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다.
음악을 정말 많이 듣게 되는 시기. 그리고 그 때 좋아하는 인생 가수와 그의 정서들.
나에겐 그 시절이 아마 고3이지 싶고, 저녁 야자 급식값 뽀려서 굶어가며 시디 샀었더랬다. mp3로 엄청 갈아타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난 시디피가 더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애 가장 여러가지 음악을 많이 듣던 시기...
비틀즈, 라디오헤드, 딥퍼플, 메탈리카 그리고 퀸을 좋아했었다. 제일 좋아하는 밴드는 역시 퀸이었다. 솔직히 비틀즈도 좋아했지만 퀸을 좋아하는 게 더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었다.
120분간의 영화를 보며 아직까진 여전히 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_
그런 시기가 있다. 가까이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팽개치고라도 새로운 관계와 조건을 좇을 때가 있다. 필연적으로 가족 혹은 뿌리를 떠나고 싶을 때. 더 발전하고 싶다는 이유로 합리화 하면서, 돌아오라는 이들을 뿌리치면서.
단절은 보지 못한 세계를 열어주기도 하지만, 그 시기의 내면을 잘 다독이지 않으면 나는 취약한 상태가 된다. 외로움과 공허의 상태를 잘 파고드는 유해한 관계, 요구들이 있다. 가능성을 시험해보기로 단절을 결단 한 나는 그들에게 삶의 핸들을 통째로 내주기도 한다.
_
우리는 그 시기를 겪어낸다.
그리고 돌아오거나 돌아오지 못하거나,
나아가거나 나아가지 못하거나.
옳고/그름과 좋고/나쁨 이라는 도식화로 정리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삶이 내보이는 어떤 진실을 저마다가 알아 갈 뿐 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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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영화 속 ‘프레디’ 같은 시기가 있지 않을까.
약하고 여리기도 하며, 혼란스러워서 치명적인.
또 반짝반짝 빛나지만 유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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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8-11-07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시기가 있어서 엄청 공감해요.^^

공쟝쟝 2018-11-07 22:52   좋아요 1 | URL
그런 시기를 선명하게 보여쥬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음악두 좋고~ 내리기 전에 보셔요~~ 영화 추천드려요.. ㅠㅡㅠ

잠자냥 2018-11-08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늦은 밤 이 영화를 봤는데 울다 웃다 아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퀸의 팬이라면 무조건 별 다섯 개짜리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으아. 그 라이브 에이드 현장이란!

공쟝쟝 2018-11-08 17:59   좋아요 0 | URL
영화 시작하자 마자 소오름이...

카알벨루치 2018-11-08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드 머큐리, 갑이죠!

공쟝쟝 2018-11-08 17:59   좋아요 0 | URL
목소리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더군요..
 
[블루레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일반판
루카 과다니노 감독, 아미 해머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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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자연과 벗삼아서 좀 더 오감을 개방하며 막살걸 그랬나보다... 막막 두 청춘이 산 타면서 뛰어다니는 데, 뭔가 펄떡펄떡 한 것이.. 대자연과 젊음은 참 좋은 조합이지 싶다 🤤 (막상 젊을 때 산과 야외활동을 증오했던 본인을 반성함)
_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많이 망쳐.
그러다가 30살쯤 되면 파산하는 거지.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줄 것이 점점 줄어든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만들다니.
그런 낭비가 어디 있니?”
_

느끼는 것. 삶의 감각. 열어두는 것.
그 중요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사회는 그 경험의 기회들을 미래의 어느 날로 미루라고 주문했고, 우리는 훗날의 기약으로 유예하느라 현실마저 유예 하는 삶을 습관 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과거를 살거나 미래를 살거나 아니면 가상의 관계망을 살거나.
_
느낌을 느끼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요즘 많이 느낀다. 그 날이 오면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의 힘듦을 합리화하는. 결국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했던 지난 날이 급 억울해지는 밤. 영화를 보고 나니 펄떡펄떡 선득선득 살아있는 몸 느끼고 싶다. (쓰고 보니 야한데..)
어쩔 수 없지, 스쿼트 좀 하고 근육통이나 느끼며 자야겠다. 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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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10-19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면서 저는 왜 여름이 청춘을 대표하는 계절인지 알겠더라구요.
수영도 자전거 타기도 못하는데 그 두 가지를 막막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ㅋㅋ
두 사람의 열정을 고스란히 닮은 이탈리아의 여름 풍경에 흠뻑 취해서 봤던 영화였습니다. ^^
 
밀리언 달러 베이비 [dts]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힐러리 스웽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덥다는 핑계로 복싱장을 한달을 빼먹었으므로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다니려는 맘을 먹고자, 복싱 영화나 한 편 때려야지🎶 마음으로 봤는데... 헐.. 심장이 아파서 한시간 째 뒤척이는 중이다.
_

“항상 보호가 먼저야. 규칙이 뭐라고? 자신부터 보호하라.” Always protect yourself.
_
삶이 가해오는 공격 앞에서 나를 보호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래서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알려줄 수 있는 스승을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
좋은 스승을 만나더라도 치명적인 순간에 권고는 덧없이 빗나가게 마련이다.
도통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건 써먹히지가 않는다.
무언가를 정말로 가르쳐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배우는 사람은 배웠음을 안다.
_
서른 두살의 나는 서른 두살에 늦깎이 꿈을 가진 매기에 감정이입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꿈을 이루려는 주인공 보다는 .. 꿈을 찾는 사람에게 조언하는 노인의 마음에 더 동일시가 되었다. (늙었나봐.. 흑흑)
_
배우는 것은 열과 성을 다하면 되는 것이지만,
가르치는 것은..가르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매우 두려운 종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랭키에게서 느껴지는 후회와 두려움.
제자의 성장을 진심으로 돕는 스승을 영화로나마 본 것이 좋았다. (실제 세계에서 스승과 선배들의 가르침이란 나르시시즘인 경우가 허다하다고 생각한다..또르르)
매기 역시 좋은 제자였다.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 외에는 자신을 먼저 지키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참 생각 많아지는 영화였다....
_
그런 의미에서 모처럼의 꼰대모드로.
아마도 계속해서 빗나가겠지만, 누군가는 기억했으면 싶은 마음을 담아.
있잖아요, 그렇답니다, 여러분, 언제나 자신을 먼저 지키세요.
Always protect yourself.

_
(앗, 물론 나 스스로는 프로복서가 될 생각이 눈꼽 만치도 없기 때문에 커버링은 일도 신경안쓰고 내일도 잽 연습만 열나 하고 있을 것 같다. 복싱장 다니는 목적 = 잘 때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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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육개장 사발면을 먹고 있다. 한동안 끊었던 농심의 msg가 혀끝에 위장에 착착 감긴다.그제도 저녁에 육개장 사발면을 먹었다. 삼십년째 이보다 더 맛있는 라면은 없는 듯. 부족한 듯한 양이 이 완벽한 맛의 원인인걸까.
_
토요일 밤에 <호랑이보다무서운겨울손님>을 보았고 그 날 이후로 벌써 두개째 사발면을 먹고 있다. 이 고구마 처럼 답답한 영화에서 주인공은 사발면 하나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 (그래서 내가 다 먹어주고 있게 된거야 암..) 볼 때는 답답하기만 했는 데, 보고 나서는 라면처럼 끝맛이 짭조롬하고 여운이 남았다.
_
도망치고만 싶은 직면할 용기가 없는 호랑이 같은 문제들 보다 더 괴기스럽고 무서운 것은 밀려있는 일상이다.
어쩌면 일상에서 일상적으로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문제들이 착착 쌓여 호랑이 급의 공포로 다가오는 것일지도.
_
여하튼 나는 오늘 내로 사십오장의 누끼를 따야한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일상의 작업일정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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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8-06-27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육개장 사발면을 최고로 좋아했는데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면서 신라면 컵라면으로 갈아탔다가 최근에는 어쩌다 알게 된 오뚜기 참깨라면 컵라면에 푹 빠져서 한동안 그것만 먹고 있는 중입니다.

공쟝쟝 2018-06-27 20:14   좋아요 1 | URL
역시 컵라면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네요 ㅜㅜㅜㅜㅜㅜㅜ 오뚜기 참깨라면... 맛만들어도 맛있을 것 같아요...

북깨비 2018-06-28 17:22   좋아요 1 | URL
얼큰한 컵라면 국물맛에다가 참기름의 고소함을 더 한 맛이에요. 그리고 면이 좀 더 쫀쫀하다고 해야하나. 꼭 컵라면으로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봉지라면은 안먹어봐서 맛 보장 못함. ㅎㅎ 아. 스프봉지가 3개에요 (스프, 계란, 참기름). 스프봉지 2갠줄 알고 나머지 하나 넣은 채로 끓는 물 붓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ㅎㅎ 참기름 봉지는 마지막에. 조리법 잘 읽어보시고 맛있게 드세용.

공쟝쟝 2018-07-01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내일 마트를 갑니다 !! ㅋㅋ

서곡 2022-07-01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은근 재미있죠 ㅎ
 


얼마전에 읽은 노르웨이 숲도 그렇고.. 
삶이 불가피하게 제기하는 상실, 혹은 이별을 함께 견디는 애도동맹, 치유의 연대 같은 것을 담는 작품이 유난히 눈에 밟혔던 이유는

그것들에 고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몇년 전 부터 겪고 있는 지리멸렬할 정도로 긴 이별이 지독하게 외롭다. 
가끔은 도망쳐버리고 싶고 사라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렇게 될 리도 없고 되지도 않을 테지만.

_
_

임수정 특유의 단아한 발성과 정적인 연기가 좋은 데, 
영화 감상후 찾아 읽은 그녀의 인터뷰를 보고나서는 
임수정 이라는 인간자체가 좋아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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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05-27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젠가 애도.. 상실.. 이별.. 치유.. 에 몰입했던 적이 있었어요
나중에는 눈물에 내 자신이 질식되는 것 같더라구요..

공쟝쟝 2018-05-27 22:35   좋아요 0 | URL
함께 이별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서사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