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목요일 밤, 교실 창밖으로 화단을 내려다보니 목련인지 매환지 하얀 꽃송이가 비에 젖어 바닥에 쓰려져 있었는데, 그게 꼭 쓰다 버린 휴지 같았습니다. 분명 가까이 다가가 보면 저마다 고운 이름을 가진 꽃잎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댁의 귀한 자녀의 담임을 맡은 3학년 O반 담임교사 느티나무라고 합니다. 부모님들께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저는 국어 과목을 담당하고 있고 올해 경력 11년차, 고 3담임은 세 번째인 비교적 젊은 남교사입니다. 저는 매를 잘 들지는 않지만, 성격은 꼼꼼하고 진지해서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덕천동에서 쭉 자랐고, 지금도 화명동에 살고 있는지라 이 동네가 아주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전임지인 OO고에서 올해 3월에 OO고로 발령이 나서, 지금의 환경과 아이들이 조금 낯설긴 하지만 대신 새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가 서 있습니다.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 기분이야 늘 설레고 기쁘지만, 올해는 새로 온 학교의 3학년을 맡아 마음이 조급하고,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OO고에 오기 전부터 OO고 3학년들이 성적도 뛰어나고 생활도 반듯하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소문처럼 반듯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담임으로서 기쁩니다. 그렇지만, 이런 학생들이기에 더 잘 가르쳐서 졸업할 때 모두가 원하는 곳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게 됩니다. 아이들의 지금 이 마음과 태도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담임으로서 최선을 다해 녀석들을 보살피겠습니다.

   우리 반은 모두 45명인데 보통 교실보다 훨씬 큰 교실을 사용하고 있어서 생활하는 데 그리 큰 불편은 없을 듯합니다. 또 제가 상주하는 교무실 옆에 저희 반 교실이 있어서 늘 아이들의 상황을 살펴 볼 수 있으니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덜합니다.

   아침 등교는 7시 50분. 그때까지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대체로 ‘순둥이’들이라 별로 큰 탈 없이 제 시간에 오고 아침 영어듣기부터 정상 수업, 보충수업, 자율학습을 잘 해오고 있습니다. 보충수업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주일에 모두 10시간을 본인이 선택한 수업에 듣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은 6시 40분부터 7시 30분까지입니다. 자율학습은 10시에 끝나는데, 우리 반에서는 예체능 진학 희망과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 6-7명이 불참하고, 교실에는 대략 서른다섯 명 정도가 남아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정독실은 11시까지고 성적순이라 우리 반 참가 학생은 두 명입니다.) 토요일에도 휴무일 없이 학교에 나와서 5시 20분까지 자율학습을 합니다.

   앞으로 3월의 중요한 일정으로는 11일에 학력평가가 있습니다. 3학년이 된 자신의 학력을 진단하는 의미가 큰 시험입니다. 자기의 실력을 정확히 알고, 학습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격려해 주십시오. 아마 시험 치고 2주를 전후해서 성적표가 나올 예정입니다. (성적표 나오는 날에는 문자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13일은 3학년 학부모 간담회가 있습니다.[저녁 7시 30분, 시청각실] 그 때 오시면 귀한 아드님의 담임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후로도 학교의 중요한 연락 사항이나 학생의 개별 신상에 관한 내용은 휴대전화기 문자메시지를 이용해서 자주 연락드리겠습니다. 학부모님께서도 담임인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언제든 전화해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제 연락처는 010-OOOO-0219입니다. 학교전화는 OOO-2195로 하시면 됩니다.[수업 중엔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저는 늘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생활하는 꿈을 꿉니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물 먹은 휴지처럼 보일지라도, 한 걸음 더 다가가 살피면 그 자체로 온전하고 아름다운 꽃인 아이들이거든요.

   자주자주 편지와 문자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저는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낼 테니 학부모님들께서도 가정에서 건강하고 평안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지금까지 3-O반 담임 느티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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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3-1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학교 처음에 만들 때... 교실 배치랑, 시설때문에 저도 몇 번 갔습니다. ^^
초대교장샘이 교과교실엔 일가견이 있으셨죠. 돈문제로 좀 시시비비를 부르곤 했지만요.
즐거운 학교에서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학생부장인 저는,... 오늘도 무사히...하며 삽니다. ^^

느티나무 2009-03-12 09:54   좋아요 0 | URL
학생부장샘이시네요. 아...아직 한 번도 학생부장샘과 친한 적이 없었는데..언제쯤이면 이런 얄팍함도 가실까요?ㅠ 여기 학교 시간은 무척 빨리 갑니다. 전 좀 느리게 살려고요.(전에 학교는 약간 느슨한 분위기라 전 좀 의식적으로 팍팍하게 살았지만, 여긴 모두 팍팍하게 살아서요. 전 좀 느리게~)

드팀전 2009-03-1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고3이시군요.

느티나무 2009-03-12 09:58   좋아요 0 | URL
네. 고 3 담임입니다.^^;; 이건 뭐 완전 막노동이죠~!! 스스로를 살피기 위해서 여기에 가끔 글도 올리고, 의견도 여쭙고 하겠습니다.
 

   2009년이다.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을 하루, 한 달, 일 년으로 구분지어 놓은 건, 이런 구분을 통해서 시간의 변화를 확인함과 동시에 변화의 틀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심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새로운 출발이니 너희들도 새로운 결심, 새로운 행동, 뭐든 달라지고 싶다는 욕망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앞에 잔뜩 흐름의 새로운 변화라고 해 놓고, 지난 이야기를 하자니 좀 어색하긴 하다만 그래도 이 쪽지가 지금까지 보여준 일관된 흐름이 있으니 지난 번 모임으로 되돌아가 보자. 나의 서양미술 순례,가 읽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었지? 나도 너희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엔 그리 녹녹치 않은 문장과 행간에 배어있는 작가의 슬픔이 너희들의 마음에 전해지기 위해 필요한 작가의 가족사-가족사이면서 우리나라의 굴곡진 현대사겠지- 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했던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었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정말, 그게 다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그 책이 너희들이 읽기에 턱없이 어려운 내용이었을까? 우리는 작가가 전하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자 얼마나 노력했나, 한 번 읽고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면 다시 생각을 가다듬고 한 번 더 읽어봐야 하는 거 아닐까? 배경지식이 중요한 책이라는 힌트가 주어졌다면 적어도 작가의 가족사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애써야 했던 것은 아닐까? 정작 이런 자기 노력에는 게을렀으면서도 ‘책 내용이 어렵다’는 ‘변명’으로 일관한 것은 아니었던지 우려스럽다. 만약 그랬다면 그런 사람은 결국 언제나 그 ‘수준’에 머물고 만다. 자기가 책을 못 읽어내는 게 자기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어렵게 쓴 작가 탓이니, 다음에도 비슷한 책을 만나면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는 거 아닐까?

   모임 첫날부터 시작해서 토론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던 ‘듣기’ 문제도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다.(모임이 끝나가는 이 마당에 이런 얘기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우리 모임에서 제대로 배운 자세가 네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좋은 화자(話者)가 되려면 훌륭한 청자(聽者)가 되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했었는데, 모임에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니까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어지고,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쉽게 샌다. 지난 모임에는 잘 듣던 친구가 이번에는 영 아니고, 지난번에는 옆 친구랑 얘기하느라 남의 얘기는 거의 안 듣던 친구가 이번에는 잘 듣는 걸 보니, 특정한 학생의 듣기 능력 문제가 아니라, 모일 때의 마음가짐이 문제인 것 같다. (아울러 친한 애들끼리 어울려 앉는 건 좋은데, 그 친구랑 해야 할 얘기가 있다면 마치고 둘이서 하면 안 될까?) 그래도 다른 친구가 진지하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딴 책을 보고 있는 건 좀 너무 했다고 생각하지 않니? (난 깜짝 놀랐다구-세상에 이런 일이!)

   잔소리는 이쯤해 두고, 이번 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우리들의 하느님> 제목만 보고 종교에 관한 책이 아닌가 싶어서 거부감(혹은 반가움)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인간에게 종교는 왜 있나? 여러 답이 있겠지만, 결국은 인간이 올바로 살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거 아니겠나? 이 책은 사람이 제대로 살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인 깨달음에 대한 책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권정생 선생님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인데, 보통 우리가 흔히 아는 종교인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이 땅에서 교회가 보인 모습에 실망해서 교회를 비판하는 자세는 오히려 교회를 믿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매섭고 엄정하다. 그러면서도 이 분은 일상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굳건한 믿음에서 나온 빛나는 성찰이 돋보이는 책을 써 내신 분이다.

  너희들도 이런 생활글을 한 편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하고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라는 주제로 글을 한 번 써 보자. 1월 6일은 일찍 마치는 대로 바로 중앙현관에 모여서 어디를 좀 가려고 한다. 특강은 거기 가서 들을 거야. 아마 거기서 점심을 먹고 편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궁금한 건 묻기도 하고 그러자. 마치면 거기서 좀 놀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텐데 이야기의 일관된 주제는 - 어떻게 살 것인가? 좀, 추상적이지? 그렇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훨씬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가게 되리라고 믿는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기자! 
 

2009년 새해 시작부터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는 느티나무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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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1-0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한테도 밥을 주셨다던 바른 삶... 正生이란 제목의 '지식채널'이 있었지요.
지독한 몸살엔... 링거 맞고, 뜨끈한 아랫목에서 죽은 듯 자는 게 약입니다. ㅎㅎ
이제 40대죠? 한해 한해가 다를거요. 몸 건강 잘 챙기며 시작합시다.
방학 되면, 해콩샘이랑 밥이나 한끼 합시다!
아프지 마쇼. 진복이 옮을라~~ㅎㅎ

느티나무 2009-01-05 22:11   좋아요 0 | URL
네, 지식채널은 책으로 봤어요. 애들한테도 보여주려고요. 신기하게도 살면서 링거란 건 맞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직 마흔 되려면 훠~~~ㄹ~~~씬 남았습니다.(누구 때문에 동년배라고 착각하신듯 합니다.)이제 몸살 6일짼데, 이쯤 되면 슬슬 나아가야죠. 제가 진복이한테 옮아서.. 이렇게 된 거 같은데요.푸핫~! 아무튼, 글샘님도 건강하게 올 해 나시기를 빕니다. 올핸 학교를 옮기는데, 어디서 새로 시작하게 될지... 긴장과 설렘이 교차합니다.

글샘 2009-01-0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콩콩샘이 그렇군요. ㅎㅎ 올해 학교를 옮기시는군요. 어딜 가시든 아이들과 재미있는 삶을 살게 되실 것입니다. ^^
저도 요즘 일상적으로 알콜의존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휴=3=3
오늘 방학 했는데, 한 1주일 쉬니깐... 좀 낫겠죠.
 

   안녕^^ 친구들! 오늘 시험 마지막 날이다. 시험 결과와는 상관없이 일단 무사히 이 과정을 거쳐 왔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쁘지? 더구나 오늘은, 성탄 전날! 비록 썰렁한 분위기지만 그래도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는 성탄절! 또 지난 1년을 어떻게 살았나 되돌아보게 하는 연말과,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새해가 다가오니까, 누구나 다 마음속에 약간의 흥분과 설렘이 있는 것은 당 연할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축하, 축하!!^^

   오늘은 앞으로의 우리 일정에 대해서 먼저 얘기 좀 해야겠다. 12월 26일은 연극 보러 가는 날. 현재 신청자는 세 명(황정, 박정, 민아)이고, 마음이 바뀌어서 같이 가고 싶으면 내일까지라도 연락해 주면 좋지. 27일은 동아리 평가회가 교육문화회관에서 있는 거 알지? 다른 학교 학생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는지 소중한 기회고, 마지막 특강이라 꼭 오는 게 좋겠다. 우리 동아리 정기 모임은 30일. 학교 일정이 어떻게 짜여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9교시와 자율학습 시간에 활동하는 것으로 할게.

   우리 동아리 마지막 모임은 내년 1월 6일로 정했어. 마지막 모임은 우리 학교에서 하지 않고 특강을 들으러 갈 계획이야. 너희들에게는 진짜 특별한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다. 강사와 장소는 비밀! (진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모임에 꼭 와 줬으면 좋겠어!) 동아리 겨울캠프는 2월 6-7일로 생각하고 있단다. 장소는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금정산 속에 있는 학생수련원으로 생각 중이야. 거기가 한 달 전부터 예약이 되니까 내년 1월초나 되어야 구체적인 일정이 나올 것 같다. 2월 중에 발간할 예정인 동아리 활동지도 꾸준히 준비해야 너희들이 3학년이 되기 전에 받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 동아리 활동지를 만들겠다고 나선 사람은 두 명[엽이랑 정인]이니까 시험이 끝나는 오늘부터 얼른 준비를 시작해야 할까 봐.

   이제부터는 다음 모임 이야기. 다음 모임이 30일이란 얘기는 앞에서 했었지? 모임의 전체 진행자는 예전에 신청했던 김  엽. 아직 시험기간이라 엽이랑 어떤 주제로 생활나누기를 할지에 대해서는 의논하지 못했는데, 적어도 26일까지는 의논해서 주제를 알려주도록 하겠어. 혹시 그 전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엽이나 나에게 추천해도 되니까 망설이지 말아줘.

  『나의 서양미술 순례』읽기, 힘들지?(아직 안 읽었을라나?) 앞으로 너희들이 미술에 관한 책을 읽을 기회가 더 많을 테니까 차차 알게 되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은 여느 미술책과는 좀 다른 것 같더라. 그림을 선택하는 기준도 독특하고, 그 그림을 설명하는 방식도 보통의 미술책들이 보여주는 방식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술술 읽히는 문체는 아니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니까 내 마음 속에 글쓴이의 저릿한 아픔 같은 게 느껴지더라. 그러니까 사실 이 책은 미술에 관한 책이면서 사실은 미술책이 아닌 지도 몰라. 그림이나 조각은 하나의 도구였을 뿐, 화자가 마주한 것은 늘 그림 너머에 어른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으니까. [참고로, 이 번에 읽었으니까 세 번째 읽는 셈인데,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 책도 함께 읽으면 좋은데, 기억해 두었다가 졸업을 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서경식이 지은 책 중에『청춘의 사신』이라는 미술책,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라는 홀로 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태인의 흔적을 찾은 여행책, 『소년의 눈물』이라는 독서에 관한 수필집 등이 있는데, 모두 훌륭한 것들이니 꼭 챙겨서 읽도록 하렴. 아울러, 그 형들이 지은『서준식의 옥중서한 1971-1988』과 『서승의 옥중 19년』이라는 책도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물론 그 자체로도 훌륭한 책이고.) 그러나 지금 당장은 우리한테 그만큼의 시간이 없으니 서경식의 형들이 당했던 사건에 대해서 간단히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해 오는 걸로 대체하고자 한다. 만약 아직 이 책을 안 읽었다면 먼저 위에 나오는 인물들을 검색해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알아보고 책을 꼼꼼히 읽는 것도 좋겠다.

   다음으로 이 책의 그림들 중에서 네 마음을 조금이라도 흔들었던 그림이 있다면 그 이유를 말하는 것으로 주요 활동을 하고 싶다. 그 그림을 보고 들었던 네 마음의 울림이라든가,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을 때 들었던 느낌, 이 그림을 소개하려는 이유 등 그림을 보며 네 마음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차분하고 섬세하게 정리해 와서 발표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글로 써 오렴) 책에 대한 50자 평은 기본인 거 알지? 자, 그럼 우리 12월 30일에 풍성한 식탁을 차리자.

   예수님이 가장 낮고 가난한 곳으로 오신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성탄이었으면 좋겠다.

2008년 12월 24일,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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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치는 끝나고, 이제 한 해를 마무리 지어야 할 때! 우리 모임도 우선 이 책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아쉬운 마음에 보너스로 두 번 더 모임을 하기로 했다. 한 권은 나의 서양미술 순례(서경식, 창작과비평)로 정했는데, 다른 한 권을 두고 다섯 권의 책이 경합중이다. 전태일 평전(전기, 조영래), 우리들의 하느님(수필, 권정생), 대한민국사(역사, 한홍구), 호모 코레아니쿠스(사회, 진중권), 신문 읽기의 혁명(사회, 손석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을까? 혹시 제목만 보고 맘에 드는 거 있으면 골라 보렴!

   지금 겨울캠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추우니까 가까운 곳에서 했으면 좋겠는데, 금정산에 있는 학생수련원이 어떤가 싶어서 여러 가지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고, 시기도 모두가 함께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구상하고 있다. 물론 지난 여름캠프처럼 모든 일정은 우리 손으로 직접 짜는 거지. 방학 중에 오랫동안 부산을 떠날 사람은 미리 알려줘야 계획을 세우는데 참고가 될 거야.

   또 기말시험이 끝나자마자 동아리 모임도 꾸준히 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활동한 자료를 정리해서 묶을 준비를 해야 할 거야. 같이 만들어 볼 팀을 꾸리고 싶은데, 생각 있는 사람은 나랑 의논해 주면 좋겠다. 사람이 모이면 구체적인 일정도 짜고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생각도 잡아야지.(내만 이렇게 행복한 상상에 빠져있는지도 모르겠다. 너희들은 여러 가지로 마음이 바쁠 텐데……)

   다음 주 화요일 모임 이야기를 해야겠지? 9교시에 어떤 주제로 활동해 볼까 생각하다가 요즘 각 반에 돌린 ‘뇌구조 그리기’가  생각이 났단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뇌구조를 그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뇌구조를 그려본다는 점만 다를 뿐이고! 그러니 자신의 뇌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구조를 만들어보렴.(따로 받는 종이에 적어 넣으면 된단다.) 재밌을 거야.

   나......의 아름다운......정원, 어떻게 읽었니? 읽으면서 눈물이 핑, 했을 테지? 할머니의 지나친 며느리 구박에 화도 났을 테고, 아버지의 묵인과 방관적인 태도에 답답함도 느꼈을 테고, 어머니의 고된 세상살이에 답답함과 연민의 정도 생겼을 테고, 영주가 보여주는 영특함에 흐뭇한 웃음도 피었으리라.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동구의 따뜻한 마음씨에 책을 읽는 너희들의 마음이 뭉클했을 거 같다. 아, 참 다들 왜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 그런데 이 책은 아마도 동구네 가족이 그런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고 있지? 난독증의 시대. 정상적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대를 난독증을 앓았던 동구로 표현되었던 것이겠지.

   그래서 사실 숙제로 “우리가 아는 1980년대”로 이야기를 해 볼까 하다가 너희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싶어서 고민을 거듭했단다. 80년대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 있을 때 해 보기로 하고, 이번 독후 과제는 “내가 겪은(는) 갈등과 해결”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다. 예전에 내가 갈등을 겪었던 일이나 대상이 있었다면, 지금 내가 다른 사람이나 어떤 대상과 갈등을 겪고 있다면 내용을 소개하고 자기 나름대로 그 갈등을 정리한 방식을 써 오는 거야. 이건 구체적인 말이나 태도로 드러날 수도 있지만,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난 갈등이 더 중요할 수 있는 거지.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아니면 또 다른 누구일 수도 있고, 꼭 사람이 아니라 학교나 공부 같은 대상일수도 있지.)과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을지 모르지만 내 마음 속에 큰 고통을 줄 수도 있는 거잖아. 지금도 진행 중일 수 있고, 이젠 자국만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 그걸 찬찬히 들여다보고, 상황을 정리해서 글로 표현해 주면 좋겠다. 우리가 얼마나 성실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모임의 질이 달라질 거야.

   기말을 열흘 앞둔 시간이라 마음이 급하고 무거운 거 안다. 그렇지만 우리 모임에서 얻어가는 행복한 기운으로 조금 더 즐겁게 이 힘겨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희들의 열린 마음을 기대하고 있을게.

   낼부터 날이 꽤 춥단다. 옷 단단히 챙겨 입고, 우리 마음까지 얼지 않도록 씩씩하게 지내자.

2008년 12월 4일, 느티나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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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나래, 우주인을 위한 앙케이트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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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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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자식이 가장 많을 것 같은 사람은?           몇 명?


고동재, 하경균, 곽민경, 이예서, 박은아, 신민아, 김지경, 홍설빈, 조정옥, 김선경, 박현주,안도경, 박정인, 황정인, 김   엽, 김지현, 느티나무 / 중에서 선택하세요^^


결과는 2008년 11월 25일, 9교시에 발표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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