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피그 - 로마의 명탐정 팔코 1 밀리언셀러 클럽 22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읽는 역사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이라면 장르 불문하고 전부 읽지만, 세부 장르로 나눠볼 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분야가 역사 추리소설이다. 대학교도 역사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그러지 못했는데 언젠가는 역사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세계사, 동양사, 한국사...인류가 살아온 발자취가 그만큼 길어서겠지만, 역사는 한마디로 방대하다. 그 방대한 역사 중에 내가가장 좋아하는 분야가 로마사이다.

 

역사추리소설+로마라니 이 책은 나를 위한 책이다 다름없다. T.T 그런 이유로 굉장히 기대하고 본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유명한 폭군 네로 황제가 사망한 직후, 별 시덥지 않은 황제들이 연이어 집권하다 살해당하는 로마의 혼란기를 거쳐, 성군으로 칭송받는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집권기를 그리고 있다.

 

이 시기에 활동했던 탐정 디디우스 팔코가 아직 세력을 완벽히 구축하지 못한 황제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에 맞서 벌이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물론 팔코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황제가 얽힌 권력 다툼이 아닌, 첫 눈에 반한 한 소녀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지만 말이다.

 

역사추리소설로서 이 작품이 조금 아쉬웠던 건, 작품의 배경이 꼭 고대 로마가 아니어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대강의 내용은 13세기 영국에도, 18세기 독일에도, 심지어 현대로 각색해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그 시대가 등장하는 필연적인 이유 없이, 단순히 고대 로마가 독자들에게 인상적이고 이국적인 배경으로만 기능하고 있음이 아쉽다.

 

물론 작가의 꼼꼼한 리서치가 빛나는 부분, 이를테면 로마 시대의 생활상 같은 부분은 정교하게 재현되었지만 팔코를 비롯한 등장 인물들의 정신 세계는 현대 인물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고대인답지 않은 쿨한 감각의 대사와 사고방식 등은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버둥대는 사람을 보는듯한 부조화를 느끼게 한다.

 

단순 비교하기는 뭣하지만 역사 추리소설을 잘 쓰는 폴 도허티라는 작가의 작품 '알렉산드로스의 음모'를 보면, 추리소설적인 음모의 플롯 속에서도 알렉산드로스라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그 시대인들의 정신 세계(종교, 사상, 가치관 등)를 성공적으로 재현해내어 마치 진짜 역사의 한복판에 있는 느낌을 준다. 전쟁 장면도 장쾌하고, 물론 단순한 추리소설로서도 재미있다.

 

개인적인 잣대로 너무 혹평하는 것 같지만, '역사'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심정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작품의 플롯과 배경, 인물들 모두가 다루고 있는 역사에 걸맞게 그려져야 함을 원한다고 믿고 있다.

 

이런저런 불만을 제외해 보면, 읽는 재미는 있는 작품이다. 작품 매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탐정 팔코는 귀엽고, 재치덩어리이다. 작품을 읽어보면 팔코를 미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노상 농담을 일삼는 팔코가 진실을 캐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하는 장면들은 안타깝고, 때로는 손을 불끈 쥐게 만드는 정서적 감흥을 안긴다.

 

그런데 추리소설적인 면(트릭, 반전 등)에서는 다소 평범하다. 다만 주인공 팔코와 헬레나의 개인적인 매력과 흥미진진한 로맨스, 곳곳에 스민 유머 등으로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데 성공할 뿐이다.

 

앞으로 시리즈가 더 나온다면 어떨지 모르겠다. 관심있는 장르라 계속 읽어볼 생각이지만 1편 <실버 피그>는 확실히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도 기분좋게 후속작들을 기대해 보련다.

 

별점: ★★★

 

P.S/ 전영도서관 대출 1순위라는 카피를 썼는데, 대출 많이 나가면 출판사로서는 안 좋은 거 아닌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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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 시리즈 구매자로서 더 좋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지금 읽었는데 잉 ㅠ.ㅠ

jedai2000 2005-10-25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좀 별루셨죠? 저는 끝에 가면 뭐 굉장한 게 나올까 기대하고 봤는데 평범한 결말로 서둘러 마무리..-_-;;

panda78 2005-11-0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청동 조각상의 그림자 읽고 있어요. ^^ 실버피그보다는 재밌어야 할 텐데..

jedai2000 2005-11-0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편이 담 달에 나온다면서요. 점점 재미있어지겠죠..^^;;
 
비밀의 문
김래성 지음 / 명지사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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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내성 작가님의 단편집입니다.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야금야금 한 편씩 읽는 맛에 2시간도 안 되서 다 읽게 되더군요... 일단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감동이었습니다. 우리 추리 문학계에도 이런 작가가 있었구나...세계 추리 문학계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30년대와 40년대에 활동한 작가가...마치 나무의 굳건한 뿌리같은 그런 존재가 한국 추리 문학계에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

 

 비오는 런던 거리가 아닌, 종로에서의 살인 사건.  원산, 금강산등의 익숙한 지명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너무 흐뭇합니다.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살해 현장 요약도가 그려져 있는 것도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살해 현장인 양옥집 옆 '행길' ㅋㅋ에 흐르는 강이 대동강이라는 것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1. 비밀의 문 - 수록된 다른 작품들과 달리 유머러스한 소극입니다. 원래 라디오 방송 대본을 소설화한거라고 하더니 흐뭇한 마무리가 훈훈한 작품입니다. 유괴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2. 이단자의 사랑- 가장 엽기적인 이야기네요. 한 여자를 사랑하는 예술가와 외과 의사의 집념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식인까지 동원한 극도의 그로테스크가 오히려 예술성을 조금 훼손하지 않았나 싶네요.

 

3. 악마파- 좋은 작품입니다. 역시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악마파 화가의 이야기입니다. 결말이 몹시 섬뜩합니다. 새디스트-메저키스트인 두 화가의 관계가 결국 끔찍한 파국을 낳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금동 김동인의 <광염 소나타>가 생각나기도...

 

4. 백사도- 추리 소설이라기보다는 한국적인 괴담입니다. 무속(무당)을 소재로 한데다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 오누이, 뱀과 대화하는 여인 등 한국적인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공포 소설의 요소가 강합니다.

 

5. 벌처기- 전반적으로 괴담의 성격이 강한 작품집에서 비교적 본격의 요소를 갖춘 작품입니다. 마무리도 좋고요. 중요 단서를 강조하는  꼼꼼함도 돋보입니다. 구성에 있어서는 법정 기록이 쭉 나열되는 형식인데, 당대에는 참 신선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6. 광상 시인- 남편의 아내를 향한 집착이 낳은 병적인 사랑 이야기.

 

7. 타원형 거울- 가장 좋은 작품입니다. 일단 미해결된 범죄를 현상 응모해 풀어낸다는 도입부가 흥미롭고, 트릭도 아주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세계 단편 추리 소설 걸작선>같은 앤솔로지에도 충분히 수록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8. 복수귀- 죽은 자가 살아돌아온다는 괴담스러운 이야기지만 반전이 있지요...

 

9. 무마- 에도가와 람포 작품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특히 정통파 추리 소설을 쓰는 주인공과 변격 추리 소설을 쓰는 변태 소설가가 나오는 부분은 완전 <음울한 짐승>입니다. 전반적인 분위기와 모든 요소가 에도가와 람포를 벤치 마킹한 듯 보입니다.

 

김내성 님의 작품의 중요한 특징은 2가지 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에도가와 람포의 영향을 굉장히 많은 듯 보입니다. 에도가와 람포의 변격 추리 소설을 지향하는 듯 해요. 퍼즐이나 트릭보다는 음산한 배경 묘사와 기이한 정신 세계를 가진 인물들, 엽기적인 사건을 중점적으로 묘사하고 있거든요.

 

또 하나는 여성에 대한 시각입니다. 위의 요약에서도 얼핏 눈치채셨겠지만 그의 작품은 거의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특히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팜므 파탈스러운 여성들이 많습니다. 독특한 아름다움과 천진난만한 순수함을 갖춘 그의 여주인공들은 그 육체적, 정신적 매력으로 인해 지식인 남성들을 홀려 도덕적 타락을 감행하게 만드는 이질적이고 공포스런 존재입니다.

 

작가 해설을 보니 어느 정도 해답이 보이는 듯 하더군요. 13살에 결혼을 했다고 하던데,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정신적 성숙보다도 육체 관계에 먼저 눈을 뜨게 되고, 그런 면이 작가의 섬세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준 듯 보입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한 여성들을 보면 제 말씀이 이해가 될 듯 하네요.

 

정말 역사적 가치는 물론이고 읽는 재미도 있는 책이었습니다. 꼭 구해서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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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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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인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띄어쓰기에 조심하여 '법의 관' 이런 식으로 오해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스카페타 시리즈는 한국에 약 6,7권 정도가 출간된 바 있지만 다른 나라와는 달리 묻혀 버린 아픔이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전에 출간된 작품으로 2권 정도를 읽은 바 있지만 첫 작품부터 차근차근 읽어 나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용어부터 생소한 '법의관'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현장 단서를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직업을 말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 아니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CSI 과학 수사대>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CSI 처럼 이 작품에도 DNA감별기, 지문 판독용 레이저 등의 전문 장비가 나와 독자의 흥미를 돋우나 독자들이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작품의 출간 연도는 1990년, 분명히 CSI보다 먼저 나온 시리즈라는 것이다. CSI의 성공을 등에 업은 모방적으로 오해하는 일은 행여 없길 바란다.

 

 작품의 도입부는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시에서 벌어지는 연쇄 강간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끔찍한 방법으로 여자를 교살한 후 강간까지 하는 악랄한 악당이 4명째의 희생자를 찾아낸 것이다. 리치몬드시의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박사는 자신도 여성으로서 범인에게 분노를 느끼고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범인은 지능이 매우 뛰어난 놈이라 쉽사리 꼬리를 밟히지 않는다. 다만 현장에 남아 있는 건 정체모를 반짝이는 가루 분말과 들척지근한 냄새뿐....

 

 보시다시피 시작부터 흥미롭다. 스카페타 박사의 투철한 직업 의식과 여성으로서의 피해자와의 동질감, 범인의 악랄함 등이 시작부터 빠르게 제시되어 작품의 불을 당긴다. 또 스카페타 박사의 주변 인물들이 작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과학 수사를 담당하는 스카페타 박사와 한 팀을 이루는 두 명의 남자, 냉철한 프로파일러 벤슨 웨슬리, 현장 수사를 담당하는 경사 피트 마리노, 게다가 스카페타의 조카인 천재 꼬마 루시, 범죄 심리학자 스파이로 박사등 한 사람도 대충 묘사하지 않는다. 작가는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로 주인공과 등장 인물들의 성격, 행동, 심리 등을 묘사한다. 특히 거칠고 전형적인 형사 타입인 피트 마리노와 사사건건 반목하던 스카페타가 화해(?)하는 장면이나,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걷도는 루시와 스카페타의 새로운 유사-모녀 관계 형성 등 인물들간의 관계에 얽힌 이야기에 작가는 힘을 집중한다.

 

 이는 1장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2장에서 추격이 벌어지고 3장에서 액션이 벌어지는...기계적인 게임같은 스릴러가 아닌 작품에 문학적인 향취를 가져다 주는 좋은 장치이다. 작가의 이력을 읽어보니 흥미롭다. 기자와 컴퓨터 분석관을 거쳐 실제로 검시에도 600회 이상 참여했다고 한다. 기자 생활을 한 덕분이지 글에는 다큐멘터리적인 사실감이 있고, 컴퓨터 분석관 생활을 한 덕분이지 작품에 컴퓨터 해킹에 관한 지식을 풀어 놓기도 한다...(개인적으로는 컴퓨터에 별 관심이 없는 편이라 이 부분이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검시 장면에도 물론 사실감이 보인다.

 

 전개가 빠르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500쪽 가까운 페이지지만 하루만에 모두 읽었다. 스릴러로써 최후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전개도 좋았고, 분명 작품 중간 중간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단서가 제시되어 추리물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여성인 스카페타를 압박하는 남성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입증하는 스카페타의 이야기는 여성들이 감정 이입하기도 좋을 듯 하다. 특히 요즘 강간같은 강력 성범죄가 만연한 세상에 스카페타 같은 법의관 우리 나라에는 없나 생각하게 만든다.

 

 책은 아주 가벼워 누워서 보기에 좋았다..-_-; 디자인도 이쁘고...개인적으로 여전히 제목은 <검시관>이 더 낫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역자 후기에 보니 제목을 <법의관>으로 정한 이유가 충실히 설명되어 있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다음 작이 궁금한 멋진 시리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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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5-10-2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블하우스와 관계없기 전에 쓴 글이라 올립니다.

panda78 2005-11-0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다 두 권으로 나와서 아쉬워요.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는 다 한 권으로 나왔는데...
8권부터는 사 볼 예정인데,.. 쩝. 분권만 아니었더라도 더 기뻤을 텐데 말이에요. ^^;

jedai2000 2005-11-0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분권을 싫어하시는 분이 많죠.^^;;
유감스럽지만 스카페타나 링컨 라임은 계속 분권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 못 드려서 죄송하네요.

시리즈 8편이 인쇄, 제작 중입니다. 9편은 내년 초쯤 나올 거예요. 저도 9편까지 봤는데, 9편은 스카페타 최고작 중 하나있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panda78 2005-11-0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계속 두 권으로 나오다가 한 권으로 나오긴 어렵겠죠. ^^; 투정 좀 해 봤사와요.
으흐흐- 9편 얼른 읽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는데요? ^^ 기대기대-

jedai2000 2005-11-0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저도 사는 사람 입장에서 분권은 싫죠. 여기 알라딘 님들은 특히 책을 엄청 많이 사시니까 부담도 많이 되실테고...저도 <밀약>사고 피눈물 흘렸어요.
그런데 또 사람마다 의견이 다 틀려서, 장사하신다고 밝히는 어떤 독자분께서는 본인이 연세도 있으시고 또 무거운 책 읽으며 장사하면서 보기 버거웠는데, 분권해 줘 고맙다고 쓰신 분도 있구요. 참, 책이라는 게 사람마다 욕구가 다 다르니 만들기 어려운 것 같아요.

8권 <죽음의 닥터>는 오늘 가제본한 걸 받았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어 곧 제작 공정을 끝마치고 출간될 예정입니다. 재미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9편이 더 잼있지만요..^^;)

panda78 2005-11-0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 기대할게요! ^^
 
마크스의 산 I
다카무라 카오루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오랫동안 힘들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어제 새벽 3시 탄력받아서 읽고 있는데 아버지가 들어오시더라구요. 아버님 말씀이 아직까지 안자고 뭐하냐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성공한다 하시며 훈계를 하시더군요. 새벽 3시에..-_-;;;  냉큼 불끄고 20분쯤 자는 척 하다가 다시 불키고 읽어야지 했는데 깜빡 잠들었습니다. -_-;;;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100여쪽을 남겨두고요.  아침 8시 일어나자마자 책을 찾고 다시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때문에 저는 아침 한나절 멍해 있어야 했죠...



생각해 보면 참 읽는데 오래 걸린 책이었습니다. 얼추 20일쯤 걸린 것 같아요. 저는 탄력받으면 가스에 스파크가 일듯이 800쪽짜리 책도 하루에 다 읽는데 읽다가 막혀서 점화가 안되는 책은 정말 오래 걸리거든요. 지금까지 가장 힘들게 읽은 책은 크리스타아나 브랜드의 <제제벨의 죽음>..-_-;



이 책의 초반에는 일본의 미나미 알프스(알프스는 스위스에 있는 거 아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저도 그랬습니다. 모든 흉내내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스위스의 알프스를 본떠서 이름 붙인 듯 합니다.) 의 산들에 대한 지리한 묘사가 계속됩니다. 그 부분이 한 50쪽쯤 계속되는데 저는 거기를 넘어가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그 '산'이더군요. 주인공인 산의 모습을 끈질기게 묘사해낸 작가의 끈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 작품에는 제 1장 <발아> 부분에서 3가지의 사건이 제시됩니다. 1976년도의 일가족 승용차 배기 가스 자살 사건 (하지만 사내 아이 한명은 살아나죠...)과 산 속의 노동자가 술에 취해 등산객을 때려 죽이는 사건...1988년 백골의 사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바로 3가지 사건들입니다.



이 세 사건들은 향후 20년에 걸쳐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에게 커다란 운명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세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절묘한 구성이 돋보이고,  관계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하나로 얽히게 되고, 거기서 파생되는 인생의 우연성, 아이러니가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사건은 1991년 현재로 돌아와 정신병에 고통받는 청년이 자신과 상관없어 보이는 무려 20살 이상이나 나이 많은 사회의 엘리트들을 연쇄적으로 죽이면서 시작합니다. 왜 청년은 누가 봐도 무관한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했을까요? 이게 바로 이 책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우리의 수사 1과 7계 소속 고다 주임과 다른 뛰어난 형사들의 최대 고민거리도 바로 이것이죠.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사건과의 연결고리, 과거의 피해자와 가해자, 현재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고다 주임은 분투합니다. 최종장에 이르러 드러나는 충격적인 이야기에 독자는 그저 아연해질 뿐이죠...



이 작품은 제가 여지껏 읽어본 경찰 수사물 중에 최고였습니다. 초반에 범인이 노출되는 약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수사 과정의 정밀한 묘사와 현실감 넘치는 전개로 인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특히 고다는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위에서 치이고 밑에서 올라오는 여러 동료 경찰들과의 알력을 경험하는데 아주 실감납니다. 기존의 경찰물이 무조건적인 동지 의식과 절대적인 우정이었다면 이 작품의 형사들은 동료를 기만하고 정보를 먼저 얻으려고 설치기도 하고, 공을 다투기도 하고, 장기화된 수사에 신경질도 내면서 드잡이질도 하는 등 아주 현실적입니다.



작가의 세밀한 묘사에는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남편이 경찰이 아닌 이상에야 그렇게 정교할 수가 없을텐데 말예요. 현대 일본의 정확한 경찰 직급명부터 수사반 편성, 캐리어와 논캐리어의 하는 일 구분 등 도처에서 엄청난 취재를 했음을 증명하는 장면들이 튀어나옵니다. 이 정교하고 세밀한 현대 일본의 경찰 수사 과정 묘사만 봐도 이 책은 걸작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산'에서 시작되고 산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니만큼 이 작품은 산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산의 장중함과 모든 걸 앗아가는 산의 비정함, 산의 적막함, 외로움과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산의 넉넉함, 인간의 더러운 본성을 드러내게 만드는 산의 잔인함과 용서할 줄 아는 산의 관용...작품의 모든 부분에 산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분명 현대 일본 추리 소설의 걸작입니다. 경찰 소설 계통에서는 따라올 작품이 없을 듯 보입니다. 고다 주임과 다른 현실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동료 형사들을 한번 만나보시길...머리 속에는 산의 이미지를 가득 담고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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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구하기 힘든 거 같던데... 아, 무지하게 읽고 싶어졌습니다. 남아 있는 곳 없는지 찾아봐야겠네요. ^^;

jedai2000 2005-10-2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작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구하시길...혹시 헌책방에서라도 발견하면 구해드리겠습니다..^^;;

panda78 2005-11-0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방에도 잘 안 나오더라구요....흙흙.. 석양에 빛나는 감도 읽고 싶은데..

jedai2000 2005-11-0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정말 읽어보셔야 하는 책인데 답답하네요. <레이디 조커> 포함해서 다시 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입니다.
 
독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 이성 / 1993년 5월
평점 :
절판


 

 

 

신주쿠 상어 사메지마 형사 시리즈의 제 2작입니다. 전작 <소돔의 성자>는 경찰만 골라 총기로 살인을 하는 범인과 대결했던 사메지마, 전작에서 엄청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이번 작품에 비하면 전작의 위기는 위기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사메지마는 최대의 위기를 만납니다. 그 위기의 정체는 바로 '독원숭이'...그는 대만의 프로페셔널 킬러로 한번 노린 사람은 반드시 죽이는 철저한 프로중의 프로입니다. 군부대 출신으로 사격, 폭파에 능하고 무술에도 달인이라 발치기 한번에 사람의 두개골을 박살내어 죽입니다. 참고로 그가 배운 무술은 바로 '태권도!!!'...한국의 무술이 살인 무기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뭐 그만큼 위력이 있다는걸 반증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독원숭이는 대만에서 자신을 배신하고 자기 애인을 죽이고, 일본으로 도피한 대만 암흑가 보스를 처치하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합니다. 대만 암흑가 보스 예웨이는 사업 파트너 관계인 일본의 야쿠자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한편 독원숭이를 쫓아 일본으로 건너 온 대만의 민완 형사 '곽영민'...이제 독원숭이는 이중의 적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분명 작가가 많은 취재를 했으리라 보여집니다. 대만과 일본 암흑가의 새로운 밀월관계나 총기, 마약 밀수 루트같은 부분은 작가의 100% 상상력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대 일본 범죄의 신경향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듯 합니다.



솔직히 이번 작품은 독원숭이와 그를 추격하는 사메지마 형사의 대결 구도로 이루어져 있지만 작가가 방점을 찍는 인물은 역시 독원숭이입니다. 그의 철저한 프로 근성과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놀라운 능력,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희생 등 독원숭이의 마력적 매력은 설명하기 힘듭니다. 저도 끝까지 독원숭이를 응원했답니다.



제가 최근 읽어본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일본 하드 보일드의 거장답게 문체가 날렵하고 빈틈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사메자마와 곽영민, 쇼, 독원숭이, 예웨이 등의 비현실적일 것 같은 캐릭터도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이 놀랍습니다.



언제나 홀로 범죄와 상대하는 고독한 한 마리 상어, 사메지마의 경찰관, 이상적인 경찰상에 대해 토로하는 부분도 감동적이구요. 특히 마지막 신주쿠 교엔이라는 공원에서의 대결 장면은 엄청납니다. 클라이맥스답게 긴박감과 박력이 돋보입니다. 참고로 신주쿠 교엔의 지도는 맨 뒷 장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지도가 뒤에 있는 줄 모르고 봤는데, 머리 속에 그림이 잘 안 그려지더군요. 앞으로 보실 분들은 지도 염두에 두시고...



절대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으로 정말 놀랍도록 재미있습니다. 제가 읽어본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중 한편이었습니다.

절판되었지만 구할 수 있는 분들은 반드시 읽어보시길...



마지막으로 독원숭이 대사 중에서 인상 깊었던 한 구절!!!

[ 노바디 캔 킬 미...사람은 어느 누구도 날 죽일 수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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