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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의 중국경제산책 ㅣ 탐사와 산책 3
정운영 지음, 조용철 사진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1~2년 전부터 동대문 일대 의류 타운에 외국 상인들의 발길이 뜸해진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붐비던 외국 상인들이 질좋고 값이 싼 중국 의류 시장을 찾아 대거 떠났다는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용산이나 T-마트 H-마트 같은 데서도 요즘은 유수의 중국산 가전 제품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 경제는 전자와 철강 및 금융 산업 면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TV 뉴스 같든 데서는, 이러한 업종 면에서만큼은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자는,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기사를 전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오히려 중국이 우리 나라 보기를, '작은 나라가 그럭저럭 버티니 기특하다 싶지만, 크게 배울 것은 없는 나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중국에게 우리 나라는 반면 교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국은 성공 사례이기보다는 실패 사례라고 한다. 서양의 기술이든 제도든 한국이 실험해서 실패한 것은 피하려는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 정운영이 후안강 칭화 대학 교수와 인터뷰한 부분을 보면, 하나의 중국 속에는 네 개의 사회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1세계는 1000달러 이상의 고수입에 도달한 인구 대략 2퍼센트의 부유층, 2세계는 1000달러 미민의 상중등 수입을 올리는 20퍼센트의 인구, 3세계는 500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사는 22퍼센트의 의식 만족형 인구, 그리고300달러 미만의 저수입으로 버티는 인구 50퍼센트 정도의 제 4세계가 있다. 그런데 제 4세계에서 출생하면 아무리 뛰어나도 출세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 계층의 인구가 대략 7~8억쯤 된다고 한다. 4세계의 인구가 그럭저럭 먹고 살만해 지는 것이 아마 중국의 개혁의 최대 목표일테지만, 후안강 교수의 설명을 보면 개혁의 결과는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듯 보인다. 개혁과 개방 정책 이래로, 빈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의 가입 이래로 농촌과 도시의 생활 격차가 현저해지고 있단다. 개혁과 개방에는 사회중의와 시장 경제라는 두 개의 축이 있다. 시장 경제는 효율을 추구하지만 사회주의는 평등을 추구한다. 중국이 추구하려하는 것은 이 둘의 균형이다.
이 책에서 보여 지는 경제적인 일면의 중국 모습에는 자뭇 무시할 수 없는 그 어떤 저력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특히, 인민들의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그렇다. 지도부의 부패도가 우리 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투명하달까. 이렇게 소수 정예의 열정과 헌신 덕택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공산당 간판을 내리는 데도 중국은 유일하게 권좌를 지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중국에서 국가의 핵심 사업을 담당하는 관리들이 소양과 전문 지식은 뛰어나다고 한다. 그리고 고위직일수록 휴일을 반납하고 일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처음 1년 쯤이면 되니까 중국을 다 안 것 같고, 그러나 그 뒤로 멍청해지더니 20년이 지난 지금은 아예 헤매고 있다는 어느 한국 기업가의 이야기가 있다. 그건 바로 정운영이 책의 시종일관 해온 중국 경제 산책의 핵심적인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다. 원체가 대국이라, 일면만 보고는 뭐라 단언하기 힘든 나라라는 것이 그 맥락일터이다.세계 경제는 날로 일체화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와 더욱 밀접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과도하게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이것은 문제라고 본다. 불시에 미국 경제에 문제가 터지면 미국과 긴밀히 연결된 주변 국가들도 발등에 불떨어진 양 동분서주하는 꼴이니....
사족.......이 책은 컬러의 시원한 사진 자료가 풍부해서 참 좋지만, 오탈자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심지어 사진 캡션에도 탈자가 있는데....일례로 등소평의 생전 가족과 찍은 사진 밑에는 '등소평의 현재 모습'이라는 캡션 글이 붙어 있다. 이 책은 2001년 12월에 초판 발행되었고, 등소평은 1997년 2월경에 세상과 명을 달리했는데, 등소평 귀신의 현재 모습이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