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다소는 지루할 수 있다. 일상의 쳇바퀴 속을 하염없이 돌고 도는 우체국 여직원 정혜의 일상을 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는 매일 등기 우편물의 무게를 재고, 우편물을 분류하는 것과 같은 기계적이기도 한 일을 반복하고, 집에서 혼자 홈쇼핑을 보고, 키우고 있는 식물에 물을 주고,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는 정혜의 이야기이다. 정혜가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 그게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혜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고, 대사도 정말 몇 마디 안 된다. 하지만 대사가 없이도 영상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행동으로 그녀의 심경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매일 아침 시끄럽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 동료들과의 맥주 한 잔, 혼자서 먹는 밥, 잠들 때도 켜놓은 티비. 그것은 어쩌면 정혜 한 사람의 일상에만 규정되는 것은 아니리라. 그리고 상처를 갖고, 이제는 그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가려고 하는 과정(그 방법이 극단적이던, 그렇지 않던간에.)을 느낄 수 있기에 정혜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조용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