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권으로 넘어온 지 오래지만, 1권 <코르테스와 말린체...>, 즉 아즈텍 제국의 멸망과 관련된 얘기의 일부가 기억에 남아 짧게 적어둔다. 원래 이 부분의 주된 내용은 제목이 얘기해주는 그대로이다. 어릴 때 <서양문화사> 수업을 들으면서도 참 흥미로워했던 부분인데, 이번에 읽으며 느낀 건, 요녀석들 망할 만 했구나, 라는 것!^^ 저자가 상세히 묘사해주는 소위 인신공양의 절차와 방식은, 참, 인간만이 이토록 잔인할 수 있구나, 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그 다음, 2권에서 얘기되는 '마녀사냥'.) 그리고 '외세'의 침입이 일국의 멸망으로 이어지려면 대부분의 경우 반드시 '내분'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 역시 확인한다.

 

 

 

 

 

 

 

 

 

 

 

  

 

 

아무튼, 코르테스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예전에 난파 사고를 당한 두 에스파냐 인이 현지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코르테스는 마야인 추장에게 아길라르를 풀어달라고 부탁하여 일행에 합류시켰다. 10년 가까이 이곳에 살았던 아길라르는 마야어를 제법 유창하게 할 수 있어 좋은 통역이 되었다. 반면 게레로는 떠나기를 거부했다. 그 동안 그는 마야인 부인과 세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었다.(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이 아이들이 역사상 최초의 메스티소이다.) 그는 마야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후일 마야인 편에서 에스파냐 침략군에 맞서 싸우다가 사망했다."

 

남녀가 서로 만나 아이를 (그것도 셋이나!) 낳고 산다는 이 평범한 문장 속에 너무 많은 함의가 있음을 알겠는 요즘, 저 두 번째 에스파냐 인의 이야기가 무척 감동적이다. 과연 그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법하다. 있을 필요도 없잖은가, 마누라와 세 아이 말고는. 

 

아메리카 제국 얘기를 읽다가, 마침 재개봉한(할?) 영화가 떠올랐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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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성애소설은 연애소설과는 명백히 다르다. 소재-주제의 특성상 때론 겹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들 아시겠지만,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꼭 서로 사랑한다고, 사귄다고 같이 자는 것도 아니고, 또 반대로 같이 잔다고(즉 한다고) 해서 다 사랑하고 사귀는 사이인 것도 아니다. 그래서 따로 한 번 빼서 묶어보면 어떨까 한다.

 

1번. 정말 자신 없는데 <데카메론>이 아니었나 싶다. 더 정확히, 이 책에 그런 이야기가 많지 않았나 싶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대학 초년 시절에 읽었던 책의 기억을 확인해보고 싶다.

 

 

 

 

 

 

 

 

 

 

 

 

 

 

 

 

그 다음, 쇼데를로스 드 라클로, <위험한 관계>.

 

 

 

 

 

 

 

 

 

 

 

 

 

 

대학 시절에 무척 재미있게 읽은 소설인데, 나이 들어 다시 보니 왜 '고전/걸작'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는지(도) 보이는 소설이었다. 인물들이 재미있고 스토리도 워낙 박진감 있어,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18세기 계몽주의를 기치로 내건 프랑스 귀족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길티 플레져'의 진면목을 알 수도 있다. 서간체(고백체의 변용으로서) 소설의 매력도 돋보인다.

 

 

 

주인공 발몽을 제목으로 내건 이 영화. 메르테유 남작(후작?) 부인 역은 점잖은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아네트 베닝이 맡았다. (미모 돋았던 듯^^;;) 그 다음 발몽은 콜린 퍼스. 그가 정말로 사랑하게 된 ??부인(대법원장 부인이던가) 역을 맡았던 여배우와 결혼, 아이를 낳기도 했다.(나중에 이혼하고 현재의 이탈리아 모델을 만나 결혼, 역시 아들이 둘인 걸로..^^;;)

 

 

이 영화의 원작이 <위험한 관계>인 줄 아는 사람은 적은 듯하다. 번안에 가까운 개작이지만 줄거리의 얼개는 거의 그대로.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의 원작도 이것.

 

19세기, 성애문학 하면 누구나 떠올릴 법한 소설이 <보바리 부인>이지만, 사실 이 소설은 차라리 '반'성애문학에 가까운 듯하다. 더 적합한 작품은 정녕 '-부인' 시리즈에 가까운 <채털리 부인의 연인>. 사실 주제만 놓고 보면 '사랑에 살어리랏다~'일 터인데...^^;; 여기서 우리가 까먹는 것이 '레이디' 채털리가 자기 명의의 재산이 있다는 거다. 이미 임신까지 한 상태. 올리버가 뭐 갖고 먹고 살래? 하고 물으니, 그녀의 답이 바로 이거다. 애초에 '레이디'로 자랄 만한 집안에 태어나야(혹은 스스로 그 정도 자금은 마련할 수 있어야), 사랑도 자기가 원하는 사람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이 드니 보이는 대목이다.

 

 

 

 

 

 

 

 

 

 

 

 

 

 

 

내가 본 영화 <채털리...> 속의 레이디 채털리. 워낙에 정사 장면이 많아서 여배우가 어지간히 기품이 느껴지지 않으면 포르노그래피처럼도 보일 법하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참 예뻤다 ^^;; 그녀가 올리버에게 느끼는 애욕-사랑 역시 참 예뻐 보였다.   

 

20세기, 아마 소설로서는 이제 잘 읽히지 않는 듯하다. 헨리 밀러, <북회귀선>. 

 

 

 

 

 

 

 

 

 

 

 

 

 

 

 저 포스터 속의 여인. 금발보다는 흑발(갈색), 장신보다는 아담한 체구를 좋아해서, 마리아 드 메데로이스(?)가 우마 서먼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던 듯하다. 그녀는 <펄프 픽션>에서 브루스 윌리스(부치(?))의 여자친구 역을 맡기도 했다. 

 

 

위의 <채털리...>를 너무 저속하고 노골적이라는 이유로 비난했던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어떤지. 작가는 이 소설을 성애소설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또 실제로도 '성애' 장면이 많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험버트는 롤리타를 사랑하지만 롤리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잘, 될 턱이 없지 않나. 

 

 

 

 

 

 

 

 

 

 

 

 

 

 

 

마땅히 성애소설이 아닌 다른 부류로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지만,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떠올려 본다. 이 소설 자체만 놓고 보면 철학-에세이 소설에 더 가까울 법하지만, 이후 쿤데라가 쓸 소설(가령, <불멸>)에 비하면 성애 묘사가 정말 너무 많고 또 노골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토마스의 화두가 '바람/바람둥이'이니까. 서사적 바람둥이, 서정적 바람둥이 등등.  

 

 

 

 

 

 

 

 

 

 

 

 

 

 

 

 

목록은 물론 좀 더 보충될 수 있을 법하다. 우리나라 소설 중에서 꼽으라면 아무래도 이효석의 작품 중에서 골라야 하지 않나 싶다. 단, '성애' 부분을 쏙 뺀, 그래서 항상 교과서에 실린 <메밀꽃 필 무렵>은 빼고 ^^;; 혹시 <동백꽃>도 넣어야 하나?^^;; 마지막 장면이 너무 '야하니' 원고를 쓰지 않으면 어떻겠냐는  권고까지 받은 적이 있는 작품이다, 헐.

 

 

 

 

 

 

 

 

 

 

 

 

 

 

*

 

지난 9월 중순, 아이의 지능검사 결과지를 들고 대학병원 주치의를 찾아가던 길, 버스 창문 밖으로 이런 걸 보았다. 부동산과 충무김밥과 콘택트렌즈와 나무 사이에 조그맣게 박힌 'SEX TOY'. 한때는 나도 무척 관심을 가졌던 주제이다. 문학이든, 영화든, 심지어 내 삶에서든. 지금은 그 주제로부터 너무 떠나와, 역시나 그 주체와 객체가 나였나 싶을 정도다. 무심코, 저 간판이 눈에 들어왔을 때, 아이와 나, 우리 가족의 미래가 너무도 아뜩해서, 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또 의사와 면담을 끝낸 다음에는 수업을 가야 했기 때문에, '섹스'도 '토이'도 원래 그런 단어들이 풍기는 '음담패설' 특유의 냄새를 전혀 맡지 못했다. 진정한 불감증, 이랄까.  그 와중에  섹슈얼러티와 문학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대충 지금 잠깐 휘갈긴 내용이다. 언제 다시 이 주제로 회귀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마는, 정녕 너무 늙어 오직 지적인(!) 차원에서만 가능할 법하다. 심지어 정사 장면 하나 묘사하기도 힘들다. 뭐든지 다 때가 있음을 절감한다. 청춘들이여,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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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준비 차 불가코프의 소설을 읽는다. 내가 짠 커리큘럼이 아니라, 기왕지사 짜놓은 커리큘럼에 대한 강의라, 작품이 정해져 있다. <젊은 의사의 수기>. 이 책은 2011년에 번역본이 나왔는데, 마침 조리원에 있었던 나는 애 젖 먹이면서 책장을 들춰보던 기억이 있다. 소위 몸도 '풀리지' 않은 상태고 신생아 젖먹이르라 연일 잠도 너무 부족하여 눈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렇게라도 책을 보면서 내가 그저 출산한 암컷이 아닌, 인간임을 실감하여 위로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그런 인연의 책인데, 수록된 소설 자체는 초기 불가코프의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이점 외에, '의학과 문학'이라는 큰 주제에 부합한다는 이점(?)이 있다.   

 

 

 

 

 

 

 

 

 

 

 

 

 

 

오랜만에 쭉 다시 읽어본 <젊은 의사의 수기>(덧붙여 <모르핀>까지)는 말하자면 잠재태다. 좋게 말해, 이후 불가코프는 그것보다 훨씬 더 잘 쓰게 된다. 소위 의사작가로서 그가 쓴 작품 중 진짜 수작은 <개의 심장>이 아닌가 싶다. 수업 시간에 보충자료(?)로 언급하던 작품인데, 이 참에 다시 읽어봤다. 얇으니 여러분도 한 번 보시라.

 

소설의 내용은 말하자면 장기이식. 개의 뇌와 생식기를 사람(이 경우 범죄자)의 그것으로 대체한다. 이후, 개-사람은 사람-개(즉, 개 같은 사람)가 된다. 이름 '샤릭'과 '샤리코프'가 이것을 의미. 의사-작가의 소설인 만큼, 이번에 이쪽에 초점을 맞추어 읽으니, 수술 장면의 묘사가, 아, 정말 돋는다! 역시 소설가는 자기가 잘 아는 것을(-만) 써야한다! 명심할 일이다.

 

* 생식기 이식:

가위가 마치 마법사 손에서 놀듯이 의사의 손에서 번쩍거렸다. 필리쁘 필리뽀비치가 손을 깊숙이 집어넣어 몇 번을 회전시키더니 샤리끄의 몸에서 지스러기가 붙은 정자분비관을 떼어냈다. 열정과 흥분으로 온몸이 홀랑 젖은 보르멘딸리가 유리병 쪽으로 황급히 달려가서 밑으로 축 늘어진 다른 정자분비관을 꺼냈다. (....) ”

 “14분 걸렸습니다.”

 

뇌이식: 

보르멘딸리가 그에게 타래송곳을 건넸다. 필리쁘 필리뽀비치는 입술을 깨문 채 타래송곳을 찔러넣은 후 샤리끄의 두개골을 따라 1센티미터 간격으로 작은 구멍을 뚫었다. 구멍 하나를 뚫는 데 5초 이상 걸리지 않았다. 그런 다음 괴상하게 생긴 톱을 들어 톱 꼬리 부분을 가장 먼저 뚫은 구멍에 집어 넣은 후 마치 부인용 수공예품 상자를 만드는 것처럼 톱질을 시작했다. 두개골이 떨리면서 날카로운 쇳소리를 냈다. 3분 정도가 지나서 샤리그의 두개골 뚜껑을 떼어냈다.

그러자 푸르스름한 정맥과 불그스레한 반점들이 있는 둥근 모양의 샤리끄의 회색빛 뇌가 드러났다. . .가 가위를 찔러 넣어 뇌막을 자르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분수처럼 피가 솟구쳐올라 하마터면 교수의 눈에 튀거나 모자 위에 뿌려질 뻔했다.보르멘딸리가 마치 호랑이처럼 달려들어 회전 핀셋으로 출혈부위를 틀어막았다. 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얼굴은 기름기로 인해 여러 가지 색깔을 띠었다. 그의 눈길이 교수의 손에서 수술용 기구가 놓인 탁자 위의 접시로 급히 이동했다. 그 순간 필. .가 아주 무서운 모습으로 변했다. 코에서는 쉭쉭거리는 소리가 났으며, 잇몸이 다 드러나도록 입술이 벌어졌다. 그는 뇌막을 벗긴 후, 엎어놓은 찻잔처럼 생긴 반구(半球)로부터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 어딘가 깊숙이 손을 집어넣었다. 이때 보르멘딸리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한 손으로 샤리끄의 가슴을 잡은 채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맥박이 급격히 떨어집니다...”(89-90)

 

이어, 스토리 전개. 이놈의 샤리코프가 공산당에 들어가 못 된 짓만 골라 하고 다닌다.(참고로, 불가코프는 귀족 집안 출신이라 굳이 말하자면, 반혁명쪽, 즉 '백위군'이다.) 그래서 결국, 재수술(!)을 통해 그를 다시 개로 되돌린다는 것. 이후 불가코프가 쓸 대작 <거장과 마르가리타>에 비하면 너무 가볍고 얇은 작품이지만, 이 작품의 주제의식은 우리로 하여금 거듭, 이 작품에 대해 말하도록 만든다. 그런 유혹이 있는 작품이다. 뭐냐, 바로 이것.

 

샤릭은 샤리코프로 바뀌면서 제일 먼저 말을 배운다. 그와 더불어 못된짓(!!!)을 배운다. 당연히 '금지'가 쏟아진다. (보다시피 이게 사람 되는 과정이 아닌가.) 열받은 샤리코프가 한 소리 한다.

 

그래, 당신은 항상 그랬어... 침 뱉지 마라. 담배 피우지 마라. 저리로 가지 마라... 이게 정말 뭐야? 여기가 전차 안이라도 되는 모양이군. 어째서 날 못살게 구는 거지?! 그리고 아빠란 단어와 관련해서 이건 순전히 당신 잘못이야. 내가 수술해달라고 청한 적이나 있냔 말이야?”

사내가 흥분해서 계속 짖어댔다. “그래, 정말 멋들어진 일이야! 나 같은 동물을 잡아다가 칼로 머리를 길쭉하게 잘라서 줄무늬처럼 만들어놓고는 이제 와서 이렇게 경멸한단 말이지. 난 수술을 허락한 적이 없어. 마찬가지로... (사내가 무슨 간단한 공식이라도 기억해내려는 듯 천장 쪽으로 눈을 돌렸다) 내 친척들도 허락한 적이 없어. 따라서 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단 말이야.”(117)

 

정말 치명적인 물음이다. 더불어, 러시아문학답게, 또 불가코프의 특징답게 거칠게, 조잡하게, 극단적으로 던져힌다. 일단 소재부터가 그렇지 않나. 오래 전 영문학에서는 이런 식으로 제기되었다.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저주받은 창조자! 어째서 자기마저 역겨워 등을 돌릴 흉악한 괴물을 빚어냈단 말인가? 신은 연민을 갖고 자신을 본떠 인간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창조했다.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더러운 투영이고, 닮았기 때문에 더욱 끔찍스럽다."

 

더 오래 전, 고전에서는 더 점잖은(?) 절규가 있었다. 밀턴, <실낙원>.  아담의 절규.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요컨대 <개의 심장>에서 돋는(!!) 것은 수술 장면(만)이 아니다. 문제는 주제의식, 강조하건대, 주제의식이다. 창작적 관점에서 볼 때, 솔직히 수술 장면 같은 건 자료를 찾아보고 출처 밝히고 인용하면 된다. 하지만 저 주제의식, 그에 맞는 소설적 전개에서 바로 소설(가)의 급이 결정되는 거다. <개의 심장>은 충분히 잘 쓴 좋은 소설이지만, 후자에서 아쉽게도 많이 나아가지 못해 이른바 걸작-대작까지는 못 간 듯하다. 하지만 괜찮아, 작가는 아직 젊고, 죽기에 앞서 <거장...>을 유작으로 남긴다. 어느 부분이 겹치는지, 이건 다음 기회에...  

 

다시금, <개의 심장>의 주제. 결국 생명을 만든다는 건 이런 거다. 내가 낳아달라고 했냐. 사실 이건 엄청나게 무거운 물음인데 우리가 안일한 휴머니즘으로 포장하여(생명을 낳고 어쩌고~~~ 하나는 외로워 , 동생을 낳아줘야 어쩌고저쩌고~~~ 제 숟가락은 물고 태어나니~~~ ) 너무 쉽게(!) 대하는 건 아닌지. 최근 불거진 낙태 합법화 논란까지 포함하여, 또 장애아(주로 염색체 이상이나 심한 기형) 출산 여부 결정권 등과 관련하여,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제가 쉽지 않음을  인정하리라. 특히, 나처럼 발달지체-장애아 부모에, 연일 다양한 스펙트럼의 장애아를 보는 엄마라면 누구나 그러리라. 이런 현실적인 문제까지 포함하여, 언제 한 번 진지하게 다뤄볼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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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읽어온 <카라마조프>에서 이 부분에, 난생 처음으로 주목해본다. 이반과 스메르쟈코프의 만남, 3부, ??쪽인데, 스메르쟈코프의 계산에 의하면 표도르의 유산은 총 12만 루블, 그래서 아들들한테 각각 4만 루블씩 돌아가게 돼 있다. 여기서 표도르는 누구? 그는 사업(주로 술, 여자 등)을 해서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원래 9등 문관이었다는 사실은 이번에야 알았다.(이 사실이 놀랍다, 이 책, 정말 얼마나 빡빡한 것인지.) 

 

 

 

 

 

 

 

 

 

 

 

 

 

 

 

 

통상 9등관이라면 고골 소설에 자주 등장한, 그 불쌍하고 힘없는 하급관리다. 물론, 이제는 19세기 후반, 사정이 조금은 다르다. 그래본들, 체호프 초기작 <어느 관리의 죽음>의 '관리(체르뱌코프)'의 등급이니 역시 낮긴 낮다. 그러니 표도르가 저 재산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새삼스럽다. (대략, 연봉 3천 정도의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50-60줄에 몇 십억대 자산가 되는 정도?) 여기서 '피나는'은 '더러운'(치사한, 야비한)이라고 바꿔도 될 법하다. 밑천이라곤 자기 손과 머리밖에 없는 자가 19세기 대러시아제국에서 무슨 수로 거금을 손에 넣는단 말이냐. 물론 존엄을 지키는 쪽도 있으나, 아, 그 존엄이야말로 돈으로 유지되는 것이니, 어쩌랴. 물론 이 소설에서 표도르는 죽임을 당해야 하는 아비로 설정되어, 온갖 악덕과 어둠과 추의 육화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의미론, 돈에 대한 도-키의 양가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 그러나. 우리가 다 그렇다. 다들 돈을 (많이) 갖고 싶어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얘기, 그런 욕망의 노골적 표출 등은 경멸한다. 

 

 

 

 

 

 

 

 

 

 

 

 

 

 

 

The endless over the Kumanina estate continued to drag on, and a letter from his younger brother Nikolay indicates how far matters were from being settled. D-ky's sister Alexandra had filed a suit against her brothers over the projected agreement, and Nikolay wished to sell some of his share of the estate to pay off a debt to Alexandra. the D-kys agreed in principle, but only if their share(....) were guaranteed by all the other heirs with a written contract; but nothing had been definitively concluded at the time of D-ky's death.

 

다시, 도-키. 프랭크의 연구서, 말년 도키가 형제자매들과 겪은 (크지는 않은, 왜냐면 유산 자체가 많지 않아) 유산 관련 소송-다툼을 언급한다. 얼마 되지도 않는 유산을 둘러싼 논쟁은 작가가 죽기 전까지도 해결되지 않는다. 과연, 아무리 도-키라도 저 유산을 호기롭게 "난 됐어~~"라고 포기하진 못한 것이다!!!  보다시피 말이 길어진다. 이 점에서는 철강 재벌의 후예인 비트겐슈타인이 대단한 건가? 글쎄, 조금만 받아도 어지간한 평민이 충분히 먹고 살만한 돈이었으니 그랬을 테지.

 

 

근면성실은 체력에서 나오고 여유(심지어 인격?)는 통장-돈에서 나온다, 라니. 

주말에 소설 초고가 빠졌고, 그 꼴값 하느라 월요일 기능수업 및 시험 빼먹고 자더니 화요일에도 애 보내고 또 잤다. 아프단 말이다! 헐, 그런데 학교 가니 오히려 멀쩡해졌다. 흠, 꾀병이었나?^^;  아니, 동물이든 식물이든 광합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어제, 오늘, 간만에 좀 썼다. 좋다. 좋은 힘듦이다. 그래서 또 사진 한 장. 가을, 하늘, 구름, 나무, 은행, 파랑, 노랑, 하양, 사람 둘, 다 있다. (초상권, 괜찮나 모르겠다.) 여기서 '노랑'은 극히 평범하게 생긴 두 백인 여학생의 머리카락과도 호응한다. 영국에서 온 사람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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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던가, 콜럼버스 부분.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참 잘 모르는 역사의 한 장면인 것 같다. 그를 너무 신비화하지도 않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의 업적(?)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잘 짚어준 듯하다. 쭉 흘러, 흘러, 그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다음(물론 아시다시피 그는 극 신대륙인지 몰랐지만) 그가 남긴 기록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들은 훌륭하고 똑똑한 하인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해준 모든 말을 아주 빠르게 따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교가 없어 보이므로 아주 쉽게 기독교가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귀환할 때 그들 중 여섯 명을 잡아다가 국왕 전화께 데리고 가서 말하는 법을 배우도록 할 것이다."(196)

 

우선은 기록을 남겼다는 것. 콜럼버스는 나의 (무식한, 무지한) 편견과는 달리, 제법 학식이 있는 자, 공부를 참 많이 한 자였다. 하긴 지리 등등을 공부하지 않고 그 험난한 뱃길을 떠났을 리 없다. 그 다음, 제법 정치적이었다는 것. 왜냐면 황제를 알현 등등 하여 후원금을 받는 일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식으론 연구비 따내는 건데, 나는 2년 연속 줄줄이 낙방 ㅠ.ㅠ) 그 다음, 저자가 잘 정리하고 있지만, 이 탐험의 여정에는 돈이나 출세 같은 실리적 목적 외에(어쩌면 그보다는?) 거의 세계사적인, 또 심지어 종교적인 사명이 들어가 있다는 것. 저 말에서도 드러난다. 우리 말 가르쳐주고, 또 우리 종교 심어주고 나아가 우리 주님 기쁘게 해주고 등등. 이 마지막, 세 번째 항의 함정이란!

 

저자가 예의 그 평이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문체로 잘 정리해주신다.  

 

"자기네들과 똑같은 말을 하지 않으면 그들에게는 언어가 없는 것이고 기독교를 믿지 않으면 종교가 없는 것과 같다. 말을 빨리 따라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 말을 금방 배울 것이니 곧 좋은 하인이 될 것이다."(198) 

 

아! 정말 할 말 없다... 내 말이 아니면 저건 말이 아니요, 내 종교가 아니면 저건 종교가 아니다... 이게 이후 제국주의(침략, 전쟁, 폭력 등)의 근거가 되는 생각인데, 그 출발점에 전혀(!) 악의가 없다는 것이 너무 무섭다... ㅠ.ㅠ 말 없는 저들에게 말을 주고 종교 없는 저들에게 종교를 주고. 우리가 이 좋은 걸 주겠다는데 왜 반항해, 병신들, 바보들, 죽어~! 흠,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리는군~. 그렇게서 16-17세기에는 스페인어, 그 다음에는 영어(프랑스어)가 그렇게 퍼져나간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기독교야말로 (십자군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 무서운 폭력과 함께 퍼져간 종교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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