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창자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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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벌어지는 방화 사건, 국부가 절단된 채 살해된 시신들, 독약이 든 음료수를 마시고 무차별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한 반 학생 전원을 난도질한 소년! 믿을 수 없는 잔학한 범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명탐정과 그의 조수는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중 이 가공할 만한 범죄가 오래전 일본에서 실재했던 사건들의 재현임을 알게 된다. 명탐정은 마침내 이 엽기적인 흉행의 중심에 인간의 이성을 아득히 뛰어넘는 충격적인 공포가 자리하고 있음을 밝혀내지만, 사건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틀어진 후다.


'명탐정의 제물'로 일본 미스터리 톱을 휩쓴 시라이 도모유키는 이제 국내에도 인지도와 기대치가 꽤 올라간 작가다. '명탐정의 창자''명탐정의 제물' 이전에 쓴 작품이다. 말하자면 '명탐정의 제물'의 전신 같은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며 특유의 비틀기를 잘 시도했다. 또 명탐정과 조수의 관계를 독특한 방법으로 그리며 조수의 시선에 방점을 찍는 방식 또한 비슷하다. '명탐정의 창자'를 거치며 작가는 비로소 '명탐정의 제물'이라는 역대급 걸작을 완성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얼굴을 먹기 힘들다'부터 시작한 작가의 마니악한 개성이 '명탐정의 창자'에서 정점을 찍은 게 아닌가 싶다. (보지는 않았지만 '도쿄 결합인간', '소녀를 죽이는 100가지 방법'등의 작품은 훨씬 더 끔찍하고 수위가 세다고 한다.) 작가는 작정하고 쓴 '명탐정의 창자' 이후, 보다 보편적이며 대중적인 소설로 선회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후 '명탐정의 제물'. '엘리펀트 헤드'는 일본 내에서 미스터리 차트 톱을 휩쓸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이 소설의 영어 제목은 '티텍티브 데드'. 명백히 영화 '이블 데드'를 의식하고 쓴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도 '이블 데드'는 물론 요코미조 세이시 등 많은 고전의 오마주가 등장한다. 또 츠야마 사건, 아베 사다 사건 등 일본 역사상 엽기적인 사건들을 작가 특유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재해석한다. 추리 소설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작가는 할 수 있는 모든 장르의 확장을 시도한다. 그러면서도 그 가공할 세계 위에서 펼쳐지는 추리 파트의 논리는 명확하다. 한 마디로 호러와 추리, 팩션과 스플래터가 작가의 엽기적인 상상력과 만나 괴물같은 작품으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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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설백물어 세트 - 전4권 (리커버 특별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심정명 옮김 / 비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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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 팬들 생각은 다 비슷하구나. 신작 없는 리커버는 의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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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인간의 공포
요미사카 유지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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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구판에 있던 옮긴이의 말은 왜 빠졌나요? 역자분의 설명이나 힌트 같은 걸 좀 듣고 싶었는데 그냥, 끝내버리니 너무 허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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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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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 A.I의 토대 위에 데즈카 오사무의 파편들... 작가의 초기작에서 보인 재미와 상상력과의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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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 개정판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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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상류층 삶을 살던 한 여인이 우연한 기회로 혼자 머나먼 타국에 발이 묶인다. 말도 통하지 않는 사막 지대에서 혼자가 된 여인은 비로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온전히 돌아보게 된다. 어떤 삶을 살아왔나? 나는 가족에게 타인에게 어떤 사람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녀는 그렇게 머나먼 여행길에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새로이 시작한다.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애거서 크리스티가 발표한 심리 스릴러. 크리스티는 본격 추리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몇 개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작품이다. 놀라운 것은 본격 추리물이 아닌데도 한 여성의 심리 속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만으로도 팽팽한 갈등과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국경 지대에 홀로 고립된 여성이 지난날을 돌아보며 몇몇 꺼림칙했던 순간들에 숨겨진 진실을 탐색한다. 가볍게 추억을 되짚고자 했던 그 일이 곱씹을수록 삶 전체가 송두리째 뽑히는 듯한 무시무시한 경험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무척 섬세하면서도 위트 있고, 오싹하면서도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필력이 신의 경지에 닿아있는 듯하다. 세대를 초월한 인간사 원형의 불안과 공포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과연. 현대 고전의 가치로도 손색이 없다.

제목이 주는 의미도 깊다. 봄에 나는 없었다. 틀림없이 함께, 그 화려했던 봄날을 누렸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그 봄에, 나만 없었다. 나는 언제나 이곳, 추운 겨울 속에 홀로 견디며 나 없이 모두가 누리고 있는 봄날을 그립게 지켜보기만 했다. 내 봄날은 어디로 가버렸나? 어째서 그 시간,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따뜻한 시간 속에 나만 없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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