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과 오른손 - 좌우 상징, 억압과 금기의 문화사
주강현 지음 / 시공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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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리버리해 보인다면, 그건 다 내가 왼손잡이이기 때문에!!!라고 생각했다. 왼손의 역사 구구하기도 하다. 아는가,,비밀의 문은 항상 왼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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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7-05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언니도 왼손잡이셨어요?
전 일부분 왼손잡이..그러니까 양손잡이이긴 한데..큭큭~
왼손잡이 반갑군요.흐흐~ 왼손잡이 유전이라고 하죠? 울친정엄니 맨날 나보고 어설프다고 하시더니만 엄마도 도마질 왼손으로 하고 계시두만요.전 설거지랑 빨래,돈 세는 것은 왼손으로 해요.그리고 딸 중 지윤이가 글쓰고 밥 먹는 것 왼손으로 하더라구요.밥 먹을때 자꾸 부딪쳐 조금 불편하네요.ㅠ 어르신들이 자꾸 왼손잡이 고치라고 다그치셔도 내버려둡니다.그래도 내가 왼손을 썼기에 이정도(?)라고 여기기에~~쿨럭~
이땅의 왼손잡이들 만세!

icaru 2012-07-09 09:36   좋아요 0 | URL
양손잡이시구나! 물론 저의 경험치이긴 합니다만요~ 제가 만난 양손잡이들은 다 영특했네요! 네,, 그래서 저는 결론을 그냥 확 내립니다. ㅋㅋㅋ 책읽는나무 님도 그래, 비상하셨어!
큰애가 아주 어릴 적엔 자연스럽게 왼손을 쓰려는 거 같더니, 물론 전 내버려 두었고요. 유치원을 4년차 다니다 보니, 거기서 교정이 됐나본지,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쓰고 있더라고요. ㅎㅎ
이땅의 왼손잡이 아주 만만세입니다!!!ㅋㅋㅋ

기억의집 2012-07-05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어느 날 애아빠가 뜬금없이 이 책을 사 들고 왔더라구요. 그래서 읽긴 읽었는데... 저의 애아빠도 왼손잡이에요. 하핫.

저의 애아빠, 친정모가 왼손잡이인데,,,,저의 형제들 그리고 조카들과 저의 애들까지 모두 다 오른손 잡이인 거 있죠. 특히나 저의집은 왼손잡이가 나올 만 한데... 둘다 오른손 쓰더라구요. 좀 기대했었는데, 저의 애아빠는 시부한테 왼손잡이라고 엄청 많이 맞았다고 하더라구요.
애아빠도 글쓰기나 밥 먹는 것은 오른손이고 다른 것은 왼손 쓰고 하더라구요. 친정모도 도마질은 왼손이에요. 신기하당~

icaru 2012-07-09 09:39   좋아요 0 | URL
아하하... 진짜 그렇다면, 아이들중에 적어도 한명은 왼손잡이 나올법 한데요~ 저도 아버지가 왼손잡이시고, 사남매 중에 저와 바로 아래 여동생이 왼손 써요! ㅋㅋ
둘다 글씨만 오른손 쓰고, 격식 차려야 하는 식사 자리에서만 오른손으로 숟가락 쓰고요!
아버지는 눈에 거슬리는 것은 마구 훈계하시고 그러시는데, 왼손쓰는 것에 대해서 저희는 한번도 지적당한 적이 없떠용 ㅋㅋㅋ
 
지리산 자락 답사여행의 길잡이 6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엮음 / 돌베개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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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살필려고, 샀는데 섬진강을 발견하게 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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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7-05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진강!
너무 좋았어요.아아~~ 또 가고 싶은 곳이어요.
2년전 휴가를 전라도 곡성으로 갔었는데 섬진강을 보고 홀딱 반했더랬죠.
아아~~^^

icaru 2012-07-0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곡성과 남원을 타고 흐르는 섬진강..줄기가 그렇게 긴 줄 몰랐어요~
전 사계절에 한번씩 그 광경을 고루 볼 수 있음 참 좋겠다 싶더라고요~
봄에는 흰빛이 만개한다더라고요. 매화꽃을 시작으로 벚꽃, 배꽃, 조팝나무꽃 ...
 
다카페 일기 2 - 행복이란, 분명 이런 것 다카페 일기 2
모리 유지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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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사진집. 1권에 이어 2권도....

사진을 찍은 남편 모리퐁과 아내 다짱의 촌철살인이 좋았다. 집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은데, 집안이 어쩜 그리 하나같이 깔끔~*한 지..

나 또한 아이들의 커가는 기록을 남길 요량으로 집에서 시시종종 셔터를 눌러댄다. 이수일과 심순애에서 이수일 같이 보자기 두르고, 슈퍼맨 놀이 할 때, 두돌 지나 기저귀 갓 떼게 되었을 때 남은 팬티형 기저귀를 모자처럼 머리에 쓰고 놀 때, 머리 감고 안 말린 것처럼 땀에 흥건히 젖도록 부산스럽게 놀다가 목욕시켜 줬는데, 멀끔하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훈남 포스 풍길 때....세돌이 지나도록 여전히 발가락 빨며 노는 현장을 포착했을 때....

그런데 막상 찍힌 걸 보면, 너절한 집안 풍경이 같이 나와서,,, 그건 어떻게 해도 포장이 안 되어서, 흉허물 없는 가족들끼리만 보고 또 보고 하며 간직해야겠구나 싶어진다.

 

 

 

 

 

 

우리 애도 이러고 논다. 아랫영역(신발, 발가락)의 신체를 윗영역(?)으로 불러서 합체하는 놀이...

 

 

 

 


 

 

 

 


 

 

 

 

 

 

 

이 세장의 사진은 작가 블로그에 들어가서 퍼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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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2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은 아이들이 저렇게 커버렸다는군요?^^
사진은 참말로 이쁜데,
집이 집이 아닌 것같고,스튜디오같네욤!
넘 깔끔해서 말이죠.
아이들 키우는 집이 과연 저럴 수 있을까요??

저도 아이들 사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찍어주곤 하는데,정말 배경이 끝내주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봐도 웃긴 사진들 올리고 싶어도 집안 배경 때문에 꾹 참거든요.ㅋㅋ
똑같군요.^^
그래도 간간히 님이 올리신 사진들 보면 기가 막히게 허를 찌르는 사진들이 정말 많던데,
더 많이 있다니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형제라서 용감한(?) 사진들이 참 많을 것같아요.
울애들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큰놈은 도망가고 둥이들은 갑자기 정색하고
이쁜 짓~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장면이 안찍혀요.
전 자연스러운 표정이나 행동들이 좋은데 말입니다.

icaru 2012-07-02 10:57   좋아요 0 | URL
ㅎㅎ 집이 깔끔하야~ 인상적이었고, 동네 공원에 나가서 찍은 것도 많던데, 무슨 친환경 도시에 사시나봐요~~~ 공원이 천연보호구역 수준이더라고요~ ㅎㅎ

카메라 들이대면, 정색을 하고 예쁜 포즈 취해주는 게 저는 더러 고마울 때가 있더라고요. 큰애는 그게 되는데, 둘째는 도망다니지,, 인상쓰지..~~ ㅎㅎ

기억의집 2012-06-29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그리 깔끔한지~ 이 대목에서 큭큭 웃었어요. 저는 일드나 일본영화 볼 때마다 집안이 너무 너저분하고 잡동사니가 많아서 쟤네들은 왜 저렇게 살지? 맨날 이런 생각 했거든요. 이건 소품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지저분하게 보이는 거에요.

이카루님, 좀 놀라시겠지만~ 저는 집에 가구가 거의 없어요. 진짜요~ 소파도 없고 식탁도 없고 심지어 안방에 장롱도 없어요. 아이방에 작은 장롱 하나로 이불이나 옷가지 걸어놓고 있다는. 애아빠가 술만 마시면 직장동료들을 데리고 오는데, 첨엔 정말 민망했을 정도였어요. 하핫, 집에 있는 것이라곤 책밖에 없는데, 요즘은 그것마저 재활용으로 버리거나 헌책방에 팔고 있어서 집을 넓게 쓰긴 해요. 어제 오늘 쇼파나 살까 생각중이긴 하지만요.

저집이 식탁 가지고 싶어요. 분위기 있고 기다라서 좋네요. 예전에 애들 사진 참 많이 찍었는데 요즘은 고양이 사진만 찍고 있네요. ^^

icaru 2012-07-02 11:2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 님이 한 때 올리셨던 아드님 시험 기간에 고양이와~~~~ 사진! 보고, 대략 예감했었습니다. ㅎㅎ 깔끔~~하시더라고요!
제가 남편하고 대립하는 지점이 ㅋㅋ 남편이 말하는 좋은 인테리어는 살림이 없는 것이고, 저는 하다못해 책도 좋은 장식물이 된다고 생각허기 땜시...
아름다운 인테리어에 저 관심 많은데~~~ 해놓고 사는 것은 또 완전 다른 문제이고 하답니다. ㅎㅎㅎ

근데, 정말 식탁에 서랍이 달려서 참 괜찮다 싶어요! 항상 수납이 문제예요! 걔들(잡동사니 물품)이 눈에서 사라져야!!!

기억의집 2012-07-02 22:57   좋아요 0 | URL
우째 그걸 다 기억하신다요! 저도 살림살이가 많은 게 부담스럽더라구요. 전세로 살다보니 이사할 생각하면 걍 없는 게 좋은 것이고, 점점 비워가면서 살려고요. 책은 칼라풀해서 이쁘죠~

라로 2012-06-3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꽤 열심히 사진 찍어 스크랩북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크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더 안 찍게 되네요!!^^;;
아이들은 그나마 친구들이 오면 제가 만들어 논 자기들 어렸을 때 스크랩북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데 막내건 없어요. 디카 세대라 더 그래요.ㅜㅜ
여유가 생기면 다시 스크랩북 작업을 해 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카루님의 글을 보니 새삼 불끈!! ㅎㅎㅎ
그전에 사진 잘 찍는 것부터 배우고 싶기는 해요.
지난 사진들을 들춰보면 뭔가 부족한 느낌;;;

icaru 2012-07-02 11:07   좋아요 0 | URL
ㅋㅋ 뤼야~~님! 사진 잘 찍으시던데요,, 예술 사진처럼 피사체를 잘 잡으셔서요^^
저도 디카 세대가 된 이후로는 그 많은 사진들은 그저 컴퓨터 안에 고히 모셔져 있구요~~
그래서 요즘엔 포도북을 만들어주는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하고요. 한때는 포토출력기 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사서, 집에서 출력을 하기도 했었는데, 제가 잘 몰라서 그런가,,, 인화지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그 종이가 웰케 비싼지요~ 사진관에 맡기는 속 편한 듯도 하고,,,
방식이 많아지다 보니, 되려 인화는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고 그래요. 크게 작정해야 뭐든,,, 남겨지고 ㅎ

프레이야 2012-06-30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행복이 뚝뚝 묻어나는 사진들이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느낌.
이카루님 여긴 빗방울 잠시 멈추고 고즈넉한 토요일 아침이에요.
밤새 비가 내렸나봐요. 즐거운 토요일 보내세요^^

icaru 2012-07-02 10:54   좋아요 0 | URL
여기는 토욜 오전 내내 비가 많이 왔었는데, 그때 저는 애 둘 끌고~ 막 쏘다니고 있었죠. 비를 많이 맞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지금 걸을 때마다 샌들에서 뽀옥뽀옥~~ 소리가 나는 것이 비 맞아서! 상했나봐요 ㅠㅠ)

마녀고양이 2012-07-0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있는 사진은 이카루님의 자녀들 사진인건가요?
제가 페이퍼를 읽으면서 좀 헛갈렸어요..... 너무 이뻐서.

전여, 제가 살 찐 이후로, 그리고 울 신랑도 살 찐 이후로, 딸도 포동해진 이후로,
사진 별루 안 찍어요. 사진첩은 꿈도 안 꿔요. 아마 늙어서 후회할거 같애요! 흑흑.

icaru 2012-07-02 11:48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우리집 사진 아녜요~ 제가 글을 좀 헤갈리게 썼네요~ 사진 출처를 잘 명시해야 는데,,, 저희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어디에도 못 올린다니까요~ 넘 너절해서 ㅋㅋㅋ

그래도 작가의 아내가 저와 동갑이긴 하더라고요! ㅋㅋ

저도요, 애들은 찍어줘도 제가 사진의 대상이 되는 법은 결코 없죠~~ㅋㅋㅋ
아이들이 절 찍어줄 때도 있는데, 실물보다 더 퍼져 나오고 주름져 나오는 것 같은(사진이 거짓말을 할 리야 없겠지마는 (,,)('') 느낌이 드는 것이,,, 바로 삭제감이죠 ^^

2012-07-03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떠나든, 머물든 -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특별한 은퇴 이야기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임수현 옮김 / 효형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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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면날마다 은퇴를 생각해보는 사람(나) <나는 걷는다 1,2,3>로 유명한 올리비에 베르나르의 이 책을 읽다. 근데 앞부분이 참 아이러니. 은퇴를 거의 사형 선고처럼 ... ㅎㅎ 좀 더 진도를 내어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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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서랍 - 이정록 산문집
이정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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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발자국을 따라서

 

 

말라붙은
저수지 밑바닥을
끈적끈적 지나간 새 발자국


그가 바라보았던 풍경의
반대편으로 화살표 찍혀 있다


새는 왜 눈뜬 것들에게
과거 쪽으로 과거 쪽으로
화살을 쏘며, 사라졌나


두개골을 닮은 마지막 웅덩이,
시궁창 하늘 속으로

 

 

 

 

선생님의 시 중에서 유일하게 지금껏 기억하고 있는 시이다. 제자란 참 박한 존재이다. 제일 좋아하는 시, 라거나 정말 존경했던 선생님이라고도 말해도 이상하지 않으련만 꼭 이렇게..

조금 덜고 깎아서 말하고 싶은 이 마음은..

 

새는 과거로 과거로(새의 발자국 모양이 진행 방향과는 반대의 화살표로 보이니까 -> -> -> : 이 발자국은 나타내는 것처럼 오른쪽 오른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왼쪽으로왼쪽으로 가고 있는 새 발자국임) 화살표 모양의 발자국을 향하다가 결국은 두개골 닮은 시궁창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이 참신한 시인의 눈이 매섭게도 '미래로 향하지 않고 과거에 골몰하는 새'를 날카롭게 이야기했지만, 선생님 장본인은 이 에세이에서 그려지는 사람됨처럼 해학적이고 유들유들한 충청도 말뽄새 그대로이신 분이다.

 

선생님의 시집을 사 보는 것과 에세이를 사 읽는 것은 이렇게 다른 거구나 한다.

 

에세이집을 통해서 선생님이 말하는 선생님의 생생한 터전 그 현장과, 선생님 문학의 기원이기도 한 가족들을 본다. 그리고 여고 시절까지 살았던 홍성을 읽는다.

읽다가 멈추어 잠시 회상하기를 몇번을 했나 모른다. 홍성 초등학교, 홍성 서점, 그리고 수덕사 등등 ..

 

이래서야 원, 이 에세이를 다 읽으려면 한참 걸리지 않겠나.

 

그리고 비로소 실타래 엮이듯 떠오르는 선생님에 대한 기억들,, 우리들에게 해 주신 말씀들, 그 기억들,, '다 말할 수 없거니와, 다 말하려고 주접 떨지도 않겠다. 세상엔 다 말할 수 없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된 것이다. '라고 옮겨본다. ㅎ

 

덧붙임

선생님은 한문 선생님이셨는데, 반에 들어와서 한문 수업을 하셨던 것은 3학년 때 여름 보충 수업 한달이셨다. 한문은 개인적으로 약간 졸린 과목이기도 했고, 3학년씩이나 되었다고, 밤잠 못자고, 공부도 또한 딴짓도 많이 하던 시기라 쉽게 체력 저하가 오는 여름이면 곧잘 졸기 일쑤였다. 나뿐만 아니고, 대개의 친구들이 그랬던지 선생님은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것 같으며, 당신의 학창 시절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셨는데, 당시 여름이라서 그랬겠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쭈쭈바병(모든 이야기에 제목을 지어 명하시는 경향이 있으셨다 그러고 보니)에 걸리셨었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난다. 더운 여름 냉방이랄 게 전혀 없다 시피했던 가난한 시절이라 늘 옆구리에 뿌뿌바를 끼고 사셨다고.

그러고 보니, 아드님 이름으로 된 출판사에서 이 에세이 집도 내셨다. 그 당시에는 두살이나 세살이었을 텐데 (ㅎㅎ 오해하지 말고 들으시기를요~ 아드님 이름이 겨레였어요! )

 

선생님을 더 가까이에서 뵐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그 한해 전인, 2학년 때였다. 그때 선생님도 우리 학교에 전근오신 첫 해였고.

그날은 학기 초였고, 오전에 클럽 활동 부서를 정해서 오후에 자기 부서로 가서 선생님과의 첫 대면을 하고 1년동안 계획을 다지는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 공교롭게도 사건이 있었다.

우리집은 기차역이 있는 근처였고, 학교는 용봉산이란 산으로 가는 방향에 있었는데, 도보로 가면 꼬박  50분은 걸어야 했다. 지금처럼 동네마다 버스정류장이 있지 않던 시절이라, 학교에 가려면, 집과 학교 딱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학교 가는 방향의 시내버스를 타고 간다. 아침마다 통학 전쟁이었던 게 학교 쪽으로 가는 버스라고 해서, 배차 간격이 짧고, 수용인원도 많다거나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간간히 오는 그 버스에 콩나물시루 낑기듯 구겨져 들어가 타고 갔다. 그나마도 드문드문 콩나물 버스를 사수하지 않으면 삼삼오오 일행을 즉석에서 만들어 학교까지 택시를 잡아타고 가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찮은 수고로움이 있었다. 그날도 여지없이 콩나물 버스라서 저 차를 타, 택시를 타 하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용케도 앞문 맨 앞자리에 중학교 때 한 반이었던 친구가 앉아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가방을 맡기고, 나는 버스 뒷문으로 간신히 탔던 것이다. 결말부터 말하면, 버스에서 내릴 때 나 따로 가방 따로 내렸다는 건데, 맡겨 둔 가방을 찾아오려고 그 혼란한 와중에 친구를 찾았더니, 가방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고 했다. 버스는 가방을 싣고 홍북으로 용봉산 근처로 굽이굽이 돌고돌고...  일단 교실에 가서 수업을 들었지만, 좌불안석이었다. 공중 전화 박스로 가서 114로 물어 버스터미널 연결해서 여차저차 가방을 잃어버렸다고 했더니, 아직 그 버스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또 한 시간 지나서 연락을 해 봤더니, 가방이 돌아와 있어서 보관중이라고 했다. 점심 시간 쯤되서 시내버스터미날로 가서 가방을 찾아 점심 시간이 지난 시간에 학교로 돌아왔는데, 아이들은 클럽 활동 부서를 다 정해서 각자 반으로 갔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정원이 아직 남아 있는 반이 문예반 하나라고 하셨다. 부랴부랴 반으로 찾아갔는데, 대략 삽십명 정도 되는 1,2학년 부서원들과 이정록 선생님이 이야기를 나두고 있는 교실에 지각생이 드르륵 교실문을 열었다. 

 

북콘서트 끝나고 저자 사인 받을 때. 선생님께 제자였다고 말씀드리니,

 

"아, 그래 ~ @@@ 생각난다. 어~ 그땐 얼굴이 까맸었는데.."

"네? 저는 얼굴이 까맣지 않았어요?"

"그땐 키가 작았었는데.."

"지금 신은 구두 굽이 높아요! ㅎ(그래도 작은 키는 아니었다고, 짓는 억울한 표정)"

"그땐 안경을 썼었는데.."

"눈을 수술했어요!ㅎ"

"그땐 귀여웠었는데.."

"지금도 귀여워요!(나이가 드니 두둑해지는 것은 넉살)"

"그때 너 아웃사이더였잖아."

"저 안 그랬는데요? 선생님 기억하시는 학생이 제가 아닌 것 같아요!"

 

"왜 아니야, 눈 깜빡이는 것도 똑같고... 너 맞는데!"

"...."

 

그 순간에도 나는 눈을 사정없이 깜빡이고 있었을 것이다. 긴장을 하면 엄청 깜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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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5-1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선생님께서 이 리뷰 읽지 않을까요? 그래도 선생님과의 추억 한자락은 올려주시지.

icaru 2012-05-11 09:22   좋아요 0 | URL
ㅋㅋ 쓸까말까 막 고민했는데, 늘어놓다보면 되게 진부하고 퇴색해 보일 거 같더라고요. ㅎㅎ
그래도 말씀하시니, 리뷰 수정해서 끄트머리에다가 붙여볼까 해요 흑,, 기억 님이 주문하시는 거라면 제가 다 하지요 뭐 (,,) ('')

기억의집 2012-05-18 17:36   좋아요 0 | URL
네, 끝을 맺으셔야죠.
이카루님보다 멀지 않았지만, 저도 학교가 멀었어요. 정거장수로 한 7-8정거장 정도.
이 거릴 육년동안 걸어다녔어요. 비 오는 날애는 비 다 맞고.
저는 지금도 생각나는 게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날 비 맞으며 오다가 비가 너무 내려 어느 집 대문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집에 간 기억이 나요. 집에 오니 엄마도 없고,,, 3,4시 사이였는데, 그 시간때가 호젓한 시간때라 외로움이 밀려오더라구요. 그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요. 사실 저는 어린 시절 기억 거이 나지 않는데, 몇 몇 장면은 머리에 새겨져 있긴 해요.

이카루님도 그 때 문 드르륵 열고 들어갔던 그 멈춰진 시간을 기억하는 거죠.

hnine 2012-05-10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

icaru 2012-05-11 08:53   좋아요 0 | URL
흐흐 넵,, 성격이 급해서 끝까지 정독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가운 마음에 휘리릭 몇 자 적고 말았어요!! ㅎ

잉크냄새 2012-05-1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분의 시 하나가 생각날듯말듯 합니다. 예전에 시집 한권 읽었던것 같은데.

음, 여고생 시절의 추억담이군요.

icaru 2012-05-18 14:37   좋아요 0 | URL
ㅎㅎ 네, 추억해보면, 여고생 시절은 .. 요즘의 여고생들도 그렇겠지만, 좀 결벽적인 데가 있고, 비전이나 대안도 없으면서 툴툴대고 비판을 잘 하는 에고... 이거 일반화의 오류가 되겠네요... 저 개인의 이야기인데 ^^

프레이야 2012-05-11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쓰셨네요. 다음 이야기 기대되는 걸요.^^

icaru 2012-05-14 16:52   좋아요 0 | URL
ㅋㅋㅋ 선생님이 지도하시는 클럽 활동을 하게 된 것에도 다 곡절이 있었다는 것을 쓰려다 보니, 참 너절해졌다 싶었는데, ㅋㅋ 이어지는 이야기도 준비할까요? ㅎ

책읽는나무 2012-05-19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등학교때 한문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한문공부 되게 열심히 했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그때 외웠던 한자들은 기억이~~~ㅠ
스승님이 시인이시라니~ 참 멋지네요.^^
왠지 뿌듯하시겠어요.
추억담 2편 들려주세요.^^

icaru 2012-05-21 10:23   좋아요 0 | URL
ㅎㅎㅎ 한문공부 열심히셨군요 ㅋㅋ
책나무 님 학창 시절이 궁금해요! 그때도 유머러스한 여학생이셨쎄요? ㅋㅋ

순오기 2012-05-2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고시절 선생님과의 각별한 인연이 부럽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요.^^
어제 토요 방과후에서 중학생들이 글쓰는 짬에 몇 쪽 읽었는데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새꼼맞게'라는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이젠 고향말인 충청도 말보다 전라도 말이 더 익숙해서...

icaru 2012-05-21 09:32   좋아요 0 | URL
새꼼맞다! ㅋㅋㅋ 저는 지금도 아주 익숙한 말인데요~
마치 표준어처럼요. 뜬금없이 ㅋㅋ 이게 표준말이던가요?

지난 주에 선생님의 북콘서트에 갔었거든요. 끝나고 가져 간 책에 사인 받느라고 줄서서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되어 받는데,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드렸더니 첨에는 못 알아 보시다가,
제자라고 말씀드리니까, "아!~" 하면서 너 그때 이러이러했었는데 걔 아니냐 하시는데, 혼동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설렘나라 2012-05-2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혼동했다가, 네 눈을 보니까, 금세 알겠더라. 그 초롱초롱-호기심 많던 눈! 그 시절 난 시쓰는 일에 미쳤었지. 술과 퇴폐와 우쭐거림! -그때 제자들에게 이 자릴를 빌어서 사과하마. 이정록

icaru 2012-05-23 20:05   좋아요 0 | URL
으악 진짜~~~ 선생님이 제 서재에 오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