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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랜드 2 - 그림자들의 흥청망청파티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공보경 옮김, 아나 후안 그림 / 작가정신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초록바람을 따라 페어리랜드로 가 온갖 모험을 겪고 난 후, 자유롭고 평화로운 페어리랜드를 이루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 온 셉템버. 첫번째 모험의 끝에 셉템버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겨주었던 그림자 이야기가 슬그머니 나오는데 역시 이번 이야기는 그 그림자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다시 페어리랜드로 간 셉템버는 예전과 너무 달라진 모습에 놀라는데, 그림자들이 따로 행동을 취하기 시작하면서 지하페어리랜드가 생겨나고 그곳에서 실체와 떨어진 그림자들이 지하페어리랜드를 확장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곳에서는 그림자들의 흥청망청 파티가 열리는데, 그 파티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셉템버의 그림자 핼러윈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지하 페어리랜드가 세를 확장해갈수록 지상 페어리랜드는 마법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배급을 하며 겨우 살아가고 있는 상태를 그대로 둘 수는 없는데다가 그 모든 원인이 자신의 그림자인 지하 세계의 여왕 핼러윈이니 셉템버는 어떻게 해서든 페어리랜드의 이상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하여 셉템버는 지상과 지하세계의 불평등하고도 서로 반목하고 있는 페어리랜드의 평화를 위해 지하 페어리랜드로 향하게 되는데....
실체에서 그림자가 분리되는 이야기는 읽었었지만 이처럼 그림자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하며 적극적으로 그림자(어두움)를 옹호하는 이야기는 처음인 듯 하다. 사실 그림자,라는 것 때문에 나 역시 빨리 그림자를 찾아서 실체와 합하는 것만이 이 모험의 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셉템버의 모험을 따라 가다보면 그 생각이 조금씩 변화되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 그림자라는 건 자아의 어두운 면인데, 우린 예외야. 그런데 넌 어둠에 대해 안 좋은 편견을 가진 모양이구나. 반짝이는 별들과 달, 라쿤, 올빼미, 반딧불이, 버섯, 고양이, 매혹, 그밖에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훌륭한 것들이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마. 도둑질, 음모, 몰래 숨어 다니기, 비밀, 너무 강렬해서 기절 할 것 같은 열망도 어둠이 있어야 존재할 수가 있어. 그리고 내가 장담하는데, 밝은 면이라고 해서 꼭 좋기만 한 것도 아니야. 어둠이 없이 밝기만 하면 꿈을 꿀 수가 없어. 제대로 쉬지도 못해. 달빛이 비추는 발코니에서 연인을 만날 수도 없지. 어둠이 없는 세상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어두운 면은 반드시 필요해. 어두운 면이 없다면 너의 절반이 없는 셈이니까.(293)
물론 이 이야기가 셉템버의 두번째 모험 이야기인 '그림자들의 흥청망청 파티'의 전부는 아니다. 이 말을 괜히 덧붙이는 이유는 이 인용문 하나로 지하 페어리랜드의 이야기를 알 것 같은 느낌을 가지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셉템버가 결국 지하 페어리랜드에서 만난 자신의 그림자와 정면 대결을 하게 될지... 기대를 하며 함께 모험을 떠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련된 놀랍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