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에 오는 내내 조윤제의 아내는 심통이 가득 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친정 아버지의 칠순 잔치에 변변한 선물 하나 못했던 것이다. 한 마디도 안 하던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당신도 살 도리를 하세요."

"이번 신작만 나오면 고생 끝이라니까 그러네."

"저번에도 그런 소리 하더니, 막상 책이 나와도 이 모양이잖아요."

조윤제는 남북출판사에서 월급을 떼먹힌 후, 집에서 소설을 쓰는데 열중하였다. 데뷔작인 <부활한 사나이>는 발기부전으로 성클리닉에 들어간 형사가 그곳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한다는 추리소설이었는데 딱 2부 팔려 기네스북에 등재 예정이었다.

"막벌이꾼한테 시집을 갈 것이지, 저 따위가 예술가의 처가 다 뭐야!"

조윤제는 심술이 나 받아쳤지만 마음 속에서는 그래도 아내에게 미안했다.

"급작스럽게 살 도리를 하라면 어쩔 수 있소. 차차 나아지겠지."

"아이구. 어느 천년에..."

조윤제는 그래도 생각했다. 내 언젠간 당신을 호강시켜 주리다.



2. 허름한 전셋방으로 들어간 아내는 컴퓨터부터 켰다. 무엇을 보았는지 반색을 한다.

"어머!"

"무슨 일이오?"

"친정 갔다왔더니 붐베에 올랐네요."

"응?"

"그런 게 있어요."

아내는 희색이 만면하더니 곧 밥을 차린다. 밥상을 물린 후 아내는 다시 나갈 채비를 한다. 아내는 우유를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가 나가자마자 조윤제는 아내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서랍에서 돋보기를 꺼낸 다음 티슈를 한장 뽑았다. 돋보기를 티슈에 갖다 댄다. 조그맣게 불씨가 일었다. 그는 요즘 돋보기 장난에 심취해 있었던 것이다. 한참 장난을 하는데 어느 순간 졸음이 몰려 왔다.

그는 누우려 하다, 정신을 집중해 몸을 일으켰다.

'지금 잘 때가 아냐. 요즘 뭔가 이상해. 자고 또 자도 졸리니..."

조윤제는 아내의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수면제 아달린이 나왔다. 집필을 하느라 머리가 아프면 항상 아스피린을 찾곤 했었다. 그러면 아내는 아스피린과 물을 가져다주곤 했다. 아내는 나에게 아스피린이 아니라 아달린을 주었구나. 배신감에 치를 떨던 조윤제는 아내를 기다리다, 그녀가 돌아오자 앉혀놓고 대뜸 물었다.

"나에게 아달린을 준 까닭이 뭐요?"

아내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당신을 재운 다음, 저 혼자 몰래 사온 붕어빵을 먹었어요. 용서해 주세요. 너무 배가 고파서 그만.."

그래, 나는 아내 하나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룸펜이구나, 좌절한 조윤제는 아내를 껴안고 같이 쳐울었다.



3. 조윤제의 전셋집 현관 철문 앞에 강남 경찰서 반장 정용주가 서 있다. 마치 70년대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 그만큼 낡은 문에 낡은 집이었다.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고장났나 보다. 정용주는 철문을 밀어 보았다. 삐걱거리며 문이 열렸다. 문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마당이 나왔다. 정면에는 오래된 집이 보였다. 주인집이었다. 마당 오른쪽에 독립된 쪽방이 하나 있는데 그곳이 조윤제가 세들어사는 셋방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셋방은 창문도 없이 종이로 대충 붙여져 있고, 나무 문은 썩어가고 있었다. 주인의 빈곤을 상징하는 듯한 집이로구나, 상념에 잠긴 정용주는 문득 요란한 개짓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소리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마당 한 귀퉁이에 개집이 있었는데 개집 앞 말뚝에 도사견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도사견 앞에는 양철로 만든 개밥그릇이 놓여 있었는데 비어 있었다. 개는 사납게 생겼는데, 생긴 것 만큼이나 엄청나게 요란하게 짖어댔다. 개는 그치지 않고 울어댔다. 개짖는 소리에 스르르 조윤제 방의 문이 열리더니 조윤제가 나왔다.

"아니, 이게 누구야. 용주 아닌가."

조윤제는 정용주의 부친인 정운산의 처조카로 대학 동기였지만 촌수를 따지지 않고 친구처럼 편하게 불렀다.

"음...지나가는 길에 들렀네."

"우선 들어오게."



4. 조윤제와 정용주는 마주 앉았다. 조윤제의 방에는 세간이 아무 것도 없을 정도로 빈곤해 보였다.

정용주는 친구의 빈한한 살림에 한숨만 나왔다. 그는 안부를 물었다.

"자네, 요즘도 글쓰나?"

"응. 역사소설을 쓰고 있다네. 중국 고전인데 전국시대 가장 뛰어난 사기꾼 사마천의 사기 비결을 다룬 <사기>라는 책이지."

"그렇군."

"그보다 아버님은 건강하신가? 일전에는 큰 도움을 받았네."

"아, 둘리비디오 상습 연체 사건 말인가. 아버지는 자네에게 별 도움이 못 됐다고 가슴 아파 하시네."

"별 말씀을 다 하시는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조윤제의 아내가 돌아왔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조윤제가 입을 연다.

"여보. 모처럼 친구가 왔으니 대접을 해야겠구려. 집에 쇠고기하고 생선 좀 남았지? 아마 조개도 좀 있을거야."

아내가 웃으며 '예'라고 대답한다. 정용주는 그래도 먹는 것에는 좀 신경을 쓰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일어서 찬장으로 가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정용주가 살펴보니 '쇠고기 다시다'와 '멸치 다시다', '조개 다시다' 였다.



5. 아내가 다시다 국을 끓이고 있는데 조윤제는 일어섰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오겠네."

"화장실은 어디?"

"응. 주인집에 있다네."

조윤제는 시간이 지나도 돌아올 줄을 몰랐다. 정용주는 무료한 나머지 아내에게 물었다.

"이 친구 왜 안 오지요?"

"글쎄요."

정용주는 마당으로 나가봤다. 조윤제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적막만 감돌았다. 정용주는 주인집으로 향했다. 문을 노크하자, 곧 인기척이 나더니 문이 열렸다. 주인집 여자로 보이는 60대 여성이 고개를 내밀었다.

"뉘슈?"

"안녕하십니까. 저쪽에 세들어 사는 조윤제 내외의 친구입니다. 이 친구가 화장실을 가더니 소식이 없어서 찾아뵈었습니다."

"안 왔는데."

"그럴리가요?"

"나 내내 거실에서 TV보고 있었는데 뭘. 아무도 안 왔어."

노파는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 문을 열었다. 과연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TV에서는 가 방영되고 있었다.

"방도 보실라우?"

"아닙니다. 아주머니께서 없으시다면 없는 거겠죠."



6. 정용주는 마당에 다시 나가 찬찬히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조윤제는 없었다. 사실 워낙 좁은 마당에 조윤제가 있을 곳도 없어 보였다. 정용주는 현관으로 나가 집 앞에서 서성였다. 아예, 집 밖으로 나간 게 아닐까 하고...그러나 조윤제는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다시 마당으로 들어간 정용주는 '그거 참 이상한 녀석일세. 친구가 왔는데 인사도 없이 사라지다니." 하고 생각했다.

가을 오후의 제법 따가운 햇살만 내리쬘 뿐 사방은 조용했다. 정용주는 어쩔 수 없이 조윤제의 아내에게 인사하고 집을 나갔다.



<해답편을 기대해 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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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워치 - 상 밀리언셀러 클럽 26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지음, 이수연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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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추리소설도 가장 좋아하는건 사회 병리 현상을 심각하게 다루는 사회파 추리소설이고, 일반소설도 개인 내면에만 치중하는 것보다 사회 문제를 다루는 책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현실과는 좀 동떨어지는 느낌이 나는 판타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연히 러시아 판타지 소설 <나이트 워치>를 읽게 됐다.

 

좋은 판타지의 필수요건이란 무엇일까? 아무래도 판타지라 함은 환상세계를 그리는 거니까 현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상을 그럴듯하게 창조하는 게 가장 우선시되야 하지 않을까 싶다. 50년대에 나온 톨킨과 루이스의 '중간계'나 '나니아'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가 많은 사랑을 받는 걸 보면 과연 그런 것 같다.

 

세르게이 루키야넨코라는 길고 긴 이름을 가진 러시아 작가가 창조한 세상은 '어스름의 세계'다.

위에 언급한 작가들만큼이나 독창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어스름 세계에는 마법사와 변신자, 흡혈귀, 마녀 등이 산다. 하지만 배경은 현대다. 자본주의 유입으로 빠르게 변해가는 현재 러시아에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다른 존재'들이 사는 것이다. 그들은 밝은 세력과 어두운 세력으로 나뉘어 유사 이래 긴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기나긴 전쟁으로 지친 측은 협정을 맺고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밝음의 편에 선 다른 존재들은 나이트 워치(야간 경비대)라는 이름으로 밤에 돌아다니며 불법으로 인간을 사냥하는 흡혈귀나 마녀, 주술사 등을 물리치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일정수의 인간들은 협정에 따라 정당하게 흡혈귀들의 먹이가 되야 한다.)

 

그러나 어둠의 편에도 데이 워치(주간 경비대)가 있다. 그들 역시 야간 경비대들이 협정을 위반하면 공격할 권리가 있다. 이 외에 주간 경비대와 야간 경비대의 분쟁에 재판을 해주는 심문관 들이 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시스템이지 않나?

 

다른 존재들은 현실 세계를 뛰어넘는 어스름 세계로 들어갈 수도 있다. 어스름 세계는 일종의 영혼계로 인간들은 실체가 아닌 영기로 보이고, 그 안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왜곡되어 빠른 이동도 가능하고 잠긴 문도 무사 통과할 수 있다.

 

참으로 흥미로운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작품은 시작된다. 주인공은 야간 경비대의 안톤. 그는 우연히 온 러시아를 폭발시킬 수도 있는 강한 저주를 받고 있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여인을 둘러싸고 벌이는 야간 경비대와 주간 경비대의 두뇌싸움이 치밀하게 펼쳐진다. 총3개의 장, <나만의 운명> <아군 속의 아군> <오직 내 사랑을 위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판타지로 분류되지만 사실 첩보소설의 향수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요즘 첩보소설이 거의 쓰이지 않게 된게,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양강 체제 속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공작들이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밝은 세력과 어두운 세력은 여전히 냉전 체제다. 이 작품엔 두 강대한 세력이 서로를 꺾어 누르려 끝없이 물밑 작업과 신경전을 벌이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거대한 힘을 가진 여인을 서로 빼앗기 위해 계략을 쓰는 내용은, 옛날 첩보소설에서 핵무기 제조 공식을 빼앗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그것으로 치환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주인공 안톤은 상대 조직에 의해 살인(사람은 아닌데..ㅋㅋ) 누명을 쓰기도 한다. 완전 CIA와 FBI의 첩보전 아닌가.

 

정말 잘된 첩보소설처럼 주인공 안톤은 배신과 음모에 휘말리기도 하며, 심지어 같은 편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도 봉착한다. 첩보소설의 영원한 고전 존 르 까레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주인공처럼 안톤 역시 회의에 빠진다. 우리는 빛의 편인데 거짓말과 음모로 점철된 공작을 펼치고 있는 것에 말이다.

 

그러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처럼 이 작품 역시 그 모든 거짓들을 뛰어넘는 인간(?)의 사랑의 위대함을 역설하며 끝을 맺는다. 최종장에서 안톤과 그가 사랑하는 스베타, 나이트 워치 수장 헤세르와 데이 워치 수장 자불론은 모두 각자의 사랑을 선택하며 음모와 배신으로 점철된 세계를 벗어난다. 좋은 결말이다.

 

끊임없이 암투와 음모, 반전과 역전이 펼쳐져 지루할 틈이 없는 한 편의 첩보소설이자 흥미로운 세계관을 보여주는 잘된 판타지 소설이다.

 

별점: ★★★★

 

p.s/ 자국에서 300만부나 팔리며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보는 내내 <퇴마록> 생각을 했다. <퇴마록>도 그쯤 팔렸을텐데 말이다. 국내 판타지 소설 중 아직 <퇴마록> 만 한 게 안나오는 것 같다. 아쉬운 일이다.

 

p.s의 p.s/ 영화화되서 현재 개봉중이다. 영화는 액션을 더 강조했다고 들었는데 평은 그다지 좋은 평은 아니다. 그래도 러시아에서는 꽤 히트했다고 알고 있다.

 

p.s의 p.s의 p.s/ 속편 <데이 워치>와 <더스크 워치>도 출간된다고 한다.

 

 

 

 

 

 

<영화 사진들. 그다지 재미있어보이지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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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6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더라구요, 영화 orz

jedai2000 2005-12-1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재미없어 보이더라구요..^^;; 보지 말아야겠네요..^^;;
 
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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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는 말이 있다. 작디 작은 소년이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마침내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여행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성장해가는 소년을 그리는 소설은 미국 문학의 오랜 전통이다. 허클베리 핀이 바로 그런 인물이 아니었던가...어느 세대나 그 세대만의 허클베리 핀을 보유할 자격이 있다. 다행히 우리 세대에도 허클베리 핀이 있다. 1951년에 처음 우리에게 소개된 홀든 콜필드라는 아이가 바로 우리 세대의 허클베리 핀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유명 사립학교의 허위와 모순에 질려 비행을 일삼다 퇴학당한 홀든 콜필드라는 소년이 이틀동안 뉴욕의 뒷골목을 방황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수구의 오딧세이아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뉴욕에서 만나는 여러 명의 밤거리 인생들(콜걸 등)이 정확하게 묘사된다. 물론 홀든이 창녀만 만나고 다니는 건 아니다. 유일하게 믿음을 주었던 선생님의 집도 찾아가게 되는데, 그 선생님은 잠든 홀든의 몸을 어루만지며 성욕을 채우려 한다.

 

비행소년의 외투를 입었지만 사실은 섬세하고 여린 영혼을 가진 홀든은 이틀동안 만난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속이려 하며,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려 하자 크게 상처를 입는다. 마침내 모든 고단한 현실을 잊고 도피하려 하지만, 어린 여동생 피비의 순수한 마음을 보고 자신에게는 지켜주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같이 어리고 여린 아이들이, 자신같이 상처받는 일이 다신 없도록 막아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대단히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거의 신화가 되어버린 작품으로 출간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그 광채가 조금도 바래지 않은 성장소설의 고전이다.

 

작품에서 1인칭으로 묘사되는 홀든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우스운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피끓는 사춘기의 그가 여자들을 어떻게 해보려다가 오히려 털리고 마는 장면들은 특히 재미나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으라면 역시 홀든과 동생 피비의 마지막 대화일 것이다. 홀든은 가족과 사회에 모두 실망해 짐을 챙겨들고 산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어린 여동생 피비는 가방까지 싸서는 오빠와 같이 가겠다며 쫓아온다. 오빠는 피비를 어떻게든 집으로 보내려고 애쓰다가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를 보고는 저걸 태워준다고 말한다. 피비는 자신의 숭고(?)한 목적은 망각한 채, 회전목마를 타며 너무나 신나한다. 너무도 순수한 아이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독자인 나마저도 눈물나게 만든다. 동생의 순수한 모습을 보며 홀든은 동생 피비만큼은 내가 느꼈던 아픈 상처를 겪게 하지 않기 위해 아이들을 지키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 순간, 홀든은 좀 더 좋은 어른으로써, 좀 더 멋진 사람으로써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게 된 것이다.

 

영화로 만들면 정말 좋을 것 같은 장면이다. 빨간 옷을 입고 있는 피비가 회전목마를 타고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이틀동안의 피로로 점점 흐려져 가는 홀든의 눈에는 빨간 색채만 가득하다. 이윽고 서서히 감겨지는 홀든의 눈...그림 제대로 나올 것 같지 않나? ^^;;

 

홀든이 되고 싶었던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사실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홀든이 스스로 성장했듯이 아이들은 누구나 고통과 상처를 통해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므로...그렇지만 홀든은 이틀 동안의 여정을 통해 비행소년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아 각성했다. 자신만의 고민과 아픔에 매몰되어 가던 소년이,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하게 되는 변화의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이 소설이 주는 강렬한 감동은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작가인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이 작품으로 불멸의 명성을 쌓았는데, 실제 홀든의 성격과 웬지 비슷할 것 같은 추측을 해본다. 현재 그는 80세가 넘는 고령으로 여전히 생존해 계신데, <호밀밭의 파수꾼> 이후 완전히 은둔한 상태로 살고 있기 때문에 한층 신비감이 더해져 거의 현대 문학계의 신화적 존재가 됐다.

 

그런데 조선일보에서 연재된 '대문호의 집을 가다'라는 기사에서 보니 집 앞 술집은 가끔 간다고 한다...-_-;;

 

존 레논을 암살한 정신병자가 범행 당시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고 있었던 건 이미 유명한 일화이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이 작품을 탐내어 영화화 1순위로 꼽히고 있는데, 만들어지면 대성공이 보장된거나 다름없는 작품이지만 작가가 워낙 영화를 싫어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영화 제작자들은 작가가 사망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뭔가 꺼림칙한 뒷이야기도 있다..^^;;

 

마지막으로 <호밀밭의 파수꾼>의 명문장을 소개해 본다...홀든이 동생 피비에게 하는 말이다.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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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집에서 다운 받은 드라마들을 4시간쯤 보았다. 일본 드라마 <트릭>의 2005년 신작스페셜도 보았는데, 너무 재미있어 짤막한 소개글을 남긴다. 처음 본 작품이라 검색을 좀 해봤는데 무려 3기까지 나왔고, 극장판도 있었다고 한다. 극장판은 다운 받아 놓았다...신작스페셜을 보니 내년 6월에 극장판 2편도 나온다고 하더라...

 

 

  <트릭>은 인기 하나도 없는 거리 마술가 야마다 나오꼬라는 여인과 대학교 교수인 우에다가 콤비를 이뤄 불가사의한 초능력에 얽힌 트릭을 해결한다는 추리물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비록 신작스페셜 한 편 보았지만, 대충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추리물로서의 트릭도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정말 귀엽고 웃긴다.

 

   <고쿠센>에 나왔던 나카마 유키에가 야마다 역을 맡았는데, 매력적이다. 그녀가 만드는 황당하면서도 유쾌한 상황들이 작품 재미의 90%쯤은 되는 것 같다. 우에다 역을 맡은 아베 히로시도 멋지지만, 우에다는 잘난 척하고 뭔가 2%부족한 듯한 사람이라 더 호감이 가는 것 같다.

 

 

 

이번 편에서는 점성술사인 중년여자가 나온다. 그녀 점술의 비밀을 푼다는 명목으로 우에다를 포함한 4명의 대학교수가 나오는 방송이 진행 중이다. 갑자기 중년남자가 튀어나오더니 점성술사의 점술이 모두 사기라며 노발대발한다. 점성술사는 중년남자의 운명을 점치더니 오늘 방송 끝날 때쯤 심장마비로 사망할 것이라는 점괘를 내린다. 실제로 중년남자는 방송이 끝날 때쯤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 다음 사망했다. 방송 내내 중년남자를 카메라가 따로 찍고 있었기에 누구도 그에게 손을 댈 수 없었다.

 

이 놀라운 사건을 풀어내려는 4명의 대학교수와 야마다. 그러나 대학교수들은 점성술사의 점괘에 따라 한 명씩 죽음을 맞이하고...야마다와 우에다 두 사람에게도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상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호흡도 빠르고, 중간 중간 트릭의 비밀을 해결하는 장면들이 연속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별사탕을 즐겨 먹는 대학교수의 별사탕을 야마다가 대뜸 훔쳐 먹는 장면..ㅋㅋ 그리고 허접한 싸움을 하면서 별사탕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우에다의 모습...ㅋㅋ (그 별사탕은 사건의 중요한 단서였지만 우에다가 모두 줏어 먹고 만다..^^;;)

 

일종의 유머 미스터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재미있었다. 사실 일본에서는 유머 미스터리도 꽤 인기있는, 먹어주는 장르다. 이쪽 장르의 대가인 소설가 아카가와 지로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작가다. 황당할 정도로 가난해 끔찍한 살해 현장에서도 도시락을 챙겨 먹고 우주인 인형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야마다와 사건을 해결하는 그녀의 공을 날로 먹으려 드는 우에다가 펼치는 개그는 정말 배꼽을 잡게 한다..^^;; 이 드라마를 못 봐서 모르겠는데 두 사람이 결국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김전일을 연상케 하는 야마다의 사건 해결 직전 삿대질(?)과 함께 던지는 멘트도 너무 귀엽다.

"트릭은 전부 에브리씽, 에브리타임 풀렸다..ㅋㅋ"

 

핵심이 되어야 할 '트릭'들은 추리소설 강국의 드라마답게 잘 만들어졌다. 정신없이 웃다가 가끔 무릎을 치며 호오, 탄복하게 만드는 드라마인 것이다. 이 드라마가 비현실적이라며 폄하하는 사람도 보았는데 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이 작품에서도 사실 이런 복잡한 트릭을 구사할 이유가 없다. 사건의 공범은 자신들의 범행을 완성하기 위해 자살을 택했는데, 이렇게 복잡하게 한 명씩 살해할 것 없이 총으로 드르륵 쏘거나, 칼로 한 명씩 죽이면 된다. 그러나 이런 류의 추리물에서 현실성이라거나 인간의 심리, 혹은 개연성을 너무 문제삼는 것도 옳은 태도는 아니다.

 

상황에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에 실린 추리애호가 장경현 님의 글을 인용해 보자...

"흔히 추리소설 애호가들은 추리소설의 문학성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갈등한다. 일반 문학 쪽에서 추리소설을 폄하하는 것에 반발하면서도 스스로는 뭔가 자격지심과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작품을 평가할 때 '깊이 있는 인물 묘사와 유려한 문장'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추리소설은 그런 일반 문학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빛을 발하는 것이다...장르문학이 가지는 내적 논리와 고유성은 일반 문학의 인간 관찰, 사회 비판 등과 동등하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는 19세기에 시작되어 고도로 양식화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위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의 이성으로 문제를 해결해내는 점이 그렇다. 이런 특징을 가진 장르가 미스터리인데, 그 것에서 현실성, 사회성 등을 지나치게 찾는 것은 붉은 것을 파랗지 않다고 욕하는 것과 같다. (물론 현실성, 사회성을 충족시켜 주는 미스터리 작품도 무수히 많다.)

 

<트릭>은 미끈하게 잘 만들어진 대중 추리 드라마다. 우리는 즐기기만 하면 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매력적인 나카마 유키에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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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2-1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푹~ 빠져서 열심히 챙겨봤었죠. ^^

하이드 2005-12-1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재밌죠! 시즌 2까지 나왔던가요?

jedai2000 2005-12-1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네.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하이드님...저도 보지는 않았지만 시즌 3까지 나왔다네요. 언능 챙겨 봐야겠습니다..^^;;

비로그인 2005-12-1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즌 3에다 극장판 그리고 말씀하신 2005 신작 스페셜 다 챙겨봤는데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신작 스페셜에서 나온 외계인 고무인형 '우나뉴페이구류성인' 정말 갖고 싶었답니다!ㅠ_ㅠ;

jedai2000 2005-12-1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나뉴페이구류 성인' 너무 귀엽죠..ㅋㅋ 근데 너무 정교해서 진짜루 말할 것 같더라구요. 얼마전에 <극장판>도 봤는데 재미있어요..^^;; 앞으로 시즌1부터 3까지 초스피드로 챙겨보겠습니다..^^;;

2005-12-15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dai2000 2005-12-1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비숍님..^^;; 제가 개인 사정상 일주일 후에 퇴사를 하는데, 제가 작업한 책에 대해 그간 보여주셨던 관심 잊지 못할 겁니다.^^;;

아영엄마 2005-12-1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서재에서 퇴사하신다 소식 접했어요. 아쉬워라... 그래도 여기에는 종종 들리실거죠?^^

jedai2000 2005-12-1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아영엄마님..^^;; 당연하죠. 제가 여기 저희 책 홍보용으로 운영한 것도 아닌걸요. 제다이의 서재는 엄연히 제다이만의 것! 앞으로 더욱 가열찬 리뷰와 페이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백수니 남는 게 시간이잖아요..^^;;

비로그인 2005-12-1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 그럼 이곳에서 더 자주 봐요~!!^^;;

jedai2000 2005-12-18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비숍님..^^;; 앞으로는 더 자주 뵙겠습니다.
 




 아침에 나올 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추운 걸 보면 겨울이 오긴 왔나보다. 겨울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라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가을인가?-_-;;)

 

작년 겨울에 칠공주라는 유아들이 부른 <Lovesong>이라는 노래를 즐겨 들었었는데, 요즘 거리에서 자주 들려오는 걸 보니 맘이 싱숭생숭하다. 벌써 한 바퀴 돌아 1년이 지났구나...개인적으로 한 번 노래에 필 꽂히면 하루 종일 흥얼거리는 버릇이 있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곤 한다. 

 

<Lovesong>의 '흰 눈이 기쁨되는 날, 흰 눈이 미소되는 날'이라는 도입부를 7시간 동안 300번쯤 흥얼거리자 같이 일하던 직원분에게 칼 맞을 뻔 했다. 인간의 살의라는 게 대단한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분이 잠깐 이성을 놓았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_-;;

 

어제도 건전(?)한 친구들(남자 4명-_-;;) 모임이 있어 집에 들어갔다가 택시를 타고 나갔다. 한 친구가 택시비를 지원해주겠다며 나오라고 꼬득여 나갔는데, 막상 가니까 택시비 일부 지원이라며 말을 바꾸더라. 택시비 10,000원 가량 나오는데 3,000원 지원 받았다...인간의 살의라는 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내가 잠깐 이성을 놓았다면 그 친구는 죽었을 것이다.

 

여튼 어제도 보드게임방을 갔다. 대학교 4학년 때 보드겜에 미쳐 가산을 탕진하고 시간을 쏟아부은 적이 있는데 한동안 끊었다가 다시 하니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ㅋㅋ 요즘 많이 하는 겜은 <I'm the Boss>라는 겜이다.

 

 

 

 

 

 

 

 

 

 

 

 

 

이건 일종의 협상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매턴마다 보스와 종업원이 되어 이익금을 분배하는데 분배하는데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말빨이다. 보스에게 잘 보이고 한 푼이라도 돈을 더 가져 가겠다며 이합집산을 벌이는 대표적인 우정파괴 게임이다.

 

어제는 나의 수난시대였다. 친구들이 어찌나 나에게만 까칠하던지 온갖 욕을 먹어가며 돈을 벌었는데 끝나고 보니 꼴등이었다..-_-;; 욕은 욕대로 먹고, 꼴등하고...이런 젠장찌게...^^;;

 

게임을 하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아는 동생 한 명이 인사를 왔다. 그 동생은 여성분과 같이 게임을 하더군...빠직. 우리가 4시간쯤 있었는데 그쪽도 비슷하게 있길래 내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쟤네. 아직까지 하네. 둘이 사귀나 보다."

그러자 친구K가 대답했다.

"사귀니까 몇 시간 동안 같이 놀지."

우스워서 다시 답했다.

"그럼, 자식아. 우리는 사귀어서 4시간 동안 같이 게임하냐?"

친구K

"몰랐냐?"
그 다음 다른 친구들 일제히 합창!

"우리 사귀잖아!!!"

 

그 순간 유쾌하고 흐뭇했다. 내가 너희들 때문에 산다. 9년째 다들 솔로라 각자 나름대로 애인 수급활동을 벌이다 결국 좌절하고 크리스마스 즈음되면 슬금슬금 다시 모이는 우리들이지만 나름대로 우리끼리는 즐거우니 뭐..^^;; 그래, 내 비록 마음 한 구석이 텅빈 듯 외롭지만 올해만은 너희들과 사귀면서 보내리...정말 올해만이다. 올해까지만 우리끼리 사귀는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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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5-12-0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인 없는 총각들끼리 몰려다니면 계속 그 상태 지속된다는 만고의 법칙은 아시죠? ^-^

하이드 2005-12-0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뭡니까. 반전 있는줄 알고 한참 내렸잖아요. ^^:
거 참.. 슬픈 이야기입니다. -2005년 십이월 끝자락에서 바둥거리고 있는 스물아홉 처자 -

물만두 2005-12-0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돌이가 떠오릅니다 ㅠ.ㅠ;;;

jedai2000 2005-12-0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그러게요. 옳은 말씀이십니다. 제 다른 친구들은 해외만 나가면 사귀어서 오더군요. 역시 총각들끼리는 떨어져 있어야 뭐가 되도 되나 봅니다.

하이드님...반전이 없는 게 반전이라는..-_-;;;하이드님도 싱숭생숭하시겠네요.
뭐 하루 이틀 지나다 보면, 눈 내리고, 눈 몇 번 맞으면 크리스마스 오고, 크리스마스 지나면 겨울 가는 거죠...(갑자기 쓸쓸해지네요..-_-;;)

물만두님...만돌님도 애인이 없으시군요...쩝. 도대체 솔로 탈출의 방법은 무엇이란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