한 티벳의 대지.
경운기와 트랙터가 있지만 동력기계를 쓰면 땅이 굳고 생명력이 죽어가기에
말이 끄는 작은 쟁기질로 대지에 말랑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삶에서 가치 있는 것들, 지켜야 하는 것들의 우선순위가 분명한 사람들이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부끄러워진다.

언덕에서 관광객을 말에 태워 산정 전망대까지 데려다 주는 티베트 여인이 해지는 언덕에서 주저앉아 있다.
종일 숨찬 걸음을 내딛었음에도 손님을 태우지 못한 모양이다.
집에는 가족과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말조차도 주인을 위로하는 듯 아련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돌아앉은 등의 침묵이, 깊은 한숨이 사진 너머로도 느껴진다.

전시회 마치고 나오면서 사왔던 엽서 중의 하나다. 많지 않았던 컬러 사진 중 하나다.
작품은 구입 신청을 하면 새로 인화를 해주는데, 여러 사진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팔려 있었다. 사진이라 한장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장 인화할 수 있는 게 좋았다. 그 수익금으로 많은 곳에 도움의 손길을 펼칠 수 있다.
사진을 살 수 있는 돈이 내게는 없었지만 호기심에 가격을 물어보았다.
가장 작은 크기가 1,650,000원이었고,
중간 크기가 4,400,000원
그리고 가장 큰 사진이 7,700,000원이었다.
하하핫, 이런 사진 사갈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단 말이야? ㅜ.ㅜ
내가 가장 탐냈던 사진은 '내가 살고 싶은 집'이었다.
스티커가 아주 많이 붙어 있었는데 나같이 느낀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인도네시아 토착민인 가요족 전통 모자를 쓴 마르야나(20)는 엄마 아빠를 따라 커피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증조할머니가 심은 이 나무는 백 살이 넘었다고 한다.
커피 체리를 딸 때마다 안개 너머 지금 커피잔을 들고 미소짓는 누군가를 떠올린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커피를 마셔야겠다. 이 커피를 만들기 위해 수고한 누군가의 건강한 노동을...
그러기 위해서 공정거래 커피만을 마셔야...;;;;;

세계 최장기 군부 독재의 총칼 사이로 피어나는 미소의 나라 버마. 그러나 굳게 닫혀있던 아시아의 마지막 빗장이 풀리자, 버마에는 지금 느슨해진 독재권력의 자리에 더 무서운 자본 독재가 들어서고 있다. 자본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는 전 세계 어디에서건 확인할 수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의 일상에서도...
가난 속에서도 소득의 십일조를 들여 아침마다 불전에 꽃을 바치는 사람들. 밥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영혼이 없는 밥 역시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람들. 훌륭한 깨달음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인디아 여성 농민은 누구나 최고의 건축가라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손수 디자인해 집을 짓고 살아가면서 불편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고쳐 나간다고 한다. 어느 한곳에서도 똑같은 집이 없는, 저마다의 개성이 담긴 자연을 닮은 집들... 닭장같고 성냥갑같은, 똑같이 생긴 아파트가 줄지어 늘어선 대한민국의 집과 크게 비교된다.

이미 자본주의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는, 도시의 편안한 삶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들의 자연속에 녹아든 삶은 동경하고 경이롭게 바라볼 수는 있어도 따라갈 자신은 없다. 그저 이렇게 조금 엿보는 정도로, 조금이라도 내 영혼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하련다. 전시회를 다녀와서 책을 샀더니 전시회 티켓이 들어 있었다. 한번 더 보아도 충분히 좋을 자리였지만, 아직 보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 야곱에게 표를 전했다. 그후 다시 보지 못해서 감상을 듣지 못했다. 다음 번에 다시 만나면 어땠는지, 얼마나 좋았는지, 어떤 사진이 최고였는지 묻고 싶다. 얼마나 통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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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5-0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성이라고 하나 ...
아무튼 혁명이나 투쟁에서
이젠 마음의 평화 같은걸 추구하는걸로 보이는 박노해씨는
현장 활동가들에겐 이젠 지난날 이야기에만 남을 인물이 된듯하더군요.

그나저나 사진값은 정말 심하네요.
아무리 좋은 곳에 쓰인다 해도,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이름을 아직도 사용하는 사람의
사진가격으로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어떤 노동자가 그의 그림을 살수 있나요....흠....

마노아 2014-05-08 09:50   좋아요 0 | URL
사진값 물어보고 정말 화들짝 놀랐어요.
그런데 저기서 0 하나 빠진다고 평범한 노동자가 사진을 살 수 있나 싶더라구요.
그러면 노동자들의 해방을 주장하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진이나 그림과 달리 아주 저렴하게 팔아야 하나...
이게 어려운 문제 같아요.
기꺼이 그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소장하고, 저같은 사람은 전시회로 만족을...
사실 이런 전시회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긴 하죠.
티켓이 싸든 비싸든 말이에요.

아무개 2014-05-08 11:38   좋아요 0 | URL
살수 있나 없나 보다는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나 한건지
사진에 문외한인 저로써는 뭐 참 흠 킁!!!

마노아 2014-05-08 13:25   좋아요 0 | URL
저는 보고서 참 좋다-라고 생각했지만, 값을 듣고는 당황스러웠어요.
뭔가 안드로메다 같은 이야기였죠.

2014-05-08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08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