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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예를 들어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도와는 다르게 말실수를 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것을 상대방이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면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최소한 그런 말실수에는 서로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 좋다. 우리가 열 마디를 하면 그중에서 쓸 데 있는 말은 사실상 한두 마디밖에 안 되기 마련이다. 즉, 그 한두마디가 나오려면 쓸데없는 말 여덟 마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인간관계도 꼭 그렇다. 열 사람을 만나면 마음에 드는 사람은 한두 명이 고작이다. 그런데 내가 만나는 열 명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모두 완벽하게 성공해야 한다고 바란다면, 그보다 더 피곤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실수와 단점에 대해 여유로워진다면, 일도 인간관계도 더 담백해지지 않을까 싶다.
p.54
나는 그에게 "우리 모두 이번 생은 처음입니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실수하고, 넘어지고, 상처 입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에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처음 하는 일도 잘해내는 존재는 신밖에 없습니다. 신이 아닌 우리는 자기중심을 꽉 잡고 단지 한 걸음씩 떼어놓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지도 모릅니다."라고 이야기해주었다.
p.67
관계를 맺는 데는 상대방이 나를 만만하게 볼 정도로 '올인All in'할 필요는 없다. 흔히 하는 말로 '내가 있고 나서 세상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가 올인한다고 해도 그것을 올인으로 받아들이거나 알아주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의 일부만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상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데, 상대는 나를 완벽하게 이해해주고 감싸주지 않는다고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p.107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자책하는 이유도 자신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지나친 기대치에 사로잡혀 있는 한, 우리는 그 덫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그것이 끊임없는 자기 비하와 원망으로 이어지면, 결국 인생 자체가 불행해진다.
p.109
많은 사람이 사회적 상황에서 적절한 반응을 보여야 할 때 그러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민을 한다.
그러고는 꼭 집에 가서 잠자리에 누웠을 때에야 적절한 응수가 떠올라 속이 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런 현상 역시 인간의 생존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모욕을 당했을 때 곧바로 반격하면 자칫 싸움이 커질 수 있고, 싸음이 커져 죽기 살기로 덤비다 보면 생존 게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p.254
단지 약간의 여유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당위성의 횡포에서 벗어나 조금은 자유로워지는 것, 나에게는 어떤 스트레스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 등이 마음 에너지를 보충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더해 가능한 한 하루 5분이나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자신의 내면과 솔직하게 직접 마주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다.
p.285
양창순, <담백하게 산다는 것> 中
+)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사람이다. 이 책은 우리가 '담백한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저자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인간 관계에서든, 자기 자신에게든 좀 더 담백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조언한다.
자기 자신을 지키고자 타인의 비난에 대해 적당히 무시하고, 모든 인간관계에 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컴플렉스를 버리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 그리고 이왕이면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거리두기가 필요할 때는 과감히 시행하고 인생을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것. 나 자신을 '디스'하며 상대가 나를 존중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나부터 나를 챙기고 사랑하는 것.
이런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의 말처럼 삶을 살아갈수록 더 지치는 기분이다. 하지만 내 삶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버릴 것은 버리며 담백하게 인생을 살아가자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의 행복을 위해 끝없이 노력할 것을 권하는 저자의 말에도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