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백수린 후기 / 플레이타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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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통합 도서관에 딱 한 권 밖에 없던 책을 빌렸던 터라 더 감질났던 거 같다. 드물게도 빌려 읽고 그냥 한 권 다시 구매한 책이다. 두께도 얇아서 마음에 쏙 든다.

작가는 이혼을 "남자와 아이의 안위와 행복을 우선 순위로 두어 오던 가정집이라는 동화의 벽지를 뜯어"내는 일에 빗댄 다음 자신이 자아를 찾아 가는 과정이 동화 벽지" 뒤에 고마움도 사랑도 받지 못한 채 무시되거나 방치되어 있던 기진한 여자를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퍼붓는 비를 맞아 가며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르던 길에 그만 가방이 열려 장 봐 온 닭이 로드킬되는 걸 목격해야 했던 작가는 비에 쫄딱 젖은 채 집으로 돌아와 그토록 피곤한 날에도 자신을 돌봐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소 자조적으로 말한다. "나는 혼자였고 나는 자유였다. 관리되는 것도 거의 없고 수도나 전기 같은 기본 시설마저 수시로 끊기는 집에 따라붙는 막대한 관리비를 지불할 자유가 내게 있었다. 식구를 부양하기 위해 목숨을 다해 가는 컴퓨터에 글을 쓸 자유가 내게 있었다."

기묘한 유의 수동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일터에서 더 많은 직무를 맡기 시작했다. 집에서 남편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 한 것이다. 두 사람은 한집에 살면서도 별도로 생활하고 잠도 각방에서 잤다. 일터에서 까다롭고 보람찬 일과를 마치고 귀가했을 때 함께 영화를 보며 저녁 시간을 보낼 사람이 있음에 여자는 만족스러워했다.

현대 가정을 둘러싼 변덕스런 정치가 한층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진 터였다. 내가 아는 혅대적이고 외관상 힘있어 보이는 여자 중의 다수가 다른 이들을 위해 가정을 꾸리고도 보금자리에서 느껴야 마땅할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집보다 사무실이나 다른 형태의 작업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후자에선 그나마 누군가의 와이프 이상의 지위를 누리기 때문이었다.

라고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내 인생에 대입해 본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눈치를 보는 인생인 것이다. 휴식할 곳이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나로 존재하는 이 삶이 수고로워 죽겠는데, 감내해야 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 보석들에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는 편이 낫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생각이 많아지는 나.

가부장제 바깥에서 다 형태의 공동체를 꿈꿀 자유, 누구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존재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내가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글을 쓰다가 작은 구리 주전자에 터키 커피를 끓여 그 잔에 붓고 은 뚜껑을 덮곤 한다는 얘기를 하직 가게의 막내 형제에게 털어놓지는 못했다. 이건 내 글쓰기 일과의 작은 의례가 되었다. 자정부터 다음 날 이른 시간까지 진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홀짝이다 보면 지면에서도 어김없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글쓰기용 의자에서 한 발도 안 움직이고 밤을 거니는 방랑자가 된다. 낮보다 부드럽고 조용하고 슬프고 차분한 밤, 그리고 그 밤을 채우는 소리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 배관에서 올라오는 소리,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삐그덕대는 바닥 마룻장과 유령처럼 오가는 야간 버스 소리"

백수련 님의 에필로그


"손재주가 아주 좋았고, 집 안을 누구보다 깨끗하게 정리했고, 식혜나 고추장 같은 음식을 맛있게 만들었지만 할머니는 내겐 그런 것들을 조금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작가가 된 후 새벽까지 거실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앉아 있을 때가 많았는데, 잠에서 깨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로 나온 할머니는 그런 나를 볼 때마다 "아직도 그러고 있냐"하며 안쓰러워했다. "얼른 가서 자라, 병 날라"하지만 졸음 섞인 할머니의 목소리에 당신이 감히 꿈꿔 볼 수 없었던 어떤 고귀한 일을 하는 손녀딸을 기특해하는 마음이 한밤의 꽃향기처럼 비밀스럽게 배어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아이와 남편을 위해 헌신하는 것밖에는 몰랐던 사람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물질적인 삶'과는 다른, 할머니의 눈에 보다 숭고해 보이는 정신적 세계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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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6-14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님 , 정말 오랜만. 잘 지내셨지요?

icaru 2023-06-14 14:50   좋아요 0 | URL
우아 나인님 너무나 반갑고 궁금한 아이디예요!!
잘 지내시죠? 아드님은 이제 성년이 다 되었겠어요!!
저 종종 들어가서 사진과 페이퍼를 본답니다~

최근에는 먹고사는 일에 바빠 격조하였지만 ㅎㅎ

icaru 2023-06-14 14:51   좋아요 0 | URL
나인 님이 유튭으로 올리셨던 피아노 연주도 가끔 생각하는데요 저는 ㅋㅋ

책읽는나무 2023-06-1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드디어!!
마침내!!!^^

icaru 2023-06-16 16:13   좋아요 1 | URL
ㅋㅋㅋ 또 이 책하면 책나무님!!!

2023-08-04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23-08-04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아공 ㅎㅎㅎ
 
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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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궤적>을 읽으며 지난날 나를 거쳐 갔던 한때 친구라고 불렀던 이들을 떠올려 보는 시간- ‘참회도 아니고, ‘고운 추억도 아닌 감정의 실타래들을 가늠해 보았다.

는 서른 초반의 나이에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간다. 주변에선 모두들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거나 모두가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에 그렇게 인생을 낭비하다가는 결국 낙오자가 될 거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말하지 않은 최초의 한국 사람이 바로 그 언니였고, ‘는 그런 언니가 좋았다. 그러나 모든 인연이 그렇듯 특수한 (프랑스) 상황에서의 인연은 맥락이 달라지면 입장도 달라진다. <여름의 빌라>도 그렇고 그런 결을 모두 잘 살려낸 작가의 문체가 나는 참 좋았다. 다른 작품들도 그랬다. 좋았다는 점을 이렇게 강조를 하게 되는 이유가 있는데, 부모독서동아리에서 이 책을 추천하고 함께 읽었는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조심스러워하는 특유의 문체가 자신들과 잘 맞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찡해져서 중간중간 멈추기를 여러번 했구만. 독서모임 2년만에 처음으로 이 모임에 대해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 이 작품은 이러이러해서 요러요러한 부분이 마음에 쏘옥 들어오더라고요 등등 말하고 있는데 혼자만 열을 올리고 다른 이들의 냉담함이 느껴졌달까! 줌이라서 공기를 못 읽었을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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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7-08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백수린 작가님 여름의 빌라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작가님 심성이 엿보여 작가님 더 좋아졌던 책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감수성이 돋보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시간의 궤적>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났던 작품이었어요. <여름의 빌라>도 그렇고...
한 알라디너님이 알려 주시던데 백 작가님은 베이커리도 잘 하신다더군요? 그래서 더 좋아하기로 했어요ㅋㅋㅋ
서로 책 취향이 다를 수 있긴한데, 백수린 작가는 다들 좋아할만한 작가님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군요? 저도 좀 놀랐습니다^^
이카루님 살짝 섭섭하셨을 것 같은 마음 조금 이해가 되긴 합니다.
그래도 2 년이면...짧은 시간은 아녔네요^^

icaru 2022-07-08 14:42   좋아요 1 | URL
이런 저의 감성과 잘 맞는 좋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순전 책나무님 덕분이어요!
부독넷 모임은 음. ㅎㅎㅎㅎ 책 취향은 다른데 사람들이 좋아서 계속 나가고 있었더랍니다. 아이 중학교 동급생 혹은 선배 엄마들 저 포함 아홉명으로 이루어진 모임인데요.
결정적으로 한분이 책 리뷰 나눌 때, 이런 문체가 재수없다고 하셔서 원래 직설하시는 분이지만, 괜히 제 마음에 비수가 찔린듯 흐흑 ㅋ 아무튼 말이죠~ 그 전 모임에서 최규석의 <지금은 없는 이야기>라는 만화 에세이 이야기 나누면서, 제가 이해 못하겠다, 어쩌다 도리질 하며 시종 했던 게 그제야 떠오르면서, 하핫..
생각해 보니, 전 이 책도 그렇고, <친애하고 친애하는>도 그렇게 작가에 대한 이미 호감 100%를 갖고 독서를 했던 거 같긴 해요. 살림비용 이라는 책에서 추천글도 얼마나 백수린 작가가 잘 썼게요~

책읽는나무 2022-07-08 15:53   좋아요 0 | URL
아...그러셨나요?
영광입니다^^
혹시 <문맹> 읽어보셨나요?
그 책도 백작가님 번역하셨던데 번역 후기문도 참 좋더군요.
찾아 보니 뒤라스 책 한 권도 번역했더라구요? 똑똑하기까지 한 백자가님인데!!!!ㅋㅋㅋ
근데 전 <친애하고 친애하는>은 아직 안 읽어봤는데 찾아서 읽어봐야 겠군요. 근데 읽었던가? 싶기도 한데요..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질 않네요? 제목은 친근한데 말입니다.
전 <나의 할머니에게>의 백작가님 단편이 참 좋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 예전에 세월호 피해자 부모들의 심정을 기록한 책을 읽었을 때, 그 책 읽었다니까 책 좀 읽으시는 지인이 왜 그런 책을 읽느냐고 해서 좀 놀랐던 적이 기억 나네요.
한 번씩 나더러 책을 읽는 스타일이 좀 다르다고 해서...그런가? 싶다가도 알라딘 들어 오면 그래도 전 제가 좀 너무 쉽고, 흥미 위주의 평범한 책을 읽는 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알라딘 세상은 수준 높고, 읽기 쉽지 않은 책 읽으시는 분들 많잖아요?
근데 저는 오프라인에선 좀 이상한? 책 읽는 사람 취급 받아서 좀 뭐랄까??? 내가 독특한가? 좀 그런 생각 종종 하긴 합니다^^
그러다가 이곳에서 조금 위안을 받기도 하구요ㅋㅋㅋ
지금 책 한 권을 앞부분 조금 읽었는데 충격으로 확 몰입하여 읽었는데요. 6월 여성주의 책인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제목인데, 아마도 제 지인은 제목만 보고서도 왜 그런 책을 읽느냐고 그럴 것 같네요.
ㅋㅋㅋ
다른 면에선 나와 취향이나 성향이 정말 잘 맞는데 책 취향이나 드라마 취향이 많이 달라서 그냥 하회탈 표정 지음서 얘기 들어주기만 하고 있어요ㅋㅋㅋ
이카루님 독서클럽 얘기를 하시니 저도 갑자기 제 주변 지인 생각이 나서 몇 자 적는다는 게...그만^^

icaru 2022-07-11 21:55   좋아요 1 | URL
ㅋㅋ 하회탈 표정
저 문맹 읽었어요 책나무님 서재에 댓글도 달았었조 ㅋ 언어에 대한 절박함이랄까! 열심히 살아가는 작가에 대해 저절로 존경심이 차오르더라고요! 친애하고 친애하는 에도 할머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아무튼 백수린 작가를 알게 된 건 좋은 친구를 새로 사귄 느낌이랄까요 ㅋㅋㅋ

기억의집 2022-07-08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책표지가 매력적이라.. 읽을까 했던 작품이네요. 이십대 친구중에 이십대 후반에 프랑스로 유학을 간다고 하더니.. 착착착 준비해서 가더라고요. 알바해서 안 먹고 안 사 입고 하더니 천만원을 모아 갔는데, 그 친구가 형편이 안 좋아 제가 패딩 줄테니 그거 가져가 하고 나선 그 패딩을 약속 날짜에 못 줬어요. 그 친구 화가 나서 연락 없이 프랑스로 떠났다 했는데.. 그게 이십년이 넘는데 프랑스에서잘 살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단편 소개 읽으니 그 때 그 일 생각 납니다.

icaru 2022-07-11 21:47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저도 표지가 맘에 들더라고요 ㅎㅎ 아이코 그런 사연이 있으시군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저는 문체랄까 하는게 딱 마음에 들었거든요 근데 다들 제맘같지는 않은지 ㅎㅎㅎ
긍데 저도 갑자기 기억님의 그 친구분 근황이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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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종의 기원>이라고 쓰고, <악의 기원>이라고 읽는다.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로 먼저 만난 <7년의 밤>을 통해서는 ‘이 작가다’라는 확신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훗날 듣기로 원작을 읽어야 한다고들 하긴 했지만.) 그러던 내가 정유정의 작품 <완전한 행복>을 읽고, 나서야 눈빛을 빛내며 작가가 천작한 사이코패스 악인의 심리 세계로 함께 걸어 들어갔다. 작품을 다 읽고, 흡사 습작일기와도 같은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매번 다른 악인을 등장시키고 형상화시켰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목이 마르고 답답했다. 그들이 늘 '그'였기 때문이다. 외부자의 눈으로 그려 보이는 데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객체가 아닌 주체여야 했다. 우리의 본성 어딘가 자리 잡고 있을 '어두운 숲'을 안으로부터 뒤집어 보여줄 수 있으려면. 내 안의 악이 어떤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가, 어떤 계기로 점화되고,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가는지 그려 보이려면.”라는 부분이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을 세 번을 다시 썼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이 대작가가 세 번째 다시 쓸 때는 비로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작가인 ‘내’가 어린 시절부터 학습돼온 도덕과 교육, 윤리적 세계관을 깨버리지 못했다는 걸. 주인공인 ‘나’는 그런 것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맹수’인데. 인류의 2~3퍼센트는 이 사이코패스에 속한다고 한다. 물론 주인공 유진은 상위 1프로에 속한다. 이 책 속 유진처럼 폭발이 되려면 학대나 범죄 환경에 놓여 유전적 기질이 상호작용을 이룬다고 한다. 이 책의 영향이었는지 뭐가 먼저였는지 몰라도 읽으면서 금쪽 같은 내새끼의 역대급편을 몰아보기도 했다. 김혜수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소년심판을 보기도 했다. 악의 씨앗은 따로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답은? 아니 나도 아직은 모르겠다 이다. 그러나 작가가 다음과 같이 말을 해주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가 인간의 악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본성 안의 ‘어두운 숲’을 똑바로 응시하지 않으면, 우리 내면의 악, 타인의 악, 나아가 삶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고.


203~206쪽

불길 같은 흥분이 신경절을 타고 온몸으로 내달렸다. 숨이 차올랐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해서 현기증이 났다. 내가 칼을 쥔 게 아니라 칼이 내 손을 거머쥐고 여자 안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저항이 용납되지 않는 무지막지한 장력이었다. 눈앞이 와르르 흔들리기 시작했다. 칼을 쥔 손이 저릿저릿해왔다. 음속을 돌파하는 듯한 충격이 몸을 덮쳐왔다. 머릿속 어디가에선 쿵, 하는 소리가 울렸다. 실낱같이 열려 있던 이쪽 세상과의 통로가 닫히는 소리였다. 나는 내가 다른 세상의 국경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돌아갈 길이 없다는 것도, 돌아갈 의지가 없다는 것도.

이런 순간을 상상한 적은 수도 없이 많았다. 이런 순간이 왔을 때, 나를 제어할 자신도 있었다. 정말로 이런 순간이 오자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도 머리도, 오로지 교감 신경의 지시에만 반응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너무도 쉽고 빠르게 상상의 경계를 넘어버렸다.

세상이 사라졌다. 위장에서 요동치던 불길이 성욕처럼 아랫배로 방사됐다. 발화의 순간이었다. 감각의 대역폭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마법의 순간이었다. 내 안의 눈으로 여자의 모든 것을 읽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전지의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전능의 순간이었다.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내 머리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패이기도 하다. 어젯밤 나는 멀쩡한 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고 해결책으로 망각을 택했으며, 내 자신에게 속아 바보짓을 하며 하루를 보낸 셈이다.

모든 걸 알게 된 지금에 와서야 나는, 내가 살인을 저지르리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기에 하구언 길의 위험한 놀이를 그만두라고 스스로 경고했겠지. 그런데도 계속했던 건, 상상의 경계를 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내 사회적 자아가 견고하다고 믿었다. 즐거운 한때와 인생을 맞바꿀 만큼 분별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에 대한 과대평가, 나를 제어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이 어젯밤 운명의 손에 내 목을 내주게 만든 것이었다.



나는 다음 책은 <진이, 지니>로 정해 두고 대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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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6-20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이카루님!!♡
너무 반가워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더듬을 뻔~~ㅋㅋㅋ
또 이렇게 정유정 작가님 책을 들고 오셨군요?
전 ‘7 년의 밤‘ 소설 읽고, 궁금해서 영화를 찾아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또 소설은 읽으려고 사다 모으기만 하고, 그 중 ‘완전한 행복‘ 읽으려고 했었는데 말들이 많아 읽는 것을 계속 미루고 있었어요.
그러다 잊고 있었는데 이카루님 글 읽다 보니 정유정 작가님 소설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년 심판‘도 평이 좋던데~^^
암튼, 더워진 날씨에도 잘 지내고 계신 거죠?^^

icaru 2022-06-21 08:19   좋아요 1 | URL
오모낫!!! 이리도 반겨 주시공~~ !! 역시 구관이 명관입니당~~ 좀 이따 책나무님 서재도 마실가야겠습니당~ 뜸하게 와도 한결같은 곳은 이곳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정유정 님의 작품은 한번 꽂히니까 우아 가독성이 장난이 아니어요!! 쭉쭉 읽히더라고요!! ㅋㅋ 저도 작년에야 이 대열에 들어섰습니당 ^^

프레이야 2022-06-23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의 밤으로 정유정 작가를 처음 읽었는데 당시 너무 충격적이라 밤새 읽었어요. 영화도 보았지만 소설이 더 무서웠어요. 이후 종의 기원은 낭독녹음도 한 도서에요. 대사 읽을 때 간접체험인 듯 묘한 흥분이 일더군요. 반가워요 이카루님 오랜만이죠^^

icaru 2022-06-23 21:58   좋아요 1 | URL
우아 종의 기원도 낭독하셨구나! 1인칭 주인공 내레이션인터라 더 뭔가 실감나셨겠어요 우아!! 묘한 흥분의 정체를 잘 알것같아요 ㅋㅋㅋ
 
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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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에 이르고자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려고 노력한 어느 병적인 나르시스트의 이야기이다. 소설이 되려고 그런 것이겠지만, 고유정을 연상시키는 작품 속 주인공 신유나는 실제 모델이 아니며, 병리적인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환자이다. 환자의 이야기를 읽은 것이다. 환자의 가족들 인생이 어떻게 망가지고, 조금은 늦었지만 극복해 나가는지를 보여 주는 소설.

인생은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신유나의 광기의 시작은 어릴적 일시적인 가정환경에 의해 가족을 떠나 조부모님 댁에서 지내야 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핏줄이지만 내가 아닌 남이자 경쟁상대였던 언니와 달라던 처지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비극이 시작된 것.

원래 완전한 행복의 지침서에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나온다. 요즘 사회와 시대는 이 맥락을 잘못 읽어, 수상쩍은 징후들이 포착되는데 그것은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일 것이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스트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소설이랄까.

즐거운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신유나처럼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는 것? 이런 노력으로? 신유나가 생각하는 행복은 어떤 것이었나? 남들과 비교할 때? 좀더 좋은 것? 있어보이는 것? 행복이란 실은 그런 것을 얻기 위해 노력으로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고 가치 있는 목표나 기준에 이르렀을 때 얻을 수 있는 무엇일 것이다.

즐거운 인생은 자고로 스스로 창조해내야 한다. 타인에게 악영향을 주거나 다른 사람이 이룩한 그럴싸한 껍대기만 보고 그것을 쟁취하고자 그대로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 자존감이 바닥일 필요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다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인정하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배워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찾아오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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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6-2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르시스적 자기애를 좀 버리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리뷰랑 일맥상통하네요.

icaru 2022-06-21 08:07   좋아요 0 | URL
잉크님 말씀이 맞아요!! 요즘 어떻게... 행복하게 지내시나요? ㅎ 별일 없음 행복한 거다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ㅎㅎ 조용한 인생이요.

프레이야 2022-06-23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나왔을 때 바로 사서 읽었어요. 정유정을 좋아합니다. 종의 기원,에서도 그랬지만 하드보일드하더군요. 섬칫해 하며 읽었는데 우리 안의 어쩌면 그런 악이 잠자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걸 드러내어 보여주려고 한 작가의 의도로 봐야할 것 같았어요. 완전한 행복은커녕 행복이란 게 있을까요. 신기루 같은 것^^

icaru 2022-06-23 21:56   좋아요 1 | URL
우아!!! 프레이야 님이 방문해 주셨다!! ^^ 완전한행복은 커녕이라는 말 전적으로 동감해요! 행복에 집착하지 않기로 해놓고도 ㅎㅎㅎ 하늘에 구멍이 나서 폭우가 쏟아지는 오늘 시원하다 라는 마음 한켠에 크고작은 물난리를 겪는사람들도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또 딸려오네요 ㅎㅎ ㅠㅠ 몇년전에 타레가의 ‘눈물‘‘을 기타동아리 발표무대에서 멋지게 들려 주었던 잘자란 큰따님 안부가 궁금할 적도 있었어요 하하하! 잘 지내셨죠?

프레이야 2022-06-23 23:09   좋아요 0 | URL
오모나 그걸 기억하시네요. 그 앤 이제 서른이 다 돼가네요. 요샌 기타도 안 치고 번역한다고 올인했어요. 세상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고 있답니다 ^^
 
읽는 직업 - 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이은혜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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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이야기인 책이다. 미리보기로 읽어본 앞부분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알라딘 티비에 나오는 1시간 남짓한 저자의 영상도 보았다. 기대를 부응하듯 책 전체를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진심으로 공감했다다루는 콘텐츠는 다르지만 나 자신도 편집자이다. 책의 저자는 나와 비슷한 연배이고, 경력은 오히려 내 쪽이 많을수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업무의 내공은 이 분이 어마무시한 분 같다. 물론 다를 수 있다. 나는 단행본 편집자는 아니니까. 라고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본다. 비루해라;;; 

뭔가 자극도 되면서 위축도 시키는 업계의 별 같은 존재의 글.

문장도 유려하다이런 사람들은 꼭 그렇게 말한다. 평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고. 그러나 많은 책을 읽다보니, 책으로 쓰고 싶은 주제가 생겨났다고.  우아 그마저도 멋있게 들리는 거다. 

 


P. 7~8

첫째, 저자들을 많이 좋아했고 앞으로도 그들과 한편이 될 것이므로 저자들에게 이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 둘째, 편집자는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편집자란 어떤 존재인가를 알리고자 했다. () 셋째, 독자들은 최종 결과물인 책을 읽는 것으로 족하겠지만, 책 만들기의 역사와 현실도 알게 되면 흥미로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P. 29

타이완의 작가 탕누어는 출판사 편집자들을 굉장히 신기한 존재로 묘사한 적이 있다. 편집자들은 2000권밖에 안 팔리는 책들을 줄줄이 생산해 내는데, 여기엔 ˝어떤 가치에 대한 신념이 확실히 존재하고 그 가치가 그들 마음속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2000부가 요즘에는 1000부로 줄었으니, 고쳐 말하면 편집자들은 ‘1000권밖에 안 팔리는 책을 줄줄이 생산해내는기이한 존재다. 그것을 두고 고귀하다고 평가해주면 요즘은 반은 칭찬으로, 반은 비웃는 소리로 들린다. 부는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요구되는 세속의 진리인데, 부는커녕 자기 밥벌이도 못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순적이게도 편집자는 출판의 지속성을 위해 종종 좋은 책들이 무덤 속으로 향하도록 방치한다.

 

P. 30~31

편집자는 독자를 대표해 원고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막중한 역할을 맡는다. 사실 편집자는 독자를 그리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의 판매 추이로 독자를 더듬어 짐작할 뿐이다. 여하튼 저자와 역자는 우선 편집자를 설득하려 하고, 편집자는 독자를 상상하며 그들의 욕구를 측정하려 한다.

 

P. 46

말하자면 각주는 글쓴이의 실력을 검증하는 세밀한 장치다. 모름지기 학자는 선대의 문헌을 모두 검토한 뒤 그로부터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고 자기만의 주장을 내놓아야 한다. 즉 매력적인 서사들은 저자가 매끈하게 창작한 도자기라기보다는 앞선 자들의 글을 모두 섭렵하는 성실성, 깎고 다듬는 도공 실력, 마침내 한 발 내딛는 진보로 인해 빚어진다.

 

P. 51~52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을 어떤 작가들은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그 터널을 지나온 심정과 거기서 건져 올린 한 줄기 희미한 빛 같은 것을. 이런 경험은 쉽사리 잊히지 않으므로 이들은 자신과 세상을 자양분 삼아 글쓰기로 생을 밀고 나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두 번째 책이 기다려진다. (중략) 한 발짝 물러나 햇빛이 모든 사람과 만물을 비추도록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생명의 빛으로 만물을 무르익게 할 수 있다는 것.

 

53

세상에는 일회성 관계도 많다.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의무를 다하고 지불을 마치면 더 이상의 연장도 미련도 없는. 실력이 없는 저자들은 너무 뻔한 레파토리니 딱 한 줄만 할애하자. 실력은 없지만 과욕이나 상투적인 권력을 가진 이들. 그들의 구멍을 메우느라 편집자들은 흩어진 밀알들을 끌어모아 반죽하듯이 숱한 시간을 갈아넣는다.

자기 공부에 너무 매몰되어 있거나 지나치게 현실적인 저자도 오래 가기 힘들다.

 

P. 54 최근에는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는 저자가 더 많은 듯한데, 그건 아마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인터넷 매체들이 단기적인 이익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쭝략) 하지만 독자나 편집자는 그저 상인의 이익을 좇는 부류가 아니다. 저자가 우리 삶을 사회적 기능으로 축소된 뼈다귀가 아닌 살점이 풍부한 형태로 빚어주길 원한다. 즉 우리는 현실을 앙상하게 느끼고 있지만 거기서 더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노라고 낙관의 기운을 불어넣는 저자를 기대한다.

 

56~60

관련 없는, 즉 트렌드를 좇고 겉치레에 능한 책들을 주로 번역해온 걸까? “돈이 되니까요.” 그의 대답은 명확하고 간결했다. “벌어들이는 수입은 똑같은데 철학책에 비해 노력은 반도 안 들고, 속도는 두 배 이상 낼 수 있어서요.” 우리는 결혼 여부나 자녀의 유무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번역 이력에서 시작된 질문은 갑자기 개인 생의 반경으로 방향을 틀어 얼마간 이질적인이야기로 내달렸다. 생후 몇 개월밖에 안 된 아이를 아내와 함께 키우고 있는 그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였다. 대화 도중 갑자기 그가 내 앞에서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한 시간에 번역할 수 있는 원서 분량은 몇 줄이고, 하루 종일 숨만 쉬고 작업했을 경우 최대한 번역할 수 있는 분량은 원고지 몇 매라는 계산이었다. 거기에 원고지 장당 3500원을 곱해(초보 번역가는 대개 200자 원고지 1매당 3500원을 받는다.) 한 달 수입을 도출했다. 이어서 흘러나온 것은 분윳값과 기저귀값 같은 용어였고, 오랜만에 자기 관심사인 철학책을 번역한 것이 지난 몇 달간 야기한 금전상의 손해도 계산해냈다. 작가의 생계에 대한 절박함은 편집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나는 의뢰하려고 들고 나갔던 새 철학책 번역 작업은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얼만 안 있어 그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우리는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 작가는 최소 월 200만원을 벌어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 하지만 그의 1년 인세 수입은 400만 원이 채 안 되었다. 원고를 쓰는 데는 1년에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이 걸렸고, 가끔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작가범위에서 벗어나는 일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굶더라도 향후 몇 년간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점쳐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에게 가난은 피부처럼 밀착된 것 같았다. 40년 넘는 생애 동안 가난하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가난은 글감이 되어주기도 했는데, 의외로 그의 글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는 자부심이 넘쳤다.

작가들은 가난하다. 정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문화예술인실태조사의 통계 수치가 보여주는 작가의 연평균 수업은 마치 지난해 자료를 그대로 복사해 올해 다시 내놓은 것처럼 변함없다. 그들은 원래부터 가난했을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이도 있고, 반대로 웬만큼 살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생계 걱정에 휩싸이게 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작가들의 가난은 통계로 발표될 뿐 천태만상으로 세상에 전시되는 일이 별로 없어, 대중은 그들을 가난한 작가군으로만 인식한다. (행여 가족 중 누군가 그 에 속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뜯어말린다. 통계가 비로소 현실의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작가의 가난을 옆에서 세세히, 혹은 짐작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은 편집자다. 출판사는 작가에게 인세를 지급하는데, 만약 다른 수입 경로가 없다면 그의 총수입이 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난한 작가는 자기 독자를 대량으로 확보하지 못해 가난한 것이므로 출판사도 더불어 가난해질 위험에 처한다. 그래도 출판사는 다른 저자의 책을 팔아 손해를 메울 수 있고, 직장인인 편집자는 연차가 높아질수록 연봉도 올라간다. 반면 책값은 10년이 지나도록 거의 변함없고(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독자의 저항이 거세다) 번역비 등도 제자리걸음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편집자와 가난한 작가의 수입 격차는 더 벌어지곤 한다. 같은 책을 놓고 그것에 몰두하는 일종의 동지이면서도 각자의 경제적 처지는 점차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즉 작가의 책을 만들어 돈을 버는 편집자는 원본 창작자보다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이다. (물론 편집자의 수입도 그리 높지 않아 상대적 관점에서만 그렇다.)

이런 면에서 가끔 작가-편집자의 관계가 기이하게 느껴진다. 편집자는 그들에게 얼마나 기대고 있고, 그들의 가난에 얼마만큼의 빚을 지고 있는가(이를테면 어떤 작가는 책이 안 팔려 출판사에 손해를 끼쳤더라도 출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주었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를 되짚어보면 원본 창작자가 엄청난 부를 획득하는 사례는 흔치 않았다. 그들의 애초 목적이 작품으로 돈을 버는 데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탕누어는 요즘 중국의 젊은 신예작가들이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는 것을 지켜보며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부는 공중누각처럼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고 소설가나 시인은 가난과 너무 동떨어질 때 동시대인들의 현실을 잘 담아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평생 빈한한 생활을 했지만 누구도 써낼 수 없는 작품을 집필한 안톤 채호프를 주시한다. 그와 같은 작가의 작품들에는 이런 찬사를 붙일 수 있다.

그것은 쓸모 있는것이고 가치를 낳기 때문에 우리가 다른 데서 얻기 힘든 갖가지 이해와 의미를 생성하기도 하며 슬픔은 단지 필요한 대가이거나 심지어 독특하고 심오한 오솔길이 되어준다.

 

(물론 누구나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사실 대부분의 작가는 오히려 그렇지 못하다. 패터 한트케는 자기 어머니 세대가 겪은 가난은 그야말로 치욕이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가난한 작가들은 대단하다. 사실 편집자는 여느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이 황량한 창작의 세계로 나아가기보다 출판사라는 우산 아래 들어가 안온함을 먼저 확보한다. 그리고 나의 글이 아닌 남의 글을 읽는다. 거의 경제적 무를 각오하고 그 길로 접어든 작가군과 달리 편집자는월급을 꼬박꼬박 받음으로써 덜 불안해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우리는 같은 원고를 놓고 작업하지만,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투신해서 글을 써낸다. 편집자는 그 글을 읽고, 다듬고, 광고 문구와 보도자료를 쓴다. 그리고 서점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다독인다. 이처럼 편집자도 노력하기는 매한가지지만, 그기 쓰는 카피와 글들은 절반은 책에 속하고 절반은 비즈니스 영역에 속한다. 곡객 확보와 자본 획득이라는 목적성을 지닌 글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p는 여러 해에 걸쳐 두꺼운 번역서를 완성했다. 많은 번역가가 그러하듯 텍스트가 까다로워 그도 연구를 병행하느라 작업을 오래 지체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가 번역을 하면서 밤에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다는 사실은 책 출간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그는 당신들은 식당에 가면 계란찜 시키지 마세요. 그거 눌어붙어서 설거지하기 정말 힘들거든요.”라면서 번역을 하는 동안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가정에 돌아가서도 떳떳하지 못했다. 아버지나 남편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들은 건강 챙기기에 여념 없는 50대에 그는 몸을 혹사시켰다. 책에 온전히 몰입하던 정신력은 강도 높은 노동으로 몸이 쇠해지면서 점점 흐트러졌고, 작가로서의 자신감도 조금씩 잃어갔다. 가끔 이전 직장 동료들로부터 일감이 들어와도 거절했고, 그들과 잘 만나지도 않았다. 다시 그쪽 세계에 한발 담갔다가는 예전 습성들이 되살아나 관성이 확 끌어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손만 뻗으면 더 안락한 세계가 옆에 있지만 애써 쳐다보지 않는다. 거기서는 편하고, 더 풍요로우며, 가족을 건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일을 하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늘 도서관에서 자료를 보고 글을 쓰는 그는 가끔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내가 쓰고 있는 이 인물이 정말 대단하다. 그가 없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됐을까.”

가난하지만 그는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다. 그래서 편집자는 작가의 가난을 안타까워할 때가 있을지언정 그들을 동정할 수는 없다. 작가는 우리가 동정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작품에서 타인들을 점차 깊이 만낙 그러면서 더 확장된 세계로 진입한다. 편집자나 독자는 알 수 없는 그러한 세계로. 그런 작가의 손에서 진귀한 작품들이 나오곤 한다. 몇 번 포기하려고 마음먹은 데서 끝까지 가봤을 때 남이 알지 못하는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 때문이다.

 

 

P. 68

비밀은 쓰게 한다. 그러므로 진짜 비밀은 없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비밀과 달리 글로 쓰인 비밀은 울음과 비탄을 마침내 정돈해서 담아내는 까닭에 희망을 향해 달린다. 수많은 사람이 오늘도 출판사로 원고를 보내온다. 그것들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아카이브로 축적되어 거대한 강물을 이룬다. 강물은 때로는 핏빛이다. 하지만 다른 물줄기와 섞이고 모여들면서 하나의 역사를 기록한다. 책으로 출판되기도 하고, 혹은 출판되지 못한 채 출판사 메일에만 흔적을 남긴다. 제 운명을 어느 이름 모를 편집자의 손에 내맡긴 채.

 

 

P. 85

내가 태양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만 하면,

 

P. 90

편집은 배치와 재배치, 수정과 재수정의 과정이며, 편집자는 원본을 창조하는 저자와는 독창성 면에서 수백 킬로미터쯤 떨어진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편집자가 공들여야 하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수백 수천의 시간이며, 결국 지난 세월을 돌아봤을 때 남는 것도 뒤에 버려진, 길에 뿌려진, 못 보여준 것 속에 간직된 시간들이다.

 

P. 102

지성, 전문성, 근면성, 인내심을 갖춘 팩트 체커들은 실제로 만나면 얼음처럼 차가울 것 같지만 오히려 유연하고 이해심이 많아 놀라움을 자아낸다. 왜 그럴까. 타인의 오류를 지적할 때면 상대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부드러워야 하며, 또 인간이라면 언제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서 오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류를 인정하는 것과 외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우리는 오늘도 그 일을 배우고 있다.

 

 

P. 106

이른바 명문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이가 이력서를 냈다.

기출 문제에 대한 정답 같은 삶만 살아온 듯한 지원자에게 우리는 큰 기대를 걸었다.

 

 

P. 108

소설만 읽어온 독서 이력은 하나만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기보다 독서 패턴이 단조롭다는 인상을 줄 우려도 있다(사실 책 중의 꽃은 소설이기도 해서 그들이 즐거운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 이해는 된다). 정반대의 부류도 있다. 문학을 아예 읽지 않는 사람들이다. 간혹 문학을 하나도 안 읽었다고 당당히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 또한 곤란하다. 문학은 학문의 보편화되고 체계화된 틀에서 빠져나간 삶의 결들을 보아내는,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P. 127~128

편집자에게는 한 자 한 자 교정을 보는 작업이 때로는 산을 오르는 여등처럼 느껴진다. 피곤해도 단어 사이를 겅중겅중 건너뛸 수 없고, 독자는 모르는 험악한 산맥이 꽤 많아 수시로 좌절이 찾아온다.

 

 

P. 143

당시에는 독자를 저자의 자장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놓고, 이제 와 이런 고백을 한다는 게 떳떳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나도 이런 치부를 드러내고 싶진 않지만 출판사의 보도자료란 대개 이런 식으로 쓰이며, 책의 단점은 발설되지 않은 채 편집자의 마음속에만 남는다.

이것이 왜 안 좋은가. 독자를 약간 속인 것이 가장 큰 문제는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출판 편집자는 이런 마케팅 공식을 따라야 하며, 저자보다 앞에서 자기 목소리와 평가를 드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편집자 개인을 위해서는 그리 건강한 방식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책 홍보 글을 쓰면서 자기 생각을 그에 따라 조정해가는 사람은 부지불식간에 스스로를 속일 수 있다.

 

P. 148

출판계는 저자-편집자-독자라는 트라이앵글로 를 지탱하고 있다. 저자는 기존 작가들의 글을 수없이 읽으면서 자신도 그들처럼 글을 써 먹고살 길을 찾겠다고 결심한다. 편집자는 누구보다 글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어왔으니 책 주변에 머물며 먹고살겠다고 결심한다. 독자 역시 책 주변을 맴돈다. 한 번 책을 읽은 독자는 계속 책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책을 읽는 이와 읽지 않는 이로 나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세 부류 중 편집자가 정체를 파악하기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독자다. 저들이 정말로 읽고싶어하는 책은 무엇일까.

 

P. 153

더 넓고 얕은 물에 있는 독자들을 만나겠노라고 생각한다. 낚싯대를 던져 한 마리의 큰 물고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그물을 넓게 쳐 멸치 떼를 끌어올리듯 한꺼번에 많은 독자를 건지길 바란다. (중략) 편집자는 속으로 말한다. ‘우리는 수공업자가 아니며, 예술가도 아니다. 소싯적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수많은 인문/사회과학서를 섭렵하며 코즈모폴리턴으로서의 비평적 삶을 꿈꾸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기획한 진지한 책들은 판매가 잘 되지 않아 현실 감각 없는 무능한 편집자가 될 뻔했고 그 기분은 비참했다.’ (중략) 책의 계약 기간(유효기간)5년밖에 안 되고 요즘 신간들은 6개월(심지어 한 달) 안에 승부를 봐야 하므로 눈앞의 현실에 집중하는 편집자의 계산은 나름 현명하다. 5년 뒤를 생각하라고? 그건 우리가 잘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미래의 출판 방향이 어떨 것 같냐고? 독자를 잘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알까. 다만 오늘의 성공 없이는 내일도 없다. 그게 우리가 끊임없이 서로를 모방하는 이유다.

 

P. 164

특히 개인적인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려면 보편성을 띠어야 한다. 즉 작가는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면서 자신의 고뇌를 여과해 명확한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데, 가령 감정적인 울분과 통곡이 담긴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그대로 드러나서는 곤란하다. 책을 읽으면 삶이 나아질까. 여기에는 꽤 그럴 것이다라고 답하고 싶다. 삶에 있어서 농도밀도는 중요한데, 내 경우 그 밀도를 책을 읽거나 쓴 사람들과의 만남, 혹은 책을 둘러싼 수많은 내용을 통해 채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잘 모르겠다. 이렇게 책 한 가지만 이야기하며 마치 책 바깥의 삶은 없다는 듯이 말하는 것을 싫어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안에 완전히 들어오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책이 바로 그런 세계다.

 

 

P. 176

예컨대 독자가 몰리에르를 읽고 정말로 재미없다고 생각한다면, 그에게는 그 책장을 덮을 권리가 있다. 몰리에르와 함께 있는 시간이 하품을 연발하게 만들면 그는 더 이상 내게 고귀하거나 흥미를 끌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즉 독자는 때로 책을 책꽂이에 처박아둠으로써, 즉 침묵함으로써 자신을 지킨다.

 

P. 182

사실 책을 읽는 이들은 점점 영악해진다. 그것이 독서의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더 많은 책을 읽을수록 독자로서 순진하고 순수한 상태로 남아 있기 힘들다. 따라서 어린 시절에 읽지 않고 지나온 책들을 성인이 되어 읽기는 힘든 것이고(재발견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나의 젊은 시절이나 작가의 절정을 지나쳐오면 다시 그 책으로 되돌아갈 기회를 얻기도 힘들다. ‘모든 것에 때가 있다라는 상투어는 독서에 가장 잘 들어맞기도 한다. (중략)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가 캐낸 삶의 가치 일부를 자기 삶의 자원으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을 읽었다는 것은 때로 삶의 요소로 가져왔다는 것과 동의어가 될 수 있다. 혹은 읽음으로써 삶의 결을 보는 시선을 조금 변경한다는 것과 동의어이거나. -

 

언제부터 죽음을 가깝게 느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굉장히 살고 싶다거나 살아서 무언가를 꼭 이루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내게 죽음이란 건 함부로 누를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누르게 될, 때로는 누르고 싶은 유혹적인 스위치였습니다. 나는 남들도 다 그렇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죽음을 마음에 품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공개적으로는 모두가 살라고 말하지만, 그들도 힘들 때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요.”

 

비밀은 글을 쓰게 한다.

그러므로 진짜 비밀은 없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비밀과 달리 글로 쓰인 비밀은 울음과 비탄을 마침내 정돈해서 담아내는 까닭에 희망을 향해 달린다.

 

P. 197

그리하여 이런 책을 만들고 나면 딱 천 마리의 학만접어 선물 듯한 기분이 든다. 학을 더 이상 접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안타까운 것은 물론이다.

 

 

 

P. 203

편집자는 칼 같은 판매자의 마음을 견지하기도 하지만, 일할 때도 머릿속은 독자라는 자아와 분리되어야 함을 잊은 채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향해 내달린다. 시장에서의 퇴출을 목격하고도, 연민/정의/근거 없는 자신감에 휩싸여 마케터의 마인드는 한쪽으로 미뤄두게 된다.

 

p.208

주로 한국소설을 읽어 취향과 문제 의식에서 세대적 감성이 짐작되는 이들이다. 20대는 이론과 학문의 방법론들을 익히고 발제와 토론 속에서 딱딱하고 엄격한 학문들을 가장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일견 안타깝게도 요즘엔 내 피부, 내 현실, 내 마음에 직접 와닿는 소설에 지나치게 경도된 독서 풍경이 흔하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게 된다. 소설적 진실을 알기 위해 인문, 사회, 과학서로 넘어갔다가 다시 문학으로 돌아오곤 한다.

첫째, 저자들을 많이 좋아했고 앞으로도 그들과 한편이 될 것이므로 편집자는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편집자은 최종 결과물인 책을 읽는 것으로 족하겠지만, 책 만들기의 역사와 현실편집자들은 ‘1000권밖에 안 팔리는 책을 줄줄이 생산해내는 기이한 존재들은 칭찬으로, 반은 비웃는 소리로 들린다. 부는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도 못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순적이게도 편집자는 출판의 지속성~31 편집자는 독자를 대표해 원고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막중한 역할을 못한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의 판매 추이로 독자를 더듬어 짐작할 뿐이다. 여야하고, 편집자는 독자를 상상하며 그들의 욕구를 측정하려 한다.

말하자면 각주는 글쓴이의 실력을 검증하는 세밀한 장치다. 모름지기 학자는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고 자기만의 주장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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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7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21-06-1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잉크님이 편집자 하셔야겠다는 자질 있으심다!!

책읽는나무 2021-10-14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종 생각나지만 바쁘신 듯 하여 매달리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안부는 여쭙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 거죠??^^

icaru 2021-10-14 15:00   좋아요 1 | URL
매달리지 않다니요! 제발 매달려 주세요! ㅋㅋㅋㅋㅋ
저도 시시종종 책나무님과 둥이들 민이..함께 다들 어떻게 지내실까 궁금해 합니다~ 둥이들 중3이잖아요! 우아 시간 참 속절없어요 ㅎㅎㅎ
제가 좀더 자주 서재에 발길하도록 하겠습니다~ 책나무님도 그래주실거죠?

책읽는나무 2021-10-14 15:09   좋아요 0 | URL
더 일찍 매달릴걸 그랬나 봐요??ㅋㅋㅋㅋ
기다리다 지쳐~~~ㅜㅜ
저도 오래 쉬다가 두어 달전부텀 완전 정신없이 종횡무진 하다가 방금도 댓글 열심히 달다 이카루님 댓글 알람 받고 얼른 달려왔어요ㅋㅋㅋ
맞아요..애들 중3이더라구요ㅜㅜ
울 큰아들은 20세 어른도 아닌..애도 아닌..중간 어른? 뭐 그런 애가 되어 있구요.ㅜㅜ
코로나 수능 세대라 지금 휴학하고 재수하고 있어요^^
재수생 학부모도 할줄이야~~시간 참 속절없고 알 수 없습니다.
바쁘신 나날들 이실거라고 생각되지만,종종 뵈어요^^
옛 지기들도 많이 보고 싶어요!!
건강 잘 챙기시구요...빠른 시일내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