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초등학교 첫 담임선생님이 바로 정혜경선생님이시다. 이 분이 경력 5년차 처녀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듣고 조금 걱정했더랬다. 그러나 아이들을 정말 이뻐하고 대쪽같고 공평하고 하루 종일 칭찬해도 모자를 정도이다. 또 마음씨가 넓고 생각이 깊어 마로가 초반에 학교 생활에 적응 못 해 선생님과 두 차례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눈물바람이 된 나를 침착하게 위로해주었다.
안타깝게도 집이 워낙 멀어 올해 집 근처 학교로 전근을 가셨는데, 봄방학 종업식 날 아이들은 멀뚱거리는데 선생님은 한참 우셨다는 얘기를 듣고 송구하였다. 게다가 촌지는커녕 초콜릿 하나도 안 받는 분인지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도 없었다.
과연 이 분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3월 초 전근가신 학교로 떡을 2말 보냈더랬다. 일종의 책걸이 행사 대신이었고, 동료 선생님들이랑 반 아이들이랑 나눠 먹을 수 있는 선물이라면 거절하지 않을 거란 계산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선생님이 사양할까봐 차마 떡을 보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지 않았는데, 배달간 떡집 주인이 얘기를 했나보다. 선생님이 바로 전화를 하셔서는 기분좋은 답례인사를 주셔서 기뻤더랬다.
그로부터 며칠 후 선생님 이름으로 조그만 소포가 왔다. 나와 마로에게 보내는 카드와 선물이 이것저것 살뜰하게 들어 있었는데, 내게 보낸 립글로스는 꽤나 비싼 제품 같다. 이렇게 되면 스승의 날을 빙자해 다시 선물을 보내야 할 거 같아 현재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