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릴린,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주영 옮김 / 아고라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
|
|
|
사람들 말로는 내게 삶의 행운이 있다고 한다.
믿기 어려워.
모든 것이 날 너무나 아프게 한다.(485)
|
|
|
|
|
솔직히 얘기하자면 내가 아는 마릴린 먼로에 대한 것은 ... 없다. 왜일까? 동시대를 살았던 오드리 햅번의 영화는 지금 순간적으로 기억하는 것만도 로마의 휴일, 사브리나, 티파니에서 아침을... 그런데 왜 마릴린 먼로의 영화는 본 것이 하나도 없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싹싹 긁어모아 떠올려 봐야, 세일러복을 입은 흑백의 화면이 담겨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그녀의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어린애가 볼 만한 영화를 찍지 않아서일까?
그녀의 영화 한 편 보지 않은 내가 그녀의 삶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을 수 없겠지.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종종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어떤 말이 작가의 대필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물론 저자의 다른 책 '죽음을 그리다'를 읽었기에 자자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는 것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책은 내게 무지 어렵게만 느껴졌다. 물론, 그래 물론 어렵게 읽을 책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마릴린 먼로가 사망한 1962년을 기점으로 그 전후의 사실과 기록을 근거로 마릴린과 그녀 주위의 사람들, 특히 그녀의 정신상담가였던 랠프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마릴린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의문에 대한 호기심어린 문제제기가 아니라 그녀의 성장 과정과 심리 묘사를 기록에 근거하여 그.럴.듯.하.게 썼다.
그럴듯하게,라는 강조는 내가 진정 이 책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릴린 먼로 세대가 아닌 나로서는 한 인간의 우울한 죽음이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저 단순히 그럴듯하게 썼다,로 끝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들어왔던 이야기들, 정치와 국가안보 문제에만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미국의 FBI가 마릴린 먼로를 주시하고 있었다라든가 케네디 家가 그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라든가 하는 지극히 세속적인 호기심으로만 그녀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되곤 하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좀 더 본질적인 문제 그녀는 왜 죽었을까,의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갈수록 한때를 풍미했던 섹시 심벌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가 아니라 부모에게 버림받고, 여러가정을 전전해야만 했던,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고자 했던 한 인간의 삶과 고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녀의 정신상담의였던 랠프 박사는 정말 마릴린의 구원자 역할을 하고자 하였는지, 아니면 그녀의 불안한 존재의식을 더욱 흔들어버린 것인지.
내가 본 마릴린 먼로의 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고 했다.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건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마릴린 먼로를 단지 '섹시 심벌'로만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편견으로 그녀를 모르고 자란 세대에게 권할만한 영화가 없다는 잠재의식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어쩌면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의 육체적인 죽음은 아마도 복합적으로 그녀를 둘러싼 세계, 그녀의 환경, 그녀의 모든 것이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녀의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않은 나조차도 그녀를 기억하는 걸 보면 그녀는 영원히 살아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녀가 왜 죽었을까, 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그녀에 대해, 그녀의 삶에 대해 연민이 생긴다. 내가 잘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는 지금 현재 연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