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7
에벌린 워 지음, 백지민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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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절을 다시 살아볼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간 시절 속에 다시 들어가보는 듯한 경험은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경험을 3년 전 해본 적이 있다. 그건 바로 그 장소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을때가 아닐까.

저자 에벌린 워의 자전적 이야기가 많이 반영되어 있는 이 소설은 2차 세계 대전에 참전중인 중년 장교 찰스 라이더가 부대와 함께 우연히 자기가 열아홉 젊은 시절을 보냈던 장소인 브라이즈헤드 성을 방문하여 머물게 되면서 1인칭 시점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전에 이곳에 있었어." 내가 말했다. 나는 전에 그곳에 있었다. 첫 방문은 이십 년도 더 전인 6월의 구름 한 점 없는 날, 메도스위트가 배수로에 크림색으로 흐드러지고 여름의 온갖 향기로 공기가 묵직할 때 서배스천과 함께였다. 그때는 유난히도 해가 쨍한 날이었으며, 나는 수차례, 다양한 심기로 그곳에 있었음에도 다시 찾은 지금 내 마음이 회상한 것은 그 첫 방문이었다. (39쪽)

서민층 출신 찰스는 집안의 기대를 안고 옥스포드에 입학한다. 선배, 동급생과 맺어지는 새로운 관계, 새로운 환경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상은 동료인 서배스천이었다. 서배스천을 만나기 이전과 이후 찰스의 인생은 달라졌으니까. 서배스천이 눈에 띄는 외모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결코 완벽한 인간도 아니었고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서배스천의 모든 행동과 말과 거취는 찰스의 생각과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관계를 두고 치명적인 관계, 운명적 관계라 부를 것이다. 

이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는 말이 의아할 정도로 이 소설은 영국 귀족 계급, 대중적이지 않은 옥스포드라는 특별한 기관에서의 집단과 개인으로서의 생활 방식 등을 그것도 아주 세세히 다루며 진행해나가고 있다. 또한 청춘들의 연애사, 성장통, 동성간 우정, 종교, 결혼 등 하나에 집중하지 않은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 어디에 촛점을 맞춰야 할지 끝까지 결정을 못하며 읽기를 마쳤고 다 읽은 후 해설을 참고하여서야 이런 주제들이 모두 다루어졌구나 이해할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이유에서일까. 1981년 영국에서 ㅇ이 작품이 TV 시리즈물로 만들어졌을 때 그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출간된 해가 1945년이라는 연도에서 짐작되듯이 이 소설이 출간되었을 시기는 2차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의 복판에 있던 시기이고 거의 모든 사람이 신체적 정신적 배고픔에 시달릴때였으며 작가인 에벌린 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1920, 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중상위층 사람들의 얘기가 사람들에게 어떤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던 것일까. 이 소설에 대한 해설을 보면 이것을 성냥팔이 소녀가 눈보라 속에서 성냥불을 켜서 잠시라도 추위와 배고픔을 잊는 것에 비유해놓고 있다. 이 소설이 그당시 눈보라속 성냥불 역할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자유분방한 옥스포드에서의 생활, 아슬아슬할 정도의 청춘, 하지만 지켜야할 종교와 도덕, 자유가 도덕과 종교의 범위를 넘어갔다고 하는 판단이 이후 이들이 스스로 자기 인생을 꾸려나가는데 어떤 영향으로 작용을 하는지. 참으로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여러 가치관과 잣대의 충돌을 저자는 자기 인생에서 겪었고 그것을 스스로 대표작이라고 말하는 이 소설 속에서 드물게 개정판까지 내며 정리해보려고 한 것 같다. 1981년에 TV영상물로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이후로도 다른 해석과 다른 방식의 시도의 여지가 많아보인다. 찰스가 브라이즈헤드를 재방문하게 된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재독, 재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2019년 가을, 나는 수십년 만에 나의 이십대 후반과 삼십대 초반을 보내던 곳을 혼자 다시 방문해본 적이 있다. 갈때만 해도 반갑고 그리운 마음이었는데 막상 기차에서 내려 그곳의 지역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보는 순간부터 나는 발걸음이 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보는 듯 마는 듯 서둘러 둘러보고는 다시 돌아오는 기차를 탈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차마 당당하게 둘러볼 수 없는 마음에 웃음대신 눈물을 흘렸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시 찾은 ○○○』모두 이런 곳, 이런 시기를 마음 속 한켠에 갖고 있지 않을까. 차마 아무때나 꺼내볼 수 없는 그런 브라이즈헤드가.

참으로 마음 복잡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언젠가 재방문 해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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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9-30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마음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저도 버스 한번만 타면 내 어란시절 옛동네를 갈수있는데 여태 못 가고 있습니다.ㅠ

hnine 2021-09-30 13:27   좋아요 1 | URL
개인적인 감상이 섞여들어가니까 일단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읽게 되더라고요 ㅠㅠ
작가가 이 작품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아주 많았구나...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게 다 전달되지 않거나, 잘못 또는 일부만 받아들이거나 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작가도 알았을까요? 내고나서 한참 후에 기어이 개정판을 내고 말았으니까요.

blanca 2021-09-3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읽어봐야겠네요. 이런 이야기 좋아해요. 책 소개 감사해요. 그런데 번역이 괜찮나요? 궁금합니다. 번역 얘기가 있어서요.

hnine 2021-09-30 13:38   좋아요 0 | URL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포인트를 잡지 못해서 읽는데 한참 걸렸어요. 번역이 잘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번역하는 사람이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은 여러번 했답니다. 옥스퍼드의 학제, 기숙사 생활, 건물 양식, 그림 양식, 역사적 배경때문에 인용한 부분 기타 등등, 주석 붙은 곳이 너무나 많아요. 책 한권 속에 주석이 386번까지 달려있어요. 다 읽고 넘어갈 필요없다고 해도 그러자니 찜찜하고요. 그리고 영국 작가라서 그런지 직접적인 묘사보다 인물의 심리나 상황을 비유해서 표현하는데 아주 능숙한 사람이라서 제가 놓치고 그냥 읽어넘어간 부분도 많을거예요.

다락방 2021-09-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궁금하네요. 생각보다 쪽수가 많지만(6백쪽이 넘네요!0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어쩐지 저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hnine 2021-09-30 13:46   좋아요 3 | URL
초반부는 주인공 찰스가 그의 동급생 서배스천에게서 동성간 매력을 느끼고 끌릴수밖에 없는 관계, 그것을 통한 정신적 성장 이런쪽으로 촛점을 맞추고 읽으면서 얼마전에 읽은 <위대한 몬느>,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지성의 양식> 이런 작품들을 연상했는데 중반 너머로 가서 주인공의 결혼, 헤어짐, 상대방에 대한 가책 등으로 고민하는 부분을 보면 마치 톨스토이의 작품에서처럼 도덕과 종교와 양심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더 부각되는 것으로 보였어요.
혹시 읽으시게 된다면,
1. 한번 읽을 때 50쪽 이상은 읽을 수 있을때
2. 책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상황일 때
그럴때 읽으시는게 좋지 않을까 해요.
저는 워낙 슬렁슬렁, 어떤 때는 한번에 100쪽도 읽지만 어떤 때는 겨우 서너쪽 읽고 덮기도 하고 그런 식이라서요.

scott 2021-09-3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벌린 워의 한 여름 방학 같은 청춘이 느껴지는 이 작품 가장 좋아합니다 ^ㅅ^

hnine 2021-10-01 05:24   좋아요 0 | URL
제목에 끌려 선택했을 뿐 저는 처음 보고 듣는 작가였어요. 영국 작가인데 미국에서의 대중적인 인기 얻는데도 성공적이었다고 하네요. 한 여름 방학 같은 청춘 같은 느낌으로 읽기 시작하다가 뒷 부분에는 내가 뭘 놓치며 읽어왔던가 하는 의심을 슬슬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답니다. 재방문을 부르는 작품 중 하나가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실제로 다시 읽어보는 소설이 몇권 있어요. 읽을때마다 느낌이 같지 않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1-09-30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인님 마지막 단락 문장들이 종일 맴돌았어요.
오전에 나인님의 리뷰 읽고 이제사 댓글 다네요.
저도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위에 스콧님도 좋다고 하시니~^^
편안한 밤 되시옵소서♡

hnine 2021-10-01 05:33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도 그런 장소가 있으신가요? 저는 그곳을 다시 방문했을때의 그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전혀 예상못한 반응이 왔거든요. 저의 지난 시절, 그때의 제가 저만치 영상을 보듯 다시 보이더라고요. 그런 느낌을 이렇게 작가는 작품으로 써내겠지만 저는 그냥 느낌으로 붙잡고 있을 수 밖에요.
(아들이 늦게 들어와서 편안한 밤 못보내고 말았네요 ㅠㅠ)

scott 2021-10-08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이달의 당선 추카~~
10월에 포스팅 많이 올려 주세요

주말 행복하게 ~

그레이스 2021-10-08 18:19   좋아요 1 | URL
저두요 축하드려요

hnine 2021-10-09 06:25   좋아요 1 | URL
Muchas Gracias.
Feliz fin de semana.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서니데이 2021-10-08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hnine 2021-10-09 06:25   좋아요 2 | URL
감사드려요. 별로 부지런히 쓰지 못한 달이었는데 부끄럽네요,

페크pek0501 2021-10-1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리옵니다. 저는 이거 타 본 지가 한참 된 것 같아용. ㅋㅋ
꾸준한 독서와 꾸준한 리뷰 쓰기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봅니다. ^^

hnine 2021-10-11 15:32   좋아요 1 | URL
주시는 상이니 감사히 받지만 요즘 저도 책읽기 많이 못하고 있어요.
책읽는것 여전히 좋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어 보이는 일 있으면 언제든지 뛰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해요 ^^
할수만 있다면 직접경험이 찐 아니겠나 해서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가을을 잘 보내시기를 바랄께요.
 



추석 전날 차례 음식 준비.

이번 추석엔 가족들 내려오지 않고 우리 부부만. 












추석 당일도 비가 오더니 추석 다음날인 연휴 마지막 날은 오후에 날씨가 좋아졌기에 가까운 갑사 산책으로 마무리.





















곧 아버님 어머님 제사도 다가오는데 그때도 우리 부부만 지내게 될까.

이 코로나가 언제 진정되나....









책은 한자도 안 읽은 추석 연휴.

붙잡고 있던 책이 별 재미 없기도 하고, 요즘 새로 시작한 것에 재미들려 책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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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9-23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새로 시작한 것의 재미...? 그림 그리기 말씀하시는 건가요?ㅎ
이번 추석은 좀 쓸쓸하셨나 봅니다.
저희는 늘 조용하다 올핸 조카놈 둘과 언니가 와서 복작거렸는데 그래도 힘들더군요.
그림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고 보기 좋네요.^^

hnine 2021-09-23 12:19   좋아요 0 | URL
추석 당일엔 쓸쓸하기보다 여유로와 좋다싶었어요. 아무래도 준비하는 입장이다보니 일단 간소해지니 편했지요.
그런데 추석 다음날은 좀 허전하기도 하더라고요. 북적이면 좀 조용했으면 싶다가, 너무 조용하니까 북적거리던 때가 생각나고, 사람 마음이 이렇지 뭡니까. 그래서 잠깐 바람이라도 쐬자고 나갔다 왔는데 아직 단풍은 멀었고요, 감도 막 익어가는 중이고요.
새로 시작한 것은 그림은 아니고 스페인어인데요 순전히 재미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아무 목적없이 시작했더니 부담 제로, 재미 만끽이네요.

잘잘라 2021-09-23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갑사 감나무 사진 좋아요.
거미줄 사진은 더 좋구요.
오오~
제일 좋은 건 에이치나인 님 그림입니다.
뒷모습만 공개하셨나 싶어 섭섭했는데
마지막에 똭~
뭔가 못마땅하면서도 개구진 상상을 하는 느낌이예요.
쓸쓸하면서도 귀여워서 자꾸 생각나네요.

hnine 2021-09-23 17:58   좋아요 1 | URL
저런 만화풍 그림은 끄적거리는걸 좋아해서 평소 여기 저기 낙서처럼 그려놓곤 해요. 지우고 다시 그리는 성의도 없어요. 그냥 한번에 팍!
뭔가 못마땅하면서 개구진 상상을 하는 모습은 딱 제 모습이랍니다. 잘 보셨어요 ^^
잘잘라님 그림도 또 보고 싶어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 여러 가지를 다 시도해보는게 재미있는것 같아요.

scott 2021-09-2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이님 드로잉 시작 하신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는데 !
새로운 외국어 공부
멋집니다

공부 일지도 조금씩 올려 주세요

거미 줄 사진! 예술!

hnine 2021-09-23 18:00   좋아요 0 | URL
에구, 저게 드로잉 수준이나 되나요. 제가 좋아하는, 완전 hnine 수준의 낙서같은 그림입니다. 재미로 올려봤어요.
스페인어에 관심이 있던 것도 전혀 아니었는데, 어느 날 그냥 아무 목적 없이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계속 하고 있네요. 남편도 함께 하니까 쉽게 포기하지도 않을 것 같고요. 한번 갈때까지 가보겠습니다~

난티나무 2021-09-24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좋아요!!!!!!

hnine 2021-09-24 04:57   좋아요 0 | URL
그냥은 영 재미있는 일이 안생기다보니까 재미있겠다 싶을 일이면 찾아서 해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귀엽게 봐주세요~^^

blanca 2021-09-3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 꽃 이름이 궁금합니다. 너무 이뻐요.

hnine 2021-09-30 13:23   좋아요 0 | URL
천일홍이랍니다. 예쁘죠?
떨어진 꽃 송이 몇개 가방에 넣어와서 책상위에 한동안 두고 보았네요. 저렇게 그림 위에 놓아보기도 하고, 연필깍기 구멍 위에 꽂아놓기도 하고요.
 


솔직히 식물은 그들이 자라는 곳에서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식물원이나 정원에 모여있다고 해서 식물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그것도 좋다.

영국에 가서 혼자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도 '왕립큐가든'이었고, 몇 시간을 걸어다녀도 하루에 다 볼수 없다는 것, 식물이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을 생전 처음 본 것 같은 놀라움에 디지털 카메라가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던 시절 필름 카메라에 필름을 몇번 갈아끼우면서 사진을 찍었던 것을 기억한다.


집에서 차로 30분쯤 가면 있는 세종시 연기면 수목원로 136 '국립세종수목원'. 

2020년 10월에 개원을 해서 벌써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코로나때문에 주저하다가 지난주말에서야 사전 예약후 다녀올 수 있었다. 










세개의 꽃잎 모양으로 이루어진 저 건물로 들어가면 열대온실, 지중해온실, 특별전시온실 이렇게 세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일 볼게 많은 건 열대온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큼직하고 색깔 확실한 이국적인 꽃들이 눈길을 끈다.





손바닥만한 꽃.





어린왕자 소설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 (Baobab tree) 는 실제 아프리카 건조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





몸통이 물병 모양을 닮아서 이름이 물병나무 (Bottle tree).










박주가리과의 큰서각.





이건 우리 집 마루에도 있는 식물인데.






말로만 듣던 파파야.










형태는 기능을 설명한다. 식충식물. 

영양이 부족한 지역에서 자라며 동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진짜 꽃은 저 붉은 부분이 아니라 그 안에 있다.











바나나나무

잎이 커서 사진 하나에 잎 하나가 다 들어오질 않는다.

바나나 열매야 잘 알지만 바나나 꽃은 여기서 처음 봤다 (사진에는 없음).






박쥐날개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검은박쥐꽃.

동물이름이 들어가있는 식물이름이구나.

말레이지아가 원산지이다.






이 식물 잎 부분을 가까이 찍어서 그날부터 내 휴대폰 바탕화면으로 지정해놓고 혼자 만족.










특별전시실에서 전시중인 씨앗의 전자현미경사진이다.

전자현미경에는 SEM과 TEM 두 종류가 있는데 SEM으로 찍으면 저렇게 입체적인 형태를, TEM은 단면층과 같은 평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학교다닐때 전자현미경 사진을 보면서 디자인 하는 사람들이 이런 자연의 형태를 작품 디자인에 응용하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공모전도 있고 전시회도 종종 열리고 있는것을 본다.






수목원내의 한국전통정원이라고 꾸며놓은 곳으로 창덕궁 후원을 재현해놓았다고 하는데 급조한 느낌이 나서 아쉬움이 남은 곳이다.





일단 저렇게 네모 반듯한 주춧돌이 영 어색하다.



만들어진지 이제 1년밖에 안되어 완전하진 않아도 정성이 많이 들어가있고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코로나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은 곳일거라는 기대감을 안긴다.


열대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버지.

좁은 마당에서도 각종 선인장 화분하며 바나나 나무까지 구해서 키우셨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식물원 열대온실에 부겐베리아가 활짝 피어있는 아래를 걸어지나자니 지금도 친정 가면 돌봐주던 주인은 안계서도 아파트 베란다를 채우며 잘 자라고 있는 부겐베리아가 생각났다.


언젠가 저곳을 맘껏 들락거리며 마련된 행사나 전시, 교육프로그램등에 참여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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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1-09-1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근처에 너무 멋진 공원이 있네요.저도 가보고 싶습니당^^

hnine 2021-09-14 04:31   좋아요 0 | URL
한번 오세요~

scott 2021-09-1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요기 초딩때 소풍으로 갔던 곳!
한국 전통 정원이 생겼네요
어딘가 인공미가 느껴집니다 ㅎㅎ

영쿡 큐가든이라면 울프여사의 작품에도 나오는 그곳!

남산 식물원도 멋지게 바뀌었는데
코로나 발발한 이후에도 못 가 봤습니다

제가 어렸을때 엄청 키우고 싶었던 식물이 식충 식물인데 이 식물 키우기 힘들어서(실상은 우리 집 마당에 벌레가 없어서) 벌레를 못 먹으니 굶어서 시들하다가 죽더군요




hnine 2021-09-16 05:12   좋아요 0 | URL
scott님이 초등학생이었을때 식물원은 생기기 전일텐데 이곳은 어떤 곳이었을까요? 궁금해지네요.
영국에서 빠져든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박물관 미술관보다 제일 머물고 싶도록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큐가든이라고 말하겠어요.
남산식물원이야말로 제가 어릴때 가보고 못가본 곳인데 아직도 있다는 것도 scott님께서 언급해주셔서 떠올리게 되었네요.
식충식물은 역시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 저희 아들도 어릴 때 키우고 싶어해서 사와서 키운 적 있어요. 그런 동식물이 하도 많아서 그 결말이 어떻해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나네요 ㅠㅠ 벌레를 먹는 것은 주위에 영양이 부족할때라고 해요. 벌레만 먹는 것은 아닌가봐요.

비로그인 2021-09-16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겐베리아 사진을 찾아봤어요 실물보다는 못하겠지만 아름다움이 느껴지네요 저희동네엔 정원을 예쁘게 가꾸는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많이 계세요 작은 화분이라도 옹기종기 예쁘게 관리하시는 모습을 지나갈 때마다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식물을 가꾸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항상 경건해지고는 해요

hnine 2021-09-17 05:35   좋아요 0 | URL
하늘하늘한 분홍 꽃잎이 꼭 종이로 만든 꽃처럼 팔락거리는 꽃이지요? 가지는 덩쿨처럼 자라고 꽃 색깔은 분홍에서 보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있더라고요. 제 아들 말이 화분이나 식물은 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더 좋아하냐고 하던데 예전에 저 자랄때는 아버지께서 화분이나 식물을 그렇게 좋아하셔도 관심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 점점 달라지더라고요. 말 못하는 식물이라고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말을 하고 있고 표현을 하고 있고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는걸 눈여겨 보게 되고요.

서니데이 2021-09-1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사진 올려주셔서 멀리 가보지 않고도 잘 구경했어요. 손목의 팔찌에 시간이 표시되어있는데 관람시간이 정해져있는 곳인가봐요. 바나나꽃은 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나무가 커서 그런지 꽃도 생각보다 컸어요.
hnine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hnine 2021-09-18 05: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1-09-1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에서 보고 사진을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직접 서재로 왔어요. 멋집니다. ^^

hnine 2021-09-19 01:19   좋아요 1 | URL
식물원, 수족관 이런데 가보면 새삼 이 세상에 참 다양한 생명체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나 중심 생각에만 빠져살던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기회를 갖게 되는게 좋아요.
제가 사진으로 담은 것은 일부이고 그리 대단치도 않은데 함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고귀한 일상 - 일상에서 발견하는 생명과 존재의 아름다움
김혜련 지음 / 서울셀렉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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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전작을 각별한 느낌으로 읽었었다.





<밥 하는 시간>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였다.

이번에 새로 나온 에세이의 제목은 <고귀한 일상>.

밥 하는 시간과 같은 결의 이야기가 담기었겠구나, 제목을 보는 순간 감이 왔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였던 그녀는 마흔 후반에 하던 일을 접었고 오십 초반에 경주로 내려가 자기가 살 집을 짓고 밭을 갈며 살고 있다. 그러기까지 방황의 얘기가 <밥 하는 시간>이라는 책 속에 있었다.

온통 찾다가 돌아오니 처음부터 이미 저절로 다 있는 것을 이제 안다. 그리하여 답할 수 있다.

'그냥 살 뿐.' (28쪽)

하루 24시간을 피자 조각 나누듯이 네 조각, 아니 여섯 조각, 여덟 조각으로, 그 한 조각을 다시 두 조각으로 나누며 살아버티던 시게에서, 갑자기 하루 24시간이 한 덩어리로 주어지며 알아서 쓰라고 던져진 때가 찾아왔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인생의 룰 이랄까 그런 것을 다 뒤집어 엎고 새로운 제2의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살면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 그렇게 갈구하던 나만의 자유 시간이 자유가 아니라 형벌처럼 느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할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직접 그 질문에 부딪히게 되었다.

'늘 하던 일 하고 싶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지 않아.'

특별한 일이 따로 없다는 걸 온몸이 아는 거지.

하루하루 일상 그것이 특별함인 거지.

혼자 밥을 먹으며 이 특별한 일상이 기적 같다고 느낀다. (47쪽)

어제와 같은 이것이 그냥 시시한 반복, 아무것도 안일어남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특별함이고 고귀한 것임을 나이들며 알아간다. 특별한 일을 찾던 눈과 마음이 다시 나 있는 자리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공백에 대한 두려움, 고요에 대한 두려움, 혼자를 대면하지 못함.

《중세의 가을》에서 요한 하위징아 (Johan Huizinga)는 '공백에 대한 두려움'을 정신적 발전이 끝나 버린 시대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현대인은 공백을 못 견뎌 한다. (53쪽)

특별히 더 중요하고 집착해야할 것이 없다. 매일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이것이 다 중요하고 고귀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한 순간에 온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뿐.

내 생각은 고귀한데 나의 일상은 천박하다. 이 사실을 깨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고귀한 생각을 하는 꽤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실제 삶 속에서 나는 봐주기 힘들 만큼 천박했다.

난 평생 그럴듯한 삶을 꿈꾸면서 그 근원이 되는 것들은 죄다 무시하고 살았다. (70쪽)

'사소한 것을 고귀하게 하라' 라는 소제목 아래 세쪽에 걸친 글은 읽고, 한번 더 읽었다.

내 생각이 어떤 대단한 생각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의 삶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을뿐. 다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이다. 내 생각이 아주 유별난 생각은 아니구나, 혼자 이상한 곳으로 와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안심이랄까.

아직도 배움이 많이 필요하고 아직도 덜어낼게 많은 삶이다. 채운게 뭐 있다고 덜어낼게 있냐는 생각은 적어도 하지 않을 겸손함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책은 금방 읽었는데 리뷰를 바로 올리지 못했다. 리뷰의 성격으로 쓰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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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4 0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9-0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밥을 먹으며 이 특별한 일상이 기적 같다고 느낀다. (47쪽)
: 이 글을 읽으니 어느 책에서 읽은 - 행복하게 해 줄 것들을 이미 갖고 있는데 다만 행복을 느끼지 못할 뿐이라는 - 글이
생각납니다.

hnine 2021-09-05 05:29   좋아요 1 | URL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이 말도 지금 막 생각나네요. 이것도 아마 어디서 읽은 것 같은데, 같은 맥락이겠지요.
다 시시해졌다는 말은 어떤게 더 특별히 중요하고 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의미했는데 읽으시는 분들도 그렇게 받아들이시는지 궁금해져요.

서니데이 2021-09-05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요즘 생각하게 됩니다.
전에는 잘 몰랐거든요.
커다란 상장 같은 목표도 좋지만, 매일의 날들도 바꿀 수 없을 시간 같아요.
hnine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hnine 2021-09-05 23:40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 오랜만에 바깥 외출을 하고 왔답니다. 가까운 수목원에 다녀왔어요.
신기한 식물들 많이 보고 사진도 많이 찍고, 날은 잔뜩 흐린 날이었지만 마음은 개인 날이었어요.
매일의 날들을 새로이 바라볼 수 있는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이미 새로 시작된 날 자체가 새로운 일이라는 걸.
 
소피의 선택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7
윌리엄 스타이런 지음, 한정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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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Hobson's choice 라는 말이 있다. 'to have no choice at all' 을 뜻하는 것으로,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소피의 선택, 이 책의 여정을 다 끝내고 제목의 소피의 선택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되었고 (소설의 거의 끝무렵에 밝혀진다), 혹시 이 소설때문에 이후로 소피의 선택이라는 말도 Hobson's choice처럼 어떤 특수상황을 의미하는 관용구로 쓰이고 있나 궁금해져서 google에서 찾아보았다. 

1979년 발표된 이 소설에서 유래하여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하는 경우를 일컬는 경우에 사용된다고 한다. 어떤 것을 선택해봤자 결과는 다른 하나를 선택했을 때보다 나을게 없는 경우를 말한다. 

윌리엄 스타이런은 25살에 첫 장편소설 발표부터 문단의 호평을 받는다. 소피의 선택은 그의 네번째 장편소설로서 1979년 그의 나이 55살때 발표하여 다음해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하였고 몇년 후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인 '스팅고'가 화자로 등장한다. 작가를 꿈꾸고 있는 스팅고는 대학을 졸업한 후 출판사에 취직하였다가 사표를 내고 전업작가로 나서기위한 습작 생활에 들어간다. 뉴욕의 작은 공동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다른 방 사람들중 소피 그리고 그녀의 애인인 네이선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된다. 소피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폴란드 여자이고 네이선은 유태계 미국인이다. 난민수용소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미국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소피를 네이선이 도와주었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소피와 네이선은 둘 다 정신적으로 불안하여 언제 어떤 일을 일으킬지 모르는 상태이며 특히 네이선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증 상태이며. 이들 사이에 있는 스팅고 역시 자신의 정체성과 작가로서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며 인간 관계 맺음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상태로서 소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괴로와하고 네이선에 대해서도 묘한 연민과 매력을 느껴서 더욱 복잡한 심리 상태를 보인다. 

네이선이 발작을 일으키고 소피에게 변태적인 행위나 가학행위를 한후 그녀를 떠날때마다 스팅고는 혼자 남은 소피가 무너지지 않도록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주며 그녀가 털어놓는 과거 얘기를 들어준다. 마치 참을성 있는 고해신부처럼.

이 소설은 작가의 개인적인 작가로 일어서기까지의 방황과 불안, 그의 가족사와 관련된 미국 노예 제도에 대한 작가적 분석, 그리고 나찌의 유태인 학살에서 보인 잔혹성과 광기에 희생되는 인간의 파국의 양상이 두개의 큰 줄기를 이루며 진행된다.

민족과 국가의 선택과 결정이 개인의 운명에 어떻게 관여하고 어떤 모습의 파국으로 몰고 가는지,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죄악의 모습과 광기는 모두 우리 인간에 내재하고 있는 악마성에서 비롯됨을, 복잡한 인간 관계와 심리 상태, 변태적인 행위와 가학 행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국가의 차원에서 그리고 개인의 차원에서.

소피에 대한 네이선의 비정상적이고 가학적인 애정 행위, 그런 네이선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소피의 이해 불가한 심리, 그 사이에서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려는 강박을 보이는 스팅고는 읽는 내내 이 작품에 대한 나의 판단을 어렵게 했고 혼란스러웠다. 이 정도 수위의 묘사가 이 정도 분량이나 작가에게 꼭 필요했을까 마지막까지 결론을 못내리고 책장을 덮었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졌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독자가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서도 작품에 대한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짐작이다.

소피의 욕망도 나처럼 끝이 없었으나, 거기에는 다소 복잡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원초적인 욕망이 컸을 것이고, 또한 성교를 통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와 그 고통에서 벗어나 망각으로 빠져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죽음을 물리치려는 격렬한 싸움이 지칠 줄 모르는 성욕으로 나타났던 것 같기도 하다. (2권, 444쪽)

스팅고가 말하는 위의 대목을 겨우 찾아 작가의 변을 들은 셈 친다. 

윌리엄 스타이런은 말년에 꽤 오랫동안 심한 우울증으로 시달렸고 그의 아버지 역시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던 집안 내력이 있다. 


두권에 걸친 분량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을 부분을 두툼한 책의 말미에서 발견했다. 스팅고가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다음과 같이 쓴 부분이다.

질문: "아우슈비츠에서, 신은 어디 있었는가?" 

대답: "인간은 어디 있었는가?" (2권, 474쪽)

또하나의 질문으로 답할 수 밖에 없는 대답.

신의 존재를 묻기 앞서 인간인 우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냐고 묻는 지적인가.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다음과 같은 시구절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차가운 모래 아래서 나는 죽음을 꿈꾸었으나

새벽녘에 깨어나 보니

밝은 새벽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이날은 심판의 날이 아니었다. 아침일 뿐이었다. 아름답고 빛나는 아침. (2권, 4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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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8-27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적당한 선에서 보여주고 묘사해도 충분히 이해할 텐데
유난히 그런 것에 집착하는 감독이나 작가들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런 거 보면 좀 사디즘이란 생각도 들어요.
이 작품 영화나 책으로든 함 볼까 했는데 좀 괴로울 것 같아서 볼 수 있을까 싶어요.ㅠ

hnine 2021-08-28 05:37   좋아요 3 | URL
작가가 젊은 시절 쓴 작품도 아니고 실력을 인정받은 후 발표한,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겠기에 더 집중해서 읽었는데 저는 마지막까지도 작가의 의도에 공감을 다 하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있었답니다.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런 작품들을 어찌 제가 다 이해할 수 있겠어요 ^^
죄악을 저지르는 것도 인간, 죄악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인간. 인간은 천사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천사이면서 또 악마이기도 한 이중적 존재, 다중적 존재인 것 같아요.

scott 2021-09-1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이님
추석연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ʕ ̳• · • ̳ʔ
/ づ🌖 =͟͟͞͞🌖
해피 추석~

hnine 2021-09-22 05:50   좋아요 0 | URL
남편과 둘이서, 오붓하고 한적하고 조용한 추석을 보냈어요.
scott님의 추석도 평화로왔기를...

coolcat329 2021-11-08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읽으면서 네이선의 상식을 벗어난 폭력과 행위, 스팅고의 그 집착에 조금 불편함을 느꼈어요.
다만 유대인으로서 피해자라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네이선에게도 본인이 그토록 경멸하는 폭력성 잔인함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품고있는 이중성의 아이러니를 보여준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hnine 2021-11-09 06:07   좋아요 1 | URL
읽으면서 참 고민 많이 하며 읽었는데, 인용해놓은 부분을 읽으며 제 고민의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답니다.
인간인 우리도 우리 자신을 이렇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 그런 우매함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지만, 죽음을 꿈꾸면서도 다음 날 다시 찬란한 아침을 맞는 그 우매함때문에 극복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요. 아이러니지요.
읽는 동안 좀 질리기도 해서, 많은 분들이 영화를 추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볼 생각을 안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